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대신 차. 여름 길에 마주한 차 한잔의 여유.
찻자리의 미식, 차차이테
콘디토리 오븐, 카라멜리에 오 등 감각적인 디저트를 선보여온 스위트 에디션의 이소영 대표가 차과자점 차차이테의 문을 열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찻잔과 잘 어울리는 작은 사이즈, 차 맛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재료부터 꼼꼼하게 선별한 고민이 느껴졌다. 차차이테는 동서양에서 차를 의미하는 차(茶), 차이(Chai), 테(Thé)로 세 단어를 조합했는데, 티 코스 역시 세 가지 각각의 차를 마실 수 있도록 구성했다. 차는 홍차 전문점 티에리스의 정다형 대표가 큐레이션해 더욱 기대되었다. 맞이 차와 마무리 차는 차차이테가 구성한 차로 제공하고, 본 차는 개인의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세 가지 코스에 맞춰 다과도 함께 페어링되어 나온다. 예약 시간에 맞춰 테이블에 앉으니 시원한 냉침차가 먼저 반겨줬다. 맞이 차는 우리나라 하동 지역에서 재배한 유기농 햇 녹차다. 어린 잎의 부드러운 단맛과 담백한 감칠맛이 더운 열기를 식혀줬다. 이와 함께 수정과 젤리와 잣푸딩이 제공된다. 계피 맛이 나는 통팥에 잣 푸딩을 더해 수정과를 마시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본 차는 네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는데, 그중 닐기리 퀄리티 시즌 글렌데일 오렌지 트위스트를 선택했다. 차 이름이 길지만 차의 생산된 지역과 다원을 포함한다. 닐기리는 인도 남부의 데칸고원 지대로, ‘푸른 산’이라는 뜻을 지녔다. 그중 19세기에 세워진 닐기리의 명문 다원인 글렌데일에서 지난 2월에 생산한 차다. 오렌지빛의 맑은 차는 시트러스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느껴졌다. 본 차 다과로는 세 종류가 나오는데, 우러나는 농도에 따라 달라지는 차 맛에 맞춰 순서대로 즐기면 된다. 첫 잔은 오랑제트와 맛보자. 보통 오렌지 껍질 위에 진한 다크 초콜릿을 사용하지만 차와 어울리도록 부드러운 화이트 초콜릿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쫄깃한 식감과 단맛이 홍차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종이에 감싼 디저트는 브루드네주. 프랑스어로 눈송이를 뜻하는 스노볼 쿠키로, 계절에 맞게 흑임자 맛으로 선보인다. 마무리는 무화과 블루치즈 버터 타르트로, 절인 무화과와 블루 치즈, 버터 양갱을 올렸다. 달달하고 진한 풍미가 가득하니 차가 진해졌을 때 함께 먹길 추천한다. 마무리 차는 정산소종과 아쌈티를 블렌딩한 스모키 밀크티다. 독특하게도 위스키 잔에 제공되는데, 정산소종 특유의 진한 송연 향이 위스키와 닮았기 때문이다. 고소한 풍미의 두유 통밀 스콘이 함께 나오니 든든하게 마무리해보자. INSTAGRAM @chachaithe EDITOR 원하영
차에 담긴 계절, 다도레
어느덧 8월 중순. 말복이 지났는데도 무더위는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카페인에 중독돼버린 것인지, 매일같이 아이스 커피를 입에 달고 산다. 그저 열을 식히고 정신을 깨우기 위한 커피 수혈 대신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자 연희동에 위치한 찻집 다도레를 찾았다. 다도레가 엄선한 3종의 차를 맛볼 수 있는 기본 티 코스도 있지만, 조금 더 특별한 차의 매력을 기대하며 여름 한정 스페셜 티 코스를 선택했다. 여름 한정 코스는 청량하고 달큰한 여름 과일을 컨셉트로 한다. 초여름에 시작해 한여름, 풋풋한 홍차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초가을로 마무리가 된다. 4가지 메뉴에 계절의 특징을 담아낸 스토리 라인이 마음에 들었다. 가장 먼저 하동 모과차를 냉침한 웰컴티가 나왔다. 겉보기엔 그냥 물처럼 보일 정도로 아무런 색을 띠지 않는 투명한 차였지만 끝에 은은하게 올라오는 단맛이 아주 좋았다. 그 다음에 내어준 메뉴는 여름 코스를 위해 어렵게 공수한 고산지대 야생 아포차. 아포차는 찻잎 새싹의 주머니를 따서 만든 아주 특별한 차로, 달달한 청포도 향과 우아한 부케, 시원한 박하 향이 어우러져 여름과 잘 어울렸다. 사실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다음 메뉴다. 기다란 샴페인 잔에 내어준 리치말차는 직접 담근 저당 리치청 원액 위에 다도레의 최상급 유기농 말차를 부드럽게 격불해 올린다. 처음에는 말차의 청량함과 씁쓸함을 온전히 느끼고, 쓴맛이 입안에 강하게 퍼질 때쯤 리치의 시원한 단맛이 조금씩 섞여 올라오며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말차의 맛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리치와 말차의 조합이 이토록 잘 어우러지다니. 분명 기분 좋은 낯선 맛이었다. 마지막으로 초가을을 담은 세작 홍차가 나왔다. 은은한 생강젤리가 생각나는 깔끔한 한국 홍차로, 홍차 특유의 풋풋하고 깨끗한 맛이 감돌았다. 마실수록 풀 기운이 나던 기억이. 초여름으로 시작해 한여름, 초가을까지 차에 담긴 계절 이야기가 인상적이던 다도레의 여름 한정 티 코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바깥 분위기와 정반대되는 여유를 잠시나마 즐길 수 있었다. 다가오는 가을을 위해 다도레는 9월 한정 한국차와 한국술을 페어링하는 심야 코스를 준비하고 있다. 다도레만의 감각으로 큐레이션될 차와 술의 색다른 조합이 기대된다. INSTAGRAM @dadore_tea EDITOR 원지은
차를 즐기는 재미, 델픽
한옥으로 둘러싸인 서울 계동 골목길에는 다양한 차를 즐길 수 있는 델픽의 티 바가 있다. 현대적 감각의 티 제품을 선보이는 티 브랜드 델픽의 안국 플래그십 스토어다. 1층 전시관 위로 자리 잡은 쇼룸 및 티 바는 좌석수가 적은 대신 테이블을 넓고 크게 배치해 공간의 여백이 시원스럽다. 창 너머에는 한옥 지붕이 보이고 쇼룸으로 눈을 돌리면 여러 작가의 다구 작품이 각기 다른 멋을 뽐낸다. 메뉴는 곡우 이전에 딴 어린 찻잎으로 만든 고소한 향미의 최고급 녹차부터 100년이 넘는 나무 수령의 고수 보이 생차, 인도 단일 다원에서 생산된 홍차까지 타국에서 공수해온 이국적인 전통 차가 아홉 가지에 이른다. 델픽에서 가장 인기 있는 티 제품은 시그니처 블렌딩 티다. 국내 티 마스터와 해외 티 전문 연구진들의 합작으로 탄생한 차로서 블렌딩 창작의 무한함을 보여준다. 처음 맛본 차는 시그니처 블렌딩 티 중 하나인 밀키우롱 차 밀리 필리. 은은한 메리골드 꽃잎이 부드러운 우유 향과 만나 향미가 확 끌어올려진 느낌이다. 우롱차의 쌉싸름한 끝맛이 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끝까지 부드럽게 마무리된다. 차와 만나 그윽하게 뿜어지는 메리골드 꽃향은 특히 가을과 잘 어울릴 듯하다. 두 번째인 피그 원은 무화과, 사과, 카카오 쉘 등 개성이
강한 재료가 블렌딩된 루이보스 티다.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밤이 길어지는 요즘 자주 마시는 것이 루이보스 티라 델픽만의 블렌딩이 사뭇 궁금했다. 루이보스는 설탕 없이도 살짝 단 편, 첫 모금에 익숙한 달달함이 올라오지만 이내 느껴지는 상큼한 사과 맛이 이색적이다. 빛깔은 여느 루이보스 차보다 밝고 오묘하다. 디저트로 같은 피그 원을 우려낸 젤라또를 맛보았는데 루이보스와 우유가 만나니 티와 전혀 다른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전통적인 다과 메뉴도 있는데 이중 단호박, 말차, 밤으로 만든 테린느를 꼭 한번 맛보길. 달지 않고 고소한 맛이 감돌아 차와 곁들이기에 제격이다. 델픽 티 바에서 사용하는 티 웨어는 차에 따라 다채롭게 세팅되는데 여러 작가의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다기들이라 또 하나의 볼거리다. 찻물을 담는 블로잉 유리 숙우나 은은한 청색의 다과 접시 등 어느 것 하나 모양이 같지 않고 참신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돌아가는 길에 마음에 드는 차와 다구를 골라 볼 수도 있으니 이 또한 차를 즐기는 재미다. INSTAGRAM @delphic_official EDITOR 박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