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소스 한 병

굴소스 한 병

굴소스 한 병
몇 주 전 여경래 셰프가 진행하는 이금기 쿠킹 클래스에 다녀왔다.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짬뽕과 소고기 볶음을 배워보는 시간이었다. “자, 이제 굴소스를 넣고 고기를 재울 거예요.” 여경래 셰프가 화려한 칼솜씨로 돼지고기를 썬 뒤 투명한 볼에 투하하며 말했다. 음? 굴소스는 볶음밥 만들 때 쓰는거 아닌가? 에디터의 당황한 마음을 눈치챈 듯 셰프는 설명을 이어갔다. “고기를 재울 때 굴소스를 간장 대신 사용하면 훨씬 깊은 맛을 더해주거든요.” 정말이었다. 굴소스에 재웠다가 조리한 고기는 감칠맛이 깊고 부드러웠다. 셰프는 볶음 요리뿐 아니라 국물에 넣어 간을 내는 용도로 십분 활용했다. 그때부터 찬장에서 굴러다니던 굴소스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굴소스. 어찌 보면 중식을 대표하는 소스다. 광둥 지역에서 소금에 절인 굴을 조미료로 사용한 적은 있으나,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홍콩의 이금기가 등장한 후부터다. 이금기를 사람 이름으로 알고 있는 이들도 있지만 이금기는 창립자인 이금상의 이름인 ‘이금’에 ‘기 記’를 더한 것이다. 중국 남방 지역에서는 이름 일부에 기 記를 더하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장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광둥성의 평범한 농부였던 이금상은 난쉐이 지역으로 건너가 굴 요리를 파는 작은 찻집을 운영했다. 평소처럼 요리하던 그는 굴을 불 위에 올려둔 것을 깜빡했는데, 냄비 뚜껑을 열어보니 굴 수프가 갈색의 진득하고 강한 향을 내는 소스가 되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소스를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 큰 인기를 끌어 1888년에 이금기를 창립했다고. 볶거나 재우거나 다른 소스와 섞거나 찍어 먹거나 등등 정말이지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소스야말로 만능 소스라는 별명을 얻을 만하다. 굴소스를 넣고 휘리릭 볶아낸 청경채 한 접시에 깔끔한 고량주 한잔. 지금 너무나도 간절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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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맛있게 샐러드 즐기기

더 맛있게 샐러드 즐기기

더 맛있게 샐러드 즐기기
드레싱이나 채소를 굽기만 해도 샐러드 맛이 확연히 달라진다. 입에 꼭 맞는 샐러드를 만들고 싶다면 특별한 노하우가 담긴 두 권의 책을 참고해봐도 좋겠다.  

 

나의 프랑스식 샐러드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레스토랑 빌라 올리바를 운영하는 저자가 직접 체득한 요리 비법을 담은 책이다. 한 가지 재료로 만드는 샐러드와 프랑스인 남편과 함께 살며 익힌 프렌치 샐러드 레시피 등 다양한 요리법, 디자이너의 감각이 담긴 플레이팅 팁 등을 담았다. 이선혜 지음. 브.레드. 1만8천원.  

맛있는 샐러드는 드레싱에서부터

드레싱은 샐러드 맛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다. 이 책은 크게 비네그레트 드레싱과 크리미 드레싱으로 나눠 샐러드 조합법을 설명한다. 입맛에 맞게 자신만의 드레싱을 구성할 수 있도록 기본 재료에 관한 이야기도 담았다. 저자가 정리한 재료의 비율표와 매칭표도 실었으니 참고할 것. 정리나 지음. 미호.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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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의 오아시스

브루클린의 오아시스

브루클린의 오아시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삭막해진 뉴욕에서 오이시스 같은 아우터 스페이스가 오픈했다. 식물과 아메리칸 스타일의 멕시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이곳은 멀리 휴양지에 온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CTeddy Wolff
  전 세계 도시가 그랬듯 뉴욕의 식당들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암흑과도 같은 시간을 보냈다. 긴 줄이 이어지며 인산인해를 이뤘던 식당들도 4개월간 굳게 문을 닫았을 뿐만 아니라 50년 이상 한자리를 지켰던 역사적인 식당도 견디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코로나19의 상황이 개선되는 듯한 6월을 기점으로 레스토랑의 실외 영업이 전격 허용되었으며(실내 영업은 여전히 중단되었다), 이로써 뉴욕의 다이닝 신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새롭게 오픈한 레스토랑이 브루클린 부시윅 Bushwick에 있는 아우터스페이스 Outerspace다. 원래 이곳은 스페이스 스콧 99 Space Scott 99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수많은 행사가 취소되어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이자 이곳의 대표인 몰리 Molly와 웰스 Wells는 식당의 용도를 과감히 바꾸기로 했다. 많은 뉴요커들이 당분간 여행을 갈 수 없다는 현실을 감안해 잠시나마 뉴욕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한 공간을 만들기로 결정한 것. 이곳은 마치 리조트의 식당처럼 여름 하늘 아래 채도높은 주황색 파라솔이 펼쳐져 있고, 야자수와 초록의 식물이 그 주변에 가득하다.
강렬한 주황색 파라솔이 이국적인 휴양지를 떠올리게 하는 아우터스페이스. Scott Lynch Gothamist
 
바질과 치커리, 에이지드 치즈를 곁들인 서머 볼.
  회색의 공장 건물들과 대조를 이루며 더욱 오아시스처럼 느껴진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진정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외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대나무로 만든 간이 파티션이 테이블을 둘러싸고 있어 방처럼 프라이빗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으며 테이블 간격 또한 2m이상 떨어져 있다. 메뉴는 멕시칸에서 영향을 받은 아메리칸 스타일로 브루클린의 저명한 식당인 블랑카 Blanca 등에서 경력을 쌓은 코너 Corner와 루이스 Luis가 주방을 책임진다. 특이하게도 매주마다 로컬 재료에 따라 메뉴가 달라지며 문화생활이 전면 중단된 뉴요커들을 위해 매주 화요일에는 야외에서 영화도 상영한다. 유흥을 즐기는 뉴욕커들에게 찾아온 아우터스페이스는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오아시스와 같다.

add 99 Scott Ave UnitG, Brooklyn, NY 11237
tel 17183863482
web 99outerspace.com/

 
멕시칸 옥수수구이인 엘로데에서 영감을 받은 콘 디시
 
칠리와 라임을 가득 넣은 로티세리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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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원그림(뉴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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