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정 라이프스타일 에디터 ‘채소 한 끼의 힘’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는 자신을 보곤 깨달았다. 너, 요즘 피곤하구나.
몸과 마음은 한 덩이인지라 쉽사리 영향을 받는다. 컨디션이 좋은 날의 문제는 깃털처럼 가볍고, 피로할 때 마주하는 사소함은 활처럼 따갑다. 그래서 적어도 하루 한 끼, 비타민이 듬뿍 들어간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첫날에는 힘이 바짝 들어가서 출근 전부터 빌즈 강남점(02- 568-1353)에 들렀다. 오전 8시부터 문을 여는 빌즈는 ‘올데이 다이닝’이라는 타이틀에 가장 충실한 곳이다. 꼭두새벽부터 레스토랑에 앉아 식사를 해본 적 있는가. 그것은 매우 피곤하면서도 뿌듯한 일이다. 잠이 덜 깬 눈으로 아몬드 밀크 한잔에 코코넛 브레드, 온갖 채소를 듬뿍 넣은 샐러드 한 접시를 시켜서 싹싹 비우며, 바깥세상과는 격리된 듯 여유로운 식사를 즐겼다. 그 외에도 채소를 꽤나 맛있게 요리하는 레스토랑이 많다. 최근 광화문 D타워에 오픈한 제주마네(02-2251-8141)는 특이하게도 고사리 수프를 판다. 고사리란 것이 특이한 식재료인 게, 채소인데도 고기 같은 맛을 낸다. 고사리 수프는 쫄깃하게 씹는 맛이 살아 있으면서도, 먹고 난 뒤의 감칠맛까지 훌륭했다. 근처에 간다면 꼭 맛보시기를. SG다인힐에서 운영하는 썬더버드(02-2138-1377)는 인스턴트마저도 건강하게 만든 레스토랑이다. 감자칩에 찍어 먹는 케첩을 비트로 만들거나, 닭가슴살을 마치 로스트 치킨처럼 먹음직스럽게 구워냈다. 물론, 에디터는 채소 위주의 식사를 했다. 정말이다. 그리고 사실 썬더버드에서의 식사는 꽤나 인상 깊어서 그 레시피가 담긴 <현정 셰프의 클린 이팅>을 보며 몇 가지를 따라 만들어보기도 했다. 아, 시간이 난다면 가장 추천하고 싶은 것은 역시나 직접 요리하는 것이다. 자연의 산물을 손으로 만지며 요리하는 것은 또 다른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물론 꽤나 번거로운 채소 손질에 지레 요리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는 SSG푸드마켓 도곡점(02-2191-1234)의 베지 부처 같은 서비스를 이용해도 좋겠다. 마치 정육점처럼 갓 고른 신선한 채소를 먹기 좋게 손질해준다. 마음이 피로할 땐 채소를 먹자. 왠지 사이비 종교 같은 말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먹어보면 알 것이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비타민으로 차오르는 기분이 무엇인지를.
CREDIT
에디터
문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