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도심을 축제의 장으로 물들인 열흘간의 파리 디자인 하이라이트.
우주 여행 시대가 막 시작되고 있는 지금, 환상적인 미래에 대한 기대가 디자인에도 영향을 주고 있을까? 메종&오브제의 하반기 주제 ‘테라 코스모스 Terra Cosmos’는 이 질문에 긍정적으로 응답하는 유쾌하고 낙관적인 전시를 보여줬다. 기술과 자연의 시너지에 우주적 판타지가 더해지면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비전을 선보인 것. 그리고 도심에서 열린 ‘파리 디자인 위크 ’에는 브랜드의 새로운 컬렉션 발표와 참신한 전시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지난 9월 5일부터 14일까지 열흘간 펼쳐진 디자인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모았다.
Maison&Objet 2024
30주년을 기념해 상반기 ‘테크 에덴’에서 하반기 ‘테라 코스모스’로 주제를 정한 메종&오브제. 이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디자인과 첨단 기술의 접목이 우리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보게 한다. 일단 결론은 유쾌하며 긍정적이다. 우주 및 행성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디자인, 크리스털 명상 세트처럼 원석을 사용한 오브제들은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한다. 거기에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된 벨기에 디자이너 리오넬 자도 Lionel Jadot는 재활용되고 재사용된 소재만 사용해 흥미로운 호텔 객실을 만들었다. 브뤼셀 근처 도시 자벤템에서도 자도 Jadot가 운영하는 6000㎡ 규모의 자벤템 아틀리에 Zaventem Ateliers에는 30여 명의 디자이너가 모여 디자이너-메이커 네트워크를 활용해 컬렉터블 디자인의 가치를 가진 지속 가능한 디자인 작품을 생산한다. 이런 협력 정신과 지속 가능한 디자인 정신을 반영한 메종&오브제 2024 파빌리온을 방문하면 재활용 재료의 한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폐기된 플라스틱 링을 모아 제작한 파티션, 현장에서 버려진 종이 뭉치를 물과 혼합해 세운 벽, 돼지 창자로 만든 조명, 버섯으로 제작한 테이블 등. 이런 상상 이상의 결과물들로 채워진 공간은 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 마주하게 되면 시각적으로 전혀 거북하지 않고 오히려 환상적이다. 그럼, 전시가 끝난 후에는? 물론 버려지는 물건 하나 없이 모든 작품은 바로 다음 프로젝트에 활용하기 위해 각각의 목적지로 이동된다. ‘재료의 순환적 사용’은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가장 기본이기 때문이다.
WEB www.maison-objet.com
올해의 디자이너, 리오넬 자도 Lionel Jadot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되었을 때의 소감이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재료 검색이나 영감을 찾기 위해 메종&오브제를 방문하지 않지만, 디자이너로서 이 장소에서 전시하게 된다는 건 큰 영광이다. 이 기회를 통해 여러 신진 디자이너를 알릴 수 있게 되었고, 그들과의 협업으로 완성한 새로운 컨셉트의 호텔을 선보일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또한 국제 디자인 무대로 한발 나아가는 더없이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에는 22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했고 30개가 넘는 소재가 사용됐다. 특별히 다루기 어려운 소재가 있었나? 22명의 디자이너가 각자 생각하는 가장 실험적인 소재와 작업을 시도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이었다. 재활용 플라스틱 같은 익숙한 소재도 있지만 돼지 창자, 소금, 버섯 등 독특한 재료가 동원됐다. 재활용된 재료와 생물자원으로 호텔 객실의 미래적 비전을 제시하는 유토피아적 접근은 22명 모두에게 동일한 고민과 노력을 경험하게 했을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나? 지역에서 발견하거나 구할 수 있는 재료만 사용해 작품을 만들고 전시를 여는 것이 내 디자인 활동의 모토이다. 이 방식은 제작 시간을 단축시키고 작품 운반 또는 재료 이동에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 환경을 생각한 이런 선행은 클라이언트에게 훌륭한 홍보 조건이 되면서 관객에게는 소비에 관한 잘못된 관행을 다시 생각해보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원시적으로 들리는 동시에 미래를 위한 바람직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렇다. 그게 내가 전하고픈 아이디어이자 메시지다.
Paris Design Week Highlights
왕립 가구보관소에 들어선 가장 호화로운 침실, 위크로니아
18세기 궁중 가구들을 보관하는 오텔 드 라 마린 Hôtel de la Marine의 야외 중전에 화려한 침실이 등장했다. 처음으로 디자인 위크 로케이션에 참여한, 파리에서 가장 화려한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히는 오텔 드 라 마린의 초대를 받은 디자이너는 모던 아방가르드를 표방하는 프랑스 디자인계의 악동 위크로니아 Uchronia. 과거 이곳에 보관되었던 호화로운 왕실 침대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위크로니아의 줄리앙 세반 Julien Sebban은 세라믹 타일 브랜드 팔렛 PALET과 협업해 침대의 프레임과 기둥을 제작했다. 화려함을 더하기 위해 카사망스 Casamancec 패브릭을 드레이핑해 커튼으로 연출했고, 19세기 초반 귀족의 부채를 제작했던 아틀리에 뒤벨르호아 Duvelleroy에서 특별 제작한 대형 부채를 매달아 상징적 의미를 더했다. 시선을 가장 많이 모은 설치물로서 디자인 위크가 끝난 후인 9월 22일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WEB uchronia.fr
초현실주의 세상, 아멜리 메종 다흐
‘혼자 있는 장소’라는 의미의 라틴어 ‘로쿠스 솔루스 Locus Solus’로 타이틀을 내건 아멜리 메종 다흐의 전시는 갤러리 내부와 정원, 벽과 천장의 구분 없이 공간 전부를 작품으로 뒤덮는 환상적인 큐레이션과 전시 디자인을 선보이며, 이번 디자인 위크에서 꼭 방문해야 하는 장소로 각광을 받았다. 젊은 큐레이터 조안나 콜롬바티 Jophanna Colombatti와 갤러리 관장 아멜리 뒤 샬라드Amélie du Chalard가 공동 기획한 <로쿠스 솔루스>는 1914년 출판된 레몽 루셀 Raymond Roussel의 초현실주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자연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의 작품 20여 점을 참여시켰다. 작품과 식물, 과일, 꽃 등이 함께 공간을 점령한 전시장은 방문객에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혹은 <미녀와 야수> 같은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공예가 빅토르 르베 Victor Levai가 만든 대리석 상판 철제 테이블의 단정한 디자인에서 시작해, 예술가 뱅상 라발 Vincent Laval가 나무 뿌리가 의자 형태로 공중 부양하는 모습, 그리고 정원에서 가장 마지막에 마주하게 되는 세 도예가 레미 브라퀴몽 Rémi Bracquemond과 빅토르 알라송 Victor Alarçon, 닛사 멜레토풀로스 Nitsa Meletopoulos의 6개 손으로 완성된 분수대 <라 퐁텐 La Fontaine>을 통해 명상 기분을 느끼도록 한 짧은 초현실적 여행은 바쁜 디자인 위크에서 가장 큰 울림으로 남았다.
WEB ameliemaisondart.com
Beni×FRAMA
덴마크 코펜하겐 베이스의 브랜드 프라마 FRAMA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생산되는 러그 베니 Beni와 협업한 최초의 러그 컬렉션 ‘테랑 Terrain’을 선보였다. 고요한 단순함에서 영감을 얻은 염색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색을 간직한 러그 컬렉션은 편안한 질감과 견고함은 물론 시대를 초월한 중립적인 색조를 띠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소일 Soil, 샌드 Sand, 솔트 Salt로 이름 지은 세 컬러는 하이 아틀라스 마운틴 High Atlas Mountain에서 서식하는 세 가지 색의 털을 가진 양에게서 얻은 자연 그대로의 컬러이다. 우리가 생활하는 실내 공간에 놓였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색채라고 말한다. 이런 제품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쇼룸 디자인 또한 프라마가 가진 북유럽의 미니멀함과 마라케시 자연의 편안함을 섞어 좌식으로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명상 또는 쉬어갈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었다. WEB framacph.com
Yves Salomon×Chapo Creation
모피 전문 패션 브랜드 이브 살로몬 Yves Salomon은 프랑스 인테리어 디자이너 피에르 샤포 Pierre Chapo의 가구 다섯 점에 재활용된 모피 조각을 입혀 새로운 컬렉션을 탄생시키는 협업을 선보였다. 최상의 소재 및 재료를 사용하고, 장인정신을 존중하면서 모던 럭셔리의 새로운 비전에 대한 끊임없이 연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두 브랜드의 만남은, 1950~70년대 완성된 아이코닉한 가구에 모피 조각을 하나하나 손으로 맞춘 패턴을 만들어 입히면서 새로운 미적 아름다움과 가치를 가진 컬렉션으로 발전시키는 결과를 보여줬다. 지난 밀라노 살로네 기간 중에 디모레 센트랄레 DIMORE CENTRALE에서 첫선을 보인 후, 이번 파리에서는 모피 장인들의 노하우를 직접 볼 수 있는 워크숍 운영과 함께 이브 살로몬 개인 컬렉션에서 가져온 오리지널 피스들도 함께 전시해 풍성함을 더했다. 파리 이후에는 뉴욕으로 이동해 11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메이겐 H 갤러리 Magen H Gallery에서 전시를 이어갈 것이다. WEB yves-salomon.com
Astier de Villatte×Serena Carone
아스티에 드 빌라트 Astier de Villatte는 세라믹 아티스트 세레나 카론 Serena Carone과 협업해 문어 형태의 재미있는 반지 홀더 작품을 선보였다. 프랑스 아티스트 소피 칼 Sophie Calle 전시에서 눈물 흘리는 동상을 제작한 것으로 유명한 세레나 카론은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아이코닉한 제품 중 하나인 반지 머그를 꾸준히 제작해온 아티스트다. 자신의 딸을 위해 작은 사이즈의 문어 반지 홀더를 만든 것이 계기가 되어 탄생한 이번 작품은, 작가 특유의 재치와 심벌처럼 여기는 반지 모티브가 사용되어 더욱 특별하다.
WEB astierdevillatte.com
모노 에디션
단일 소재를 중심으로 해마다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는 모노 에디션 Mono Editions은 이번에 코퓌스 스튜디오 Corpus Studio와 협업해 플라타너스 목재만으로 제작한 인체 공학적 곡선이 세련되게 이어진 가구들을 론칭했다. 2006년부터 병충해가 유행해 플라타너스 벌채작업이 이루어지자 버려진 목재를 사용해 두 번째 생명을 불어넣은 이번 컬렉션은 재료 자체가 가진 유기적 패턴과 미니멀한 디자인의 매력이 특징이다.
WEB mono-editions.com
플뢰르 델르살
인테리어 디자이너 플뢰르 델르살 Fleur Delesalle은 소르본대학 맞은편에 위치한 새로운 작업 공간에다 빅토르 위고의 노르망디 하우스에서 영감을 받은 대담한 패턴과 컬러로 꾸민 후, 새로운 컬렉션 오데옹 Odéon을 선보였다. 지금까지 단색을 선호하던 델르살이 선택한 대담한 패턴의 원단으로 덮인 대형 소파와 레오파드 무늬 벨벳 콘솔, 대나무 형태의 빈티지 의자와 핑크색 테이블의 매치는 신선하고 즐겁다. 믹스 매치를 통한 실내 디자인의 다양한 팁도 느낄 수 있다. WEB fleurdelesalle.com
Project 213A
2020년 네 친구가 창업한 프로젝트 213A Project 213A는 ‘지속 가능성’과 ‘웰빙’을 키워드로 포르투갈과 파리를 오가며 활동 중인 젊은 가구 브랜드다. 파리 디자인 위크 전시에서는 포르투갈에서 핸드메이드로 제작한 목재 가구와 세라믹 소품 등을 만날 수 있다. 발 모양을 하고 있는 풋 Foot 사이드 테이블과 Foot 의자가 특유의 위트 있는 디자인으로 인기가 많았다. 환경 친화적 컨셉트와 함께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브랜드다.
WEB project213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