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샴페인 브랜드 크루그는 오랜 전통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음악, 생선 등 다채로운 소재를 통해 샴페인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고자 시도하는 크루그의 흥미로운 여행길에 따라나섰다.
#First Journey with Music
프레스티지 퀴베급 샴페인만을 생산하는 크루그 샴페인 하우스. 그 첫 번째 페어링은 언제나처럼 음악이다. 지난 7월 18일, 서울에서 ‘크루그와의 조우’ 행사가 진행됐다. 크루그 가문의 6대손이자 하우스 디렉터인 올리비에 크루그의 방한을 기념해 복합 문화 공간인 오드 포트와 프렌치 레스토랑 라미띠에, 레스쁘아 뒤 이부에서 음악과 미식을 페어링한 것. 특히 오드 메종에서 진행된 행사는 최근 칸영화제가 주목한 배우 유태오가 뮤직 페어링을 담당했다. 파독 광부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15년이라는 오랜 무명 생활을 견뎌냈다. 그가 오드 포트 지하 라이브홀에서 크루그의 그랑 퀴베 166 에디션과 페어링한 선곡 리스트는 더 핫 사르디네즈 The Hot Sardines의 ‘프렌치 프라이스 앤 샴페인 French Fries&Champagne’과 최백호의 ‘방랑자’였다. 라미띠에에서는 크루그 2004와 레오폴도 페데리코 Leopoldo Federico의 ‘로맨티카 Romantica’와 ‘라 쿰파르시타 La Cumparsita’를, 크루그 그랑 퀴베 160 에디션과는 아니발 트로이로 Anibal Troilo, 레오폴도 페데리코 Leopoldo Federico의 ‘엘 에브로지토 El Abrojito’, 카를로스 가르델 Carlos Gardel의 ‘포르 우나 카베자 Por Una Cabeza’를 페어링했다. 행사 현장에서는 라이브 밴드가 크루그 뮤직 페어링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었고, 앙코르가 터져나와 ‘리버탱고 Libertango’를 추가로 연주하기도 했다. 마지막 장소인 레스쁘아 뒤 이부에서는 크루그 로제와 함께 야크 요알라&류드밀라 센치나 Yak Yoala&Lyudmila Senchina의 ‘어 송 어바웃 해피니스 A Song about Happiness’를, 캐롤 에메랄드 Carol Emerald의 ‘어 나이트 라이크 디스 A Night Like This’를 감상하며 뜨거웠던 크루그의 밤을 마무리했다.
#second Journey with Fish
크루그의 암바사더 셰프들이 직접 바다로 나섰다. 거친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생선으로 근사한 요리를 만들고, 아름다운 크루그 한잔을 곁들이는 호사를 누렸다. 그 특별한 경험이 담긴 순간을 잠시 사진으로 감상해보자.
interview
크루그라는 음악
한국을 찾은 크루그의 6대손이자 하우스 디렉터인 올리비에 크루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예술에도 다양한 영역이 있는데, 크루그와의 페어링으로 음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언젠가 8살인 딸을 학교에 데려다주던 날이었다. 클래식을 틀었더니 “아빠, 이 노래는 뭐예요? 연주하는 악기들의 소리가 다 들려요”라고 말했다. 딸은 노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크루그를 테이스팅하는 것도 이 과정과 비슷하다. 나는 크루그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늘상 얘기한다. 눈을 감고 음미하라고. 그러면 크루그 샴페인이 연주하는 음악이, 그 음악을 만드는 악기들의 소리가 들릴 것이라고.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있는가? 음악이 미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옥스퍼드 대학의 찰스 스펜서 박사가 연구했다. 실제로 두 가지 상반된 스타일의 음악을 들으면서 같은 샴페인을 마셨을 때 전혀 다른 맛이 느껴진다.
크루그는 멀티 빈티지 샴페인으로도 유명한데. 어릴 적 할머니와 아버지는 우리의 미션이 지휘자의 역할과 같다고 했다. 매년 크루그의 음악을 연주할 악기와 연주자를 고르는 일 말이다. 우리에게는 레시피가 없다. 어떤 해에 만들어진 와인은 높은 음의 바이올린과 같은 표현을, 그다음 해에는 낮은 음의 바이올린과 같은 표현을 낼 수도 있다. 한 음을 가진 와인에 다른 음색의 와인을 더해 크루그 샴페인을, 그중에서도 크루그 그랑 퀴베를 완성하는 것은 작곡과도 같다. 이 작업의 166번째 결과물이 지금 마시는 크루그 그랑 퀴베 166 에디션이다.
크루그 암바사더의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우리는 샴페인과 함께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와인처럼 기술적으로 얘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크루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샴페인을 구입할 때, 크루그의 그랑 퀴베 166 에디션이 무엇인지, 창립자인 조셉 크루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140가지의 와인으로 만드는 크루그가 얼마나 음악 같은 샴페인인지 등 내가 없는 자리에서도 또 다른 올리비에 크루그들이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바로 크루그 암바사더이다.
샴페인을 최상으로 즐기는 본인만의 특별한 방법이 있는가? 일할 때는 주로 오전 11시쯤 테이스팅을 하는데, 미각이 가장 균형을 이루고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후에 같은 샴페인을 시음해보면 또 다르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시간은 전문적으로 샴페인을 시음할 때의 예일 뿐, 샴페인을 즐길 때 ‘반드시’라는 것은 없다. 물론 좋은 샴페인에 좋은 잔은 필요하다. 좁은 플루트로 샴페인을 마시는 것은 귀마개를 한 채 오페라를 듣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그리고 너무 차가운 온도로 마시지 않는 것이 좋겠고. 이를 제외하고는 샴페인을 마시고 싶을 때가 가장 샴페인을 마시기 좋은 시간이다.
크루그 패밀리의 6대손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크루그의 목표는 기후변화에 관계없이 가장 풍부한 표현의 샴페인을 만드는 것이다. 나도 이 꿈을 이어가고자 한다. 크루그 샴페인은 현대음악, 컨템포러리 음악 등 특정 스타일을 연주하는 것이 아닌, 모든 악기가 만들어내는 가장 풍부한 음악을 연주한다. 이를 지키는 것이 나의 미션이다. 크루그는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중요시한다. 나는 전통이라는 표현을 쓸 때 무척 조심스러운데, 전통이 때로는 지나간 역사를 담은 박물관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에게 전통이란 미래와 같다. 전통이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능력과 같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