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이 많고 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인 생면 파스타. 고소한 풍미가 가득한 생면 파스타 전문 레스토랑 세 곳을 찾았다.
압구정에서 찾은 프레시 이탤리언, 세이지 앤 버터
가오픈을 시작한 지 아직 채 한 달이 되지 않았다는 소식에 냉큼 달려간 이곳. 2023 미쉐린 가이드 빕구르망에 이름을 올렸던 해방촌 생면 파스타 전문점, 에그앤플라워의 메인 셰프가 독립해 도산공원 옆에 차린 세이지 앤 버터다. 레스토랑의 이름에 어울리는 세이지 그린 컬러로 칠한 파사드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메뉴는 크게 애피타이저와 사이즈, 메인, 파스타, 디저트 등으로 나뉜다. 다양한 생면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 레몬 허브 쉬림프 파스타와 초당옥수수 뇨키를 주문하고 계절마다 달라지는 제철 샐러드, 매일 달라지는 오늘의 수프를 추가했다. 가장 먼저 나온 식전 빵과 세이지를 넣어 만든 버터에서도 이 집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하게 전해지는 인상을 받았다. 오늘의 수프는 제철을 맞은 단호박 수프. 적당한 농도에 단호박의 풍미가 더해져 기분 좋은 식사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서빙된 제철 샐러드는 프리제 위에 자두와 엔다이브, 부라타 치즈, 하몽을 올리고 허브 오일 드레싱을 더해 마치 여름 한 접시를 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이어 오늘의 메인인 두 종류의 파스타가 등장했다. 달콤짭짤한 초당옥수수와 감자 반죽을 동그랗게 빚어 살짝 구워 올린 뇨키의 맛도 좋았지만 레몬 허브 쉬림프 파스타의 압승이었다. 쫄깃한 파파델레 파스타에 홍새우의 깊은 풍미와 레몬 버터의 향긋함, 딜 허브의 풍미가 더해져 포크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압구정이라는 동네의 물가에 비하면 적당한 가격과 검증된 맛, 아늑한 분위기까지, 다음 방문 때는 꼭 아페롤 스프리츠를 곁들이리라.
INSTAGRAM @sageandbutter.seoul
생면 파스타 오마카세, 써리얼파스타바
이것저것 다 맛보고 싶은 파스타 덕후에게 추천하고 싶은 파스타 오마카세를 찾았다. 서울에서 한 시간은 떨어져 있는 의왕시 내손동에 자리한 써리얼파스타바다. 파스타를 먹기 위해 이렇게 먼 곳까지 가야 되나 싶겠지만, 그 맛과 섬세한 서비스를 경험한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다. 10개 좌석 남짓한 작은 바로 구성된 이곳은 셰프가 직접 뽑은 생면을 활용한 개성 넘치는 메뉴를 선보인다. 매달 새로운 메뉴가 구성되어 단골 고객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이곳의 8월 코스 메뉴는 스트라치아텔라 치즈가 중심인 바질&피스타치오 페스토, 모르타델라, 블랙 올리브 크럼블, 말린 토마토, 천도복숭아절임을 올린 애피타이저로 시작을 알렸다. 치즈와 페스토의 고소함에 모르타델라의 짭짤함, 천도복숭아의 상큼함이 더해져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다음으로는 바질 빵가루로 식감의 재미를 더한 가지 요리를 맛봤다. 메인으로는 두 가지 파스타와 뇨키가 준비되었다. 딱새우 육수와 딱새우 버터에 북해도산 관자와 미나리를 곁들인 얇고 납작한 타야린 파스타는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관자의 식감이 일품이었다. 또 일반 베이컨보다 두툼한 돼지 항정살로 만든 관찰레를 곁들인 스파게티 메뉴는 살짝 매콤한 산마르자노 토마토 소스를 베이스로 해 살짝 느끼해진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줬다. 여기에 향긋한 우리나라 양부추와 셜롯 치미추리로 풍미를 한껏 끌어올렸다. 뇨키 메뉴는 개인적으로 뇨키를 선호하지 않는 나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두백감자로 만든 구운 뇨키에 단호박 퓌레, 탈레지오 크림 소스, 만가닥버섯이 올라갔다. 겉바속촉한 뇨키와 달콤한 단호박 맛 그리고 이 메뉴의 하이라이트인 20년간 숙성시킨 발사믹이 맛의 밸런스를 완벽하게 잡아줬다. 설거지하듯 소스까지 싹싹 어 먹은 기억. 마지막으로 셰프가 직접 만든 황도복숭아 소르베로 완벽한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써리얼파스타바는 수, 목, 금요일 6시 타임과 토요일 점심에만 코스 메뉴를 진행하며 나머지 시간에는 단품 메뉴로만 운된다. 완연한 가을이 찾아오면 또 방문할 예정. INSTAGRAM @surrealpastabar
단골집처럼 즐기기 좋은 곳, 페코리노
서울 청담동의 페코리노는 세계 3대 요리 학교로 유명한 이탈리아 ICIF를 나와 현지에서 수년간 경력을 쌓은 최병준 셰프가 운하는 작은 트라토리아다. 이곳은 엄선한 재료에 오리지널 레시피가 더해진 생면 파스타가 원픽. 이름만 들어도 반가운 메뉴도 여럿이다. 오랜 시간 끓여 완성하는 볼로냐식 파스타, 크림이 들어가지 않는 까르보나라, 짭짤한 이탈리아산 염장 숭어 어란을 올린 보타르가 등. 생면 파스타에 진심인 사람들에겐 메뉴 한 줄 한 줄이 기쁨으로 읽힐 것. 추천 코스는 문어와 콜리플라워 퓌레를 곁들인 폴포 전채 요리에, 붉은 새우살로 속을 채운 파스타 아뇰로티. 새우가 입안 가득 퍼지는 아뇰로티는 적당한 쫄깃함으로 맛과 식감을 동시에 채우며 현지식 해산물 요리를 센스 있게 보여준다. 피칸 크럼을 얹은 뇨키는 감자 함량을 높여 폭신함과 고르곤졸라의 담백함이 두드러지는 메뉴다. 일반적인 뇨키와 달리 이곳은 반죽의 겉을 누른 느낌이 없다. 대신 바삭함의 자리를 부드러운 식감으로 꽉 채워 마음이 동한다. 비법을 물어보니 튀기지 않고 토치로 살짝 구웠다고 한다. 테이블을 화려하게 장식한 요리는 트러플소스 에그 타야린이다. ‘좋은 거 옆에 좋은 거’라는 표현은 바로 이런 조합을 말하는 게 아닐까. 블랙 트러플을 만난 생면은 향긋한 풍미를 내며, 단 한입에 달걀의 녹진한 고소함을 맛보게 한다. 얇은 면이 붇지 않도록 버무리지 않고 소스를 얹어 먹으니, 부드럽게 뭉개지는 생면의 식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페코리노를 방문한 이탈리아인들은 ‘엄마 손맛’을 떠올린다고 한다. 실제로 최병준 셰프는 이탈리아 정부의 엄격한 심사를 통해 레벨이 결정되는 ‘오스피탈리타 이탈리아나’ 인증서를 보유했다. 생면 고유의 장점을 탁월하게 살린 파스타를 보면 그 말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INSTAGRAM @pecorino_trattor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