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나리 봄철마다 날아드는 춘곤증도 이유는 있는데, 바로 비타민 B1 부족하기 때문이다. 봄나물 중에서도 미나리는 비타민 B1이 꽤 풍부한 채소다. 몸 속에 켜켜이 쌓인 독소와 중금속 배출에도 톡톡한 역할을 한다. 미나리 산지인 청도식으로 연한 미나리를 골라 바짝구운 삼겹살을 싸먹으면, 별것 아닌데도 봄이다.
2 원추리 기분 따라 나물을 골라먹는다면, 심지어 우울한 날이라면 원추리를 추천한다. 망우초라고도 불리는 원추리는 근심을 잊게 하는 풀을 뜻한다. 빈말이 아니라 이름처럼 우울증과 불면증, 스트레스 완화에 효과적인 성분이 들어 있다. 독성이 있으니 살짝 익혀 조리한다.
3 두릅 두릅은 나무두릅과 땅두릅이 있는데, 인삼처럼 사포닌 성분이 풍부하다. 봄철마다 휘청대는 면역력을 잡아주는 데 효과적. 튀겨서 먹으면 아보카도 같은 맛이 난다.
4 민들레 꽃은 향긋한 차로, 줄기와 잎은 나물로, 뿌리는 약으로 쓰는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물이다. 줄기를 툭 꺾으면 나오는 하얀 진액은 몸의 염증 완화에도 좋다.
5 냉이 냉이를 코에 박고 킁킁대니 시장 아줌마가 한숨을 푹 쉬며 말한다. “아휴, 언니. 이게 꽃도 아닌데 그렇게 해선 향이 안 나지. 뿌리를 쫙쫙 훑으면서 맡아봐. 된장찌개 끓일 거지? 그때도 요렇게 냉이를 쫑쫑 썰어 넣어야 향이 제대로 난다?” 봄나물 중에서 단백질 함량이 으뜸인 냉이는 위장에 특히 좋으니 쫑쫑 썰어 파르르 끓여 먹자.
6 참나물 참나물은 미나리와 먼 친척 관계인데, 동양의 향채라 불릴 정도로 향이 좋다. 잎이 유난히 부드러워 소화도 잘되고 봄철에 뚝뚝 떨어지는 입맛을 회복하는 데도 그만이다.
7 전호나물 울릉도에서 온 전호나물은 이게 미나리인지, 쑥갓인지, 취나물인지 헷갈리는 향긋한 향과 맛을 지녔다. 장아찌로 담그면 오래 먹을 수 있는데, 간장과 식초, 설탕을 동량의 비율로 섞어 3~4분간 끓인 뒤, 뜨거울 때 나물에 붓고 식으면 냉장 보관한다. 3일 지나서부터 먹으면 되는데, 이게 바로 밥도둑이다.
8 취나물 취나물은 사과나 오이처럼 상쾌한 맛이 있다. 샘표에서 우리맛 연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재미있는 레시피를 개발했다. 취나물 50g과 우유 30g, 꿀 6g을 준비한다. 나물을 물과 함께 믹서에 갈아 즙을 짠 뒤 우유에 넣고 꿀을 섞어 먹는다. 바로 취나물 우유다. 아침으로 휘리릭 갈아 마시면 싱그러움이 꿀덕꿀떡 넘어온다.
9 달래 하얀 것은 은달래, 흙이 묻은 것은 노지달래다. 달래를 캐지 않고 1년 정도 더 키우면 은달래가 되는데, 푸릇한 줄기가 없고 알맹이도 일반 달래보다 단단하면서도 매콤하다. 노지달래 역시 일반 달래보다 알맹이가 크고 애기 양파처럼 똘망똘망하게 생겼다.
10 봄동 시장에서 노란 봄동이라는 것을 사보았는데, 전라도에서 온 것이라 했다. 일반 봄동처럼 수분이 많고 사각거리는데, 고소하면서도 진한 맛이 난다. 한겨울에 노지에서 자란 배추를 뜻하는 봄동은 잎사귀가 옆으로 퍼져 있다.
11 세발나물 세발나물의 고향인 전남 해남에서는 세발나물로 겉절이를 담가 먹는다. 고춧가루와 간장, 파, 마늘, 식초를 넣고 조물조물 무치면 끝. 바다에서 온 녀석답게 맛이 꽤 짭쪼름하다. 참고로 잎이 새의 발처럼 가늘어서 세발나물이다.
12 돌나물 석상채라고도 불리는 돌나물은 이름처럼 돌에서 자라는 나물이다. 주로 초고추장에 무쳐 생으로 즐기거나 물김치를 담가 먹는다. 도톰한 두께의 돌나물은 씹는 맛이 특히 좋은데, 알맹이가 살아있는 곡류와 함께 샐러드로 먹으면 그 식감과 맛이 배가된다.
13 씀바귀 경동시장에 갔더니 사방에 속새라는 말이 적힌 박스 쪼가리가 가득했다. 시장 사람들이 쓰는 암호인가 했더니, 씀바귀종의 일종인 가새씀바귀를 뜻하는 사투리다. 생김새처럼 맛은 아주 쓴데,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배어나온다.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봄날의 나른함을 해소하는 데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