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계획이 있었던 와인과 음식, 뱅글
올해 4월에 오픈한 성수동 뱅글은 내추럴 와인 수입사인 뱅브로와 미쉐린 2스타 밍글스의 합작품이다. 그래서 이름도 뱅글이다. 김민성 소믈리에 겸 매니저는 밍글스 음식과 잘 어울릴 5종류의 내추럴 와인으로 와인 수입을 시작했다. 뱅글에서는 이런 뱅브로의 와인(지금은 훨씬 더 많은 종류가 구비돼 있다)을 중심으로 밍글스에서 개발한 와인 페어링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런치에 방문한 뱅글에서 몇 가지 메뉴를 주문했다. 짭쪼름한 햄이 올라간 프렌치토스트, 초당옥수수와 새우튀김을 함께 튀겨 무화과에 곁들인 메뉴, 계속 손이 갔던 참깨 엔다이브 샐러드, 홍합을 곁들인 콜드 참나물 파스타 그리고 메인 메뉴로 성수 돼지갈비를 시켰다. 두 명이 방문했는데 주문한 메뉴가 너무 많은 게 아닌가 할 수 있지만, 요즘 소위 말하는 ‘소식좌’가 아니라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낮이라서 와인은 내추럴 화이트 와인을 글라스로 주문했다. 음식은 전반적으로 맛있었다. 워낙 유명한 밍글스만의 특색이 느껴지진 않았지만 와인과의 페어링을 생각한 메뉴여서 맛있는 와인에 적당한 식사를 고민하고 있다면 방문을 추천하고 싶다. 특히 별 기대 없이 주문한 프렌치토스트는 생햄과 브리오슈 토스트에 팔각 향의 시럽 매칭이 몹시 좋아서 이것만 따로 주문하고 싶을 정도였다. 날씨 좋은 계절에는 테라스도 강추! INSTAGRAM @vingle_seongsu뉴욕식 타코의 매력, 타크 TAC
오후 4시 땡! 하고 타크에 갔을 때는 이미 늦었다. 긴 줄의 행렬 끝에 서서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한 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타크에 발을 들였다. 작은 공간에는 5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고 하얀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맞이한다. 이곳은 전통 멕시코 타고가 아닌 뉴욕식 타코를 선보인다. 일반 타코 속, 잘게 썬 재료 대신 큼직한 삼겹살 한 점 또는 생선튀김과 소고기, 치킨이 통으로 토르티야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덕분에 한입 크게 베어 오물오물 씹는 재미가 있다. 자칫 육즙이 주르륵 흘러나오고, 입가에 음식이 묻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 이를 위해 테이블 위에 TAC라 수놓인 물수건이 준비되어 있다. 처음에는 어느 백반집에 온듯한 인상으로 의아했는데, 왜 필요한지 알겠더라. 메뉴는 포크, 치킨, 비프, 피쉬 4가지로 모두 훌륭했다! 그중 옥수수 토르티야에 크리스피한 포크벨리와 스파이스한 소스를 곁들인 타코가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스모크한 오이피클이 삼겹살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동시에 입안에서 풍성하게 퍼지는 풍미가 황홀했다. 글을 쓰면서도 침이 고인다.먹는 것만큼 보는 즐거움도 있는데, 메인 재료에 따라 색이 다른 토르티야를 사용했다. 비프는 그린 토르티야에 셜롯과 삐빠라페퍼가 들어가 있고, 치킨은 차콜 토르티야에 코올슬로와 버터소스를 올렸다. 또 타크만의 특별한 점은 트러플, 아보카도, 살사소스 등 원하는 재료를 선택해 직접 조합할 수 있다는 것. 타코 외에도 다양한 스몰 플레이트가 준비되어 있는데 콘립을 꼭 추천한다. 바삭하게 튀긴 초당옥수수에 스파이스 파우더와 딜 샤워크림을 곁들인 콘립으로 양쪽을 잡고 뜯어 먹는다. ‘꿀꺽 라거’, ‘오렌지 고제’ 등 독특한 이름의 맥주 메뉴와 데킬라가 준비되어 있으니 함께 즐겨보길!
INSTAGRAM @tac.seoul
싱싱한 해산물의 풍미, 필레터
해산물보다는 고기를 외쳐온 취향에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청담동에 새롭게 오픈한 와인바 겸 레스토랑 필레터가 그 주인공. 이곳은 스타터부터 메인까지 모든 메뉴가 해산물로 구성된, 말 그대로 해산물 러버를 위한 곳이다. 입구에서부터 ‘여기는 해산물 파는 곳이야!’를 외치듯 각종 싱싱한 생선이 냉장고 안에 걸려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에이징한 스테이크를 보여주듯 말이다. 한치, 문어, 가리비, 새우, 금태, 덕자, 대구, 우니 등 수산시장에서 당일 구입한 해산물은 필레터만의 조리법으로 풍미 가득한 요리로 태어난다. 스타터로는 숯불에 구운 문어에 부드러운 감자 퓌레, 진한 바질 소스를 곁들인 문어 요리를 골랐다. 감자 퓌레만큼이나 입안에서 눈 녹듯 사라지는 문어의 식감과 고소한 바질 소스가 너무나 향긋해 바닥이 들어날 정도로 싹싹 먹은 기억이 아직까지도 선명하다. 메인으로는 딱새우 소스로 만든 파스타에 우니를 듬뿍 올린 요리와 팬프라이한 덕자에 그린커리 소스와 매콤한 녹두와 초리조를 올린 요리를 맛봤다. 먼저 우니 파스타에 대해 설명하자면, 보통 엄지손가락 크기만 한 자그마한 양의 우니가 올려지기 마련인데, 이곳 우니 파스타는 정말 손바닥만 한 우니가 듬뿍 올라가 입안 가득 퍼지는 향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큰 병어를 뜻하는 덕자 요리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과 크리미한 소스가 어우러져 화이트 와인과 맛봤을 때 완벽한 궁합을 자랑했다. 필레터는 저녁 시간에만 운영하며 테이블당 와인 한 병은 필수이니 참고할 것. INSTAGRAM @filleter.f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