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의 착한 빵>
“약간 보기 흉할지 모르지만 달걀 프라이를 빵 위에 올리거나 소시지를 빵으로 말아 먹곤 합니다. 또한 빵 반죽을 나뭇가지에 둘둘 말아서 장작불에 구워 먹는 것도 정말 즐겁답니다. 나뭇가지는 각자가 주변에서 구해 가져오면 됩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들뜬 마음으로 장작불을 둘러쌉니다. “이제 다 구워졌어?” 그새를 참지 못하고 몇 번이고 물어보며 기다리는 시간, 이렇게 야외에서 즐기는 빵도 여름철 묘미이지요.”
She Says 일본은 빵이 발달한 나라다. 지역별 고유 밀가루를 사용하는 등 재료를 쓰는 방식도 선진화 되어있다. 책의 저자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스즈키 모모는 ‘빵이 좋아’라는 모임을 결성하고 10년간 빵을 먹었다. <모모의 착한 빵>은 그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빵에 곁들이기 좋은 음식이나 남은 빵 보관법, 함께 먹기 좋은 음료 만드는 법 등 빵순이들이 혹할만한 내용만 골라 모아 놓았다. 135p의 가스파초는 여름에 먹기 좋은 냉스프다. 깜빠뉴 등의 식사용 빵과 곁들이면 좋다. 오늘 아침에 이 책을 다시 읽었는데, 읽던 중 참지 못하고 결국 빵을 사먹고 왔다.
<이탈리아 할머니와 함께 요리를>
“마리를 만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마리는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끌어들여 완전히 사로잡았다. 지적이고 재미있으며 예술적 감각이 있고 거짓이 없으며 딱 적당히 따뜻했다. (중략) 마리가 보여준 요리법은 새롭다기보다 여자의 흥을 나누는 행위였다. 마리와 함께한 식사는 한 명이 아닌 다수의 힘으로 만들어졌다. 마치 협동 예술 작업처럼 이들 여성들은 같이 끓이고 저으면서 요리의 현을 튕겼다.”
She Says 저자인 제시카 서루가 1년간 취재한 9개 지역 이탈리아 할머니들의 레시피를 담은 책이다. 읽는 내내 하나의 에세이를 보는 느낌을 준다. 재료의 특징 뿐 아니라 할머니의 성향, 사람들과의 관계 등 다채로운 요소가 어떻게 하나의 요리로 탄생되는지 보여준다. 좋아하는 파트는 85p의 마리 할머니 이야기다. 동네의 카사노바 같은 할머닌데, 왜인지는 읽어보면 알거다. ‘함께하면 일이 더 쉬워지고 훨씬 재미있다’는 그녀의 철학도 참 마음에 든다.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
“채로 썬 고기 200그램(1컵)에 위의 양념장 만들어 놓은 것을 반만 넣어 손으로 잘 주물러 놓는다. 간이 뱄으면 프라이팬을 뜨겁게 달군 후 재빨리 볶아 낸다. 너무 오래 볶아서 고깃국물이 없어지면 맛이 없으니까 고기색이 변하면 불을 끄고 다른 그릇에 꺼내 식힌다. (중략) 양파는 반으로 자른 후 길이로 채를 썰어 1컵을 만든 후 팬에 기름을 1작은술 두르고 썬 양파와 꽃소금 1작은술을 넣어 볶는다. 불이 너무 세면 타니까 중간보다 약한 불에서 볶고 타는 듯하면 물을 1큰술씩 넣어 가며 볶는다.”
She Says 요리연구가 장선용 선생님의 책이다. 사진이 없는 특이한 요리책이지만, 현재까지 증보판을 내며 판매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1993년 발간한 이래 20만부 이상 팔렸을 정도다. 매거진 푸드 에디터로 일하던 시절, 촬영 차 선생님 댁에 간 적이 있다. 자그마한 체구의 선생님이 높은 싱크대에 대야를 올려 놓고, 손님에게 대접할 많은 양의 잡채를 무치고 계셨다. 그 때 맛본 잡채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잡채였고, 그 레시피가 이 책 125p에 있다. 며느리에게 알려주듯 친절히 서술되었기에 레시피가 긴 편이다. 잡채만 해도 총 4p에 달한다.
<정겨운 도시락>
“요즘은 소시지 같은 거 잘 안 먹지. 햄에 밀려서. 그러나 입맛은 왜 옛날이 그리워지는지. 옛날 엄마가 싸준 도시락 반찬은 늘 김치에 콩자반이었지. 김치가 시면 볶아주셨고… 봄을 탄다든지 기운없다 싶으면 달걀말이가 들어가고, 시험을 치는 등 특별한 날에는 소시지 부침이 들어 있었지.”
She Says 노영희 선생님의 도시락 책이다. 10페이지 옛날 도시락에 유달리 애착이 간다. 옛날 소시지, 달걀말이, 콩자반, 김치, 깍두기, 보리밥으로, 보시다시피 만들기 쉬운 단출한 요리다. 콩자반은 약간 까다로울 수 있긴 하겠다. 아, 요즘 사람들도 콩자반을 아는지? 옛날에는 단백질 보충할 것이 많지 않아 콩을 먹었다(웃음). 출판사 팀장 시절, 직접 기획한 책이라 더욱 애착이 간다. 지금은 절판됐지만, 당시 5만부 이상 팔린 인기 도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