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봄이면 흙 내음 진하게 머금은 냉이나 달래 같은 것이 지천에 널려 있었다.
여름 한중 장마철이면 뜨겁게 삶아낸 옥수수 김으로 집 안이 자욱했고, 가을에는 산을 헤매며 밤이나 도토리 따위를 모아왔다. 밭에서 갓 뽑은 달짝지근한 무를 씹으며 겨울을 보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장터에서 먹었던 갓 튀긴 약과나 한과 따위는 가끔씩 맛볼 수 있던 별미 중에 별미였다. 가끔 그 맛이 그리워 서울 곳곳을 헤매고 다닌다. 경복궁에 조선시대 궁중약차와 간식을 맛볼 수 있는 생과방이라는 곳이 있다. 실제로 조선시대에 떡과 과자, 차 등 왕가의 별식을 만들던 곳이다. 입장료와 차, 다식의 가격을 합치면 2만원이 훌쩍 넘지만, 흔치 않은 것을 맛볼 수 있다. 대추를 꿀과 계핏가루에 조린 조란이나 가을 한철에만 맛볼 수 있다는 홍옥정과 같은 것을 어디에서 먹어보겠는가. 모두 문화재로 등록된 장인들의 병과다. <규합총서>나 <조선요리제법>에 나오는 기록을 바탕으로 궁중 병과를 만드는 체험 행사도 경험해볼 수 있으나, 날이 추워지는 겨울에는 문을 닫는다. 아쉬운 마음이 들 땐 서래마을에 있는 한식 디저트 카페 김씨부인(02-532-5327)으로 향한다. 큰 소반 차림 하나를 시키면 다양한 전통 다과가 한 상 가득 깔린다. 매화나무에 앉은 참새 같다 하여 이름 지어진 ‘매작과’라던가, 집청 시럽에 맛깔나게 버무린 찹쌀약과, 막걸리를 넣어 곱게 빚어낸 개성주악 같은 것들 말이다. 주인장이 정성껏 모은 어여쁜 작가들의 그릇이나 소반 같은 것은 자꾸만 손으로 쓰다듬게 된다. 입맛이라는 것은 일종의 저축 은행 같다. 어릴 적 맛보았던 미각의 기억이 차곡차곡 쌓여, 좋던 싫던 그 맛을 따라가고 있다. 어떠한 맛을 먹어왔는가. 어떠한 것을 먹을 것인가.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추억의 맛이, 가까운 미래에 가장 세련된 것이 될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