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냉치냉이 절실한 계절이 다가온다. 감칠맛 나는 육수와 차가운 면의 조합이 새롭게 다가오는 음식을 <메종> 에디터들이 직접 먹어보고 리뷰했다.
01
가메골 냉모밀
“역시 여름엔 냉모밀”
신기하게도 무더운 여름만 찾아오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바로 얼음 동동 뜬 시원한 냉모밀. 남대문의 대표 맛집 가메골 손만두의 여름 인기 메뉴인 냉모밀을 이제 집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밀키트 형식의 가메골 냉모밀은 깊은 맛을 품은 시원한 시골 베이스의 동치미 육수와 도톰 쫄깃한 메밀면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끓는 물에 자연 해동한 면을 넣고 저어주면서 4분 정도 삶으면 완성. 조금 더 음식점과 같은 풍성한 맛을 위해 삶은 달걀과 채 썬 오이, 깨 소금을 살살 뿌려 완벽한 한 끼 식사를 마쳤다. 기호에 따라 열무김치와 배, 무즙, 김가루 등을 넣으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을 듯. 헬로네이처에서 판매. 4천원.
02
봉피양 평양냉면
“슴슴한 취향이라면”
출시 소식과 함께 귀여운 패키지 덕분에 한동안 SNS에서 핫한 제품으로 유행한 봉피양 평양냉면. 돼지갈비와 평양냉면으로 워낙 유명한 봉피양의 제품이라 믿음이 갔다. 봉피양의 평양냉면은 유난히 슴슴한 육수 맛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을 것 같다. 인위적이 맛을 최소화한 육수는 평양냉면 입문자보다는 덕후들한테 사랑받을 맛이다. 오이뮤에서 작업한 분홍색 패키지도 포토제닉한 멋이 있어 인증샷을 남기기에도 좋다. 또 봉피양의 제품이기 때문에 막연한 기분 탓일지 모르지만 냉면만 먹었을 때보다는 LA갈비나, 양념갈비랑 먹었을 때 훨씬 더 맛있었다. 달짝지근한 고기를 먹고 난 후 입을 깔끔하게 헹굴 수 있는 맛이랄까. 함께 들어 있는 얼갈이절임 고명은 조금 아쉽다. 면이나 육수랑 따로 노는 느낌이어서 차라리 백열무김치나 생오이를 썰어서 올려 먹는 것이 훨씬 맛있다. 마켓컬리에서 판매. 8천원
03
유천냉면 물냉면
“35년 전통의 맛”
서울의 대표적인 냉면집 중 빠질 수 없는 풍납동의 유천냉면. 오랜 시간만큼 이 맛을 기억하고 즐기는 이들이 많다. 사실 명성만 듣고 직접 가서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밀키트로 집에서도 손쉽게 먹을 수 있다니 참 좋은 세상! 밀키트 중에 가장 난이도 하. 면만 삶으면 모든 준비는 완료다. 무절임을 살포시 얹고, 국물도 조금 부어 겨자로 마무리하면 마치 식당에서 먹는 것처럼 그럴싸하다. 소고기를 5시간 동안 푹 우려낸 깊이감과 시원한 감칠맛이 일품인 국물에 쫀득쫀득한 면발은 여름 별미가 따로 없다. 열을 식히는 성질이 있는 메밀이 면에 함유되어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또 메밀의 식이섬유로 소화도 잘되어 가볍게 먹기 좋다. 무엇보다 기분 좋은 칼칼함이 느껴지는 비법 양념장이 이 냉면의 가장 큰 포인트! 참기름이나 오이, 깨를 곁들이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후루룩 면치기 소리와 갈증을 싹 없애주는 육수라면 이번 여름의 무더위는 걱정 없겠다. 집에서 시원한 에어컨 아래 유천냉면이라면 말이다. 1만1천원.
04
막불감동 동치미 막국수
“막 감동하게 만드는 막국수”
이렇게 친절한 밀키트라니. 동치미 막국수 밀키트를 시키니 예쁘게 얹을 오이와 배, 반으로 자른 삶은 계란, 국수와 곁들일 수 있는 직화 불고기와 반찬 열무김치까지! 식당에서 먹는 한 상 그대로가 담겨 있다. 신림역의 작은 포장마차에서 시작된 막불감동은 자가제면의 메밀면을 사용하는데 다른 밀키트와 달리 생면이 와서 더욱 메밀의 구수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국물은 고기 국물 베이스로 깊고 진하다. 여기에 열무김치를 더하니 개운한 맛이 일품이었다. 메밀면 한 젓가락에 숯 향을 가득 머금은 야들야들한 불고기를 올려 먹으면 금상첨화. 여름 다이어트 식단으로도 아주 훌륭할 것 같다. 부드러운 면발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동치미 막국수. 다음에는 만두와 함께 먹어봐야지! 띵굴마켓에서 판매. 1만1천원.
05
미사리 밀빛 초계국수
“살얼음 동동 새콤한 맛”
함경도와 평안도의 전통 음식인 초계탕에 국수를 접목시킨 초계국수. 사실 뜨끈한 삼계탕이나 닭칼국수는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차가운 국물에서 유독 비린내가 올라오는 초계국수는 선호하지 않는 편이었다. 조금은 편견을 갖고 맛본 미사리 밀빛 초계국수는 생각 외로 상큼한 맛과 비리지 않고 구수하면서도 시원한 맛에 한 그릇 뚝딱 비울 수 있었다. 특히 맑은 국물의 깔끔한 맛이 좋았는데, 각종 한약재와 과일을 넣고 10시간 이상 우려내어 깊은 맛을 내는 특제 소스가 그 비결이라고. 살얼음 동동 뜬 시원한 소고기 육수에 쫄깃한 국수, 초와 겨자로 맛을 낸 닭고기 그리고 아삭한 식감을 더하는 오이와 무초절임, 백김치 등이 듬뿍 들어 있어 여름철 입맛 없는 날 한 그릇 가볍게 먹기에 제격일 듯하다. 띵굴마켓에서 판매. 1만8백원.
06
울릉 평양냉면
“육수, 별 다섯 개”
평양냉면은 계절에 상관없이 항상 생각나는 소울푸드다. 특히 전날 과음을 해서 숙취로 고생하고 있거나 배는 고픈데 통 입맛이 없을 때 평양냉면이 제격이다. 담백한 국물 맛이 일품인 울릉 평양냉면은 김인복 셰프의 29년 노하우를 담은 밀키트 형태로 알루미늄 캔에 500ml 육수가 담겨 있어 위생적으로 깔끔했고, 면과 얼갈이김치를 비롯한 다양한 고명이 함께 들어 있다. 제주 한라산 아래에서 재배한 순메밀을 맷돌로 직접 갈아서 뽑은 면발은 쫀득하면서도 질기지 않아 굳이 가위로 자르지 않아도 먹기 좋았다. 평양냉면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다름 아닌 육수다. 너무 밍밍하지도, 텁텁하지도 않은 맛깔 난 육수가 생명인데 육수를 끓이고 식히는 데에만 5시간이 걸릴 만큼 공 들인 맛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평양냉면 제품을 집에서 시식해봤지만 가장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면을 다 먹고도 육수까지 싹 비웠을 정도로 흡족했다. 럭셔리 한식 다이닝인 울릉에서 직접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시판 제품이 이 정도라면 직접 찾아가서라도 꼭 먹어보고 싶다. 띵굴마켓에서 판매. 1만3천원.
07
프레시지 대패 삼겹 불냉면
“실패 없는 조합”
삽겹살을 메인으로, 후식은 냉면으로 자연스레 이어지는 흐름은 정석으로 여겨질 만큼 검증된 궁합을 자랑한다. 하물며 매운맛까지 첨가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거란 예상은 누구나 가능할 테다. 프레시지에서 출시한 대패 삼겹 불냉면은 그만큼 검증된 조합을 통한 결과물이다. 관건은 과연 불냉면이라는 이름을 붙일 만큼 화끈한 매운맛을 자랑하는가다. 제품을 열어보니 꽤 푸짐한 대패 삼겹살과 2인분은 나올 분량의 면 그리고 베트남 고추와 캡사이신을 넣은 매운 양념과 약간의 육수가 포함되어 있었다. 맛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냉면과 삼겹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패 삼겹살에 냉면을 쌈처럼 싸먹으면 삼겹살의 고소함과 육수를 머금은 면의 감칠맛이 올라오면서 곧이어 매운맛이 스멀스멀 느껴진다. 알싸한 매운 향이 코를 때리지만, 알싸함이 혀에까지 다다르지는 않는다.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하는 이들과 매운맛을 신봉하는 이들의 균형을 맞추려는 고민이 느껴졌지만, 버릇처럼 매운맛을 찾는 나 같은 이들에겐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을 듯하다. 9천9백원.
08
대성 F&D 속초식 명태회냉면
“의외의 시너지”
나름 바닷가 근처의 도시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는데 회와 냉면의 조합은 생각하지 못했다. 냉면은 고기를 먹은 자의 전유물이라는 안일하고 갇힌 생각이었다는 뜻이다. 고기에는 냉면이라면, 회에는 매운탕이나 회덮밥이라는 생각이 공식처럼 머리에 자리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속초에서 직접 수급한 명태회를 고명처럼 얹은 냉면을 시식하려니 왠지 모를 긴장감이 밀려왔다. 냉면과 함께 먹기 전 명태회를 먼저 먹어보니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었다. 여기에 과일을 넣어 단맛을 살린 양념이 더해지니 담백한 명태회에 입에 착 붙는 감칠맛까지 더해진다. 만약 냉면 육수가 뒷골이 당길 만큼 새콤했다면 앞서 느낀 맛을 망쳤을 것 같지만, 딱 적당한 선에서 깔끔하게 느껴져 훌륭한 합을 만들어낸다. 취향에 따라 물냉면과 비빔냉면 버전으로 모두 즐길 수 있도록 육수가 넉넉하게 동봉되어 있지만, 비빔냉면으로 만들어볼 것을 감히 추천한다. 양념장과 명태회의 궁합을 더욱 확실하게 느낄 수 있을 것. 9천8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