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스트 퀴진>을 출간한 네이선 마이어볼드와 프란시스코 미고야가 이번엔 <모더니스트 피자>를 출시했다. 음식의 ‘멋’에 집중하는 이들의 음식 사진은 한 점의 예술작품과도 같다.
핸드폰에 촬영 기능이 장착되면서 음식 사진은 가장 흔하게 찍는 사진이 되었다. SNS 기록용으로 음식 사진이 올라오기 시작하자 ‘맛’보다는 ‘멋’이 핵심이 되었고, 성공하는 레스토랑은 무엇보다도 음식이 보기 좋고, 인테리어와 식기가 예쁜 인스타그래머블 성지가 되어야 하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전문가의 놀랍고 창의적인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요리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흥미롭기만 하다. 아마추어의 세계에 비로소 전문가가 등장했다고나 할까. <모더니스트 퀴진>, <모더니스트 브레드>에 이어 지난가을 출시된 <모더니스트 피자>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모더니스트라는 이름부터가 이들의 세계가 가히 예술의 경지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저자 네이선 마이어볼드 Nathan Myhvold와 프란시스코 미고야 Francisco Migoya의 이력은 더욱 특이하다. 먼저 네이선 마이어볼드를 검색해보면 마이크로소프트 최고 기술책임자였던 인물이 등장하는데, 동명이인인가 하면, 바로 그가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는 이 책의 저자와 동일 인물이다. 14세 때 대학에 입학한 수재로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한 후 스티븐 호킹 박사 아래에서 박사를 취득한 후 연수까지 마친 그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난 이후 지적벤처스를 공동 설립하여 수많은 특허 기술을 냈다. 일하는 틈틈이 요리학교를 다닌 그는 자신의 창조적 재능과 과학 지식을 결합해 2012년 <모더니스트 퀴진>을 출간했고, 이 책으로 제임스 비어드 재단상을 수상했다. 공동 집필자인 프란시스코 미고야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출신의 부모님 아래 멕시코 시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다양한 음식의 세계에 둘러싸여 성장할 수 있었고, 프랑스에서 학위를 받은 후 뉴욕에서 요리사로 경력을 쌓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전문가다.
약 5만 명의 팔로어를 지닌 그의 인스타그램을 방문하면 그가 만든 음식은 가히 조각 혹은 건축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의 첫 책 <모더니스트 퀴진>이 무려 2438쪽 5권의 볼륨으로 이루어졌다면, 이번에 출시된 <모더니스트 피자>는 단출하게(?) 3권으로 마무리되었으나, 여전히 1708쪽에 달하는 묵직한 분량을 자랑한다. 1권은 피자의 역사와 원리를, 2권은 기술적인 요소와 재료에 대한 탐구를, 3권은 이들만의 독특한 레시피를 담았다. 피자가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이 아니라 인류학적, 사회학적, 지리, 과학적 소산임을 밝히고 거기에 이들의 역량을 더해 요리법까지 담은 것이다. 화제의 다큐멘터리 <누들 로드>를 즐겨 봤던 이라면 분명 좋아할 만한 콘텐츠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예술작품을 차용한 듯한 피자들이다. 야채를 얇게썰어넣은 피자는 빈 센트 반 고흐의 ‘별이빛나는밤에’의 회오리 치는 붓 터치가 연상되고, 동그랗게 빨간 점을 찍은 피자는 영락없이 야요이 쿠사마의 호박작품으로보인다. 야채를 꽃 모양으로 썬 피자는 앤디워홀의 플라워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가 아닐 수 없고, 피자의 고향 이탈리아 지도도 형상화했고, 미국의 지도도 등장한다. 전작 <모더니스트 브레드>에도 다양한 종류의 빵을 조합해 쥐세페 아르킴볼도의 인물화처럼 보이는 이미지가 등장했는데, 이번에도 피자 재료를 활용한 이미지를 넣었다. 이들은 2017년부터 책에 등장한 다양한 사진을 선보이는 갤러리까지 오픈하여 라스베이거스, 뉴 오를레앙, 시애틀에서 전시를 이어나가고 있다. 본래 모든 새로운 것의 시작은 호기심과 모험에서부터 출발하는 것!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음식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연구했다고 하는데, 이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모더니스트 퀴진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