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고수는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매력적인 식재료이기도 하다. 고수를 사랑하는 두 명의 미식가가 보물 같은 레시피를 공유해주었다.
본토 냄새가 풀풀 나던 중식집에서 밥을 먹을 때였다. 고수가 잔뜩 올라간 요리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리던 지인이 투덜대며 말했다. “내가 아는 중국어가 몇 개 안 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부 야오 샹차이(不要香菜, 음식에서 고수를 빼주세요)’라는 말이야.” 그는 중국 여행 시 식사를 주문할 때마다 ‘부 야오 샹차이’를 외쳤다며 손사래를 쳤다. 일부 연구 결과에 의하면, OR6A2라는 냄새수용체의 변이유전자를 가진 이들은 고수에서 특유의 비누 향을 느낀다고 한다. 즉 이런 특정 유전자가 고수에 대한 불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수많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고수다. 마니아들은 정말이지 다양한 음식에 고수를 넣어 먹는다. 특히 달걀말이나 라면 같은 일상식에 넣으면 이국적인 요리로 탈바꿈시켜주는 마성의 매력을 지녔다. 뿌리째 물에 담가놓으면 파처럼 자라나기 때문에 고수를 좋아하는 이들은 집에서 직접 길러 먹기도 한다(물에서 기르면 향이 다소 약해진다는 단점은 있다). 박누리 셰프의 <모두의 고수>에 따르면, 고수는 잎사귀뿐 아니라 뿌리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채소이다. 버리지 말고 모아놓았다가 육수로 활용하면, 국물의 향이 독특하면서도 풍미가 깊어지고 음식의 잡내를 제거하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피클을 담글 때 뿌리까지 활용해도 좋고, 삼겹살을 구울 때 같이 구워 먹어도 무척 맛있다.
RECIPE by 박누리 갈리나 데이지 셰프
고수 육회 국수
개인적으로 고수를 무척 좋아해 <모두의 고수>라는 요리책을 쓰기도 했다. 평소에는 육회 국수에 깻잎을 넣곤 했는데 시험 삼아 고수를 넣어보았더니 무척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았다. 고수가 육회와 달걀노른자의 느끼함을 고소하게 잡아주고,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재료(1인분) 육회용 소고기 · 소면국수 100g씩, 고수 20g, 간장 양념(간장 · 참기름 3큰술씩, 설탕 1과1/2큰술), 달걀노른자 1개, 청양고추 · 마늘 · 오이 적당량씩
1 육회용 소고기는 얇게 저미고, 채소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2 국수는 5~6분간 삶아 찬물에 여러 번 헹궈 물기를 뺀다.
3 볼에 분량의 간장 양념 재료를 넣고 잘 섞는다.
4 두 개의 믹싱볼에 육회와 국수를 각각 담고 3의 간장 양념을 반씩 넣어 따로 버무린다.
5 접시에 국수와 채소, 육회, 달걀노른자 순으로 담고 마지막에 고수를 올린다.
RECIPE by 신주하 요리연구가
고수 오믈렛 샐러드
치앙마이에서 자주 만들어 먹은 태국식 샐러드는 메인 요리의 훌륭한 파트너가 되어줄 것이다. 별도의 드레싱이 들어가지 않은 담백한 메뉴라 기름진 볶음밥이나 양념 주먹밥과 잘 어울린다.
재료(2인분) 고수 40g, 달걀 2개, 마늘 2쪽, 샐러드 채소 50g, 스낵 오이 1개, 홍고추 1/2개, 적양파 1/4개, 생강 1쪽, 드레싱(라임즙 1큰술, 간장 · 비정제설탕 1작은술씩), 식용유 적당량
1 고수(약 20g)는 뿌리만 제거한 후 줄기째 1cm 길이로 썬다. 달걀과 함께 섞어 준비한다.
2 마늘은 으깨 잘게 다진 뒤 기름을 두른 팬에 넣고 투명해질 때까지 볶는다. 1의 고수 달걀물을 부어 지단을 부친 뒤 식힌다.
3 남은 고수 잎과 샐러드 채소, 오이는 한입 크기로 썰고 홍고추와 적양파는 잘게 다진다.
4 분량의 드레싱 재료를 섞은 뒤 생강을 강판에 갈아 잘게 썬 홍고추와 함께 섞는다.
5 2의 식힌 지단을 반으로 자르고 김밥 속 지단을 썰듯 리본 모양으로 자른다.
6 접시에 3의 고수 잎을 듬뿍 얹고 샐러드 채소, 고수 오믈렛, 오이, 적양파를 섞어 볼륨감 있게 담는다. 라임 드레싱을 두루 끼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