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수의 계절이 돌아왔다. 열 오른 머릿속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줄 빙수 맛집 네 곳을 소개한다.
쇼콜라티에의 프로즌 디저트, 피에르 마르콜리니
세계 최고의 쇼콜라티에가 선보이는 빙수는 어떤 맛일까. 세계 파티셰리 챔피언십 우승자이자 벨기에 왕실의 공식 쇼콜라티에로 임명된 피에르 마르콜리니의 브랜드가 지난 2월 신세계 강남점 스위트파크에 오픈했다. 카카오 농장에서의 꼼꼼한 재료 공수부터 섬세한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제조 공정까지 프리미엄 디저트로 유명하다. 올여름, 그가 오직 한국을 위해 처음으로 빙수를 선보인다고 하니 한걸음에 달려갔다. 쇼콜라티에의 빙수라 초콜릿을 기대했더니 의외로 선보인 메뉴는 망고 코코넛 빙수. 일명 ‘호텔 빙수’로 자리 잡은 망고 빙수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용기가 가상했다. 부드러운 풍미의 코코넛 소르베를 곁들여 K-빙수를 새롭게 해석했다. 코코넛 소르베와 망고 소르베 위로 상큼한 생망고 큐브를 듬뿍 올렸다. 식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셰프답게 크런치한 피칸 강정을 토핑으로 올렸다. 부드러운 망고 과육과 바삭한 토핑이 어우러지며 입안 가득 펼쳐진 다양한 식감은 좋았으나, 개인적으로 견과류의 텁텁한 맛이 빙수 특유의 시원함을 방해하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곁들인 애플민트의 상큼함이 소르베와 개운하게 더 잘 어울렸다. 가격은 3만3000원으로, 호텔 빙수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이지만 양은 많지 않았다. 망고 코코넛 빙수와 함께 다양한 프로즌 디저트도 선보였다. 따뜻한 브리오슈에 차가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더한 독특한 여름 디저트 피스톨레, 망고 소르베와 진한 다크 초콜릿, 직접 개발한 망고 소스가 곁들여진 망고 파르페 등도 함께 즐겨보자. INSTAGRAM @pierremarcolini_kor
계절의 빙수, 메종 드 라 카테고리
10만원에 육박하는 호텔 빙수는 다소 부담스럽지만, 특별한 빙수를 먹고 싶다면 청담동에 자리한 메종 드 라 카테고리가 답이다. 터줏대감처럼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켜온 곳인데 디저트뿐 아니라 식사도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렌치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세련된 분위기와 보장된 맛, 무엇보다 브레이크 타임이 오후 5시부터 30분간이라는 사실은 이곳을 다시 방문하고 싶게 만드는 요소다. 많은 이들에게 이미 알려져 있지만 이곳은 여름철 빙수 맛집으로 유명하다. 계절에 맞는 제철 빙수로 메뉴가 지속적으로 바뀌는 것이 특징. 여름이 되면 커다란 복숭아를 통째로 얹은 복숭아 빙수를 비롯해 초당 옥수수 빙수, 블루베리를 곁들인 레몬 머랭 빙수 등 가볍고 상큼한 빙수들을 선보이고, 선선해지면 럼 밤 빙수와 땅콩 빙수 같은 다소 무거운 빙수들을 내놓는다. 이번에는 제철 맞은 초당 옥수수 빙수를 선택했다. 얼린 우유를 곱게 간 빙수 위에 국산 초당 옥수수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소스, 팝콘이 곁들여 나왔다. 무엇보다 옥수수 모양을 한 아이스크림과 팝콘까지 신경 쓴 디테일이 귀여웠다. 종종 얼음 자체가 달아서 부담스러운 때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옥수수를 갈아 만든 소스로 당도를 조절할 수 있어 더욱 맛있게 즐겼다. 복숭아 철이 되면 또 방문 예정이다. 가격은 4만3000원. INSTAGRAM @maison_de_la_categorie
찻집에서 여름 나기, 토오베
전통 찻집이 즐비한 안국역에선 차뿐 아니라 다양한 디저트를 구경하는 것이 또 하나의 묘미다. 개성주악 등 색색의 떡부터, 더위를 날리는 시원한 빙수까지. 달콤한 디저트의 향연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그중 우롱차 전문 티 카페 토오베 Tove에선 귀여운 모양의 레몬 젤리, 초콜릿 등 차와 곁들이는 다채로운 디저트도 있지만 소담하게 얼음을 올린 초당 옥수수 빙수가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다. 차분한 백색 공간에 컬러로 포인트를 준 가구들, 제각기 다른 생김새의 다구와 선반 곳곳에 간간이 보이는 위스키가 결코 평범치 않은 티 카페라는 첫인상을 풍긴다. 이곳에선 초당 옥수수 빙수를 우롱티와 세트로 판매하는데, ‘우롱티와 옥수수 빙수가 과연 잘 어울릴까’ 하는 궁금증에 얼른 맛보고 싶었다. 먼저 토오베의 자랑인 고소한 우롱티를 마시면서 목을 축였다. 아담한 찻잔에서 풍성한 향미가 퍼져나온다. 여기에 초당 옥수수 빙수를 한 입 먹으니, 냉온이 동시에 느껴져 상당히 이색적이다. 초당 옥수수를 곱게 갈아 얹어낸 빙수는 어린 시절 문구점에서 딸기나 포도 시럽을 얹어 먹은 얼음 빙수와 비슷했다. 루이보스를 우려내 첫맛은 향기롭고, 얼음 안에는 우롱차로 만든 젤리가 들어서 많이 달지 않고 은은한 향도 난다. 고소한 크럼블과 알알이 씹히는 초당 옥수수가 더해져 식감도 좋다. 여기에 토오베의 인기 메뉴인 레몬 젤리도 맛봤는데, 레몬의 상큼함을 100% 살린 짜릿한 맛이 좋아 그만 두 접시를 시켜 먹었다. 그간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더위 탈출을 시도했다면, 차 한 잔과 빙수도 좋은 대안이 될 터이다. 초당 옥수수 빙수 티 세트는 1만6000원. INSTAGRAM @room.tove
차갑게 즐기는 차 빙수, 잎차
해방촌의 한적한 골목을 따라 들어서면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다이애건 앨리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공간이 나타난다. 이곳은 옛 신흥시장을 개조한 곳으로 젊고 힙한 카페와 레스토랑, 술집 등이 밀집해 있다. 그중 아주 작게 자리하고 있는 찻집 잎차를 방문했다. 잎차는 모던과 클래식의 경계에서 차 문화를 선보이는 곳으로 매년 여름 특선 빙수 메뉴를 내놓는다. 밀크티, 말차, 호지차, 쑥 빙수 중 호지차 빙수를 선택했다. 워낙 호지차 애호가였기에 빠른 선택이 가능했다. 첫입에 느낀 진한 호지차 맛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솜사탕처럼 곱게 갈린 얼음은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고, 얼음 알갱이 하나 없이 고운 질감이 맘에 들었다. 이곳의 모든 빙수는 우유를 베이스로 만들어 얼음 빙수에 비해 차가운 자극이 덜한 것이 특징이다. 추가적으로 밀크티 빙수는 다량의 찻잎을 우려내어 신선하면서도 진한 향미를, 쑥 빙수는 어린 쑥만을 사용해 풀 비린내가 덜하고 단맛이 강해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잎차는 꾸밈없이 소박하게 꾸민 겉모습과 달리 차의 원료, 맛, 향에서만큼은 순정을 지향하고 있다. 추가로 맛본 밀크티와 매실차, 말차 휘낭시에 역시 모두 훌륭했다. 특히 밀크티는 독특한 홍차 향을 품고 있어 차 전문점다운 깊은 향을 느낄 수 있었다. 무더위 속 차갑게 즐기는 차 맛 빙수를 경험하고 싶다면 해방촌 신흥시장 안 잎차를 꼭 방문해보길. 참고로 이곳 빙수는 포장도 가능하며 가격은 1만원. INSTAGRAM @ifch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