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메종&오브제 출장으로 파리에 다녀왔다. 3박4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낮에는 열심히 일정을 소화하되 저녁 시간만큼은 자유로이 파리의 밤을 즐기고 싶었다.
서울에서 나는 기껏 해봐야 카페에서 샌드위치 먹기 혹은 조금 더 용기를 낸다면 사람이 매우 드문 시간대에 빨리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골라 식사하는 정도의 혼밥 중초보자쯤 된다. 물론 해외까지 가서 쑥스러움에 맛집 탐방을 못하고 올 만큼 소심한 성격은 아니지만 하루도 아니고 며칠 내내 입 꾹 다물고 혼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주 조금 걱정됐다. 그래도 하루쯤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자며 선배에게 레스토랑을 추천 받았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자크뮈스에서 지난해 말 새롭게 오픈했다는 설명이 흥미로워 예약을 했고 파리에서의 둘째 날 밤에 다녀왔다. 일단 소감을 이야기하자면 매우 만족스러웠다. 넘치는 아이디어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 자크뮈스에서 오픈한 레스토랑 울상 Oursin은 샹제리제 거리에 위치한 라파예트 백화점 꼭대기 층에 자리한다.
루이 비통과 구찌, 디올, 생로랑 등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카페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데, 자크뮈스 역시 지난해 3월 프랑스어로 레몬을 뜻하는 시트론 Citron 카페에 이어 지중해식 레스토랑 울상을 오픈한 것. 사실 단독 매장일 줄 알았는데 백화점 안에 자리한 것은 조금 아쉬웠지만 파리에 작은 지중해를 펼쳐낸 듯 아름다운 인테리어로 이런 아쉬움을 금세 잊게 했다. 각양각색의 도자가 진열된 벽과 아직 비어 있는 테이블 위 연어, 레몬, 타르트 등의 식재료가 올려 있는 듯한 유쾌한 디자인의 접시를 세팅해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음식도 훌륭했다. 스타터로 갓 구운 빵에 성게 스프레드를 곁들인 메뉴를 시켰는데, 비리지도 않고 녹진한 질감이 매우 맛있었다. 메인으로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문어구이를 시켜 야들야들한 문어의 식감을 한껏 느꼈다. 언젠가 파리를 방문한다면 눈과 입이 모두 행복해지는 이곳에 들러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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