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손맛으로 한 점의 감동을 전하는 스시. 미들급 스시 오마카세 네 곳을 다녀왔다.
3개월을 기다려도 맛보기 어렵다는 가로수길 맛집, 스시오마주에 다녀왔다. 예약 앱을 통해 대기를 걸어두고 밤낮 가리지 않고 알림이 뜰 때마다 전쟁을 치르듯 얼마나 어렵게 예약한지 모르겠다. 조그마한 입구를 열고 지하로 내려가니 보통의 스시야 음식점처럼 작고 단조로운 공간이 펼쳐졌다. 인테리어는 큰 특징이랄 것 없이 ᄃ자 다찌 좌석으로 구성돼 심플했다. 이곳은 가성비 갑으로 정평이 나 있었기에 큰 기대를 안고 젓가락을 들었다. 가츠오부시가 듬뿍 올라간 계란찜을 시작으로 오이를 곁들인 바다장어튀김과 담백한 광어와 참돔를 맛봤다. 여느 때와 같이 밥의 양을 조금 줄이고 입맛에 꼭 맞는 비율을 찾아 다시 코스에 임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후 메뉴는 무엇하나 순서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제대로 취향을 적중했다. 개인적으로 횟감의 부위 중에서도 참치 뱃살, 광어 뱃살, 방어, 연어 등의 기름진 부위를 좋아하는 편인데, 대체로 담백한 스시가 비중을 크게 차지하는 다른 스시집과 비교했을 때 스시오마주의 구성은 꽤나 기름졌다. 물론 기름진 부위의 비린 맛을 제대로 잡아 오히려 담백함과 고소함이 배가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나의 베스트는 실파가 올라간 청어와 간 마늘을 살짝 올린 전갱이, 달게 간이 되어있는 김에 싼 고등어 봉초밥 그리고 입안 가득 차는 아나고였다. 특히 마늘을 올린 스시는 처음 맛봤는데, 마늘의 향이 입안에서 퍼져 비릴 수 있는 전갱이의 맛을 확실히 잡아줬다. 또 고등어 봉초밥은 끝에 시소향이 살짝 나서 담백하고 향긋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식사 중간에 제공된 바지락이 듬뿍 들어 있는 장국은 입안을 깔끔하게 씻어줘 두 번 리필했을 정도. 런치 6만5천원, 디너 12만원.
INSTAGRAM @sushi_omazu
선정릉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 때문에 찾는 이들도 있다는 스시산원. 이곳은 여러 개의 라인이 있는데 그중 본원이다. 몇 년 전부터 가파르게 상승한 하이엔드 스시야 중에서도 클래식한 곳으로 인정받고 있다. 디너로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만족스러운 식사였으나 가격대가 부담스러워(18만원), 런치에 ‘혼스시’를 도전했다. 런치 가격은 8만원. 스시산원은 마준형 셰프가 이끌고 있다. 자왕무시를 시작으로 광어, 새끼도미, 오징어, 고등어, 참치, 아나고 등 신선한 네타를 올린 스시가 서브됐다. 하필 저녁에 거한 식사가 있어 샤리를 최대한 적게 쥐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때보다 간이 조금 세게 느껴졌다. 청어나 고등어처럼 등 푸르고 특유의 비릿한 맛이 매력적인 생선을 좋아해서 맛있게 먹었고, 청귤과 소금을 살살 뿌린 갑오징어 스시 그리고 꼭 따뜻할 때 바로 먹어야 한다고 강조하신 아나고는 입에 넣는 순간 눈이 번쩍 떠질만큼 그 포슬포슬한 맛에 행복했다. 김에 싸서 나온 관자와 우니 또한 녹진하고 달큰한 맛이 신선했다. 배는 부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식사와 디저트를 패스할 순 없다. 적당한 양으로 따뜻하게 담겨 나온 온소바와 디저트로 나온 모나카 아이스크림까지 만족스러웠다. 다음에는 샤리 양을 조절하지 않고 먹어봐야겠다 생각했고, 어쩐 일인지 나의 스시 그릇만 다르게 나온 점이 아쉬웠다. 스시는 역시 우둘투둘한 돌 소재 위에 올렸을 때 가장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조만간 런치로 재방문한 뒤 여유롭게 선정릉 산책도 해보고 싶다.
TEL 02-557-5656
서래마을에 위치한 스시쇼우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가성비 갑’이다. 단 5만원(런치 가격)으로 스물한 개의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소식좌들에게는 힘에 부칠 수도 있는 긴 코스를 자랑한다. 김소스를 올린 계란찜을 시작으로 쑥두부, 전복 숙회, 사시미로는 광어, 참치 등살 그리고 스시류로 광어, 참돔뱃살, 가리비, 줄전갱이, 간 무를 올린 잿방어, 참치등살, 참치 뱃살, 참전갱이, 우니, 고등어, 바다장어를 끝으로 고구마튀김과 고등어구이가 들어간 온소바, 카스텔라 같은 교꾸, 후토마끼 그리고 후식으로 마카다미아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된다. 장작 1시간 30분 동안 쉴 틈 없이 꽉 채워 진행된다. 호정욱 셰프가 이끄는 이곳은 그의 오랜 내공이 담겨 깔끔하고 흠잡을 데 없이 맛있었다. 식재료 모두 신선했으며 정갈한 플레이팅과 알찬 구성이 완벽했다. 개인적으로 하루 동안 숙성한 고등어를 사용한 고등어 스시와 고소함이 느껴졌던 잿방어 스시가 일품이었다. 또 이곳의 시그니처인 고구마튀김은 낮은 온도에서 40~50분 통으로 튀겨 겉은 바삭하지만 안은 군고구마처럼 부드러웠다. 단아한 분위기도 한몫한다. 한지로 마감한 벽과 그 위로빛을 쏘아 만든 보름달같은 데커레이션은 심신을 차분하게 만들며 음식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했다. 8명이 앉아 먹을 수 있는 다찌외에 두 개의 룸이 마련되어 있어 가족이나 친구 모임을 하기에도 좋다. 디너는 12만원으로 이 또한 훌륭하다는 소문이. 가격, 맛, 분위기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벽한 스시쇼우는 미들급 스시야 중 단연 최고일 것이다.
TEL 02-595-4510
잠실나루 근처에 위치한 세이류는 이효윤 셰프가 운영하는 오마카세집으로 런치 1부, 런치 2부, 디너 총 세 타임만 운영한다. 하루에 단 세가지 섹션만 운영하는 데다 한 타임당 10명 정도의 인원만 수용할 수있어 꽤나 예약이 치열한 편. 급하게 예약을 변경해야 했지만 운좋게도 잔여 인원이 남아 부랴부랴 점심 시간을 틈타 방문했다. 시작은 속을 부드럽게 달래고 입맛을 돋우기 위한 일본식 계란찜 차완무시. 미온의 차완무시를 비울 즈음, 제철 생선회 두어 점이 함께 나온다. 이어 본격적으로 초밥이 등장하는데, 부드럽고 기름기가 적은 광어 등의 흰살 생선을 시작으로 등 청어나 계리치, 잿방어 등 비교적 기름기가 도는 등 푸른 생선과 붉은 살을 올린 초밥이 등장한다. 그리고 중간 중간 가리비 관자 등 회에 무뎌지는 미각을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사이 코스 메뉴가 마련되어 있다. 이전 세이류를 방문해 본 이들의 후기를 찾아보니 코스의 길이 뿐 아니라 밥 위에 올라가는 생선의 두께나 길이도 푸짐해 조기에 배부를 수 있다는 기분 좋은 경고를 전하는 것을 미리 새겨두고 있었다. 각오를 하고 코스에 임했지만, 세 번째 생선이 나올 즈음, 맛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밥의 양을 줄여 달라 요청하는 불상사가 일어났지만 말이다. 세이류에는 코스가 끝날 때쯤 맛있었던 초밥을 다시금 제공하는 앙코르 스시 서비스가 마련되어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초밥인 청어를 요청했는데, 과하지 않은 기름기와 쫄깃한 식감이 입안에 착 달라붙어 기분좋게 삼켰기에 그 순간을 다시금 느껴보고 싶었다. 점심은 6만원대, 저녁은 11만원대로, 점심보다 더 긴 코스와 높은 시가의 생선을 즐길 수 있다. 이효윤 셰프와 함께 총 두명의 셰프가 함께 오마카세 코스를 진행하며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줘 처음 오마카세를 도전하는 이들이라면 세세한 설명과 부담 없는 가격으로 제격이 아닐지.
TEL 02-418-2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