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서 즐기는 오마카세, 스시누하
보통 스시 오마카세라 함은, 절제된 세련미가 더해진 일본 양식의 인테리어에 현대적이고 모던한 요소를 가미한 내부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오래된 한옥 인테리어가 눈길을 끄는 오마카세 레스토랑을 찾았다. 한옥을 개조해 운영되고 있는 스시누하는 종로구 누하동에 위치한다. 그간 방문해 본 오마카세는 호텔 혹은 강남권에 자리해 일명 ‘부티 나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모습이었는데, 이곳은 조금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스시를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 꼭 한번 가 보고 싶은 음식점 위시리스트 물망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맛보다도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기에 사실 스시의 맛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기대 이상으로 알찬 구성과 다채로움에 흡족한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우선 비린 맛이 전혀 없는 담백한 곤이 샐러드가 입맛을 돋웠다. 이후 사시미 두 점에 시즈오카에서 공수해온 와사비를 곁들인 메뉴를 시작으로 단짠의 조화가 훌륭한 문어 조림, 전복내장 소스에 튀긴 전복 그리고 치즈를 곁들인 메뉴와 전갱이 튀김 등 본격적인 스시 코스에 앞선 애피타이저가 알차게 구성되었다. 이후 삼치와 한치, 연어알 마끼, 참돔, 김에 싼 단새우, 참치 뱃살과 장어 등이 줄줄이 이어졌다. 이후에도 숯불에 껍질만 살짝 태워 숯향을 입힌 고등어 마끼와 참치, 우엉, 홍새우튀김이 들어간 롤이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다진 마늘이 조금 올라간 삼치 스시가 압승을 거뒀다. 마지막 입가심을 위한 후식으로는 팥과 생크림, 딸기 고명을 얹은 말차 푸딩이 디저트로 구성되어 비릿한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점심 6만원, 저녁 12만원대로 다른 오마카세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대를 자랑하기에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instagram @sushi_nuha editor 원지은
미국에서 먹는 스테이크, 볼트 스테이크 하우스
특별한 날을 기념하고 싶을 때 꼭 찾게 되는 메뉴 중 하나인 스테이크. 생일을 맞아 풍성한 육즙과 부드러운 식감,그리고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 이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스테이크를 맛보기 위해 미쉐린 가이드를 따랐다. 5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볼트 스테이크 하우스는 스테이크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인정한 국내 스테이크 하우스라고. 미국 농무부 인증의 상위3%이내 최상급 프라임 블랙 앵거스 품종으로 엄선한 소고기만 사용한다. 그 때문인지 스테이크를 먹는 순간 육즙과 식감, 풍미까지 모든 조건이 조화를 이루며 입안에서 오케스트라가 펼쳐졌다. 사실 럭셔리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기대하고 왔던 터라 문을 열고 마주하는 정리되지 않은 듯한 입구와 프론트, BGM 선곡 등이 아쉬웠다. 그러나 스테이크의 맛을 본 순간 분위기보다 맛으로 승부하는 ‘여긴 정말 맛집이군!’이라며 인정의 고개를 끄덕였다. 안심과 등심을 모두 즐길 수 있는 티본 스테이크로 그중 안심 부위 비율이 높은 포터하우스 드라이 에이징을 선택했다. 스테이크 맛을 좌우하는 숙성 과정은 두 가지인데 웻 에이징과 드라이 에이징으로 육류를 진공 포장해 육즙을 안에 가두는 일반적인 숙성 방식의 웻 에이징과 반대로 육류를 고온의 환경에 노출시켜 수분이 날아가는 과정에서 향이 응축되어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드라이 에이징이 있다. 미국 뉴욕의 피터 루거 스테이크하우스와 동일한 드라이 에이징 장비와 비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해 드라이 에이징을 선택했다. 적당한 식감과 이 풍미가 예사롭지 않았다. 감자튀김과 크림 시금치,구운 야채와 함께 곁들인 스테이크는 즐거운 미식 선물이었다. 기대했던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아늑한 분위기와 훌륭한 맛으로 미국 어느 동네에 터줏대감같이 자리한 오래된 스테이크 하우스에 여행 온듯했다.
instagram@vaultsteakhouse editor권아름
발효의 문으로 들어가리
김대천 셰프의 세븐스도어는 한국식 발효와 숙성 방법에 집중한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오픈한 지 1년이 됐지만 올해 원스타를 받으며 미쉐린에 입성했다. 문을 열면 레스토랑이 바로 나오지 않고 긴 복도를 따라 들어가야 하는데, 그 끝에 가서야 비로소 일곱번째 문을 상징하는 레스토랑으로 들어설 수 있다. 런치와 디너로 나뉘어 코스 메뉴를 주문할 수 있고 와인 페어링 코스도 준비돼 있다. 바 테이블로만 구성된 이곳은 오픈 키친으로 셰프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이런 구조 덕분에 혼자 식사를 하는 이들도 부담이 없다. 런치로 방문했고, 1시간반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발효 미식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었다. 흑마늘에 발효한 단호박 무스를 비롯해 무장아찌 타르트,곶감 오일 된장 크럼블 등 다음 메뉴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던 발효 아뮤즈 부쉬를 시작으로 멸치 액젓으로 만든 소스를 곁들인 방어회, 시트러스한 청으로 만든 소스가 일품이었던 랍스터 요리, 3년 된 누룩쌀로 숙성한 쫀득한 빵 그리고 입맛을 개운하게 잡아준 한우 사태동치미 국수까지 각 메뉴마다 개성을 느낄 수 있었다. 국수를 먹기 전 직접 만드는 대천김에 밥과 캐비어를 올려서 쥐어주는데 캐비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김의 맛 때문인지 의외로 맛있었던 조합이었다. 무엇보다 코스 메뉴에서 디저트가 별로면 이전의 메뉴 맛도 잘 기억나지 않을 만큼 실망하게 되는데 된장에 발효한 사과따당과 헤이즐넛 아이스크림 그리고 전통 차 메뉴의 조합이 코스를 끝까지 마무리하기에 좋았다. 메인 메뉴 중 고민했던 된장에 숙성한 덕자구이가 못내 아쉽고 궁금하다. 점심 12만원, 저녁 25만원이지만 재료와 메뉴에 들어간 정성을 생각한다면 전혀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
instagram @7thdoor_official editor 신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