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요리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의 수상작이 발표됐다. 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한 <사케의 탄생>은 유달리 시선을 끈다.
테도리가와는 일본 북부 이시카와 현에 위치한 144년 전통의 사케 양조장이다.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사케를 빚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목과는 달리 에릭 시라이 감독은 제조 과정보다 사람에 집중한다. “사케를 만드는 과정은 인생과 같아요. 사람으로 치면 자식을 기르는 것과 같죠. 잘 돌봐서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면 사케가 됩니다.” 영화의 시작점에서 흘러 나오는 사케장 코지(테루유키 야마모토, 68세)의 말은, 전체 맥락을 짚는 중요한 포인트다.
정말이지 그들은 마치 육아를 하듯 사케를 돌본다. 매년 10월부터 4월까지 한 해의 절반을, 새벽 5시부터 늦은 밤까지 하루의 전부를 쏟아 붓는다. 다큐멘터리 촬영 중 동료가 불의의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지만 장례식도 가지 못한다. 가족과 친구를 떠나 6개월간 양조장 사람들과 일상을 섞으며 사케를 만든다. 예민한 사케의 맛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잠시도 그 옆을 떠나지 않는다. 카메라는 그렇게 양조장에서 일하고 노래를 부르며, 밥을 먹고, 샤워를 하는 인물들의 일상을 자연스레 녹여낸다. 그리고 한 명 한 명의 캐릭터에 집중적으로 파고 들기 시작한다. 사케 주조에만 50년 이상의 세월을 보낸 코지와 아들 히데키의 어색한 관계, 침체된 사케 업계를 살리기 위해 고공 분투하는 양조장의 6대 계승자 야스유키 요시다의 이야기,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 사는 치짱 까지. 그리고 결국 모든 관계는 사케로 귀결된다. 결국 사케라는 것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삶이 담긴 것이니까.
에릭 시라이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영상과 편집 덕택에 <사케의 탄생>은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종결 방식은 지극히 다큐멘터리적이다. 남은 반 년의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사케 양조를 포기하는 젊은 세대와, 그것을 어쩔 수 없이 이어 나가는 구 세대의 대비. 와인, 맥주에 밀려 판매율이 떨어지고, 4천6백개에 달하던 사케 양조장은 1천개 밖에 남지 않았다는 슬픈 이야기까지. <사케의 탄생>은 사케가 지닌 밝고 어두운 면을 드러내며 그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거기에는 어떤 영화적인 결말도, 해답도 없다. 결국 사케를 둘러싼 사람들의 인생을 담은, 한 편의 리얼리티 드라마다.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