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는 어떤 신제품이 출시됐을까. 새로 나온 먹거리를 씹고 뜯고 맛보고 리뷰했다.
01
스팸 마라
대륙의 맛, 스팸까지 점령하다
스팸에서 마라 맛을 출시했다. 마라는 중국 사천성에서 유래한 것으로, 얼얼함을 뜻하는 ‘마’와 매운맛의 ‘라’가 합쳐진 말이다. 과자, 라면, 치킨, 떡볶이 등 최근 1년 사이 마라 맛 상품이 넘쳐나고 있어 다소 시큰둥했던 것도 사실이다. 유행하는 것은 싫어지는 힙스터 병이 있어서 그렇다. 하지만 얼큰한 맛을 즐기는 우리나라에서 마라의 인기는 꽤나 타당해 보인다. 팬에 스팸 마라를 썰어 노릇하게 구운 뒤 흰 밥 위에 올려보았다. 시작은 스팸이었으나 그 끝은 창대한 마라였다. 심지어 ‘마’한 맛을 내는 향신료인 화자오 알갱이의 흔적마저 씹힌다. 끝맛이 매콤하니 스팸 특유의 느끼한 맛을 잡아주는 효과도 있다. 가끔 시뻘건 대륙의 맛이 급하게 그리울 때 얼른 꺼내서 구워 먹기 좋겠다. 5천9백80원.
02
샘표 다시마 간장
짭조름함과 감칠맛을 한번에 해결
가끔 촬영 차 요리 선생님을 만나면 다시마를 넣어 만든 맛간장을 맛볼 수 있었다. 따로 감칠맛을 낼 필요 없어 편하겠다 싶었는데, 샘표에서 출시됐다 하여 얼른 먹어보았다. 샘표의 다시마 간장은 양조간장에 다시마를 넣어 달이고 숙성한 제품이다. 고유의 깊은 맛에 국산 다시마의 맛을 더해 짜지 않고 감칠맛이 풍부하다. 먼저 장조림 만들 때 넣어보았다. 오호라. 육수나 조미료 없이도 감칠맛이 살아났다. 전 같은 것을 찍어 먹는 간장으로 활용하기에도 좋았다. 한식 요리에는 두루 잘 어울리겠다 싶다. 하나 아쉬운 것은 간장의 패키지 디자인이다. 아무래도 혀보다는 눈이 빠르지 않나. 맛이 없는 것이라도 예쁘면 사게 되는데, 다시마 간장은 상품 코너에서 다소 파묻혀 있다. 조금 더 예쁜 옷을 입었으면 한다. 8천4백30원.
03
존쿡델리미트 팜프레시 드라이에이징 T본 스테이크
집에서 먹는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 얼마나 맛있게요
블랙앵거스를 21일간 드라이에이징한 제품이다. T자 형태의 뼈를 사이에 두고 안심과 채끝 등심이 함께 붙어 있는, 스테이크계의 짬짜면 같은 아이라고 보면 된다. 어찌 보면 드라이에이징이야말로 고기의 맛을 최대로 끌어내는 최상의 숙성법이 아닐지. 수분이 날아간 덕에 감칠맛은 늘어나고, 천연 효소가 근육을 분해해 딱 알맞게 부드럽다. 스테이크 양은 둘이 먹기에는 살짝 부족하고 혼자 먹기에는 다소 많은 편. 판매처인 마켓컬리에서는 미디엄 레어로 굽는 것을 추천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미디엄 웰로 굽는 것이 훨씬 맛있었다. 유효기간도 넉넉한 냉동 제품이기에 냉장고에 쟁여두었다가 손님이 오면 대접해도 좋겠다. 조만간 또 주문할 것 같다. 마켓컬리에서 판매. 4만4천9백원.
04
오뚜기 채황
마트에서 살 수 있는 대중적인 채식 라면
대형마트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채식 라면이다. 영국 버건인증협회의 인증까지 받았다. 싱그러운 녹색 봉지는 시뻘건 라면 코너에서 단연 돋보인다. 심지어 건강에 좋을 것 같은 착각마저 드는데, 나트륨 함량이 기존 라면 대비 낮은 편이다. 하지만 면은 역시 기름에 튀긴 유탕면. 아무래도 채소로만 맛을 내다 보니 적당히 기름진 맛이 필요했을 것이다. 감자 전분으로 만든 쫄깃한 면발은 그간 출시된 비건 라면 중 가장 탄탄하다. 생각보다 쫄깃하고, 쉽게 퍼지지도 않는다. 아쉬운 부분은 국물이다. 고기 대신 버섯으로 감칠맛을 냈다는 국물은 깔끔하기는 하나, 먹고 나서 강하게 남는 인상이 없다. 매콤함이 없다 보니 살짝 느끼하기도 하다. 칼칼한 맛이 영 그리운 이들이라면, 청양고추를 넣으면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 4개 세트 3천9백80원.
05
모파스타 트러플&안초비 파스타 키트
와인을 절로 부르는 이탈리아 현지식 파스타
고급스러운 패키지를 열면 트러플&안초비 소스 두 병과 파스타 두 봉지가 나온다. 안초비는 1929년 설립된 이나우디 Inaudi 사의 것, 파스타는 1846년 설립되어 6대째 파스타를 만들고 있는 루모 Rummo 사의 것이다. 장인 정신을 지닌 ‘메이드 인 이탈리아’ 제품이 한 상자에 담겼다. 패키지에 적힌 설명대로 파스타를 끓이다 안초비를 넣어 휘휘 볶아 먹었다. 파스타를 이렇게 쉽게 만들어도 되나 싶었는데, 괜찮다. 짭조름한 안초비는 고급스러운 맛이 나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파스타 면은 소스를 잘도 빨아들인다. 도수 높은 이탈리아 와인과 곁들이니 이것이야말로 완벽한 이탈리아식 디너다. 파스타를 만들고 남은 안초비는 바게트 위에 올려 부르스게타를 만들었다. 어쩔 수 없이 와인 한 병을 더 깠다. 2만7천원.
06
느린마을 증류주
심심한 게 단점이자 장점인 증류주
전북 고창에서 재배한 쌀로 빚은 증류주 원액을 블렌딩했다. 증류주를 블렌딩했다니. 그렇다면 이 술은 증류주라 할 수 있는가? 시작부터 좀 헷갈린다. 맛과 향은 굉장히 순한 편이다. 하지만 너무 순한 것이 단점이자 장점이다. 소주파는 마신 뒤에 ‘캬’ 소리가 나오지 않아 싫다고 했다. 반소주파는 목 넘김이 편안해서 좋다고 했다. 혹자는 맥주에 타서 소맥으로 먹기 좋다고도 했다. 누군가는 소주 비기너가 먹기 좋다고도…. 어쨌든, 도수는 16.9%로 요즘 유행하는 저도주의 그것이다. 이걸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여전히 헷갈린다. 하지만 모두의 한결같은 결론은 역시 느린마을 하면 막걸리라는 것이다. 느린마을 양조장에서 판매. 5천원.
07
오리온 찰 초코파이 인절미
인절미 떡을 초코파이로 즐기다
1974년생 초코파이는 탄탄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전하고 있다. 이번에는 떡을 넣어 만든 찰 초코파이다. 떡 반죽을 올린 비스킷을 오븐에 구운 뒤 마시멜로를 넣고 인절미 초콜릿으로 코팅한 제품이다. 솔직히 처음 먹었을 때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작아진 파이의 크기도, 인절미를 넣은 화이트 초콜릿 코팅도, 파이 안에 들어 있는 떡조차 영 어색하게 느껴졌으니까. 이건 초코파이랑 다르다며 끊임없이 비교를 해댔다. 그런데 인절미를 좋아하는 몇몇은 너무 맛있다며, 진한 에스프레소와 잘 어울린다고 칭찬 일색이었다. 입맛은 다양하구나. 하지만 역시, 꼬맹이 시절부터 쌓아온 추억의 맛을 단번에 뛰어넘으려면 뭔가 대단한 놈이 나타나야 할 것만 같다. 아직은 약하다, 약해. 4천8백원.
08
파타고니아 바이세
밀맥주 초심자도 부담 없는 맛과 향
머나먼 아르헨티나에서 온 크래프트 밀맥주다. 바이세 Weisse는 독일어로 흰 맥주, 즉 밀맥주를 뜻한다. 아르헨티나산 홉과 밀에 오렌지 껍질, 레몬, 파인애플, 고수 씨를 넣어 향을 냈다. 재료를 보았을 때는 호가든, 1664 블랑 같은 것이 떠올랐는데, 실제 맛과 향도 그 계열이다. IBU 수치는 10으로 쓴맛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참고로 홉의 향미가 강한 맥주는 IBU가 130 이상 되는 것도 있다. 같은 계열의 맥주 중에서는 너무 향이 강하고 달달해 별로인 것도 있는데, 그 정도가 과하지 않고 적당해 밀맥주 초심자도 부담이 없겠다.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마셨더니 특유의 향긋함이 느끼한 맛을 잡아주었다. 세비체나 회 같은 해산물과도 잘 어울린다고. 도수는 일반 맥주보다 살짝 낮은 4.2%. 3천8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