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풍미와 독특한 맛을 내는 우드 파이어 레스토랑. 불 향 가득한 미식의 세계로 초대한다.
감칠맛 넘치는 모던 홍콩 퀴진, 금탄3.0
판교에서 핫한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손꼽히던 금탄3.0이 서울 삼성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광둥식 요리와 일본의 조리법을 더한 금탄만의 모던 홍콩 퀴진을 고수하면서도 더욱 정갈해진 메뉴와 프라이빗한 인테리어로 새롭게 변화를 줬다. 낮은 조도의 고급스러운 다이닝 공간에는 주방의 작은 동작까지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오픈 키친이 있어 흥미롭게 미식에만 집중할 수 있다. 여름철이라 특히 구미가 당긴 줄전갱이 라임 셔벗 세비체를 시작으로 숯불에 구운 XO 가리비와 오리 가슴살 등을 주문했다. 얇게 저민 줄전갱이는 라임과 오이를 이용해 만든 셔벗이 상큼함을 느끼게 해줘 스타터로 제격이었다. 인기 메뉴인 XO 가리비는 은은한 숯 향에 마늘과 XO 소스, 녹진한 치즈 소스 등 숙성된 소스가 다채롭게 더해졌다. 당면도 같이 구워져 나왔는데 소스와 어우러져 숯불의 풍미가 가득하니, 우드 파이어 퀴진임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참숯에 구운 오리 가슴살은 최상급 주원산 오리를 일주일 동안 염지하고 에이징해 굽는다. 곁들일 수 있는 고추는 브륄레를 만들 듯이 토치로 열을 가해 매콤한 향이 솔솔 풍기면서도 중독적인 달콤함이 있다. 아늑한 공간에서 숯불의 야성이 느껴지는 요리를 맛볼 수 있으니 더욱 만족스러웠다. 홍콩의 로컬 음식인 ‘비풍당’의 느낌을 살린 홍콩식 비풍당 새우는 뜨겁게 튀겨져 나온다. 새우를 발효 콩 소스로 매콤하게 튀긴 뒤 각종 채소와 마늘을 볶아 감칠맛을 높였다.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주방 한쪽에선 캠프 파이어하듯 불이 활활 타올랐다. 조명이 어둡게 깔린 공간에 따뜻한 불과 숯이 피워내는 향이 가득 차니 눈과 입의 감각을 자극하는 묘미가 있다. 이번 새 업장은 주류 주문 없이도 편하게 들를 수 있으니 조용히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권하고 싶다.
INSTAGRAM @geumtan_3.0
와인과 즐기는 스모키 앤 칠, 내추럴하이
녹사평역에서 내려 남산 쪽으로 쭉 걸어 올라오다 보면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의 식당 입구를 마주하게 된다.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와 유리, 나무, 식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내추럴하이의 외관. 몇 년 전 푸하하하 건축사사무소가 인테리어를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곳은 멋스러운 공간만큼이나 음식에도 진심이다. 낮에는 브런치 카페로, 오후 5시 이후에는 우드파이어 그릴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와인 바로 운영 중이다. 저녁 메뉴로는 콜리플라워 구이와 알배추 구이처럼 가벼운 음식부터 양갈비 구이, 토시살 스테이크 같은 무거운 음식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사워도우&버터와 콜리플라워 구이, 새우 프레골라, 토시살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주문과 동시에 뒤쪽 주방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장작불 위에서 하나둘 구워지고 있는 재료들을 보고 있노라니 굉장히 특별한 음식을 먹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나온 따끈따끈한 사워도우를 뜯어 입안에 넣었다. 시큼한 맛에 스모키한 풍미가 입혀져 깊은 감칠맛이 느껴졌다. 맛있다는 말이 새어나왔다. 뒤이어 나온 콜리플라워 구이는 완두콩 퓌레와 잘게 썬 블랙 올리브가 함께 곁들여 나왔다. 채소가 이렇게 맛있다면 편식하는 아이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장작불에 구운 새우와 똠얌을 곁들인 프레골라 파스타는 기대에 부합하진 못했지만 이국적인 풍미는 꽤나 마음에 들었다. 토시살 스테이크에는 살라피뇨 살사와 케슈넛 퓨레, 감자를 얇게 쌓아 올려 구운 밀푀유가 곁들여졌다. 바삭하면서도 쫀득한 감자 밀푀유가 의외의 수확이었다.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부터 주류 리스트도 꽤나 다채로워 어느 누구와 함께 와도 만족스러울 듯하다.
INSTAGRAM @naturalhigh_seoul
장작불로 입힌 불 향, 당스
옛 구옥을 개조해 만든 카페와 레스토랑이 가득한 신용산. 그중 골목 안쪽에 자리한 당스는 장작불을 이용한 우드파이어 다이닝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낮에는 브런치 레스토랑, 저녁에는 와인 바로 운영 중인데, 테이블이 많지 않아 예약은 필수다. 오픈 주방이라 화덕을 바로 볼 수 있었다. 작은 화덕에서 1차로 구운 뒤, 바로 옆 그릴에 올려 불 향을 입힌다. 대표 메뉴인 새우구이와 갑각류 라구 파스타는 큼지막한 새우 두 마리가 올라간 비주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기 대신 갑각류로 만든 라구라 화이트 와인과 어울리는 담백한 맛이다. 옴폭한 콘킬리에 면에 가득 녹아든 훈연 모차렐라 치즈의 불 향도 좋았다. 새콤한 치미추리 소스를 함께 주는데, 독특하게 고수를 넣어 만들었다. 식초의 톡 쏘는 맛과 고수의 상큼한 맛이 어우러지며 파스타와 곁들이기 좋았다. 또 다른 대표 메뉴, 프렌치 치킨 토스트는 달걀에 폭 적신 빵 사이에 매콤한 양념 치킨과 화이트 바비큐 소스, 오이 피클을 넣었다. 빵 위에 설탕을 뿌려 크림 브륄레처럼 겉을 바삭하게 구운 것이 특징. 생각보다 더 부드러웠던 식감과 달콤한 맛으로 디저트 느낌이 강했다. 샌드위치보다는 치킨을 곁들인 브레드 푸딩처럼 느껴졌다.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고구마 뇨끼. 감자 대신 호박고구마를 사용한 당스의 시그니처 메뉴다. 개성주악같이 둥근 도넛 형태로 나오는데, 뇨끼 아래에는 달콤한 고구마 무스와 고소한 아몬드 가루를 깔았고, 콜리플라워 피클, 샬롯이 곁들여 나온다. 감자 뇨끼보다 쫄깃함을 덜했지만 군고구마의 훈연향에 이색적인 매력이 느껴졌다. 간장 베이스 소스로 고구마 맛탕이 생각나기도 했다.
INSTAGRAM @danse.kr
미식의 향연, 로기
한남동에 숨은 보석을 발견했다. 북유럽 신화에서 불의 신을 뜻하는 이름의 로기 Logi는 참나무와 숯을 사용한 우드 파이어 요리와 수준 높은 와인, 감미로운 음악이 어우러진 미식 공간이다. 단순한 식사를 넘어서 불의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인 로기는 다양한 훈연 방식으로 조리한 메뉴를 선보인다. 직접적인 불 향을 입히는 방식인 핫 스모킹 Hot Smoking부터 간접 훈연 방식의 콜드 스모킹 Cold Smoking까지, 모든 요리는 세심한 훈연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최고급 비장탄, 말돈 소금, 직접 훈연한 올리브유를 곁들여 깊은 풍미를 더한다. 인테리어 역시 특별하다. 어두운 바탕에 빨간 조명이 은은하게 비치는 공간은 붉은 와인과 제격이다. 특히 좁고 밀도 높은 바 테이블에서는 활활 타오르는 불과 코를 자극하는 불 향을 직접 바라보며 이색적인 식사를 즐길 수 있다. 2인 방문 예정이라면 꼭 바 테이블을 추천한다. 로기의 히트 메뉴인 우니 파스타는 발효한 그린 칠리 소스와 훈연한 레지아노 치즈가 더해져 진하고 깊은 풍미를 자랑했다. 듬뿍 올린 신선한 성게알은 화이트 와인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쥬시한 레드 와인과도 잘 어울릴 듯. 사이드 메뉴로는 숯에 구운 발효 양배추를 맛봤다. 홍합 소스와 마라유, 고수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맛을 느낄 수 있었으며 크리미한 소스가 발효 양배추와 어우러져 맛의 깊이를 더했다. 그리고 메인 디시로는 숯에 구운 양갈비를 선택했다. 매콤한 쯔란 소스와 함께 청양고추 페스토와 버섯이 사이드로 올라가 있어 불맛과 향신료가 어우러진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식사의 끝, 로기의 강력한 한 방이자 하이라이트는 바로 훈연 아이스크림이다. 로기만의 특별한 훈연 감각이 녹아든 이 아이스크림은 스모크 말돈 소금과 훈연 오일이 뿌려져 달콤함과 짭짤함의 조화가 일품이다. 잊지 않고 꼭 주문해보길! 색다른 미식 여행을 떠나게 하는 한남동 로기에서 불과 어우러진 감각적인 조화를 맛보기 바란다.
INSTAGRAM @logi_hann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