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브에서 즐기는 풍미 가득한 이국적인 향신료. 미국식 중식당,
아메리칸 차이니스 맛집에 다녀왔다.
도산공원에서 찾은 추억의 맛,
웍셔너리 청담
나의 첫 미국 중식 경험은 초등학생 시절 부모님을 따라간 중국집이었다. 이태원 해밀턴 호텔 2층에 자리했던 그 중국집에는 늘 먹던 짜장면 대신 볶음면이, 탕수육 대신 몽골리안 비프가 있었다. 메뉴도 많아 무엇을 시켜야 할지 늘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아메리칸 차이니스는 연말연시 가족과 함께 먹는 푸근한 외식 메뉴로 각인되어 있다. 도산공원에 자리한 웍셔너리는 다운타우너, 카페노티드, 리틀넥 등을 운영하는 GFFG의 아메리칸 차이니스 레스토랑이다. 확실한 컨셉트로 승부하는 계열사답게 내부에 들어서자 레드와 그린 컬러 조합의 레트로한 인테리어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메뉴는 크게 메인 디시 5종과 누들앤라이스 5종. 쿵파오 치킨처럼 아메리칸 차이니스의 정석 같은 메뉴부터 넓고 긴 면에 기름을 부어 비벼 먹는 뱡뱡면, 시추안콘프라이즈 등 생경한 메뉴도 준비되어 있었다. 이날은 안전한 길을 택했다. 페퍼 스테이크 앤 쉬림프, 오렌지 치킨, 챠오미엔, 에그 드랍 수프 등 베스트셀링 메뉴로 구성된 B세트에 갈릭 프라이드 라이스를 추가로 주문한 것.
부드럽게 넘어가는 에그 드랍 수프로 속을 달랜 뒤 본격적인 공략에 들어갔다. 페퍼 스테이크 앤 쉬림프는 특제 소이 소스에 브로콜리와 파프리카, 새우, 소고기를 재빠르게 볶아낸 메뉴로 후추의 알싸한 향과 감칠맛이 혀끝에 맴돌았다. 은은한 오렌지 향이 느끼함을 잡아준 오렌지 치킨과 꼬들한 밥알의 식감이 매력적인 갈릭 프라이드 라이스도 좋았지만 베스트 메뉴는 바로 중국식 볶음면 챠오미엔. 무엇보다 기름지고 자극적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슴슴하면서도 불 향이 느껴져서 마음에 들었다. 청담동이라는 위치를 고려하면 전반적으로 가성비도 뛰어난 웍셔너리 청담. 주기적으로 신메뉴도 나온다고 하니 다음을 기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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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큐와 중국 요리의 대통합,
더블해피니스
유학 시절, 느끼한 유럽식 음식이 물릴 때면 작은 구멍가게 같은 중국식 테이크어웨이 음식점에 들어가 이것저것 양념 짭조름한 메뉴를 시키곤 했다. 왠지 내겐 급하고 배고플 때 먹는다는 인식이 강한 아메리칸 차이니스 요리. 세련미와는 거리가 먼 스트리트 푸드 이미지의 아메리칸 차이니스가 성수동의 ‘힙’스러움과 만나 한층 젊어졌다. 더블해피니스는 이태원 라이너스 바비큐 출신의 셰프가 운영하는 곳으로 오픈 두 달 만에 성수동 신상 맛집으로 등극했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마리네이드한 BBQ 플래터와 큼지막한 스페어 립이 올라간 마라샹궈다. 메인 요리 외에도 사이드 요리를 맛보고 싶었기에 BBQ 플래터는 아쉽지만 패스하고 스페어 립 마라샹궈와 마파두부덮밥 그리고 반찬으로는 오이무침을 주문했다. 그간 무수히 마라샹궈를 경험해봤지만, 이곳만큼 강렬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곳도 없을 거다. 산처럼 쌓은 야채 더미에 허니브라운 소스로 구운 커다란 스페어 립을 아낌없이 올렸다.
곁들임 메뉴로 주문한 마파두부덮밥은 사실 마라샹궈와 맛이 흡사해 두 메뉴의 조합이 조금은 물렸다.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고기와 풍성한 재료로 요리해 단독 메뉴로 먹을 것을 추천하며, 마라샹궈와의 조합으로는 소고기 누들이나 볶음면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싶다. 더블해피니스의 요리는 술이 술술 들어가는 메뉴인 만큼 주류 또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하이볼 종류가 다양했는데, 백주와 진저에일을 섞은 시그니처 하이볼과 홍차와 레몬을 섞은 블랙티 하이볼, 바질과 스피어민트가 들어간 그린 하이볼까지. 성수역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자리해 접근성 또한 뛰어나 친구들과의 모임 자리로 더없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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