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 저녁, 쉐이크쉑 버거 청담점에 갔다. 나는 폭신한 빵과 잘 구워진 패티, 치즈를 곁들인 맛있는 버거가 먹고 싶었고, 함께 동행한 이는 내추럴 와인을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목적은 달랐으나 가는 내내 둘 다 달떠 있었다. 쉐이크쉑 버거는 최근 3가지 내추럴 와인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3월까지 하는 프로모션이지만 내추럴 와인의 인기에 편승하는 맛있는 이벤트다(와인을 병으로 살 수도 있다). 내추럴 와인 3가지는 이렇다. 알자스 지역의 내추럴 와인 제조사인 도멘 게쉭트 와이너리의 ‘리슬링(화이트)’과 오스트리아 부르겐란트 오가우 지역의 구트 오가우에서 생산된 ‘아타나시우스(레드)’, ‘비니프레드(로제)’다. 잔당 가격은 일반 레스토랑을 생각하면 더 비싸지도, 그렇다고 저렴하지도 않은 금액대인 1만5천원이다. 내추럴 와인은 유기농 포도를 사용해 첨가물을 일절 넣지 않고 만드는 순도 높은 와인이다. 꼬릿한 냄새와 시큼한 맛, 기존 와인과는 다른 생소한 느낌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한번 맛을 들이면 반주 와인으로 최고의 동반자가 되어준다. 주문한 쉐이크쉑 버거와 스모크 버거가 나왔다. 콜라를 시키려다 동행자의 설득에 못 이겨 선택한 와인은 구트 오가우의 아타나시우드와 비니프레드. 녹진한 치즈 맛을 느낄 수 있는 쉐이크쉑 버거와는 로제 와인인 비니프레드를, 짭짤하게 훈연한 베이컨이 들어간 스모크 버거에는 아타나시우드를 곁들였다. 결과는? 버거에는 무조건 얼음이 든 콜라가 진리라고 생각한 나만의 기준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와인을 한 모금 마신 뒤 담백하고 깔끔해진 입안에 따끈따끈한 버거를 한입 베어 물고, 다시 와인을 마시며 다음 한입을 꾀했다. 처음 내추럴 와인에 도전하는 이들이라면 버거와 함께 시작하면 부담이 덜할 듯하다. 콜라는 전혀 생각나지 않았던 버거와 내추럴 와인의 조합이 두고두고 생각난다. 이제 버거엔 내추널 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