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으로 뚝딱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간편한 면 요리가 당긴다. 직접 제면해 쫄깃하고 부드러운 면발이 살아 있는 서울 면 요리 맛집을 소개한다.
이런 평양냉면도 있습니다, 우주옥
평양냉면을 몹시 좋아하는 사람으로 가장 기본적인 냉면이 가장 맛있다고 여전히 믿고 있다. 하지만 조금 색다른 평양냉면을 먹고 싶을 때 평양냉면 마니아들이 찾아간다는 연남동 우주옥을 방문했다. 점심은 월요일에만 운영하는데 40그릇 소진 시 주문이 끝난다. 걸어가기 힘들 만큼 폭우가 내렸기 때문에 오후 1시에 도착했음에도 주문이 가능했다. 맑은 국물 베이스인 ‘청’과 간장 베이스인 ‘진’ 중에 청을 주문했고, 날씨 때문에 기름진 것이 당겨 녹두전을 주문했다. 우주옥은 소 우와 술 주자를 쓴다. 기본적으로 점심이 아닐 때는 주류 주문이 필수다. 주문한 녹두전은 두꺼웠는데 젓가락으로 조각을 내자 돼지고기 덩어리들이 보였다. 일반적인 녹두전에 비해 고기가 엄청 많았고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도수 높은 술과는 잘 어울릴 듯. 개인적으로는 녹두 비율이 높은 전을 좋아해서 다음에 또 시킬 것 같지는 않다. 전을 반쯤 먹었을 때 나온 청냉면은 얇게 저민 분홍빛 샤퀴테리 속에 면을 품고 있었다. 국물부터 한 수저 먹어보니 한번에 그 맛을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오묘했다. 물처럼 맑지만 은은한 육 향이 퍼지면서 자꾸 맛을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적당히 찰기 있는 면과 고명으로 얹은 고기를 번갈아가며 먹었다. 술과 잘 어울릴 것 같고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에도 해장으로 제격일 것 같다. 언젠가 저녁 시간대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그때는 인기 메뉴 중 하나인 어복쟁반을 술과 함께 즐기고 싶다.
INSTAGRAM @woojoo.ok
생면 파스타의 성지, 에그앤플라워
해방촌 꼭대기 골목에 꽁꽁 숨어 있는 이곳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달걀 Egg과 밀가루 Flour를 이용해 직접 만드는 생면 파스타 전문점이다. 제면하는 공간이 입구에서 제일 먼저 반기며, 내부는 탁 트인 통창으로 남산타워가 보이는 근사한 뷰를 자랑한다. 서래마을 터줏대감 도우룸의 총괄 셰프던 윤대현 셰프와 그의 아내 김희은 셰프가 이끄는 애그앤플라워는 2022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에 선정되어 이미 전문 미식가에게 인정받은 곳이다. 애그앤플라워의 시그니처 메뉴인 홍새우 먹물 카펠리니는 비스크 소스와 먹물 카펠리니의 면이 대비되며 비주얼만으로도 먹음직스러웠다. 진한 새우 비스크 소스가 생면 깊숙이 스며들어 녹진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트러플 포르치니&버섯 딸리아뗄레는 버섯 향이 가득한 꾸덕한 소스와 넓적한 면이 특징. 씹으면 씹을수록 올라오는 버섯과 생면의 고소함이 조화를 이루며 느끼함보다는 담백함이 입안을 지배한다. 이 집의 생면은 쫄깃한 식감과 담백함 그리고 신선한 맛이 소스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며 그 맛을 배가시키는 듯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는 테라스에 앉아 남산 뷰를 바라보며 와인과 생면 파스타를 즐기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그리고 번외로 바질 페스토 계절 조개찜도 곁들는데, 감칠맛으로 입맛에 생기를 돌게 하더라. 추천!
INSTAGRAM @eggnflour.soul
제주도 청년이 빚은 말차 우동면, 오제제
한눈에 봐도 쫄깃함이 느껴지는 두꺼운 초록색 면에 사로잡혀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개인적으로 쫄깃한 식감을 매우 좋아해서 면발이 살아 있는 수타 우동을 즐겨 먹는 편인데, 그간 본 적 없는 초록색 면발이 눈길을 끌었다. 건널 제, 이루다 제의 의미를 담은 오제제는 제주도에서 바다 건너온 두 청년이 꿈을 가지고 서울에서 펼쳐낸 곳으로 우동과 소바 그리고 돈카츠를 주력으로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자루우동은 음식점 내부에 있는 제면실에서 제주 말차 가루를 사용해 직접 제면한 것으로 숙성시킨 쯔유에 두세 가닥씩 찍어 먹는 방식이다. 갈아낸 무와 고추냉이를 쯔유에 적당히 풀어 면발을 푹 담가 먹으니 달달 짭짤한 맛과 쫄깃한 식감으로 끊임없이 흡입했다. 그리고 자루우동과 완벽한 궁합을 자랑하는 안심 카츠. 제주도에서 선별한 돼지만을 사용해 숙성한 것으로, 겉은 바삭하고 안은 한없이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했다. 안심의 담백함을 극대화해 느끼고 싶다면 돈카츠 소스보다는 트러플 소금에 와사비만 올려 먹는 것을 추천한다. 오제제는 서울역점, 광화문점, 명동점 총 세 지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실 광화문점을 먼저 방문했지만 재료 소진으로 실패하고, 서울역점 역시 긴 웨이팅을 견뎌내야만 맛볼 수 있을 만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별도의 예약은 받지 않고 현장에서 테이블링을 통한 원격 줄서기만 가능하니 참고하고 방문을 계획하는 것이 좋겠다. 또 곧 강남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고.
INSTAGRAM @ojeje.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