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인 가구 미학

예술적인 가구 미학

예술적인 가구 미학

컬렉터블 디자인 갤러리 디에디트가 발렌틴 로엘만 Valentin Loellmann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독특하고 예술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가구 디자인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고 있는 발렌틴 로엘만은 단순한 가구의 개념을 넘어 기능성과 예술성의 균형을 찾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국내에 선보인 작품들과 함께 갤러리에 실제로 앉아보고 사용할 수 있는 벤치와 주방 가구를 선보인다. 특히 주방 가구는 한국에서 첫선을 보이며 그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목재와 스틸이 어우러진 것이 특징. 그가 오랜 시간 머무는 아틀리에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주방이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자 집의 사교적인 공간’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의 철학을 담았다. 전시는 10월 11일까지. ADD 서울시 강남구 학동로33길 21

CREDIT

에디터

TAGS
One of a Kind

One of a Kind

One of a Kind

정성스레 한 땀 한 땀 꿰어 완성한 유일무이한 태피스트리 아트.

1 루카스 구티에레스 스튜디오 Lucas Gutierrez Studio, 라이트 모드 280 Light Mode 280 흰색 배경에 다양한 녹색 계열의 그러데이션을 담은 핸드우븐 텍스타일. 부드럽게 이어지는 옅은 보라색이 포인트.

2 알프힐드 쿨퍼 Alfhild Külper, 블루 위드 Blue Weed 커다랗게 만개한 꽃을 닮은 램프. 집 뒷마당에서 피어난 푸른 꽃을 부드러운 모양의 직물 조각으로 재해석했다.

3 산드라 케자 플랑켄 Sandra Keja Planken, 립스 터프트 체어 Lips Tuft Chair 강렬한 색상과 풍부한 질감이 어우러진 의자. 어느 공간에 있어도 눈길이 갈 만큼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4 피엔 포스트 스튜디오 Pien Post Studio, 낫 파이브 Knot 5 디자인에 대한 창의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네덜란드 디자이너의 조명. 섬세하게 엮은 노란 밧줄 사이로 흐르는 우아한 형태가 돋보인다.

5 릭 카펫 Lyk Carpet, 마시밀리아노 Massimiliano 베를린에 기반을 둔 디자인 레이블 릭 카펫의 푸프. 베이지, 블루, 오렌지 색상의 패브릭과 레드 프린지 장식으로 화려하게 완성했다.

6 옐로닷 스튜디오 Yellowdot Studio, 오바 Ova 주렁주렁 열린 열매의 선명한 색상과 반복적인 패턴에서 영감을 얻은 캐비닛.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지역의 전통 직물인 쿠트누로 꿰맨 원통형 주머니에서 생동감이 느껴진다.

7 요한나 울프삭 Johanna Ulfsak, 플로어 플랜 Floor Plan 아도르노 런던의 에스토니아 컬렉션으로, 방이 775개 있는 버킹엄 궁전의 평면도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8 마리아 자키오소 Maria Zakioso, 블론디 체어 Blondie Chair 머리를 땋은 소녀가 앉아 있는 듯한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의자. 인조모를 단단하게 엮은 좌판은 아늑한 둥지를 연상시킨다.

릭 카펫 lyk-carpet.de 루카스 구티에레스 스튜디오 lucasgutierrez.com 마리아 자키오소 mashulka.world 산드라 케자 플랑켄 sandrakejaplanken-noun.com 알프힐드 쿨퍼 alfhildkulper.com 요한나 울프삭 ulfsak.com 옐로닷 스튜디오 studioyellowdot.com 피엔 포스트 스튜디오 pienpost.com

CREDIT

어시스턴트 에디터

채민정

TAGS
소리의 건축

소리의 건축

소리의 건축

세계 최초의 오디오 뮤지엄이 서초구에 문을 열었다. 건축가 쿠마 켄고가 건축 설계를 맡은 오디움이다.

웨스턴 일렉트릭의 기술을 집대성한 대형 극장용 스피커. 도슨트 시간에 의자에 앉아 직접 감상해볼 수 있다.

전시의 끝을 알리는 라운지 공간. 청음에 최적화된 패브릭을 조형적으로 활용해 화려하면서도 드라마틱한 공간이 완성됐다.

금속 파이프로 장식한 오디움의 파사드. 마치 도시의 숲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 Kengo kuma

지난 6월 한적한 청계산 부근에 독특한 파사드를 지닌 건물 한 채가 들어섰다. 지하 5층부터 지상 5층까지 약 1만1009㎡ 규모에 알루미늄 파이프 2만 개가 수직으로 건물을 감싼다. 이곳은 1877년 유성기 발명 이후 150년간 오디오 발전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 보존, 연구, 전시하는 오디오 전문 사립 박물관 오디움 Audeum이다. 빈티지 오디오에 조예가 깊은 KCC 정몽진 회장의 수집품들로 채워졌다. 이곳이 화제가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1920~60년대를 아우르는 엄청난 빈티지 오디오 컬렉션, 두 번째는 이곳을 지은 건축 거장 쿠마 켄고와 전체 브랜딩을 맡은 디자이너 하라 켄야의 협업 때문이다. ‘소리의 체험’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시작으로 오랜 시간 많은 이들의 협업을 통해 완성된 공간인 것. 개관전으로 열린 <정음 (正音) : 소리의 여정>은 ‘좋은 소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우리를 안내한다. 지난 100년 동안 전쟁 시 선전의 목적부터 예술을 향유하기 위한 도구까지 발전해온 음향기기들을 연대기 순으로 만날 수 있다. 19세기 뮤직박스와 오르골을 시작으로 오리지널 소스에 충실한 하이파이 시스템 오디오, 미국과 유럽의 극장 사운드 시스템을 장악한 웨스턴 일렉트릭과 클랑 필름, 왜곡이 없어 라디오 방송국과 녹음실에서 사용하는 스튜디오 모니터 등이 대표적인 예. 지상 3층에서 시작한 전시는 2층과 1층까지 이어진 뒤 지하 2층에서 끝이 나는데, 이 공간이 또 하나의 백미다. 무려 10만 장의 희귀 LP와 웨스턴 일렉트릭 사의 대표 오디오 시스템이자 대형극장용 오디오 미러포닉 Mirrophonic이 전시된 공간. 청음에 최적화된 패브릭을 자재로 사용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오디움의 비주얼 디자인을 맡은 하라 켄야는 이곳의 이름과 스피커 형태에서 따온 심벌, 사이니지, 조형물 등을 제작했다.

1920년대부터 60년대를 아우르는 빈티지 오디오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뮤지엄 굿즈와 각종 책을 구입할 수 있는 뮤지엄 숍.

웨스턴 일릭트릭 확성기의 초기 모델들. 공공장소에서 거대 관중에게 사람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혼을 특징으로 한다.

핀 실린더가 침처럼 뾰족한 스틸과 접촉하면서 소리를 내는 뮤직 박스들. 19세기 때 연주자 없이 기계의 작동 원리로 연주되는 획기적 발명품이었다.

KCC 정몽진 회장과 건축가 쿠마 켄고의 오랜 대화 끝에 완성된 오디움의 모습.

달팽이 모양의 커브 혼 스피커는 저음을 재생하기에 적합했고, 좁은 영화관에도 최적이었다.

1930년대에 만들어진 클랑필름 스피커들.

이곳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사전 예약이 필수다. 하루 5회, 한 타임당 약 25명이 전문 도슨트와 함께 공간을 탐방한다. 오디오의 역사와 소리의 세계에 대해 흥미롭고 다채로운 정보를 들을 수 있다. 매주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단 3일간만 문을 여는 탓에 얼마 전에는 예약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자유관람에 비해 시간과 인력이 많이 소요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바로 소리에 대한 진심 때문이다. 약 90분 동안 각기 다른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사운드를 감상하는 시간을 갖는데, 단지 보는 것만으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전율이 온몸에 퍼져 흐른다. 심지어 이곳을 운영하는 서전문화재단법인은 그 어떤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우리 삶의 질적 향상과 문화 예술의 다양성,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답이 그리 멋질 수 없다.

INTERVIEW
건축가 쿠마 켄고 Kuma Kengo

© Kengo kuma

설계를 의뢰받았을 때 머릿속에 어떤 그림이 그려졌는지 궁금하다. 첫 만남 때 그가 수집한 오디오로 음악을 들었는데, 그 소리가 너무 아름답고 훌륭했다. 오디오에 대한 관점이 크게 바뀔 정도로 충격이었다. 그는 지금의 기술로 만들 수 없는, 과거에 만들어진 오디오의 귀중함을 얘기해줬는데 많은 것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약 1년 동안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기기에 따라 소리와 작동법이 각기 다른 오디오를 경험했다. 이 과정을 통해 오디오와 사운드가 담기는 공간을 연구할 수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야 정문이 등장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동선을 그렇게 짠 특별한 이유가 있나? 처음 부지를 보았을 때 메인 도로와 후면 도로의 레벨 차이가 있었는데, 이는 매우 독특한 한국 지형을 나타내는 요소라 생각했다. 본래 지형의 형태를 최대한 느끼면서 건물을 체험할 수 있는 경관을 만들고자 했다. 오디움은 음악을 듣는 박물관이기에 건물에 바로 진입하기보다는 최대한 메인 입구까지의 동선을 확보하고, 천천히 건물을 감상하며 전시를 즐기기 위한 사전 워밍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건물의 디자인만큼이나 시퀀스를 중시한 결과다.

알루미늄 파이프가 파사드부터 내부까지 이어진다. 이 소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하나의 숲 같은 건물을 만들고 싶었다. 무작위로 배치된 여러 굵기의 파이프 덕분에 시간과 계절의 변화에 따라 빛이 들어오는 방향과 그림자가 변화를 이룬다. 건물 내부에도 여러 길이의 파이프를 매달았는데, 이는 자연의 무작위성을 나타낸 것이다. 무수한 파이프로 인해 숲처럼 위엄 있는 분위기의 공간이 만들어진 것 같다.

‘소리’를 주제로 한 공간이다 보니 일반적인 뮤지엄과는 다른 디테일이 숨어 있을 것 같다. 건물 외부가 알루미늄 루버로 강한 마감이라면, 전시실 내부는 우드 루버로 다소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했다. 우드드레이프라 부르는 디테일인데, 여러 두께의 나무 루버로 되어 있어 마치 커튼 주름처럼 입체적이다. 이런 입체적인 벽면 덕분에 소리가 다양한 방향으로 반사되고 확산돼 예쁜 울림을 얻을 수 있는 음향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전자기기가 많다 보니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도 있었을 것 같은데,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 처음 소장품을 보았을 때 놀라울 정도로 하나하나가 거대하고 웅장했다. 좋은 소리를 위한 공간뿐 아니라 어떻게 하면 오디오가 돋보일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무엇보다 천장 높이를 일반적인 미술관에서 볼 수 없는 10m로 기획했다. 천장 마감까지 노출로 해 거대한 오디오가 여러 높낮이로 밸런스 좋게 전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동이 쉽지 않은 전시품인 만큼 전시실마다 재단측과 수시로 소통하며 배치 계획을 진행했다.

지하 2층의 LP 컬렉션 방은 오리가미 같은 기둥 디테일이 특히 눈에 띄었다. 부드러운 소재의 강렬한 입체 공간을 생각했다. 단순히 패브릭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패브릭을 조형적으로 사용해 이 공간의 테마를 형성하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꽃과 같은 형상이 되었지만, 꽃 같은 형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천의 가능성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꽃 형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 공간에서는 빛도 다른 곳과는 달리 부드럽게 전달된다. 그 덕분에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공간이 완성됐다.

디자이너 하라 켄야와 몇 차례 협업을 했는데, 이번 협업 과정은 어땠나? 건물 디자인이 모두 확정되고 현장 착공을 할 무렵 명칭을 어떻게 할지 클라이언트 측과 이야기를 나눴다. 도쿄올림픽 경기장과 코미코 아트 뮤지엄, 메이지 신궁뮤지엄 등에서 협업한 하라 켄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흔쾌히 협업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바로 이곳 현장을 함께 둘러보았다. 개인적으로 소리에 관심이 많은 하라 켄야는 바로 업무에 착수했다. 오디오 뮤지엄의 줄임말이자 알기 쉽고 세계적으로 어필하기 쉬운 영문 네이밍, 오디움을 만들어냈다.

관객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느끼고 기억했으면 하나? 오디움은 박물관이라는 개념을 뛰어넘은 박물관이다. 시각적 요소뿐만 아니라 소리, 빛, 바람, 향기 등 모든 감각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이곳에서 특별한 치유와 경험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고, 또한 서울의 새로운 상징적 장소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