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즘의 유산

모더니즘의 유산

모더니즘의 유산

까시나 삼청에서 샬롯 페리앙 컬렉션 출시 2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디자인 역사의 한 획을 그은 페리앙의 작품들을 재조명하며

현대 라이프스타일에 미친 영향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다.

© Creative Silve

© Creative Silve

샬롯 페리앙 Charlotte Perriand은 르 코르뷔지에, 피에르 잔느레와 함께 모더니즘 디자인의 전설로 기억된다. 까시나는 1964년 이들이 공동으로 디자인한 첫 번째 가구 컬렉션의 독점 생산권을 얻으면서 그들의 디자인을 대중에게 전파하는 데 앞장섰다. 그러고 나서 2004년에 까시나는 페리앙의 딸 페르넷 페리앙-바르삭과 협력하여 ‘샬롯 페리앙 컬렉션’을 발표했는데, 이는 디자이너의 창의적 유산을 더욱 풍성하게 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로도 까시나는 페리앙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재해석하며 그녀의 디자인이 담고 있는 모듈성, 실용성, 그리고 미학적 가치를 세상에 전파하고 있다. 그렇게 단순히 가구 만드는 것을 넘어 주거 공간과 생활 방식을 혁신하는 데 힘써온 샬롯 페리앙. 그의 지난 20여 년간의 작품 세계와 디자인 철학을 기념하기 위해 까시나 삼청이 전시 <20 Years of The Charlotte Perriand Collection: The Voyager>를 준비했다. 이번 행사는 까시나 파리 생제르맹을 비롯해 런던, 리옹, 마이애미 그리고 서울까지 전 세계 5개 매장에서만 독점적으로 선보이는 전시라 더욱 뜻깊다. 전시에서는 페리앙의 대표적인 가구 작품을 통해 그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누아주 아 플롯 Nuage À Plots’ 책장은 그녀의 모듈성 개념을 담아낸 대표작으로서, 기능성과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결합한 작품이다. 이 책장은 사용자에게 다양한 맞춤형 옵션을 제공하며, 공간의 유연한 활용을 가능케 한다.  페리앙은 1950년대부터 책장과 수납 가구의 모듈화에 몰두했으며, 그 결과물인 누아주 시리즈는 시간이 지나도 현대적 감각을 유지하며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다. 이 외에도 페리앙의 대표작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테이블 몬타 Table Monta는 대리석의 자연스러운 미를 담아낸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까시나의 장인정신이 빛나는 모델이다. 타부레 버거 Tabouret Berger와 타부레 메리벨 Tabouret Méribel 스툴은 페리앙이 전통과 혁신을 결합한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일본과 유럽의 문화적 요소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 Creative Silve

© Lee Yoonhwa

© Lee Yoonhwa

© Lee Yoonhwa

© Lee Yoon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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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앙은 평생 동안 디자인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했다. 그녀는 공간이 단순히 물리적 장소를 넘어, 사용자에게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제공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페리앙의 디자인 철학을 담은 서적과 사진 자료도 함께 전시되어, 그녀의 인간적인 면모와 디자인에 대한 깊은 통찰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까시나의 윤희원 한국총괄은 이번 행사에 대한 소회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올해 까시나는 페리앙 단독 컬렉션의 20주년을 기념하는 해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전 세계에서 첫 번째 주자로 알리게 되어 더욱 뜻깊습니다. 이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며 까시나는 한국 시장에 대한 존중과 애정을 보여주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페리앙의 디자인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현대적이며, 그녀가 제안한 새로운 생활 방식은 오늘날까지도 유효하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녀의 작품이 어떻게 현대인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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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al Syner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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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첫 번째 공동주택이자 20세기 건축의 걸작으로 뽑히는 시테 라디외즈. 이곳에서의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파리에서 그 감동을 이어가고 있는 두 명의 젊은 디자이너를 만났다.

마르세유 도시 전망과 함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아파르트멍 N°50.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작품으로 채워진 공간의 모습.

오늘날의 아파르트멍 N°50 Apartment N°50의 소유주인 장-마크 드뤼 Jean-Marc Drut와 파트릭 블로와 Patrick Blauwart는 시테 라디외즈 La Cité Radieuse가 완공된 1952년부터 2000년까지 거주한 첫 번째 소유주 리예트 리페르 Lilette Ripert의 공간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으로 실내 디자인을 꾸미고 전시를 여는 프로젝트가 2008년부터 진행되었다. 재스퍼 모리슨, 부흘렉 형제, 알레산드로 멘디니 등 대가들이 2~3년마다 이곳을 거쳐갔고, 2018년 노말 스튜디오를 마지막으로 6년이라는 공백기를 가진 프로젝트는 2024년 젊은 디자이너 듀오 마리&알렉성드르를 초대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마리 코르닐 Marie Cornil과 알렉성드르 윌라우메 Alexandre Willaume는 영광스러운 러브콜에 성실히 응답하기 위해 다채로운 디자인적 시도를 모색했다. 드라귀낭 Draguignan에서 제작한 붉은 점토 타일로 발코니 바닥을 깔았고, 물랑 Moulins에 있는 장 모네 고등학교 Lycée Jean Monnet 유리공예 레지던시를 하면서 개발한 테이블과 식기류로 무게감 있는 가구의 시각적 가벼움을 추가해 밸런스를 유지했다. 유기적이면서 모듈식 구조를 띤 건물 내부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1950년대 모던 가구의 형태를 지닌 작품들 또한 건물과 건축가 사이의 연결성이 느껴졌다. 특히 이탈리아에서 제작한 모듈식 유리 가구는 현대적 디자인과 유리라는 재료가 가진 특유의 질감, 그리고 빛이 더해지면서 관객에게는 몰입형 경험을 만들어냈다. 카르트 블랑쉬(전권위임)로 진행되면서 전시 오프닝 날이 되어서야 완성된 공간을 볼 수 있었는데, 장-마크 드뤼는 오프닝 날에 공간을 마주하고 놀라움과 만족함을 표출했다고 한다. 마리&알렉성드르는 이 곳이 실제로 누군가가 거주했던 곳인 만큼 추상적인 오브제보다는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구들을 주로 제작했다. 또한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마르세유 특유의 강한 햇살까지 고려해 빛과 작품의 시너지 철저히 계산했다. 그렇게 120㎡의 아파트 공간에서 우리는 예술과 건축의 교집합을 발견하고 물건의 형태와 재료의 아름다움, 그리고 공예정신까지 느끼고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7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 시테 라디외즈에서 열린 전시는 9월 5일부터 10월 21일까지 파리 디자인 위크 출범과 함께 갤러리 시니예 Signé에서 이어진다.

WEB www.galeriesigne.com

시테 라디외즈 외부.

세라믹, 섬유, 유리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완성한 가구들.

글라스 이탈리아 Glas Italia와 협업하여 만든 모듈식 유리 가구.

모듈식 가구는 책상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샬롯 페리앙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롱 라운지 체어.

마리(오른쪽)와 알렉성드르.

디자이너로서는 꿈의 프로젝트다. 어떤 이유로 제안을 받게 되었는가? 아파트의 소유주이자 프로젝트 기획 및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장-마크 드뤼 Jean-Marc Drut를 2018년 이예르 Hyères에서 열린 제13회 디자인 파라드 Design Parade 공모전 전시에서 만났다. 따로 작품을 선보인 우리 둘의 작업을 흥미롭게 보더니 꼼 데 가르송의 패브릭 디자인을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에도 작업실과 갤러리 시니예를 자주 찾아와 작품들을 살펴봐주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갤러리 대표 막심 부지디 Maxime Bouzidi가 장-마크에게서 아파르트멍50 참여를 제안받았다고 얘기하는데 너무 놀라웠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참여한 디자이너들의 이름만 보더라도 정말 쟁쟁하지 않은가. 이제 겨우 5년 정도 커리어를 쌓은 우리는 그들에 비하면 너무 젊다. 그저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제안을 받았고 준비 기간은 어느 정도 걸렸나? 지난 2월 제안을 받고 7월 오프닝 기간까지 쉬지 않고 준비했다. 올해 상반기는 아파르트멍 N°50에 전부 투자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사용한 재료마다 작업실도 다르기 때문에 전국을 누비며 작품을 만들었다. 그렇게 5개월을 꽉 차게 보냈다.

작업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었나? 아파트에 남아 있는 아카이브 자료들을 전부 살폈다.  그리고 르 코르뷔지에가 이 건물을 어떻게 지으려고 했는지 자료 조사를 하면서 건물과 가구들이 가진 르 모듈러, 즉 황금비율과 그가 사용한 색상을 우리의 작업에 적용했다. 아파르트멍 N°50에는 총 15개의 컬러가 발견되는데, 이는 르 코르뷔지에가 색채 이론에 근거해 공간을 확장시켜 보이려 한 목적으로 사용된 것으로서 우리 역시 이곳에 사용된 15개 컬러를 존중하며 작업에 적용했다. 그러니 비율과 컬러가 첫 번째 영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샬롯 페리앙의 가구 디자인이 두 번째 영감으로 작용했다. 그녀가 디자인을 맡은 주방과 최초로 놓인 가구들이 가진 심플한 곡선 미는 안락의자를 포함한 일부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전시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주인공’의 역할을 하는 작품이 있다면? 글라스 이탈리아 Glas Italia와 협업해 만든 모듈식 유리 가구를 뽑고 싶다. 마르세유에서 공간 중앙에 놓여 대형 창을 통해 빛이 가구 유리를 통과하면서 생기는 반짝임과 가구에 쓰인 두 개의 컬러가 겹쳐지면서 보이는 세 번째 컬러의 발견까지 관람객들에게 호기심과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했다.

작품 중 제작하는 데 애를 먹은 피스가 있나? 간단한 형태로 보일 수 있지만 전부 유리로 되어 있는 테이블을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다리 부분은 블로잉 기법을, 하나의 커다란 피스인 상판은 유리 액체를 넣을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제작하기 때문에 따로 커팅하지 않았는데, 정확한 온도와 시간을 맞춰야 원하는 두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번 시도한 끝에 완성된 작품이다. 표면에 보이는 기포 같은 물결의 패턴은 빛이 더해졌을 때 더 아름다운 효과가 느껴진다. 고급 유리가 아닌 상업용 유리가 사용되었지만 이런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유리 테이블의 원형 구멍은 장 푸르베의 조립식 패널을 연상시킨다.

모듈식 유리 가구의 컬러가 돋보인다.

수작업으로 제작한 메탈 프레임의 체어.

가죽 천과 메탈이 보여주는 곡선의 라인이 인상적인 암체어.

아파르트멍 N°50의 한쪽 벽면 모습. 가죽 라운지 체어와 유리 화병 등 실제 생활에 필요한 오브제들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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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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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Design Voyage

Paris Design Voyage

Paris Design Voyage

파리 도심을 축제의 장으로 물들인 열흘간의 파리 디자인 하이라이트.

우주 여행 시대가 막 시작되고 있는 지금, 환상적인 미래에 대한 기대가 디자인에도 영향을 주고 있을까? 메종&오브제의 하반기 주제 ‘테라 코스모스 Terra Cosmos’는 이 질문에 긍정적으로 응답하는 유쾌하고 낙관적인 전시를 보여줬다. 기술과 자연의 시너지에 우주적 판타지가 더해지면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비전을 선보인 것. 그리고 도심에서 열린 ‘파리 디자인 위크 ’에는 브랜드의 새로운 컬렉션 발표와 참신한 전시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난 9월 5일부터 14일까지 열흘간 펼쳐진 디자인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모았다.

Maison&Objet 2024

30주년을 기념해 상반기 ‘테크 에덴’에서 하반기 ‘테라 코스모스’로 주제를 정한 메종&오브제. 이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디자인과 첨단 기술의 접목이 우리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게 한다. 일단 결론은 유쾌하며 긍정적이다. 우주 및 행성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디자인, 크리스털 명상 세트처럼 원석을 사용한 오브제들은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한다. 거기에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된 벨기에 디자이너 리오넬 자도 Lionel Jadot는 재활용되고 재사용된 소재만 사용해 흥미로운 호텔 객실을 만들었다. 브뤼셀 근처 도시 자벤템에서도 자도 Jadot가 운영하는 6000㎡ 규모의 자벤템 아틀리에 Zaventem Ateliers에는 30여 명의 디자이너가 모여 디자이너-메이커 네트워크를 활용해 컬렉터블 디자인의 가치를 가진 지속 가능한 디자인 작품을 생산한다. 이런 협력 정신과 지속 가능한 디자인 정신을 반영한 메종&오브제 2024 파빌리온을 방문하면 재활용 재료의 한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폐기된 플라스틱 링을 모아 제작한 파티션, 현장에서 버려진 종이 뭉치를 물과 혼합해 세운 벽, 돼지 창자로 만든 조명, 버섯으로 제작한 테이블 등. 이런 상상 이상의 결과물들로 채워진 공간은 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 마주하게 되면 시각적으로 전혀 거북하지 않고 오히려 환상적이다. 그럼, 전시가 끝난 후에는? 물론 버려지는 물건 하나 없이 모든 작품은 바로 다음 프로젝트에 활용하기 위해 각각의 목적지로 이동된다. ‘재료의 순환적 사용’은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가장 기본이기 때문이다.
WEB www.maison-objet.com

버려진 종이를 물과 섞어 입체적 패턴의 벽을 세웠다. 흰색 블록 테이블의 재료는 버섯이다.

돼지의 창자로 제작한 조명.

폐자재만을 모아 완성한 욕실의 모습.

올해의 디자이너, 리오넬 자도 Lionel Jadot

올해의 디자이너 리오넬 자도.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되었을 때의 소감이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재료 검색이나 영감을 찾기 위해 메종&오브제를 방문하지 않지만, 디자이너로서 이 장소에서 전시하게 된다는 건 큰 영광이다. 이 기회를 통해 여러 신진 디자이너를 알릴 수 있게 되었고, 그들과의 협업으로 완성한 새로운 컨셉트의 호텔을 선보일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또한 국제 디자인 무대로 한발 나아가는 더없이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에는 22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했고 30개가 넘는 소재가 사용됐다. 특별히 다루기 어려운 소재가 있었나? 22명의 디자이너가 각자 생각하는 가장 실험적인 소재와 작업을 시도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이었다. 재활용 플라스틱 같은 익숙한 소재도 있지만 돼지 창자, 소금, 버섯 등 독특한 재료가 동원됐다. 재활용된 재료와 생물자원으로 호텔 객실의 미래적 비전을 제시하는 유토피아적 접근은 22명 모두에게 동일한 고민과 노력을 경험하게 했을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나? 지역에서 발견하거나 구할 수 있는 재료만 사용해 작품을 만들고 전시를 여는 것이 내 디자인 활동의 모토이다. 이 방식은 제작 시간을 단축시키고 작품 운반 또는 재료 이동에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 환경을 생각한 이런 선행은 클라이언트에게 훌륭한 홍보 조건이 되면서 관객에게는 소비에 관한 잘못된 관행을 다시 생각해보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원시적으로 들리는 동시에 미래를 위한 바람직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렇다. 그게 내가 전하고픈 아이디어이자 메시지다.

Paris Design Week Highlights
왕립 가구보관소에 들어선 가장 호화로운 침실, 위크로니아

 

위크로니아의 데이 베드.

18세기 궁중 가구들을 보관하는 오텔 드 라 마린 Hôtel de la Marine의 야외 중전에 화려한 침실이 등장했다. 처음으로 디자인 위크 로케이션에 참여한, 파리에서 가장 화려한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히는 오텔 드 라 마린의 초대를 받은 디자이너는 모던 아방가르드를 표방하는 프랑스 디자인계의 악동 위크로니아 Uchronia. 과거 이곳에 보관되었던 호화로운 왕실 침대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위크로니아의 줄리앙 세반 Julien Sebban은 세라믹 타일 브랜드 팔렛 PALET과 협업해 침대의 프레임과 기둥을 제작했다. 화려함을 더하기 위해 카사망스 Casamancec 패브릭을 드레이핑해 커튼으로 연출했고, 19세기 초반 귀족의 부채를 제작했던 아틀리에 뒤벨르호아 Duvelleroy에서 특별 제작한 대형 부채를 매달아 상징적 의미를 더했다. 시선을 가장 많이 모은 설치물로서 디자인 위크가 끝난 후인 9월 22일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WEB uchronia.fr

초현실주의 세상, 아멜리 메종 다흐

섬유를 사용하는 설치미술가 아네스 도스마스 Agnès Dosmas의 <오두막>.

전시 <로쿠스 솔루스> 전경.

‘혼자 있는 장소’라는 의미의 라틴어 ‘로쿠스 솔루스 Locus Solus’로 타이틀을 내건 아멜리 메종 다흐의 전시는 갤러리 내부와 정원, 벽과 천장의 구분 없이 공간 전부를 작품으로 뒤덮는 환상적인 큐레이션과 전시 디자인을 선보이며, 이번 디자인 위크에서 꼭 방문해야 하는 장소로 각광을 받았다. 젊은 큐레이터 조안나 콜롬바티 Jophanna Colombatti와 갤러리 관장 아멜리 뒤 샬라드Amélie du Chalard가 공동 기획한 <로쿠스 솔루스>는 1914년 출판된 레몽 루셀 Raymond Roussel의 초현실주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자연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의 작품 20여 점을 참여시켰다. 작품과 식물, 과일, 꽃 등이 함께 공간을 점령한 전시장은 방문객에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혹은 <미녀와 야수> 같은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공예가 빅토르 르베 Victor Levai가 만든 대리석 상판 철제 테이블의 단정한 디자인에서 시작해, 예술가 뱅상 라발 Vincent Laval가 나무 뿌리가 의자 형태로 공중 부양하는 모습, 그리고 정원에서 가장 마지막에 마주하게 되는 세 도예가 레미 브라퀴몽 Rémi Bracquemond과 빅토르 알라송 Victor Alarçon, 닛사 멜레토풀로스 Nitsa Meletopoulos의 6개 손으로 완성된 분수대 <라 퐁텐 La Fontaine>을 통해 명상 기분을 느끼도록 한 짧은 초현실적 여행은 바쁜 디자인 위크에서 가장 큰 울림으로 남았다.

WEB ameliemaisondart.com

Beni×FRAMA

프라마의 파리 쇼룸 전경.

세 가지 컬러를 갖춘 베니 러그.

덴마크 코펜하겐 베이스의 브랜드 프라마 FRAMA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생산되는 러그 베니 Beni와 협업한 최초의 러그 컬렉션 ‘테랑 Terrain’을 선보였다. 고요한 단순함에서 영감을 얻은 염색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색을 간직한 러그 컬렉션은 편안한 질감과 견고함은 물론 시대를 초월한 중립적인 색조를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소일 Soil, 샌드 Sand, 솔트 Salt로 이름 지은 세 컬러는 하이 아틀라스 마운틴 High Atlas Mountain에서 서식하는 세 가지 색의 털을 가진 양에게서 얻은 자연 그대로의 컬러이다. 우리가 생활하는 실내 공간에 놓였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색채라고 말한다. 이런 제품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쇼룸 디자인 또한 프라마가 가진 북유럽의 미니멀함과 마라케시 자연의 편안함을 섞어 좌식으로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명상 또는 쉬어갈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었다. WEB framacph.com

Yves Salomon×Chapo Creation

모피 조각으로 패턴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이브 살로몬 아틀리에.

모피 전문 패션 브랜드 이브 살로몬 Yves Salomon은 프랑스 인테리어 디자이너 피에르 샤포 Pierre Chapo의 가구 다섯 점에 재활용된 모피 조각을 입혀 새로운 컬렉션을 탄생시키는 협업을 선보였다. 최상의 소재 및 재료를 사용하고, 장인정신을 존중하면서 모던 럭셔리의 새로운 비전에 대한 끊임없이 연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두 브랜드의 만남은, 1950~70년대 완성된 아이코닉한 가구에 모피 조각을 하나하나 손으로 맞춘 패턴을 만들어 입히면서 새로운 미적 아름다움과 가치를 가진 컬렉션으로 발전시키는 결과를 보여줬다. 지난 밀라노 살로네 기간 중에 디모레 센트랄레 DIMORE CENTRALE에서 첫선을 보인 후, 이번 파리에서는 모피 장인들의 노하우를 직접 볼 수 있는 워크숍 운영과 함께 이브 살로몬 개인 컬렉션에서 가져온 오리지널 피스들도 함께 전시해 풍성함을 더했다. 파리 이후에는 뉴욕으로 이동해 11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메이겐 H 갤러리 Magen H Gallery에서 전시를 이어갈 것이다. WEB yves-salomon.com

Astier de Villatte×Serena Carone

아스티에 드 빌라트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세레나 카론의 반지 홀더.

아스티에 드 빌라트 Astier de Villatte는 세라믹 아티스트 세레나 카론 Serena Carone과 협업해 문어 형태의 재미있는 반지 홀더 작품을 선보였다. 프랑스 아티스트 소피 칼 Sophie Calle 전시에서 눈물 흘리는 동상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한 세레나 카론은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아이코닉한 제품 중 하나인 반지 머그를 꾸준히 제작해온 아티스트다. 자신의 딸을 위해 작은 사이즈의 문어 반지 홀더를 만든 것이 계기가 되어 탄생한 이번 작품은, 작가 특유의 재치와 심벌처럼 여기는 반지 모티브가 사용되어 더욱 특별하다.

WEB astierdevillatte.com

모노 에디션

모노 에디션이 선보이는 ‘플라탄 Platane’ 컬렉션.

단일 소재를 중심으로 해마다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는 모노 에디션 Mono Editions은 이번에 코퓌스 스튜디오 Corpus Studio와 협업해 플라타너스 목재만으로 제작한 인체 공학적 곡선이 세련되게 이어진 가구들을 론칭했다. 2006년부터 병충해가 유행해 플라타너스 벌채작업이 이루어지자 버려진 목재를 사용해 두 번째 생명을 불어넣은 이번 컬렉션은 재료 자체가 가진 유기적 패턴과 미니멀한 디자인의 매력이 특징이다.
WEB mono-editions.com

플뢰르 델르살

인테리어 디자이너 플레르 델르살이 제안하는 거실 모습.

인테리어 디자이너 플뢰르 델르살 Fleur Delesalle은 소르본대학 맞은편에 위치한 새로운 작업 공간에다 빅토르 위고의 노르망디 하우스에서 영감을 받은 대담한 패턴과 컬러로 꾸민 후, 새로운 컬렉션 오데옹 Odéon을 선보였다. 지금까지 단색을 선호하던 델르살이 선택한 대담한 패턴의 원단으로 덮인 대형 소파와 레오파드 무늬 벨벳 콘솔, 대나무 형태의 빈티지 의자와 핑크색 테이블의 매치는 신선하고 즐겁다. 믹스 매치를 통한 실내 디자인의 다양한 팁도 느낄 수 있다. WEB fleurdelesalle.com

Project 213A

포르투갈에서 핸드메이드로 제작된 프로젝트 213A의 목재 의자들.

2020년 네 친구가 창업한 프로젝트 213A Project 213A는 ‘지속 가능성’과 ‘웰빙’을 키워드로 포르투갈과 파리를 오가며 활동 중인 젊은 가구 브랜드다. 파리 디자인 위크 전시에서는 포르투갈에서 핸드메이드로 제작한 목재 가구와 세라믹 소품 등을 만날 수 있다. 발 모양을 하고 있는 풋 Foot 사이드 테이블과 Foot 의자가 특유의 위트 있는 디자인으로 인기가 많았다. 환경 친화적 컨셉트와 함께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브랜드다.
WEB project213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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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Writer

양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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