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보석 브런치 카페, 모타운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가던 길을 멈추게 만드는 작은 가게가 있다. 동글동글 귀여운 서체로 쓰여 있는 MOTOWN은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마력만큼 메뉴도 순식간에 입안으로 사라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전에 다른 동네에서 티라미수와 커피를 인정받은 카페 사장님이 송파에 브런치 카페 모타운을 새롭게 오픈했다. 반가워하는 단골손님들의 리뷰를 토대로 시그니처 티라미수와 새로이 선보이는 샌드위치를 시켰다. 먹음직스러운 플레이팅이 맛의 첫인상으로 훌륭했고, 씹는 맛의 풍미와 여운이 남는 것으로 완벽하게 마무리가 됐다. 먼저 모타운만의 킥 소스로 볶은 양송이와 양파, 치즈를 녹여 만든 머시룸 멜트 샌드위치와 상큼한 귤 에이드를 곁들였다. 샌드위치의 맛은 사워도우를 버터에 노릇하게 구워 바삭한데 그 안에 녹아 있는 치즈와 버섯, 양파가 어우러져 겉바속촉을 이루었다. 맛이 심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워도우의 신맛과 담백한 버섯, 고소한 치즈가 한데 어우러져 내 입맛에는 훌륭했다. 레드 페퍼와 홀그레인 머스터드 소스를 곁들이면 훨씬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1만4천원, 가격만 조금 더 저렴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식후는 티라미수와 귀여운 모타운 컵에 담긴 아메리카노로 마무리. 에스프레소에 담가둔 레이디핑거 위에 크림과 코코아 파우더가 얹혀 나오는데 촉촉함보다는 식감이 있고 살짝 푸석한 느낌이 있지만 맛있었다. 음료 리뷰가 한없이 작아졌는데, 귤 에이드는 상큼해 브런치로 제격이었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약간의 산미와 쓴맛이 있는 평범한 커피지만 디저트와 곁들이기에 밸런스가 좋았다.
instagram @motown.seou
editor 권아름
차분한 무드의 쿠키 맛집, 뷰클랜드
걸어서 갈 수 있을 만큼 인근에 살아도 송리단길을 방문한 기억은 손에 꼽는다. 대신 SNS로 눈에 띄는 카페가 있으면 스크랩을 해뒀는데 뷰클랜드도 그중 하나다. 사진만 봐도 시원시원한 내부가 인상적이었기 때문. 실제로 방문해보니 따듯한 인상을 주는 나무 벽과 가구로 꾸며 묘한 나무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2층까지 넓게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차분하게 형성된 실내 분위기가 어우러져 더욱 마음에 들었다. 스웨덴 커피를 전면으로 내세운 뷰클랜드는 말 그대로 스웨덴 로스터리표 원두로 내린 커피를 판매한다. 커피 소비량 하면 한국도 여느 나라 못지않지만, 스웨덴은 하루 4~5잔이나 즐길 만큼 커피가 생활화되어 있다고. 이러한 설명을 들으니 더욱 커피 맛이 기대됐다. 동행인과 함께 각각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스웨덴 스윗라떼와 드립커피를 주문했다. 두 메뉴 모두 유달리 고소하거나 산미가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고 마일드했는데, 이 같은 이유로 스웨디시들이 커피를 더 자주 옆에 둘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커피를 기대하고 찾아갔지만, 의외의 부분이 더 만족스러웠다. 곁들일 수 있는 쿠키와 티라미슈처럼 수제 케이크가 이곳의 진짜 주인공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 특히 다크 초코 스모어와 단호박 크림치즈 쿠키는 달지 않고 쫀득한 데다 포슬포슬한 식감 덕분에 종종 사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고 떠들며 즐기는 카페라기보다는 가만히 앉아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것이 더욱 어울렸던 만큼, 혼자서 방문해도 좋을 듯. 책에서 발췌한 문구들도 전시해두고 있으니 내부 곳곳에 적혀 있는 문장들을 찾아가며 읽어보길.
instagram @swedencoffee_bjorklunds
editor 이호준
독일식 빵과 내추럴 와인
사실 칫챗은 배달 앱으로 알게 되었다. 코로나19 이후 배달을 하지 않는 유명 브런치집이나 디저트 가게가 너도나도 배달을 시작해 요즘은 줄을 서지 않아도 맛집의 메뉴를 맛볼 수 있게 된 점이 참 맘에 든다. 언젠가 과하지 않은 파스타가 먹고 싶어 별 기대 없이 주문한 칫챗의 리가토니 새우 로제 파스타는 기대 이상으로 푸짐하고 맛이 있어 시간이 되면 직접 매장을 방문해봐야겠다 싶었다. 평일 아침 홀로 방문한 칫챗은 생각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작고 아기자기한 브런치 가게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큰 규모와 짙은 코럴색으로 벽을 마감한 것 외에는 별다른 특색이 없는 인테리어에 왠지 모르게 이케아의 푸드코트가 생각났다. 아무래도 주문과 동시에 쥐어주는 진동벨과 쟁반에 담겨 나오는 음식 그리고 손님이 직접 먹은 식기를 리턴해야 하는 배식구가 있었던 탓인 것 같다. 그래도 음식 맛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아보카도 래디시 타르틴과 단호박 크림수프를 시켰는데, 보통 아보카도 샌드위치는 사워도우를 사용하기 마련이지만 이곳은 칫챗의 시그니처 빵인 독일식 모닝빵 악소를 사용해 부드럽고 가볍게 먹기 좋았다. 또 달달한 알맹이가 씹히는 단호박 크림수프도 마음에 들었다. 이 집의 특징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내추럴 와인. 식사 도중 벽 선반을 가득 채운 와인이 눈에 들어왔는데, 회원 가입비 3만원을 내면 기간 제한 없이 1만5천원 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와인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 회원 가입비가 들긴 하지만, 내추럴 와인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고려해봐도 좋을 것 같다. 다음엔 파스타와 와인으로 저녁 식사를 즐겨볼 생각이다.
instagram @chitchat_songpa
editor 원지은
가라! 빵순이들!
송리단길에 생긴 카페 페퍼는 이미 베이킹을 하는 이들에게 잘 알려진 유튜버 다람테이블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카페다. 페퍼라는 이름은 그녀의 반려묘인 후추에서 따온 이름. 특징은 글루텐프리이며 쌀가루로 만든 메뉴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밀과 같은 곡물에 들어 있는 글루텐은 물에 풀어도 녹지 않은 불용성 단백질인데 이 성분 덕분에 빵이나 면을 쉽게 가공할 수 있고 쫄깃한 식감도 생긴다. 그런데 이 글루텐 성분은 속이 더부룩한 증상이나 일부 사람들에겐 두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때문에 글루텐프리 빵이나 케이크, 스낵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평소 빵을 좋아하지만 먹고 나면 복부 팽만감이 불편해서 기피했던 이들에게 카페 페퍼는 그래서 더욱 추천할 만하다. 매장에 진열된 빵은 바나나파운드 케이크, 말차 파운드, 얼그레이 파운드, 스콘, 브라우니 등 모양새는 일반 빵과 같지만 글루텐프리거나 아주 소량의 강력분이 들어가 있다. 특별히 시그니처 메뉴라고 할 것 없이 각자의 취향대로 접시에 빵을 담는 이들이 많았고, 디저트보다는 한 끼 식사가 될 정도로 두툼한 크기를 자랑한다. 시식해본 기본 스콘은 스콘 특유의 목이 메이는 듯한 뻑뻑함은 없었지만 포슬포슬한 맛이 가볍게 느껴져 좋았고, 바나나가 올려진 파운드 케이크 또한 아주 달지 않아서 좋았다. 얼그레이 오렌지 케이크의 진한 얼그레이 향도 좋았고, 캐러멜 스콘은 촉촉하면서도 달콤했다. 신기한 건 글루텐프리여서 그런지 물리지 않고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었고, 먹고 나서도 속이 답답하다는 느낌이 확실히 덜했다. 나이대가 있으신 분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가족 행사 때 홀케이크를 주문해볼 예정. 계산대 쪽에도 쿠키가 있었는데 유리 돔으로 덮어두면 좋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하나 남는다. 내부가 좁진 않지만 낮 12시에 오픈하자마자 좌석이 금세 찼고, 저녁 시간대나 주말에는 긴 웨이팅이 있으니 유의할 것.
instagram @cafe_pepper_
editor 신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