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더욱 향긋해지는 버섯의 세계 속으로.
가을이 되었고, 버섯의 계절이 도래했다. 표고나 느타리 따위의 마트 버섯도 그 맛이 농밀해지는 때다. 지방의 시골 장터를 쏘다니다 보면, 할매들이 산에서 따온 귀한 버섯도 지천이다. 한 움큼 집어 코에 가져가면 사이사이 쿰쿰한 숲의 향을 모조리 품고 있다. 충청북도 괴산의 청천시장은 이러한 야생 버섯을 잔뜩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익숙한 송이, 능이뿐 아니라 까만 색깔 때문에 먹버섯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까치버섯, 색과 이름이 예쁜 꾀꼬리버섯 같은 것도 곳곳에 숨어 있다. “꾀꼬리버섯은 해외에서는 샨트렐 Chanterelle이라고 불리는데요. 맛과 향이 뛰어난데도 소위 ‘잡버섯’이라는 이름으로 소금에 절이고, 물에 우려서 헐값에 팔리고 있죠.” 샘표의 김정은, 안형균 연구원이 깨알 같은 정보를 줬다. 시중의 흔한 버섯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이다. 잘만 손질하면 비싼 버섯 못지않게 귀한 맛을 낸다. 일단,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버섯의 밑동을 제거하는 것이다. 버섯의 좋지 않는 냄새는 균사체에서 나오는데, 이 균사체가 모두 밑동에 있다. 그리고 3초간 재빨리 씻어 먼지를 제거한다. 이때, 오래 씻지 않도록 주의하자. 스펀지 구조로 되어 있는 버섯은 수분을 잘 흡수해 특유의 맛과 향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관법도 간단하다. 키친타월을 깐 밀폐용기에 담은 뒤,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김치냉장고에 넣으면 맛과 향이 가장 잘 유지된다. “버섯은 0~2℃ 정도에 저장할 경우, 조직 안에서 일어나는 각종 화학반응과 효소반응이 억제되거든요.” 연구원들의 과학적인 설명을 들으니 더욱 그럴싸했다. 조리 역시 과학이 필요하다. 버섯이나 가지 같은 식재료는 스펀지 구조로 되어 있어 무수한 기공을 갖고 있다. 닿는 순간 액체를 흡수하게 된다. 유달리 기름을 많이 먹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팬에 볶을 땐 마른 팬에 버섯만 먼저 넣고 익혀 수분기를 낸 뒤 기름, 양념을 넣어보자. 더욱 건강하고 깔끔하게 조리할 수 있다.
RECIPE by 신현범 디태치먼트 셰프
“듁셀 Duxelles이라는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버섯 요리 테크닉을 사용했다.
남은 듁셀은 토스트한 빵 위에 치즈와 함께 올려 먹어도 좋다.
슈니첼은 레몬과 함께 익혀 신맛과 향이
은은하게 배도록 조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머시룸 듁셀 슈니첼
머시룸 듁셀 슈니첼
재료(2인분) 양송이버섯 150g, 베이컨 2줄, 양파 1/4개, 마늘 3쪽, 파슬리 1줄기, 닭 가슴살(큰 것) 1조각, 달걀 1개, 레몬 1/2개, 밀가루 · 빵가루 적당량씩, 소금 · 후춧가루 조금씩
1 양송이버섯, 베이컨, 양파, 마늘은 모두 곱게 다진다.
2 팬에 베이컨, 양파, 마늘, 양송이버섯 순으로 넣어가며 수분이 완전히 날아갈 때까지 볶아 듁셀을 만든다. 마지막에 다진 파슬리를 섞어 식힌다.
3 닭 가슴살은 가로 방향으로 칼집을 넣어 반으로 가른다. 밀대로 쳐서 얇게 편 다음 소금과 후춧가루로 밑간한다.
4 닭 가슴살에 2의 듁셀을 바르고, 그 위에 다시 닭 가슴살을 올린다.
5 4에 밀가루, 달걀, 빵가루 순으로 묻혀 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에 레몬과 함께 굽는다.
6 접시에 슈니첼을 담고 함께 구운 레몬의 즙을 뿌린다. 기호에 따라 와일드 루콜라나 매시트포테이토를 곁들인다.
RECIPE by 장진아 베이스이즈나이스 대표
“산초나 참나물을 넣어 향을 더하면
평범한 새송이버섯도 특별해진다.
여기에 식감 좋은 곤약 우동면을 추가하면
한 끼 식사로도 거뜬하다.”
새송이 곤약 우동면. 멋스러운 녹색 대리석은 모두 르마블.
새송이 곤약 우동면
재료(1인분) 새송이버섯 2개, 꽈리고추 5개, 참나물 5~7줄기, 들기름 1작은술, 곤약 우동면 200g, 올리브유 1큰술, 마리네이드 양념(조림용 맛간장 · 물 2큰술씩, 맛술 1+1/2큰술, 참치액 · 유기농 흑설탕 · 산초가루 1작은술씩)
1 밑동을 제거한 새송이버섯은 8등분한다. 꽈리고추는 꼭지를 살려 길이로 2등분한다.
2 참나물은 곱게 썰어 들기름을 넣고 살짝 무친다.
3 곤약 우동면은 찬물에 헹군 뒤 체에 밭쳐 물기를 제거한다.
4 팬에 기름을 두르고 1의 버섯과 꽈리고추를 넣어 볶는다. 곤약 우동면, 분량의 양념 재료를 넣어 졸이듯 익힌 뒤 마지막에 산초가루를 뿌려 섞는다.
5 접시에 4를 담고 2의 참나물을 올린다.
CREDIT
에디터
문은정
포토그래퍼
이현실
food stylist
김보선(스튜디오 로쏘)
assistant
전윤정
advice
김정은 · 안형균(샘표 우리맛 연구중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