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 미모에 관심이 있다면 입거나 바르는 대신 열심히 먹어야 할 컬러가 있다. 노화와 암을 예방하는 데 탁월한 고운 보라색 채소를 소개한다.
어느 요리 전문가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점심을 거른 에디터를 위해 껍질을 벗긴 비트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익힌 다음 듬성듬성 썰어 내주었다. 와인을 닮은 진한 자줏빛에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았지만 예의상 한두 입 먹었는데 옥수수 통조림을 닮은 달착지근한 맛이 일품이었다. 또 무처럼 물기가 많아서 살살 녹았고 고구마보다 훨씬 먹기 좋았다. 보라색이라는 이유로 터부시하기엔, 맛있어도 너무 맛있는 채소였다. 그런데 이 비트와 같이 가지, 콜라비, 순무, 자색 감자와 자색 고구마, 적채, 적양파 등의 보라색 채소가 하나같이 특출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보라색을 띤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빨강, 노랑 등의 채소의 색에 따라 영양적인 효능을 설명하는 책 <7색 채소 건강법>에선 말한다. “채소가 보라색을 띠는 것은 색소 성분인 안토시아닌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안토시아닌은 활성산소의 발생을 억제하는 항산화 작용 외에 눈의 피로 회복, 백내장 예방 등과 관련 있다.” 이 밖에도 노화로 인한 시력 저하 예방, 고혈압 예방, 간 기능 보호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마크로비오틱 전문가인 이양지는 말한다. “보라색 채소의 효능을 말하자면 단연 항산화 효과예요. 몸속의 활성산소를 없애고 독소를 배출하는 데 효과적이에요. 노화와 암을 예방하는 데 탁월하죠. 젊음을 유지하고, 노화를 방지하고 싶은 여성에게 권하고 싶은 채소예요”
이렇게나 유익한 보라색 채소를 어떻게 하면 야무지게 잘 요리해 먹을 수 있을까? 안토시아닌은 열에 약하므로 지나치게 가열하면 변색되고 파괴된다. 또 색소 성분이어서 물에 쉽게 녹는다. 물에 담가두면 색이 빠지고 물은 보라색이 된다. 그러므로 안토시아닌을 그대로 섭취하기 위해서는 손질할 때 물에 씻은 다음부터는 되도록 물이 닿지 않도록 한다. 생으로 먹거나 피클이나 물김치 등 국물째 먹는 요리가 적합하다. 또 물에 삶지 않고 김이 오르는 찜통에 찌거나 전자레인지에 익히는 것이 좋다. 혹은 단시간에 열을 가하거나 기름째 먹는 볶음 요리, 기름막을 형성해서 안토시아닌이 빠져나가지 않는 튀김 요리도 좋다. 각 채소별 특징과 적당한 요리법을 소개한다. 콜라비는 순무와 양배추를 계량한 품종이다. 체내에서 생성되지 않아 꼭 섭취해야 하는 비타민 C가 풍부하다. 아삭아삭한 맛이 좋아 샐러드에 곁들이거나 무쳐서 먹는다. 피클로도 제격이다. 자색 순무는 섬유질이 풍부해서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또 소화를 돕고 성질이 따뜻해 몸을 데워주는 역할을 한다. 순무는 맵고 고소한 맛에 물김치를 담가 먹기에 좋다. 자색 감자와 자색 고구마는 비타민 C가 풍부하고 혈압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요리법은 센 불에서 오래 조리하지 않는 모든 요리에 적합하다. 적양배추라고 불리는 적채는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변비 해소에 효과적이다. 샐러드에 푸른 잎 채소 대용으로 쓴다. 비트는 철분이 풍부해서 저혈 작용, 빈혈과 임산부에게 필수적인 채소다. 당분 함량이 높아 샐러드는 물론 주스로 즐기기에 좋다. 가지는 칼륨이 풍부해서 체내에 쌓인 염화나트륨을 배출시키는 데 효과적이며 볶거나 튀기는 요리가 적합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식습관에서도 적용 가능한 말이다. 영양학적 가치와 조리법을 충분히 인지한다면 당장 오늘 마트 진열대의 보라색 채소가 눈에 띌 것이다.
참고도서 <7색 채소 건강법> 나카무라 테이지, 넥서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