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efining Korean Cuisine

Redefining Korean Cuisine

Redefining Korean Cuisine

서래마을의 10년을 뒤로하고 신사동으로 자리를 옮긴 지 벌써 1년. 스와니예의 이준 셰프는 세월이 쌓아올린 고민을 요리로 묵묵히 풀어내고 있었다.

다양한 것을 섞고 하나로 만드는 한국의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새싹비빔. 하단부에는 두유 크림과 캐비아, 방아 오일을 담고, 접시 벽을 따라 보리 소스와 다양한 허브들을 올린 뒤 마지막으로 토마토 에센스를 뿌렸다.

따뜻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가 느껴지는 스와니예 내부 전경.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하는 이준 셰프.

국내 파인 다이닝 업계를 논할 때 스와니예의 이준은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그는 업계의 선구자로 통한다. 캐나다와 미국에서 경력을 쌓은 뒤 우리나라 최초로 팝업 레스토랑을 연데다, 2013년 당시 국내에서 전례 없던 카운터(바) 형식의 파인 다이닝을 선보인 셰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형태와 맛에서 굉장히 창의적인 메뉴를 선보이는 셰프로 정평이 나 있다. 주기적으로 바뀌는 메뉴는 각각 ‘에피소드’라 이름을 붙이고 스토리텔링에 기반을 둔 요리를 전개해왔다. 이 외에 생면 파스타가 요즘처럼 흔치 않던 2015년에는 생면 파스타 다이닝인 도우룸의 문도 열었다. 이 또한 꾸준히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리는 스테디셀러 레스토랑이다. 서래마을에서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키던 스와니예가 지난해 신사동으로 이전을 마쳤다. 때마침 <2023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별도 2개 받았다. 이준 셰프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을 덧붙였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모든 것은 수많은 우연이 만들어낸 필연이었다. “이전 공간은 지하라는 특성상 그 자체로 제약이 많았어요. 한자리에서 9년 정도 됐을 때 뭔가 변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원하는 레벨로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공간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이러한 고민을 담은 스와니예의 새로운 주방은 굉장히 독특하다. 손님들이 식사하는 홀과는 완벽하게 분리돼 있지만, 레스토랑 밖에서는 통유리창을 통해 주방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구조다. 자연 채광에 밝은 조명까지 더해져 마치 실험실이나 애플스토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굳이 식사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쉽게 이곳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부러 의도한 것이다.

마치 애플스토어를 연상케 하는 오픈 키친 모습. 레스토랑 앞을 지나가는 누구나 이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해녀가 잡아 올린 전복을 다시마로 부드럽게 쪄낸 뒤 까치버섯과 곁들인 전복과 김. 아래에는 대파-리크 볶음과 함께 곁들였다.

프랑스 디저트인 바바오럼에서 영감을 받아 메밀향 가득한 바바를 콤부차 시럽에 적셔 만든 디저트. 메밀 아이스크림과 훈연 크림을 함께 곁들였다.

“스와니예를 처음 연 10여 년 전에 비하면 국내 다이닝 문화가 정말 많이 성장했어요. 요리사가 어떤 사람인지는 대다수가 잘 알고 있고, 또 이곳을 찾을 정도면 분명 다이닝 경험이 최소 한두 번은 있으리라는 전제가 있었죠. 그래서 손님 앞에서 조리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대중이 원한다면 누구나 쉽게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고민을 쏟아넣고 있는지는 알려주고 싶었어요.” 공간이 바뀌자 할 수 있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늘었다. 오랜 시간 차곡차곡 담아온 고민이 하나둘씩 밖으로 새어 나왔다. 오래전부터 스와니예는 ‘컨템퍼러리 퀴진 오브 서울’ 즉 지금의 서울 음식을 한다고 설명해왔다. 이준 셰프의 눈으로 해석한 도시 서울은 보여지는 것에 집중하느라 극적인 요소가 다소 많았다. 그 강도는 점점 세졌다. 자연스레 조금씩 지쳐갔다. 결국 스와니예의 음식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좀 복잡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인문학적으로 음식을 풀어내고 싶었어요. 사실 한국적인 것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굳이 그걸 정의하는 것도 무의미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장이나 발효 같은 1차원적인 맛을 차용하기보다는 무엇이 한국 사람을 한국 사람으로 만드는지에 대해 늘 고민해왔어요. 이민 온 외국인도 한국에서 몇십 년씩 먹고살면 한국 사람 다됐다고 하잖아요. 왜 한국 사람들은 둘이 오면 하나씩 시켜서 나눠 먹고, 무엇이든 비비는 것을 좋아하는 걸까? 그런 행위들부터 찬찬히 생각해본 거죠.”

키친에서 홀로 향하는 통로.

뉴욕의 아토믹스, 리움미술관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스튜디오 라이터스와 공간 작업을 했다. 서래마을 시절부터 함께 작업해온 동지이기도 하다.

새싹비빔은 그런 고찰이 잘 담긴 메뉴다. 하단부에는 두유 크림과 방아 오일, 캐비아가 담겨 있고, 접시 벽을 따라 다양한 허브와 보리 소스가 붙어 있다. 숟가락을 사용해 아래서부터 뜨게 되면 각기 다른 층에 있던 재료들이 한데 섞인다. 조화와 균형을 중시 여기면서 새로운 맛을 조합해내는 한국의 문화를 담은 것. 최근에는 유독 한국 문화권에서 짙은 반찬 개념을 도입했다. 디너 메인 메뉴를 보조하는 반찬 3가지가 함께 곁들여 나가는데, 구태여 한국의 맛을 내진 않는다. 다만 그 문화를 차용했을 뿐이다. “이전에는 흥을 위한 소설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일종의 연구기록이자 에세이에 가까워요. 문화라는 것은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가 굉장히 어렵잖아요. 저도 그게 뭔지는 알겠는데, 표현하기가 쉽지 않을 뿐이죠. 그래서 제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계속 글로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음식은 영화나 음악과는 달리 평가와 감상만 있을 뿐 작자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하는 직업군이 없거든요. 제가 말을 안 하면 아무도 말해줄 사람이 없어요.” 스와니예에선 식사가 끝나갈 무렵이 되면 봉투 하나가 테이블 위에 오른다. 빽빽한 손글씨로 쓴, 무려 4장에 달하는 메뉴 설명서다. 여기에는 그가 각각의 메뉴를 만들며 고민한 시간과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메뉴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재료를 사용했으며, 어떤 방식으로 만들었는지. 또 이를 통해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지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오픈 이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 없이 직접 작성해온, 손님들을 향한 러브레터인 셈이다.

2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에서 2스타를 획득한 스와니예.

마지막으로 ‘요즘 관심사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공장’이라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국내 캐주얼 다이닝의 가격을 조금이라도 안정화시킬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도우룸을 운영하고 있지만 생면 파스타가 4만~5만원씩 하는 건 잘못됐어요. 어떻게 하면 퀄리티를 유지하면서도 가격을 내릴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죠. 요즘 한국 음식은 양극화가 너무 심해요. 한우에도 수많은 등급이 있는데, 투뿔 한우 아니면 돼지고기죠. 저렴한 음식을 고급으로 만들거나, 고급 음식을 더 저렴하게 만들거나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근 미국에서 주목받은 돼지곰탕집 옥동식을 보세요. 이런 노력들이 한국 음식 문화 전반에 생기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을 해요.”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TAGS
Natural Inspiration

Natural Inspiration

Natural Inspiration

검이불루 화이불치.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은 맛을 구현하는
이충후 셰프의 세 번째 제로 컴플렉스.

단새우 위에 루바브 피클과 꿀식초 젤리를 섞어 올린 아뮤즈 부쉬. 위에는 루바브로 만든 폼과 여러 가지 허브를 올렸다.

단독주택을 개조해 만든 제로 컴플렉스의 외관. 크게 1층의 키친과 2층의 홀로 나뉜다.

스튜디오 언라벨과 함께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내부 곳곳에 제로 컴플렉스의 정체성과도 같은 스테인리스 소재를 녹여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2016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첫 발간됐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출간한 국가였다. 당시 주목을 받은 셰프 중 한 사람이 별 1개를 받은 제로 컴플렉스의 이충후 셰프였다. 만 서른 살, 국내 최연소 스타 셰프에 이름을 당당히 올린 것. 프랑스에서 경력을 쌓은 뒤 2013년 방배동 서래마을에 문을 연 제로 컴플렉스는 그동안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스타일의 다이닝이었다. 까다로운 격식을 갖춘 정찬식 프렌치 대신 편안한 분위기와 신선함을 겸비한 네오 비스트로. 아무것도 없음을 뜻하는 ‘0(제로)’에서 이름을 따온 만큼이나 당시 인테리어도 다소 실험적이었다. 세련된 스테인리스 소재 벽에다 메탈 소재의 테이블과 식기를 사용해 셰프들 사이에서도 주목하는 ‘젊고 힙한’ 레스토랑이었다. 2018년 남산 복합문화 공간인 피크닉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그 누구보다 빠르게 다채로운 내추럴 와인을 소개하며 다시 한 번 유행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제로 컴플렉스 10주년을 맞은 2023년, 이충후 셰프는 서빙고동에서 또다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10년 넘는 시간 동안 자신만의 색깔을 꾸준히 밀고 나가는 이충후 셰프.

레몬 커드를 채운 머랭 쁘티푸가 식사의 끝을 알린다. 위에는 라임 제스트를 올렸다.

“팝업 다이닝을 위해 뉴욕에 간 적이 있어요. 당시 아토보이의 박정현 셰프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 비가 너무 많이 오는 거예요. 호텔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레스토랑까지 간 그 여정이 굉장히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어요. 그 이전에는 손님이 레스토랑에 도착해서 식사하는 시간만을 생각했는데, 손님이 레스토랑에 오기까지의 모든 여정이 다이닝의 시작이었던 거죠. 그래서 이런 공간을 선택한 이유도 있어요.” 실제 제로 컴플렉스를 찾아오기 위해서는 다소 수고스러움을 감내해야 한다(예약 후 받게 되는 안내 문자에는 찾아오는 방법에 대해 친절한 설명이 있다). 주차도 다른 장소에 해야 하거니와, 좁은 골목 언덕길을 굽이굽이 걸어 들어와야 비로소 당도할 수 있다. 하지만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골목길 풍경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단독주택을 개조해 만든 통창 너머로 1층에서는 셰프들이 바삐 움직이고, 2층에서는 손님들이 자리에 앉아 다음 요리를 차분히 기다린다. 낯설면서도 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따뜻한 대리석을 쓰되, 곳곳에 제로 컴플렉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스테인리스 소재를 사용한 인테리어는 스튜디오 언라벨과 함께 디자인했다. “20대부터 시작해서 30대를 맞이하고 40대가 되어가면서 마음가짐에 변화가 좀 있었어요. 그동안 (내놓은 요리는) 다소 캐주얼한 요리에 가까웠다면 (앞으로는) 조금 더 정제된 요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나 자신에게도 과제를 준 것 같아요. 테이블도 홀에 3개, 룸에 1개로 4개가 전부예요. 그 덕분에 이전에 비해 더 많은 요리가 제 손을 직접 거쳐 손님 테이블에 오르게 됐죠. 아무래도 디테일적인 면에서는 더 발전이 있지 않을까요?”

팬에서 익힌 덕자병어. 수비드로 익힌 닭가슴살과 채소 라비올리, 파프리카 퓨레를 곁들였다.

테이블의 개수를 줄이면서 한층 섬세한 터치가 가능해졌다고 말하는 이충후 셰프.

두 곳의 농장에서 매주 무작위로 받는 가장 신선한 식재료들로 메뉴를 구성한다.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충후 셰프의 요리는 꾸준히 심플하다. 최소한의 터치를 통해 식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방식에 가깝다. 무심하게 툭툭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각 재료 간의 맛의 조화가 무척이나 섬세한 것이 특징. 그 맛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식재료의 퀄리티다. 전남 구례와 베짱이 농부, 이 두 곳의 농장에서 식재료를 받는데 독특한 점은 따로 수량을 주문하거나 요청하지 않는다. 농장에서 매주 두 번씩 가장 좋은 상태의 채소를 무작위로 받기 때문에 그날 어떤 채소가 얼마나 올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더 재미있어요. 예를 들면 생선 위에 올리는 허브가 점심과 저녁에 다를 수도 있는 거죠. 얼마 전 일본에서 손님이 왔는데, 제 음식 맛을 보고는 ‘전반적으로 무리하지 않는 음식인 것 같다’는 평을 해주시더라고요. 요즘 세상이 하나라도 더 보여주기 위해서 다소 무리를 하는 경향이 많으니까요. 쉽게 예를 들면 채소의 맛이 다소 부족할 때 그 부족함을 채우거나 감추려고 다른 요소를 집어넣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냥 그 부족함을 억지로 채우지 않아요. 그래서 다소 호불호가 있을 수 있죠.”

인테리어 전반적으로 따뜻한 톤의 대리석과 스테인리스, 나무 소재의 조화가 돋보인다.

모카 크림과 카카오닙스를 채운 가나슈. 초콜릿 소스를 부어 함께 곁들인다.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높은 천고로 인해 개방감이 느껴지는 홀 전경. 벽에 걸린 그림은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화가인 매형의 작품이다.

하루가 다르게 유행이 변하는 다이닝 신에서 오랜 시간 꾸준하게,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이 ‘색깔’이라 말한다. 사람들의 평가와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의 목소리와 고집을 밀고 나가는 것. 그 색깔을 알아보는 손님들이 분명 어딘가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늘 트렌드를 만들어온 그의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레스토랑의 형태다. “이전에는 레스토랑이 식사하는 손님들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이외에도 충분히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어요. 제로 컴플렉스라는 레스토랑도 이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이 장소에 한정돼서 얽매이고 싶지는 않아요. 외부와의 협력이나 행사를 통해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서울 전체가 될 수도 있는 거죠.”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TAGS
빙수 열전

빙수 열전

빙수 열전

빙수의 계절이 돌아왔다. 열 오른 머릿속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줄 빙수 맛집 네 곳을 소개한다.

쇼콜라티에의 프로즌 디저트, 피에르 마르콜리니

망고 코코넛 빙수와 망고 파르페

세계 최고의 쇼콜라티에가 선보이는 빙수는 어떤 맛일까. 세계 파티셰리 챔피언십 우승자이자 벨기에 왕실의 공식 쇼콜라티에로 임명된 피에르 마르콜리니의 브랜드가 지난 2월 신세계 강남점 스위트파크에 오픈했다. 카카오 농장에서의 꼼꼼한 재료 공수부터 섬세한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제조 공정까지 프리미엄 디저트로 유명하다. 올여름, 그가 오직 한국을 위해 처음으로 빙수를 선보인다고 하니 한걸음에 달려갔다. 쇼콜라티에의 빙수라 초콜릿을 기대했더니 의외로 선보인 메뉴는 망고 코코넛 빙수. 일명 ‘호텔 빙수’로 자리 잡은 망고 빙수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용기가 가상했다. 부드러운 풍미의 코코넛 소르베를 곁들여 K-빙수를 새롭게 해석했다. 코코넛 소르베와 망고 소르베 위로 상큼한 생망고 큐브를 듬뿍 올렸다. 식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셰프답게 크런치한 피칸 강정을 토핑으로 올렸다. 부드러운 망고 과육과 바삭한 토핑이 어우러지며 입안 가득 펼쳐진 다양한 식감은 좋았으나, 개인적으로 견과류의 텁텁한 맛이 빙수 특유의 시원함을 방해하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곁들인 애플민트의 상큼함이 소르베와 개운하게 더 잘 어울렸다. 가격은 3만3000원으로, 호텔 빙수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이지만 양은 많지 않았다. 망고 코코넛 빙수와 함께 다양한 프로즌 디저트도 선보였다. 따뜻한 브리오슈에 차가운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더한 독특한 여름 디저트 피스톨레, 망고 소르베와 진한 다크 초콜릿, 직접 개발한 망고 소스가 곁들여진 망고 파르페 등도 함께 즐겨보자. INSTAGRAM @pierremarcolini_kor

계절의 빙수, 메종 드 라 카테고리

초당 옥수수 빙수

10만원에 육박하는 호텔 빙수는 다소 부담스럽지만, 특별한 빙수를 먹고 싶다면 청담동에 자리한 메종 드 라 카테고리가 답이다. 터줏대감처럼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켜온 곳인데 디저트뿐 아니라 식사도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렌치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세련된 분위기와 보장된 맛, 무엇보다 브레이크 타임이 오후 5시부터 30분간이라는 사실은 이곳을 다시 방문하고 싶게 만드는 요소다. 많은 이들에게 이미 알려져 있지만 이곳은 여름철 빙수 맛집으로 유명하다. 계절에 맞는 제철 빙수로 메뉴가 지속적으로 바뀌는 것이 특징. 여름이 되면 커다란 복숭아를 통째로 얹은 복숭아 빙수를 비롯해 초당 옥수수 빙수, 블루베리를 곁들인 레몬 머랭 빙수 등 가볍고 상큼한 빙수들을 선보이고, 선선해지면 럼 밤 빙수와 땅콩 빙수 같은 다소 무거운 빙수들을 내놓는다. 이번에는 제철 맞은 초당 옥수수 빙수를 선택했다. 얼린 우유를 곱게 간 빙수 위에 국산 초당 옥수수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소스, 팝콘이 곁들여 나왔다. 무엇보다 옥수수 모양을 한 아이스크림과 팝콘까지 신경 쓴 디테일이 귀여웠다. 종종 얼음 자체가 달아서 부담스러운 때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옥수수를 갈아 만든 소스로 당도를 조절할 수 있어 더욱 맛있게 즐겼다. 복숭아 철이 되면 또 방문 예정이다. 가격은 4만3000원. INSTAGRAM @maison_de_la_categorie

찻집에서 여름 나기, 토오베

전통 찻집이 즐비한 안국역에선 차뿐 아니라 다양한 디저트를 구경하는 것이 또 하나의 묘미다. 개성주악 등 색색의 떡부터, 더위를 날리는 시원한 빙수까지. 달콤한 디저트의 향연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그중 우롱차 전문 티 카페 토오베 Tove에선 귀여운 모양의 레몬 젤리, 초콜릿 등 차와 곁들이는 다채로운 디저트도 있지만 소담하게 얼음을 올린 초당 옥수수 빙수가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다. 차분한 백색 공간에 컬러로 포인트를 준 가구들, 제각기 다른 생김새의 다구와 선반 곳곳에 간간이 보이는 위스키가 결코 평범치 않은 티 카페라는 첫인상을 풍긴다. 이곳에선 초당 옥수수 빙수를 우롱티와 세트로 판매하는데, ‘우롱티와 옥수수 빙수가 과연 잘 어울릴까’ 하는 궁금증에 얼른 맛보고 싶었다. 먼저 토오베의 자랑인 고소한 우롱티를 마시면서 목을 축였다. 아담한 찻잔에서 풍성한 향미가 퍼져나온다. 여기에 초당 옥수수 빙수를 한 입 먹으니, 냉온이 동시에 느껴져 상당히 이색적이다. 초당 옥수수를 곱게 갈아 얹어낸 빙수는 어린 시절 문구점에서 딸기나 포도 시럽을 얹어 먹은 얼음 빙수와 비슷했다. 루이보스를 우려내 첫맛은 향기롭고, 얼음 안에는 우롱차로 만든 젤리가 들어서 많이 달지 않고 은은한 향도 난다. 고소한 크럼블과 알알이 씹히는 초당 옥수수가 더해져 식감도 좋다. 여기에 토오베의 인기 메뉴인 레몬 젤리도 맛봤는데, 레몬의 상큼함을 100% 살린 짜릿한 맛이 좋아 그만 두 접시를 시켜 먹었다. 그간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더위 탈출을 시도했다면, 차 한 잔과 빙수도 좋은 대안이 될 터이다. 초당 옥수수 빙수 티 세트는 1만6000원. INSTAGRAM @room.tove

초당 옥수수 빙수

차갑게 즐기는 차 빙수, 잎차

호지차 빙수

해방촌의 한적한 골목을 따라 들어서면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다이애건 앨리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공간이 나타난다. 이곳은 옛 신흥시장을 개조한 곳으로 젊고 힙한 카페와 레스토랑, 술집 등이 밀집해 있다. 그중 아주 작게 자리하고 있는 찻집 잎차를 방문했다. 잎차는 모던과 클래식의 경계에서 차 문화를 선보이는 곳으로 매년 여름 특선 빙수 메뉴를 내놓는다. 밀크티, 말차, 호지차, 쑥 빙수 중 호지차 빙수를 선택했다. 워낙 호지차 애호가였기에 빠른 선택이 가능했다. 첫입에 느낀 진한 호지차 맛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솜사탕처럼 곱게 갈린 얼음은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고, 얼음 알갱이 하나 없이 고운 질감이 맘에 들었다. 이곳의 모든 빙수는 우유를 베이스로 만들어 얼음 빙수에 비해 차가운 자극이 덜한 것이 특징이다. 추가적으로 밀크티 빙수는 다량의 찻잎을 우려내어 신선하면서도 진한 향미를, 쑥 빙수는 어린 쑥만을 사용해 풀 비린내가 덜하고 단맛이 강해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잎차는 꾸밈없이 소박하게 꾸민 겉모습과 달리 차의 원료, 맛, 향에서만큼은 순정을 지향하고 있다. 추가로 맛본 밀크티와 매실차, 말차 휘낭시에 역시 모두 훌륭했다. 특히 밀크티는 독특한 홍차 향을 품고 있어 차 전문점다운 깊은 향을 느낄 수 있었다. 무더위 속 차갑게 즐기는 차 맛 빙수를 경험하고 싶다면 해방촌 신흥시장 안 잎차를 꼭 방문해보길. 참고로 이곳 빙수는 포장도 가능하며 가격은 1만원. INSTAGRAM @ifchq

CREDIT

에디터

TA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