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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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는 라이브러리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를 다녀왔다. 푸디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마성의 공간이었다.

 

델리&베이커리로 구성된 1층.

아우어다이닝, 가드너 아드리아, 멜팅샵…요즘 핫하다는 레스토랑을 휙휙 지나쳐 걸었다. 그렇게 도산공원 끝자락에 다다랐을 무렵, 모퉁이에 이제 막 문을 연 현대카드 쿠킹라이브러리가 있었다. 화려한 도산공원에서 장식을 모두 덜어낸 겸허한 모습으로. 그것은 마치 ‘오래 살아남는 공간’을 목표로 하겠다는 무언의 다짐처럼 보이기도 했다.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시작으로 현대카드는 몇 년간 꾸준히 감각적인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트래블, 뮤직에 이은 그 마지막 종지부가 바로 쿠킹 라이브러리다. “(라이브러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이죠. (하지만) 쿠킹 라이브러리는 책에만 갇혀 있지는 않습니다. 그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오감을 자극하는 공간을 목표로 합니다.” 공간을 둘러보기 전이었음에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1층
로버트 헤더, 1882 Ltd 등의 조리도구를 구매할 수 있는 입구를 시작으로 라이브러리에 들어섰다. 파스타 등의 식재료를 모아놓은 델리 섹션을 살살 걸으며 구경하다,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라이브러리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지하 1층부터 4층으로 구성된 공간은 교차하며 맞물려있었다. 햇살과 음식 만드는 소리, 냄새가 자연스레 어우러져 녹아들 수 있도록 의도해서 설계했다고. 얼기설기 복잡한 것이 자칫 깜빡하면 길을 잃을 것처럼 보였다. 마치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시장에 갔을 때처럼. 그 아련한 추억처럼 말이다.

인그레디언트 하우스와 1만여권의 요리 관련 책으로 구성된 2층.

셀프 쿠킹을 체험할 수 있는 3층의 키친.

 

2~3층
무심코 들어갔지만 쉽사리 나올 수 없었다.’ 라이브러리를 채운 요리 관련 책은 자그마치 1만여권.제임스 비어드 파운데이션 북 어워드’와 ‘IACP 쿡북 어워드’의 수상작 전권 등 눈이 휘둥그레지는 콜렉션이 빼곡했다. 음식 전문가들이 직접 큐레이팅한 책은 크게 지역, 식재료, 조리방법을 기준으로 분리되었으며 홈쿠킹과 스페셜 다이어트, 드링크&베이킹 등 별도의 특별 섹션도 마련되어 있었다. 특히나 흥미로운 공간은 2층 중앙에 위치한 인그레디언트 하우스 Ingredient House다. 총 190여종에 이르는 향신료와 허브, 소금, 오일 등이 작고 예쁜 유리병에 담겨 오밀조밀 모여 있었다. 직접 열어서 향을 맡고, 몇몇 향신료는 직접 맛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갈랑갈과 타마린드를 작은 볼에 덜어 핥아 보았다. 순간, 동남아의 뜨거운 열기가 향을 타고 훅 올라오는 것 같았다.
3층에는 책 속의 레시피를 직접 구현해 볼 수 있는 셀프 쿠킹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책 속 레시피에 있는 식재료로 구성된 키트를 받아들고, 현대카드 스타일의 아름다운 주방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맛까지 볼 수 있는 곳이다. 에디터는 애나 바네트의 <잇 더 위크> 78페이지의 버터밀크 치킨 타코를 만들어 보았다. 튀김 기름에서 검은 연기가 펄펄 끓고, 적양배추는 엉성하게 썰렸지만, 책 속의 레시피를 바로 구현해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곧 쿠킹 클래스도 오픈하고, 실외 테라스의 미니 텃밭에서 딴 채소를 요리에 직접 써볼 수도 있다는 소식!


4층

4층에 올라가니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레스토랑 ‘그린하우스’가 나왔다. 날이 좋으면 좋은데로, 비가 오면 오는데로 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점심과 저녁, 각기 단 한 팀만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100% 예약제다. 아직 오픈 전이지만, 이곳에서의 식사가 분명 근사할 것이라는 것은 그냥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현대카드 쿠킹 라이브러리는 음식을 미각과 후각, 시각, 청각, 촉각의 오감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곳이었다. 먹방, 쿡방이 유행이라지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음식에 쏠려 있다지만, 이렇게 유행을 취향으로 만들어주는 공간이 생겨서 기쁘다. 참새가 방앗간으로 날아들 듯, 부지런히 쿠킹 라이브러리에 다니다보면 음식의 세계는 더욱 넓고 깊어질 것이다. 쿠킹 라이브러리의 자세한 얼굴이 궁금하다면, 아래의 영상을 감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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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문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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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n the Supermarket③

Play in the Supermarket③

엠끼 ‘세서미 틴스’ 폴란드에서 물 건너온 과자다. 성분은 참깨 49%에 포도당 시럽, 설탕이 전부. 깨강정이 생각날 법도 하지만, 먹어보면 훨씬 세련된 맛이 난다. 지인 3명에게 나눠줬는데 한결같이 눈을 동그랗게 뜨곤 “엄청 맛있다”고 소리쳤다. 24팩, 1만원대.

미동농산 ‘필리너트’ 화산 지대인 비콜 지방의 열대우림에서 자란 필리나무에서 딴 견과류다. 유난히 두툼한 껍질은 스테인리스 막대로 살살 누르면서 흔들면 손쉽게 까진다. 견과류의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혀를 스치고 지나간다. 300g, 7천원대.

에덴 ‘유기농 발효 생사과 식초’ 흰색 부유물이 둥둥 떠다니는 사과 식초다. 상한 게 아니다. 사실 부유물의 정체는 초모다. 발효균과 효소가 혼합된 것으로, 자연 발효한 경우에만 만날 수 있는 귀한 흔적이다. 유기농 사과를 끓이지도, 정제하지도 않고 그대로 발효시킨 식초라 꾸준히 먹으면 건강에 좋다. 먹는 만큼 독소가 빠진다. 473ml, 1만원대.

라 벨일루아즈 ‘마리갈랑트 참치 통조림’ 마리갈랑트 섬에서 트롤링과 낚시로 잡은 참치다. 양파와 피망, 로즈마리, 코코넛을 더해 이국적인 맛의 통조림으로 탈바꿈했다. 오직 동원으로 대변되던 참치 통조림은 이 제품을 맛본 뒤 재정립되었다. 80g, 7천6백원.

 

곤약쌀 다이어트에 대한 인류의 뜨거운 관심은 곤약쌀을 탄생시켰다. 이름처럼 쌀 모양으로 만든 곤약이지만 실제 쌀은 아니다. 쌀과 함께 3대1의 비율로 섞어 밥을 지어 먹거나 더욱 강력한 한 방을 원한다면 1대1로 밥을 해도 된다.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다이어터들에게 추천한다. 300g, 1만3천8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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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문은정

포토그래퍼

차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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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n the Supermarket ②

Play in the Supermarket ②

전 세계 각지에서 들여온 슈퍼마켓 속 아이템들.

‘토마토케첩 포 그로운업’

언제부턴가 케첩은 어린이들의 전유물이 되었다. 토마토케첩 포 그로운업은 어른도 당당히 먹을 수 있는 케첩이다. 할라피뇨페퍼를 첨가해 핫소스처럼 매콤한 맛이 난다. 349g, 4천원대.

웨이트로즈 ‘아스파라거스 소스’

아스파라거스와 크림, 올리브유로 만든 담백한 맛의 소스다. 파스타에 넣거나 피자에 곁들여 먹는다. 아스파라긴산이 잔뜩 들었으니 숙취에도 좋을까. 조만간 술을 진탕 마시고 테스트해볼 계획이다. 190g, 9천원대.

러셋 감자

마트에 갔다가 운 좋게 미국 감자를 발견했다. 점원의 설명에 의하면 한철만 잠깐 들어오는 거라 했다. 서둘러 카트에 잔뜩 담았다. 미국의 국민 감자로 불리는 러셋 감자는 아이다호가 주 생산지다. 삶는 것보다는 튀기거나 버터와 함께 굽는 게 훨씬 맛있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감자의 소울메이트는 기름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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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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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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