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안 내추럴 와인바, NM
두 번이나 예약을 시도한 끝에 방문하게 되었지만 근처를 돌아다녀도 쉽사리 찾을 수 없어 동행인과 15분가량을 헤맸다. 검색을 하고 나서야 간신히 샛길처럼 난 골목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잔뜩 약이 오른 상태였지만, 테이블에 놓인 손편지를 보니 그새 마음이 풀렸다. 물어보니 예약자 한정으로 약간의 사담과 고마움이 담긴 편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내추럴 와인을 판매하는 NM은 미리 찾아본 후기에는 어마무시한 와인 리스트 때문에 고르기가 어렵다고 했지만, 막상 열어보니 화이트와 레드로 구분된 두어 장 정도의 리스트업 밖에 없어 처음에는 선택지가 한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내추럴 와인을 처음 즐기는 동행인을 위해 세심하게 질문했던 직원의 배려가 더 큰 기억으로 남았지만. 레드와인 한 병을 주문하고 꽃문어와 추천 받은 셀러리악 퓌레를 곁들인 이베리코 뼈등심을 주문했다. 꽃문어는 조금 질긴 편인 데다 살짝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꽃 장식 때문에 계속 손이 가진 않았다. 다만 겉만 바싹 익힌 두툼한 두께의 이베리코 뼈등심은 육즙과 퓌레가 좋은 합을 이뤄 만족스러웠다. 와인과의 페어링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라이트한 타닌감의 와인을 주문했기에 조금 더 묵직한 풍미의 와인을 시켰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instagram @nm.seoul
editor 이호준
북유럽 가정식 브런치, 바통 밀카페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장대비가 내리던 날, 용산 골목을 뚫고 도착한 브런치 카페 바통에서의 식사는 꽤 만족스러웠다. 용리단길이라 불리며 용산과 신용산 쪽으로 브런치 카페와 맛집이 우후죽순 생겨났는데, 나의 위시리스트에 올라있던 바통 밀카페. 주말에는 웨이팅이 엄청 길다는 소문을 듣고 늦은 오후 4시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들렀다. 바통의 메뉴는 각종 샌드위치와 토스트, 샐러드, 음료 등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북유럽 가정식으로 구성된다. 비를 쫄딱 맞아 추웠던지라 먼저 오늘의 수프인 옥수수 수프로 몸을 데웠다. 고소하고 달달한 옥수수 수프는 길쭉한 바게트와 함께 나와 허기진 배를 잠재우기 좋았다. 메인으로는 바통 클럽 샌드위치와 바통 슈카를 주문했다. 부드러운 브리오슈 번과 서니사이드 업한 달걀프라이, 치즈와 닭가슴살, 베이컨 등으로 구성되었지만 식재료가 신선해서인지 깔끔해서 좋았다. 영어로 에그인 헬, 아랍에서는 샥슈카라 불리는 슈카는 짭조름한 고기 소스에 빵과 수란, 샐러드를 곁들여 담백한 클럽 샌드위치와 함께 먹기 좋았다. 거창하게 화려하거나 놀라울 만큼 맛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기본적인 맛조차 내지 못하는 브런치집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런대로 만족스러웠다. 공간이 크지 않아 테이블 간의 간격도 좁은 편이지만 통유리를 통해 햇살이 환하게 들어와 여유로운 주말 브런치를 즐기기에 좋을 듯하다. 주말은 예약 불가이며 평일에는 3인 이상만 예약이 가능하니 참고할 것.
instagram@baton_mealcafe
editor원지은
슴슴한 맛의 피자를 좋아한다면, 포카치아 델라 스트라다
이탈리아 현지 피자 맛을 구현한다는 소문이 자자한 포카치아 델라 스트라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면서 무더운 날씨에 웨이팅은 없었지만 여전히 북적거렸다. 포카치아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빵 가운데 하나로 밀가루와 이스트를 넣고 구운 평평한 빵을 일컫는다. 포카치아 델라스트라다는 빵에 각종 토핑을 얹은 다양한 맛의 포카치아 피자를 판매한다. 가장 잘 알려진 마르게리타를 비롯해 꼬또와 풍기, 베르두레, 쥬키니 앤초비와 고르곤졸라 피칸테, 브로콜리와 샬치샤를 하나씩 주문했다. 주문하면 따뜻하게 데워져 나오고 직사각형의 피자를 원하는 대로 잘라먹을 수 있도록 작은 집게와 가위를 준다. 맛은 기대했던 것보다는 평범했다. 미국식 피자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건조하고 담백한 포카치아 도우가 밍밍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래도 어깨햄과 버섯이 들어간 꼬또와 풍기 그리고 각종 채소를 올린 베르두레는 짭쪼름한 맛이 감돌아서 손이 많이 갔다. 나머지는 무난한 맛. 또 같이 곁들일 만한 음료 메뉴가 있는데 동행자가 주문한 아페롤스프리츠는 많이 달아서 피자와 함께 먹기에는 어울리지 않았고, 나는 페로니 맥주를 주문했는데 개인적으로 IPA나 골든에일같이 쌉싸름한 맛의 맥주를 주문할 수 있다면 피자의 풍미를 더욱 올려줄 것 같다. 2인용 테이블 5개가 전부인 좁은 가게이지만 상호 그래픽과 내부의 아기자기함이 로마의 어느 로드 피자집을 떠올리게 할 만큼 매력적이어서 여행이 어려운 요즘 시기에 외국 여행을 온 듯한 분위기를 내기엔 제격이다. 하지만 특별한 피자 맛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instagram @focacciadellastrada
editor 신진수
올데이 브런치&와인, 베르트
이국적인 테라스에 앉아 시큼한 내추럴 와인 한잔과 맛있는 음식으로 여름밤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던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가장 먼저 마주한 베르트 직원들의 애티튜드가 그 후의 식사에 영향을 끼쳐 즐겁지 못한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캐주얼한 분위기라고는 하지만 캐주얼의 경계가 모호하게 다가왔다. 내추럴 와인과 올데이 브런치를 선보이는 베르트는 테이블링을 통해 저녁에 방문했다. 결론을 먼저 얘기하자면 저녁보다는 낮에 브런치와 커피를 즐기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솔직히 저녁에는 브런치 메뉴가 솔깃하지 않더라. 와인을 보틀로 먹기에는 부담스러워 글라스 와인을 시켰는데, 컨벤션 와인이었다. 내추럴 와인을 기대했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마지막 희망은 와인에 곁들일 음식이었다. 내추럴 와인은 아니지만 컨벤션 화이트 와인과의 마리아주를 기대했지만, 이 역시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포르치니 버섯 리조토에 허브 소금에 염장한 오리다리 콩피와 샤워도우, 잠봉햄, 치즈, 모네소스, 달걀로 이뤄진 크로크마담을 주문했는데 가격 대비 평범한 맛이다. 특히나 오리 콩피는 3만원대의 가격을 감안하면 더 저렴한 가격으로 맛있는 레스토랑이 꽤 많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많았지만 삼각지의 힙한 분위기에 취하고 싶다면 한 번쯤 방문해도 좋겠다.
instagram @vert_629
editor 권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