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분에 담긴 사케의 인생

94분에 담긴 사케의 인생

94분에 담긴 사케의 인생

최근 요리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의 수상작이 발표됐다. 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한 <사케의 탄생>은 유달리 시선을 끈다.

 

테도리가와는 일본 북부 이시카와 현에 위치한 144년 전통의 사케 양조장이다.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사케를 빚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목과는 달리 에릭 시라이 감독은 제조 과정보다 사람에 집중한다. “사케를 만드는 과정은 인생과 같아요. 사람으로 치면 자식을 기르는 것과 같죠. 잘 돌봐서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면 사케가 됩니다.” 영화의 시작점에서 흘러 나오는 사케장 코지(테루유키 야마모토, 68세)의 말은, 전체 맥락을 짚는 중요한 포인트다.

 

정말이지 그들은 마치 육아를 하듯 사케를 돌본다. 매년 10월부터 4월까지 한 해의 절반을, 새벽 5시부터 늦은 밤까지 하루의 전부를 쏟아 붓는다. 다큐멘터리 촬영 중 동료가 불의의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지만 장례식도 가지 못한다. 가족과 친구를 떠나 6개월간 양조장 사람들과 일상을 섞으며 사케를 만든다. 예민한 사케의 맛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잠시도 그 옆을 떠나지 않는다. 카메라는 그렇게 양조장에서 일하고 노래를 부르며, 밥을 먹고, 샤워를 하는 인물들의 일상을 자연스레 녹여낸다. 그리고 한 명 한 명의 캐릭터에 집중적으로 파고 들기 시작한다. 사케 주조에만 50년 이상의 세월을 보낸 코지와 아들 히데키의 어색한 관계, 침체된 사케 업계를 살리기 위해 고공 분투하는 양조장의 6대 계승자 야스유키 요시다의 이야기,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 사는 치짱 까지. 그리고 결국 모든 관계는 사케로 귀결된다. 결국 사케라는 것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삶이 담긴 것이니까.

 

에릭 시라이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영상과 편집 덕택에 <사케의 탄생>은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종결 방식은 지극히 다큐멘터리적이다. 남은 반 년의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사케 양조를 포기하는 젊은 세대와, 그것을 어쩔 수 없이 이어 나가는 구 세대의 대비. 와인, 맥주에 밀려 판매율이 떨어지고, 4천6백개에 달하던 사케 양조장은 1천개 밖에 남지 않았다는 슬픈 이야기까지. <사케의 탄생>은 사케가 지닌 밝고 어두운 면을 드러내며 그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거기에는 어떤 영화적인 결말도, 해답도 없다. 결국 사케를 둘러싼 사람들의 인생을 담은, 한 편의 리얼리티 드라마다.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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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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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딕 퀴진의 얼굴

노르딕 퀴진의 얼굴

더하는 것보다 덜어내는 것이 더 힘들다. 심플함으로 시선을 끄는 노르딕 퀴진의 플레이팅을 감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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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서양식은 대개 프랑스의 지배하에 있었다. 양식 좀 한다는 레스토랑에서는 장시간 소스를 조리고, 콩피를 하고, 브레이징 을 하고, 정교하게 플레이팅을 했다. 완성된 요리는 아름다운 커틀러리로 우아하게 썰어 와인과 곁들였다. 우리가 양식하면 흔히 떠올리는 전형적인 그림의 한 장면이다. 프렌치 퀴진은 그 자체로 완벽했기에, 수세기간 축적해온 방식을 깨트려야 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뭐랄까. 약간 고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을지 모른다. 좀 더 새로운 것은 없을까? 그렇게 전세계 푸디들이 새로운 맛을 찾아 헤매일 때, 덴마크의 르네 레드제피 셰프가 노르딕 퀴진이란 것을 들고 나왔다. 자연 식재료의 순수한 맛을 조리법, 플레이팅에 그대로 적용하며 전세계 미식 씬의 판을 뒤엎었다. 요즘, 셰프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다양한 스타일의 요리를 보다보면, 자연스레 시선이 가는 것은 노르딕 스타일의 플레이팅이다. 그 모습이 심플하면서도 명료하며, 강렬하기 때문이다. 노르딕 퀴진을 대표하는 를레 Relae, 게이스트 Geist의 요리를 통해 노르딕 퀴진의 얼굴을 잠시 감상해보자.

 

를레 Ralae
노마의 수셰프였던 크리스티앙 푸글리시Christian Puglisi가 운영하는 곳. 내추럴 와인 전문바인 맨프레드 Manfred, 베이커리와 피자를 전문으로 하는 미라벨 Mirabelle도 모두 그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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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스트 Geist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으로 승승장구하던 파우스티앙 Paustian을 과감히 접고 시작한 것이 바로 게이스트다. 게이스트는 단품 메뉴만 다루는 캐주얼한 레스토랑으로, 심플하면서도 분명한 맛을 전달하며 노르딕 퀴진의 스타일을 잘 드러내고 있다. 참고로 게이스트의 보 베크 Bo Bech 셰프는 대학 졸업 후 자동차 세일즈맨을 했던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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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의 파티

순백의 파티

디네앙블랑은 프랑스 궁정 문화를 재현하는 시크릿 야외 디너 파티다.

 

1988년 파리지엔 프랑수아 파스키에가 지인들과 함께한 파티에서 시작되었다. 미식과 패션, 엔터테인먼트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으며, 30년이 지난 지금 파리와 뉴욕, 런던, 도쿄, 홍콩 등 70개 주요 도시에서 개최되고 있다. 디네앙블랑은 철저한 규칙을 지킨다. 일단, 개최 직전까지 행사 장소를 공개하지 않으며, 프랑스 궁정문화를 재현하는 흰색 의상을 입어야 한다. 음식도 프렌치 코스로 먹고, 파티에 필요한 테이블, 의자, 테이블웨어도 모두 직접 준비한다. 작년 서울에서 성황리에 개최된 후 서울은 5월 27일, 부산은 8월 26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음식은 레스쁘아의 임기학 셰프, 제로컴플렉스의 이충후 셰프가 협업으로 선보이며, 디네 앙 코스(9만원), 디네 두 가지 코스(7만원)가 있다. 참가비는 1인당 5만5천원으로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매 가능하다.
web seoul.dinerenblanc.com · busan.dinerenbla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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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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