덴마크 디자인 페스티벌 ‘쓰리 데이즈 오브 디자인’이 올해로 11주년을 맞이했다. 4개의 덴마크 브랜드가 시작한 작은 프로젝트였으나 올해는 400개 이상의 브랜드가 함께하며 역대 가장 광범위한 박람회를 개최했다. 지난 6월 12일부터 14일까지 코펜하겐 전역을 뜨겁게 달군 축제의 장면을 모았다.
프리츠 한센의 세 가지 예술섬
바다를 품은 코펜하겐 신항구에서 개최된 프리츠 한센의 전시. 아웃도어 가구로 완성한 롱테이블에 북유럽의 다이닝 씬을 연출했다.
온실 레스토랑 백스투셰에서는 세실리에 만즈와 폴 케홀름을 비롯한 디자이너들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오피스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페이퍼 아일랜드 전경.
푸른 식물 사이에서 선명한 블루의 존재감을 드러낸 에그 체어 Egg Chair. © Laura Stamer
올해 프리츠 한센은 디자인과 건축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위한 미래 비전을 선보이고자 건축회사 코베 Cobe와 손잡았다. 코펜하겐 신항구에 자리한 코베의 최신 프로젝트 공간을 이용해 <아일랜드 오브 웰빙 Islands of Wellbeing> 전시를 선보인 것. 각기 다른 공간에서 ‘환대’, ‘오피스’, ‘아웃도어’ 주제를 선보이며 세 개의 섬처럼 독립적이면서도 개성이 강한 공간을 완성했다. 먼저 덴마크 왕립 오페라하우스와 연결되는 오페라공원 Operaparken에서는 녹지공원을 활용해 아웃도어 가구를 선보였다. 공원 안 온실 레스토랑 백스투셰 Væksthuset에는 웰컴 라운지를 구성했다. 세실리에 만즈의 새로운 컬렉션과 드로잉으로만 존재했던 폴 케홀름의 미공개 라운지 체어를 만날 수 있었다. 페이퍼 아일랜드 Papirøen에는 높은 층고를 활용한 예술적인 종이 설치 작품과 함께 하이메 아욘의 뉴 컬렉션을 비롯한 오피스 존을 구성했다. 프리츠 한센의 폭 넓은 컬렉션을 통해 제각기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Artistic Collaboration
영국 디자이너 로빈 데이를 기린 입구 전시 공간.
2층에서는 앤더슨&볼의 컬렉션과 디자인 정신을 선보였다.
다양한 협업 전시를 선보인 앤트레디션 플래그십 스토어.
글로벌 디자이너와 협업한 전경. 서정화 작가는 캐스트 알루미늄과 아크릴을 활용한 실린더 벤치를 선보였다.
루카 니체토와의 협업 10주년을 기념한 1층 전시 공간. 3D 와이어로 핸드 드로잉한 듯한 위트 넘치는 장면을 연출했다.
앤트레디션은 다양한 글로벌 디자이너와 함께한 협업 전시로 주목받았다. 3D 와이어로 거대한 손을 표현한 장면은 루카 니체토 Luca Nichetto와 함께한 협업 10주년을 기념한 전시로, 이번 3DD에서 손꼽히는 화제의 장면이었다. 라토 테이블을 뒤집어 어린 시절 추억 속의 롤리팝을 표현하는 등 이탈리아 디자이너의 위트 넘치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한편 앤트레디션이 처음으로 협업한 영국 디자이너 로빈 데이 Robin Day를 기리는 전시도 열렸다. 1951년 제작된 RFH 컬렉션, 데이스타크 Daystak 컬렉션과 함께 그의 아내이자 당시 영향력 있는 영국 섬유디자이너인 루시엔 데이의 작품도 소개했다. 글로벌 디자이너들과 함께한 몰입형 전시 <Studies of a Bench>도 선보였다. 2022년 진행한 <Studies of a Table> 프로젝트의 후속작으로, 올해는 ‘벤치’를 주제로 다섯 명의 디자이너 및 스튜디오와 협업했다. 특히 한국의 서정화 작가가 알루미늄 벤치로 함께해 더욱 특별했다.
다채로운 패브릭의 향연
구비는 컬러와 텍스처의 만남에 주목했다. 다양한 색상과 형태, 직물이 어우러진 <촉각적 만남 TACTILE ENCOUNTERS> 전시를 통해 풍부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했다. 마티유 마테괴 Mathieu Matégot, 비베케 폰네스베르크 슈미트 Vibeke Fonnesberg Schmidt와 감프라테시 GamFratesi 등 다양한 디자이너와 협업했는데, 그중 가장 돋보인 디자이너는 피에르 폴랑 Pierre Paulin이다. 1960년 출시된 F300 라운지 체어를 재해석해 가을에 선보일 예정이며, 이전에 협업한 파차 Pacha 라운지 체어도 유니세프 어린이 기부용 캠페인의 일환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한편 이탈리아 패브릭 브랜드 데다 Dedar와의 즐거운 만남도 이어졌다. 데다의 새로운 벨벳 자카드 컬렉션을 이용해 패브릭 가구를 재해석한 것. 생생한 호랑이 줄무늬 패턴과 짙은 오렌지 컬러가 전시장에 생동감을 더했다.
헤이의 유쾌한 협업
코펜하겐 중심부에 자리한 헤이 하우스가 이번행사를 위해 새 단장을 마쳤다. 대담한 컬러가 돋보이는 브랜드지만, 새롭게 구성한 매장은 그레이와 브라운 등 성숙하면서도 진중한 컬러를 사용해 변화를 꾀했다. 이와 함께 플래그십 스토어의 꼭대기 층인 4층은 코펜하겐 인기 레스토랑 로칼 21 Locale 21과 협업해 팝업 레스토랑을 선보였다. 이탈리아 남부의 캐주얼 다이닝과 헤이의 미감이 어우러진 특별한 이벤트였다. 일본 패션 브랜드 아식스 ASICS와의 컬래버레이션도 화제를 모았다. 1994년 출시된 아식스의 스카이핸드 OG Skyhand OG를 헤이의 미학으로 재구성한 것. 지난해 출시한 헤이의 아웃라인 파자마 컬렉션에서 참고해 핑크, 블루, 그린 세 가지 컬러로 출시하며, 올가을에는 라일락과 브라운 컬러도 추가할 예정이다.
Welcome to the Verpan Club
쇼룸 내부에는 유연한 곡선이 돋보이는 클로버리프 소파로 라운지를 구성했다. Design by Verner Panton © Verner Panton Design AG Produced under license by Verpan A/S
Design by Verner Panton © Verner Panton Design AG Produced under license by Verpan A/S
새롭게 론칭한 이지 시리즈와 플라잉 체어. Design by Verner Panton © Verner Panton Design AG Produced under license by Verpan A/S
수많은 사람이 모이며 이번 행사 중 단연코 돋보이는 공간이었던 베르판 클럽. Design by Verner Panton © Verner Panton Design AG Produced under license by Verpan A/S
베르판이 코펜하겐에 첫 쇼룸을 오픈했다. 이를 기념하며 3DD 기간 동안 베르판 클럽을 열었는데, 베르너 팬톤 Verner Panton의 유산에서 비롯한 공동체 정신과 커뮤니티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수많은 인파가 모인 베르판 클럽에서는 클로버리프 Cloverleaf 소파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플라잉 체어에 누워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카이브를 재해석한 뉴 컬렉션도 만날 수 있었다. 1964년 처음 제작된 ‘이지 Easy 시리즈’는 유연한 곡선형의 유머러스한 디자인은 유지하면서도 오늘날 현대인의 치수에 맞게 조정해 재출시한다. 부드러운 빛의 문 오팔 Moon Opal 펜던트는 불투명한 흰색 아크릴로 바꾸어 더욱 은은하면서도 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프라마 × 파예 투굿
내부에는 이번 컬렉션의 핵심인 핸드 드로잉을 모티브로 한 목조 설치물을 선보였다. © John William
© John William
© John William
영국 디자이너 파예 투굿과 협업한 컬렉션을 선보인 프라마 스토어.
디자이너 파예 투굿과 프라마의 대표 닐스 스트뢰이어 크리스토페르센. © John William
수많은 브랜드와 글로벌 디자이너의 협업이 줄을 이은 가운데, 단연코 화제를 모은 곳은 덴마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프라마다. 바로 영국 디자이너 파예 투굿 Faye Toogood과 유쾌한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 것. 프라마의 상징적인 공간이자, 1878년 오픈한 약국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아포텍 57 Apotek 57쇼룸에 과감하면서도 컬러풀한 목조 설치물을 선보였다. 종이를 오려 붙인 듯 기하학적인 형태가 위트 넘치는 다이닝 씬을 연출했다. 투굿이 핸드 드로잉해 완성한 콜라주 프린트를 바탕으로 캔버스 백과 훅, 핸드 워시 아이템도 함께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