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 깨끗한 바다에서 서서히 자라 육질이 더욱 쫄깃한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은 기계가 아니라 전문 다이버가 일일이 손으로 어획해 자연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손으로 어획하기 때문에 다른 해저 생명체를 해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노르웨이 수산 당국이 어획량과 품질 관리를 철저하게 진행하며, 어획된 노르웨이 킹크랩은 바로 가공하거나 급속 냉각을 통해 오슬로에 위치한 킹크랩 호텔로 옮겨진다. 최상의 상태를 유지한 채 항공 운송으로 각국에 수출되기 때문에 노르웨이 현지에서 느낄 수 있는 신선한맛을 세계 어디에서도 똑같이 맛볼 수 있는 것.
쉐즈 알렉스에서 진행한 키친잼 행사는 박진용, 장진모, 현상욱 셰프가 참여해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으로 만든 총 9가지 메뉴를 선보였다. 쉐즈 알렉스 마당에는 장진모 셰프가 레드 킹크랩을 훈제하기 위해 장작을 태워 운치를 더했고, 맛있는 냄새가 공간을 에워쌌다. 앙트레 세트 메뉴를 준비한 박진용 셰프는 레드 킹크랩으로 전혀 무거운 느낌 없이 산뜻하면서도 입맛을 돋우는 메뉴를 선보였는데, 특히 레드 킹크랩 몸통살 위에 드라이드 토마토와 토마토 다시 젤리, 허브를 얹은 메뉴는 본격적인 식사 전 와인과 곁들이기 좋은 우아한 산뜻함을 선사했다.
두 번째 코스를 준비한 현상욱셰프는 아시안 스타일의 메뉴를 구성했다. 레드 킹크랩 다리살과 함께 먹는 진저소이 드레싱을 곁들인 버미셀리 누들이나 송송 썰어 넣은 아스파라거스의 식감이 일품인 수프 등은 동양 음식을 좋아하는 내게 유독 맛있게 느껴진 코스였다. 마지막 메인 코스를 준비한 장진모셰프는 불향이 은은하게 배도록 레드 킹크랩 다리살을 훈제했고, 코코넛 버터를 넣은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 비스크과 사워도우를 준비해 키친잼 코스 메뉴의대미를 장식했다. 세 명의 셰프가 같은 재료를 사용했음에도 전혀 맛이 다른 메뉴를 구성했다는 점이 놀라웠고,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의 특징인 통통한 속살과 쫄깃한 식감 그리고 달콤한 육즙과 풍미가 진한 내장으로 만든 모든 메뉴가 기억에 남을 만큼 특색이 있었다. 런치와 디너로 나누어 선보인 키친잼 행사에 이어 세스타, 화빙장, 무슈 벤자민 세 곳에서 이어진 <메종> 고메위크는 국내 요식업계와 미식가들에게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의 매력을 확고하게 알리며 미식 로드를 이어나갔다.
마지막으로 김세경 셰프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식당에서 일했지만 이렇게 신선하고 단단한 살을 가진 킹크랩과 랑구스틴은 없었던 것 같아요. 질 좋은 식재료 덕분에 과감히 메뉴를 개발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신선하고 좋은 식재료의 수입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면 다양한 메뉴 개발은 물론이고, 식문화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하는 소감을 말했다. 11월의 끝자락, 바다 내음이 듬뿍 담긴 세스타에서의 저녁 식사는 해산물의 계절인 겨울의 시작을 알리기에 더없이 완벽했다.
바다의 신선함을 담다 by 세스타
차콜을 사용한 컨템포러리 아메리칸 퀴진 레스토랑 세스타. 좋은 식재료를 사용한 타파스 형식의 요리를 선보이고 있는 세스타의 김세경 셰프는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과 랑구 스틴, 연어 등 재료 본연이 지닌 단맛과 신선함을 한껏살린 다이닝코스 요리를 선보였다. “우선 메인 요리인 킹크랩은 스팀을 한 다음 차콜에 구웠어요. 킹크랩 자체가 워낙 달고 맛있기 때문에 과하게 소스를 입히거나해서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도록 심플한 방식을 고안했어요.” 김세경 셰프는 특히 차콜의 은은한 향을 입히기 위해 신경써서 조리했다고 밝혔다.
번갈아 입힌 갈릭 버터와 차콜의 향 그리고 마지막으로 올라가는 구운 버터를 짜서 먹으니 음식 맛의 밸런스가 훌륭했다. 추가로 내장으로 만든 버블랑 소스가 준비되었는데, 킹크랩 본연의 맛을 음미한 뒤 소스에 디핑해서 먹으면 또다른 맛을 즐길 수 있었다. 두 번째 코스 요리로 준비된 랑구스틴 타르타르 미니 샌드는 버터에 구워 얇게 썬 브리오슈 사이로 다진 랑구스틴과 셜롯, 레몬, 차이브만 넣어 심플하게 조리했다. “살아 있는 상태의 랑구스틴을 받았기 때문에 신선한 단맛을 느낄 수 있도록 타르타르로 만들었어요. 브리오슈에는 감태 파우더와 보리 새우 파우더를 뿌려 조금 더 감칠맛을 살린 다음 XO소스로 만든 아이올리와 귤로 만든 겔을 올렸어요.” 시트러스한 맛이 어우러져 상큼하면서도 버터에 푹 적신 크리스피한 브리오슈의 조화가 입맛을 돋웠다. 이외에도 부드럽고 촉촉하게 구운 연어에 레드커리 토마토소스와 조개, 홍합, 오징어가 함께 들어간 오일 포지 노르웨이 연어요리와 게 내장을 듬뿍 넣은 사프론 레드 킹크랩 리소토까지 입안에서 가득 퍼지는 바다의 내음이 일품인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노르웨이 킹크랩의 프렌치식 변주 by 무슈벤자민
올해 9월경 서울에 문을 연 무슈벤자민은 본래 샌프란시스코에 원류를 두고 있는데, 이런 이유로 아메리칸 스타일이 가미된 프렌치식 퀴진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메종> 고메위크를 맞아 선보인 4가지 요리에서도 언뜻 프렌치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을 이끄는 안진호 셰프는 “노르웨이산 레드 킹크랩은 재료가 지닌 본연의 맛과 식감으로도 이미 해산물 중에서도 으뜸가는 식재료라 할 수 있어요. 요리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늘 탐나는 식재료죠. 이번엔 프렌치 스타일을 가미하면서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도록 캐주얼한 느낌의 요리를 선보였어요”라며 메인 식재료인 노르웨이산 킹크랩이 지닌 뛰어난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 몸통살을 올린 계란찜으로 담백하게 시작해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 다리 부분을 이용한 얼음 사시미와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다리찜을 조개찜과 함께 구성했다. 더욱이 생소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 레드 킹크랩 사시미는 별미 중 하나로 차가운 얼음과 만나 꽃이 피듯 톡톡 터지는 식감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어서 나온 코스 요리는 노르웨이 연어를 미소에 마리네이드해서 스테이크처럼 구웠으며, 노르웨이 고등어는 빵가루를 입히고 튀겨 잡냄새를 잡았다. 마지막으로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 내장을 활용한 테판 필라프와 해산물 라면으로 든든하게 마무리했다. 사시미부터 찜, 구이, 튀김, 볶음으로 점점 맛에 강도를 높이며 절정으로 치달았던 궁극의 레드 킹크랩 코스 요리는 무엇보다 새로운 시도가 돋보였다. 화려한 기교를 부리기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조리법으로 미식의 경험을 선사하며 <메종> 고메위크의 특별함을 더했다. 최고의 식재료와 이를 십분 활용한 셰프의 노하우가 이뤄낸 하모니는 긴 여운을 남기는 아름다운 만찬이었다.
4가지 코스 요리의 시작을 알린 이번 메뉴는 알맞게 찐 킹크랩과 각종 해산물을 올린 시푸드 플래터. 탱글탱글한 식감이 극대화된 킹크랩과 함께 조개와 굴, 관자 등 바다 향이 물씬 나는 신선한 해산물을 조화롭게 맛볼 수 있어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산뜻한 바다의 맛을 즐겁게 실감할 수 있었다. 뒤이어 맛본 요리는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과 레드 킹크랩튀김. 바삭한 튀김옷에 숨어 있는 쫄깃한 킹크랩 다리살이 미각을 자극하고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이 선사하는 깔끔한 마무리가 이뤄낸 삼합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무슈벤자민 특유의 프렌치식 해석은 이후 선보인 두 가지 요리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부추와 달걀 크레프를 첨가한 콩소메와 립아이 스테이크 프리츠가 그 주인공. 튀김 다음으로 나온 콩소메는 담백하게 입안을 잠식해 앞선 두 메뉴와 남아있는 한 요리 사이의 간극은 중화하고, 코스 요리 간의 균형을 적절히 맞춰주었다. 마지막 퀴진은 프랑스식 전통 스테이크라 불리는 스테크에 프리츠를 변주한 립 아이 스테이크 프리츠. 마치 이불을 덮은 듯 달걀에 잘게 자른 킹크랩 살을 첨가해 스테이크 위에 얹어 부드럽지만 살아있는 식감은 물론, 킹크랩 특유의 향까지 가미된 스테이크를 선보인 것. 캐주얼하지만 맛과 플레이팅, 시각과 미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무슈벤자민에서의 심미적인 경험은 저물어가는 어느 겨울의 밤, 북유럽의 바다로 떠난 듯한 기묘한 상상을 펼쳐 보이기에 충분했다.
불과 얼음이 만들어낸 미식 페스타 by 화빙장
싱싱한 해산물을 활용한 요리를 선보이는 와인바 화빙장이 노르웨이 수산물과 만나 황홀한 미식의 협업을 선보였다. 일식 베이스의 이성호 셰프가 이끄는 화빙장은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린 요리가 특징으로 생물 킹크랩과 랍스터를 그 자리에서 바로 조리한 코스 요리가 대표 메뉴다. 긴 바에 앉아 직접 조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눈이 즐거운 동시에 맛 또한 인정받은 곳으로 많은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해산물이 특화된 화빙장만의 스타일로 노르웨이 레드 킹크랩을 활용한 특별 코스는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구성부터 플레이팅, 맛, 화이트 와인과의 페어링까지 완벽했다. “신선도는 물론 크기도 크고 맛도 좋아요. 이번 <메종> 고메위크를 계기로 레드 킹크랩을 각 부위별로 즐길 수 있도록 했어요.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노르웨이 고등어와 연어를 활용한 요리도 추가해 코스를 완성했어요.” 세심하게 구성된 메뉴는 불과 얼음의 장인을 뜻하는 화빙장의 이름에 걸맞게 불과 얼음이라는 두 가지 조리법을 적극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