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 Tea

Summer Tea

Summer Tea

커피 대신 차. 여름 길에 마주한 차 한잔의 여유.

찻자리의 미식, 차차이테

닐기리 퀄리티 시즌 글렌데일 오렌지 트위스트

정갈한 기물들이 반겨주는 차차이테 입구

마무리 차 스모키 밀크티

콘디토리 오븐, 카라멜리에 오 등 감각적인 디저트를 선보여온 스위트 에디션의 이소영 대표가 차과자점 차차이테의 문을 열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찻잔과 잘 어울리는 작은 사이즈, 차 맛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재료부터 꼼꼼하게 선별한 고민이 느껴졌다. 차차이테는 동서양에서 차를 의미하는 차(茶), 차이(Chai), 테(Thé)로 세 단어를 조합했는데, 티 코스 역시 세 가지 각각의 차를 마실 수 있도록 구성했다. 차는 홍차 전문점 티에리스의 정다형 대표가 큐레이션해 더욱 기대되었다. 맞이 차와 마무리 차는 차차이테가 구성한 차로 제공하고, 본 차는 개인의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세 가지 코스에 맞춰 다과도 함께 페어링되어 나온다. 예약 시간에 맞춰 테이블에 앉으니 시원한 냉침차가 먼저 반겨줬다. 맞이 차는 우리나라 하동 지역에서 재배한 유기농 햇 녹차다. 어린 잎의 부드러운 단맛과 담백한 감칠맛이 더운 열기를 식혀줬다. 이와 함께 수정과 젤리와 잣푸딩이 제공된다. 계피 맛이 나는 통팥에 잣 푸딩을 더해 수정과를 마시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본 차는 네 가지 중 선택할 수 있는데, 그중 닐기리 퀄리티 시즌 글렌데일 오렌지 트위스트를 선택했다. 차 이름이 길지만 차의 생산된 지역과 다원을 포함한다. 닐기리는 인도 남부의 데칸고원 지대로, ‘푸른 산’이라는 뜻을 지녔다. 그중 19세기에 세워진 닐기리의 명문 다원인 글렌데일에서 지난 2월에 생산한 차다. 오렌지빛의 맑은 차는 시트러스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느껴졌다. 본 차 다과로는 세 종류가 나오는데, 우러나는 농도에 따라 달라지는 차 맛에 맞춰 순서대로 즐기면 된다. 첫 잔은 오랑제트와 맛보자. 보통 오렌지 껍질 위에 진한 다크 초콜릿을 사용하지만 차와 어울리도록 부드러운 화이트 초콜릿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쫄깃한 식감과 단맛이 홍차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종이에 감싼 디저트는 브루드네주. 프랑스어로 눈송이를 뜻하는 스노볼 쿠키로, 계절에 맞게 흑임자 맛으로 선보인다. 마무리는 무화과 블루치즈 버터 타르트로, 절인 무화과와 블루 치즈, 버터 양갱을 올렸다. 달달하고 진한 풍미가 가득하니 차가 진해졌을 때 함께 먹길 추천한다. 마무리 차는 정산소종과 아쌈티를 블렌딩한 스모키 밀크티다. 독특하게도 위스키 잔에 제공되는데, 정산소종 특유의 진한 송연 향이 위스키와 닮았기 때문이다. 고소한 풍미의 두유 통밀 스콘이 함께 나오니 든든하게 마무리해보자. INSTAGRAM @chachaithe EDITOR 원하영

차에 담긴 계절, 다도레

아포차와 매실민트소르베, 복숭아

보성 리치 말차

어느덧 8월 중순. 말복이 지났는데도 무더위는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카페인에 중독돼버린 것인지, 매일같이 아이스 커피를 입에 달고 산다. 그저 열을 식히고 정신을 깨우기 위한 커피 수혈 대신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자 연희동에 위치한 찻집 다도레를 찾았다. 다도레가 엄선한 3종의 차를 맛볼 수 있는 기본 티 코스도 있지만, 조금 더 특별한 차의 매력을 기대하며 여름 한정 스페셜 티 코스를 선택했다. 여름 한정 코스는 청량하고 달큰한 여름 과일을 컨셉트로 한다. 초여름에 시작해 한여름, 풋풋한 홍차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초가을로 마무리가 된다. 4가지 메뉴에 계절의 특징을 담아낸 스토리 라인이 마음에 들었다. 가장 먼저 하동 모과차를 냉침한 웰컴티가 나왔다. 겉보기엔 그냥 물처럼 보일 정도로 아무런 색을 띠지 않는 투명한 차였지만 끝에 은은하게 올라오는 단맛이 아주 좋았다. 그 다음에 내어준 메뉴는 여름 코스를 위해 어렵게 공수한 고산지대 야생 아포차. 아포차는 찻잎 새싹의 주머니를 따서 만든 아주 특별한 차로, 달달한 청포도 향과 우아한 부케, 시원한 박하 향이 어우러져 여름과 잘 어울렸다. 사실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다음 메뉴다. 기다란 샴페인 잔에 내어준 리치말차는 직접 담근 저당 리치청 원액 위에 다도레의 최상급 유기농 말차를 부드럽게 격불해 올린다. 처음에는 말차의 청량함과 씁쓸함을 온전히 느끼고, 쓴맛이 입안에 강하게 퍼질 때쯤 리치의 시원한 단맛이 조금씩 섞여 올라오며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말차의 맛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리치와 말차의 조합이 이토록 잘 어우러지다니. 분명 기분 좋은 낯선 맛이었다. 마지막으로 초가을을 담은 세작 홍차가 나왔다. 은은한 생강젤리가 생각나는 깔끔한 한국 홍차로, 홍차 특유의 풋풋하고 깨끗한 맛이 감돌았다. 마실수록 풀 기운이 나던 기억이. 초여름으로 시작해 한여름, 초가을까지 차에 담긴 계절 이야기가 인상적이던 다도레의 여름 한정 티 코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바깥 분위기와 정반대되는 여유를 잠시나마 즐길 수 있었다. 다가오는 가을을 위해 다도레는 9월 한정 한국차와 한국술을 페어링하는 심야 코스를 준비하고 있다. 다도레만의 감각으로 큐레이션될 차와 술의 색다른 조합이 기대된다. INSTAGRAM @dadore_tea EDITOR 원지은

차를 즐기는 재미, 델픽

피그 원 젤라또

밀리 필리와 피그 원

한옥으로 둘러싸인 서울 계동 골목길에는 다양한 차를 즐길 수 있는 델픽의 티 바가 있다. 현대적 감각의 티 제품을 선보이는 티 브랜드 델픽의 안국 플래그십 스토어다. 1층 전시관 위로 자리 잡은 쇼룸 및 티 바는 좌석수가 적은 대신 테이블을 넓고 크게 배치해 공간의 여백이 시원스럽다. 창 너머에는 한옥 지붕이 보이고 쇼룸으로 눈을 돌리면 여러 작가의 다구 작품이 각기 다른 멋을 뽐낸다. 메뉴는 곡우 이전에 딴 어린 찻잎으로 만든 고소한 향미의 최고급 녹차부터 100년이 넘는 나무 수령의 고수 보이 생차, 인도 단일 다원에서 생산된 홍차까지 타국에서 공수해온 이국적인 전통 차가 아홉 가지에 이른다. 델픽에서 가장 인기 있는 티 제품은 시그니처 블렌딩 티다. 국내 티 마스터와 해외 티 전문 연구진들의 합작으로 탄생한 차로서 블렌딩 창작의 무한함을 보여준다. 처음 맛본 차는 시그니처 블렌딩 티 중 하나인 밀키우롱 차 밀리 필리. 은은한 메리골드 꽃잎이 부드러운 우유 향과 만나 향미가 확 끌어올려진 느낌이다. 우롱차의 쌉싸름한 끝맛이 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끝까지 부드럽게 마무리된다. 차와 만나 그윽하게 뿜어지는 메리골드 꽃향은 특히 가을과 잘 어울릴 듯하다. 두 번째인 피그 원은 무화과, 사과, 카카오 쉘 등 개성이
강한 재료가 블렌딩된 루이보스 티다. 열대야에 잠 못 이루는 밤이 길어지는 요즘 자주 마시는 것이 루이보스 티라 델픽만의 블렌딩이 사뭇 궁금했다. 루이보스는 설탕 없이도 살짝 단 편, 첫 모금에 익숙한 달달함이 올라오지만 이내 느껴지는 상큼한 사과 맛이 이색적이다. 빛깔은 여느 루이보스 차보다 밝고 오묘하다. 디저트로 같은 피그 원을 우려낸 젤라또를 맛보았는데 루이보스와 우유가 만나니 티와 전혀 다른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전통적인 다과 메뉴도 있는데 이중 단호박, 말차, 밤으로 만든 테린느를 꼭 한번 맛보길. 달지 않고 고소한 맛이 감돌아 차와 곁들이기에 제격이다. 델픽 티 바에서 사용하는 티 웨어는 차에 따라 다채롭게 세팅되는데 여러 작가의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다기들이라 또 하나의 볼거리다. 찻물을 담는 블로잉 유리 숙우나 은은한 청색의 다과 접시 등 어느 것 하나 모양이 같지 않고 참신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돌아가는 길에 마음에 드는 차와 다구를 골라 볼 수도 있으니 이 또한 차를 즐기는 재미다. INSTAGRAM @delphic_official EDITOR 박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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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향 가득, 우드 파이어

불 향 가득, 우드 파이어

불 향 가득, 우드 파이어

깊은 풍미와 독특한 맛을 내는 우드 파이어 레스토랑. 불 향 가득한 미식의 세계로 초대한다.

감칠맛 넘치는 모던 홍콩 퀴진, 금탄3.0

홍콩식 비풍당 새우

판교에서 핫한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손꼽히던 금탄3.0이 서울 삼성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광둥식 요리와 일본의 조리법을 더한 금탄만의 모던 홍콩 퀴진을 고수하면서도 더욱 정갈해진 메뉴와 프라이빗한 인테리어로 새롭게 변화를 줬다. 낮은 조도의 고급스러운 다이닝 공간에는 주방의 작은 동작까지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오픈 키친이 있어 흥미롭게 미식에만 집중할 수 있다. 여름철이라 특히 구미가 당긴 줄전갱이 라임 셔벗 세비체를 시작으로 숯불에 구운 XO 가리비와 오리 가슴살 등을 주문했다. 얇게 저민 줄전갱이는 라임과 오이를 이용해 만든 셔벗이 상큼함을 느끼게 해줘 스타터로 제격이었다. 인기 메뉴인 XO 가리비는 은은한 숯 향에 마늘과 XO 소스, 녹진한 치즈 소스 등 숙성된 소스가 다채롭게 더해졌다. 당면도 같이 구워져 나왔는데 소스와 어우러져 숯불의 풍미가 가득하니, 우드 파이어 퀴진임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참숯에 구운 오리 가슴살은 최상급 주원산 오리를 일주일 동안 염지하고 에이징해 굽는다. 곁들일 수 있는 고추는 브륄레를 만들 듯이 토치로 열을 가해 매콤한 향이 솔솔 풍기면서도 중독적인 달콤함이 있다. 아늑한 공간에서 숯불의 야성이 느껴지는 요리를 맛볼 수 있으니 더욱 만족스러웠다. 홍콩의 로컬 음식인 ‘비풍당’의 느낌을 살린 홍콩식 비풍당 새우는 뜨겁게 튀겨져 나온다. 새우를 발효 콩 소스로 매콤하게 튀긴 뒤 각종 채소와 마늘을 볶아 감칠맛을 높였다.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주방 한쪽에선 캠프 파이어하듯 불이 활활 타올랐다. 조명이 어둡게 깔린 공간에 따뜻한 불과 숯이 피워내는 향이 가득 차니 눈과 입의 감각을 자극하는 묘미가 있다. 이번 새 업장은 주류 주문 없이도 편하게 들를 수 있으니 조용히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권하고 싶다.

INSTAGRAM @geumtan_3.0

와인과 즐기는 스모키 앤 칠, 내추럴하이

토시살 스테이크와 새우 프레골라

녹사평역에서 내려 남산 쪽으로 쭉 걸어 올라오다 보면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의 식당 입구를 마주하게 된다.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와 유리, 나무, 식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내추럴하이의 외관. 몇 년 전 푸하하하 건축사사무소가 인테리어를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곳은 멋스러운 공간만큼이나 음식에도 진심이다. 낮에는 브런치 카페로, 오후 5시 이후에는 우드파이어 그릴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와인 바로 운영 중이다. 저녁 메뉴로는 콜리플라워 구이와 알배추 구이처럼 가벼운 음식부터 양갈비 구이, 토시살 스테이크 같은 무거운 음식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사워도우&버터와 콜리플라워 구이, 새우 프레골라, 토시살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주문과 동시에 뒤쪽 주방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장작불 위에서 하나둘 구워지고 있는 재료들을 보고 있노라니 굉장히 특별한 음식을 먹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나온 따끈따끈한 사워도우를 뜯어 입안에 넣었다. 시큼한 맛에 스모키한 풍미가 입혀져 깊은 감칠맛이 느껴졌다. 맛있다는 말이 새어나왔다. 뒤이어 나온 콜리플라워 구이는 완두콩 퓌레와 잘게 썬 블랙 올리브가 함께 곁들여 나왔다. 채소가 이렇게 맛있다면 편식하는 아이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장작불에 구운 새우와 똠얌을 곁들인 프레골라 파스타는 기대에 부합하진 못했지만 이국적인 풍미는 꽤나 마음에 들었다. 토시살 스테이크에는 살라피뇨 살사와 케슈넛 퓨레, 감자를 얇게 쌓아 올려 구운 밀푀유가 곁들여졌다. 바삭하면서도 쫀득한 감자 밀푀유가 의외의 수확이었다.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부터 주류 리스트도 꽤나 다채로워 어느 누구와 함께 와도 만족스러울 듯하다.

INSTAGRAM @naturalhigh_seoul

장작불로 입힌 불 향, 당스

프렌치 치킨 토스트

옛 구옥을 개조해 만든 카페와 레스토랑이 가득한 신용산. 그중 골목 안쪽에 자리한 당스는 장작불을 이용한 우드파이어 다이닝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낮에는 브런치 레스토랑, 저녁에는 와인 바로 운영 중인데, 테이블이 많지 않아 예약은 필수다. 오픈 주방이라 화덕을 바로 볼 수 있었다. 작은 화덕에서 1차로 구운 뒤, 바로 옆 그릴에 올려 불 향을 입힌다. 대표 메뉴인 새우구이와 갑각류 라구 파스타는 큼지막한 새우 두 마리가 올라간 비주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기 대신 갑각류로 만든 라구라 화이트 와인과 어울리는 담백한 맛이다. 옴폭한 콘킬리에 면에 가득 녹아든 훈연 모차렐라 치즈의 불 향도 좋았다. 새콤한 치미추리 소스를 함께 주는데, 독특하게 고수를 넣어 만들었다. 식초의 톡 쏘는 맛과 고수의 상큼한 맛이 어우러지며 파스타와 곁들이기 좋았다. 또 다른 대표 메뉴, 프렌치 치킨 토스트는 달걀에 폭 적신 빵 사이에 매콤한 양념 치킨과 화이트 바비큐 소스, 오이 피클을 넣었다. 빵 위에 설탕을 뿌려 크림 브륄레처럼 겉을 바삭하게 구운 것이 특징. 생각보다 더 부드러웠던 식감과 달콤한 맛으로 디저트 느낌이 강했다. 샌드위치보다는 치킨을 곁들인 브레드 푸딩처럼 느껴졌다.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고구마 뇨끼. 감자 대신 호박고구마를 사용한 당스의 시그니처 메뉴다. 개성주악같이 둥근 도넛 형태로 나오는데, 뇨끼 아래에는 달콤한 고구마 무스와 고소한 아몬드 가루를 깔았고, 콜리플라워 피클, 샬롯이 곁들여 나온다. 감자 뇨끼보다 쫄깃함을 덜했지만 군고구마의 훈연향에 이색적인 매력이 느껴졌다. 간장 베이스 소스로 고구마 맛탕이 생각나기도 했다.

INSTAGRAM @danse.kr

미식의 향연, 로기

발효 양배추

숯에 구운 양갈비

한남동에 숨은 보석을 발견했다. 북유럽 신화에서 불의 신을 뜻하는 이름의 로기 Logi는 참나무와 숯을 사용한 우드 파이어 요리와 수준 높은 와인, 감미로운 음악이 어우러진 미식 공간이다. 단순한 식사를 넘어서 불의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인 로기는 다양한 훈연 방식으로 조리한 메뉴를 선보인다. 직접적인 불 향을 입히는 방식인 핫 스모킹 Hot Smoking부터 간접 훈연 방식의 콜드 스모킹 Cold Smoking까지, 모든 요리는 세심한 훈연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최고급 비장탄, 말돈 소금, 직접 훈연한 올리브유를 곁들여 깊은 풍미를 더한다. 인테리어 역시 특별하다. 어두운 바탕에 빨간 조명이 은은하게 비치는 공간은 붉은 와인과 제격이다. 특히 좁고 밀도 높은 바 테이블에서는 활활 타오르는 불과 코를 자극하는 불 향을 직접 바라보며 이색적인 식사를 즐길 수 있다. 2인 방문 예정이라면 꼭 바 테이블을 추천한다. 로기의 히트 메뉴인 우니 파스타는 발효한 그린 칠리 소스와 훈연한 레지아노 치즈가 더해져 진하고 깊은 풍미를 자랑했다. 듬뿍 올린 신선한 성게알은 화이트 와인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쥬시한 레드 와인과도 잘 어울릴 듯. 사이드 메뉴로는 숯에 구운 발효 양배추를 맛봤다. 홍합 소스와 마라유, 고수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맛을 느낄 수 있었으며 크리미한 소스가 발효 양배추와 어우러져 맛의 깊이를 더했다. 그리고 메인 디시로는 숯에 구운 양갈비를 선택했다. 매콤한 쯔란 소스와 함께 청양고추 페스토와 버섯이 사이드로 올라가 있어 불맛과 향신료가 어우러진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식사의 끝, 로기의 강력한 한 방이자 하이라이트는 바로 훈연 아이스크림이다. 로기만의 특별한 훈연 감각이 녹아든 이 아이스크림은 스모크 말돈 소금과 훈연 오일이 뿌려져 달콤함과 짭짤함의 조화가 일품이다. 잊지 않고 꼭 주문해보길! 색다른 미식 여행을 떠나게 하는 한남동 로기에서 불과 어우러진 감각적인 조화를 맛보기 바란다.

INSTAGRAM @logi_han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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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efining Korean Cuisine

Redefining Korean Cuisine

Redefining Korean Cuisine

서래마을의 10년을 뒤로하고 신사동으로 자리를 옮긴 지 벌써 1년. 스와니예의 이준 셰프는 세월이 쌓아올린 고민을 요리로 묵묵히 풀어내고 있었다.

다양한 것을 섞고 하나로 만드는 한국의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새싹비빔. 하단부에는 두유 크림과 캐비아, 방아 오일을 담고, 접시 벽을 따라 보리 소스와 다양한 허브들을 올린 뒤 마지막으로 토마토 에센스를 뿌렸다.

따뜻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가 느껴지는 스와니예 내부 전경.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하는 이준 셰프.

국내 파인 다이닝 업계를 논할 때 스와니예의 이준은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그는 업계의 선구자로 통한다. 캐나다와 미국에서 경력을 쌓은 뒤 우리나라 최초로 팝업 레스토랑을 연데다, 2013년 당시 국내에서 전례 없던 카운터(바) 형식의 파인 다이닝을 선보인 셰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형태와 맛에서 굉장히 창의적인 메뉴를 선보이는 셰프로 정평이 나 있다. 주기적으로 바뀌는 메뉴는 각각 ‘에피소드’라 이름을 붙이고 스토리텔링에 기반을 둔 요리를 전개해왔다. 이 외에 생면 파스타가 요즘처럼 흔치 않던 2015년에는 생면 파스타 다이닝인 도우룸의 문도 열었다. 이 또한 꾸준히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리는 스테디셀러 레스토랑이다. 서래마을에서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키던 스와니예가 지난해 신사동으로 이전을 마쳤다. 때마침 <2023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별도 2개 받았다. 이준 셰프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을 덧붙였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모든 것은 수많은 우연이 만들어낸 필연이었다. “이전 공간은 지하라는 특성상 그 자체로 제약이 많았어요. 한자리에서 9년 정도 됐을 때 뭔가 변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원하는 레벨로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공간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이러한 고민을 담은 스와니예의 새로운 주방은 굉장히 독특하다. 손님들이 식사하는 홀과는 완벽하게 분리돼 있지만, 레스토랑 밖에서는 통유리창을 통해 주방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구조다. 자연 채광에 밝은 조명까지 더해져 마치 실험실이나 애플스토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굳이 식사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쉽게 이곳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부러 의도한 것이다.

마치 애플스토어를 연상케 하는 오픈 키친 모습. 레스토랑 앞을 지나가는 누구나 이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해녀가 잡아 올린 전복을 다시마로 부드럽게 쪄낸 뒤 까치버섯과 곁들인 전복과 김. 아래에는 대파-리크 볶음과 함께 곁들였다.

프랑스 디저트인 바바오럼에서 영감을 받아 메밀향 가득한 바바를 콤부차 시럽에 적셔 만든 디저트. 메밀 아이스크림과 훈연 크림을 함께 곁들였다.

“스와니예를 처음 연 10여 년 전에 비하면 국내 다이닝 문화가 정말 많이 성장했어요. 요리사가 어떤 사람인지는 대다수가 잘 알고 있고, 또 이곳을 찾을 정도면 분명 다이닝 경험이 최소 한두 번은 있으리라는 전제가 있었죠. 그래서 손님 앞에서 조리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대중이 원한다면 누구나 쉽게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고민을 쏟아넣고 있는지는 알려주고 싶었어요.” 공간이 바뀌자 할 수 있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늘었다. 오랜 시간 차곡차곡 담아온 고민이 하나둘씩 밖으로 새어 나왔다. 오래전부터 스와니예는 ‘컨템퍼러리 퀴진 오브 서울’ 즉 지금의 서울 음식을 한다고 설명해왔다. 이준 셰프의 눈으로 해석한 도시 서울은 보여지는 것에 집중하느라 극적인 요소가 다소 많았다. 그 강도는 점점 세졌다. 자연스레 조금씩 지쳐갔다. 결국 스와니예의 음식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좀 복잡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인문학적으로 음식을 풀어내고 싶었어요. 사실 한국적인 것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굳이 그걸 정의하는 것도 무의미한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장이나 발효 같은 1차원적인 맛을 차용하기보다는 무엇이 한국 사람을 한국 사람으로 만드는지에 대해 늘 고민해왔어요. 이민 온 외국인도 한국에서 몇십 년씩 먹고살면 한국 사람 다됐다고 하잖아요. 왜 한국 사람들은 둘이 오면 하나씩 시켜서 나눠 먹고, 무엇이든 비비는 것을 좋아하는 걸까? 그런 행위들부터 찬찬히 생각해본 거죠.”

키친에서 홀로 향하는 통로.

뉴욕의 아토믹스, 리움미술관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스튜디오 라이터스와 공간 작업을 했다. 서래마을 시절부터 함께 작업해온 동지이기도 하다.

새싹비빔은 그런 고찰이 잘 담긴 메뉴다. 하단부에는 두유 크림과 방아 오일, 캐비아가 담겨 있고, 접시 벽을 따라 다양한 허브와 보리 소스가 붙어 있다. 숟가락을 사용해 아래서부터 뜨게 되면 각기 다른 층에 있던 재료들이 한데 섞인다. 조화와 균형을 중시 여기면서 새로운 맛을 조합해내는 한국의 문화를 담은 것. 최근에는 유독 한국 문화권에서 짙은 반찬 개념을 도입했다. 디너 메인 메뉴를 보조하는 반찬 3가지가 함께 곁들여 나가는데, 구태여 한국의 맛을 내진 않는다. 다만 그 문화를 차용했을 뿐이다. “이전에는 흥을 위한 소설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일종의 연구기록이자 에세이에 가까워요. 문화라는 것은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가 굉장히 어렵잖아요. 저도 그게 뭔지는 알겠는데, 표현하기가 쉽지 않을 뿐이죠. 그래서 제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계속 글로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음식은 영화나 음악과는 달리 평가와 감상만 있을 뿐 작자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하는 직업군이 없거든요. 제가 말을 안 하면 아무도 말해줄 사람이 없어요.” 스와니예에선 식사가 끝나갈 무렵이 되면 봉투 하나가 테이블 위에 오른다. 빽빽한 손글씨로 쓴, 무려 4장에 달하는 메뉴 설명서다. 여기에는 그가 각각의 메뉴를 만들며 고민한 시간과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메뉴가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재료를 사용했으며, 어떤 방식으로 만들었는지. 또 이를 통해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지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오픈 이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 없이 직접 작성해온, 손님들을 향한 러브레터인 셈이다.

2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에서 2스타를 획득한 스와니예.

마지막으로 ‘요즘 관심사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공장’이라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국내 캐주얼 다이닝의 가격을 조금이라도 안정화시킬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도우룸을 운영하고 있지만 생면 파스타가 4만~5만원씩 하는 건 잘못됐어요. 어떻게 하면 퀄리티를 유지하면서도 가격을 내릴 수 있을지 고민한 결과죠. 요즘 한국 음식은 양극화가 너무 심해요. 한우에도 수많은 등급이 있는데, 투뿔 한우 아니면 돼지고기죠. 저렴한 음식을 고급으로 만들거나, 고급 음식을 더 저렴하게 만들거나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근 미국에서 주목받은 돼지곰탕집 옥동식을 보세요. 이런 노력들이 한국 음식 문화 전반에 생기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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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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