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te of Paris

Taste of Paris

Taste of Paris

파리 미식의 새로운 중심, 스타 셰프 엘로이 스피너의 콜레흐 레스토랑을 소개한다.

섬세한 세라믹 조각, 그리고 골드와 오렌지 컬러 조화가 돋보이는 매장.

엘로이 스피너 셰프(왼쪽)와 레스토랑 공동 설립자 베놀트 피안테 BenoÎt Piante.

지난 9월 넷플릭스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흑백요리사>로 인해, 방송 출연 요리사들의 레스토랑에 예약하기가 어렵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지난 몇 년간 요리 경연 프로그램의 인기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많은 나라에서도 뜨거운 이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로 톱 셰프 시리즈에 출연한 요리사들의 레스토랑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다. 그리고 이제는 경연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해 스스로 자신의 요리를 홍보하며 인지도를 높이는 젊은 요리사들의 활약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엘로이 스피너 Eloi Spinnler는 가장 대표적인 파리의 인플루언서 요리사라 할 수 있다.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맛이 훌륭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는 시장이다. 스피너는 인플루언서 요리사로 유명하지만, 사실 파리의 명문 요리학교 에콜 페랑디를 졸업하고 알랭 뒤카스의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배운 실력자다. 첫 번째 레스토랑 오르게이유 Orgueil의 성공을 기반으로 지난 9월 두 번째 레스토랑 콜레흐 Colère를 오픈하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레스토랑 콜레흐는 파리에서 가장 다채로운 문화를 만날 수 있는 파리9구에 자리 잡고 있다. 최근 파리9구는 젊은 프랑스 요리사들의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중국, 한국, 일본, 멕시코, 인도 등 세계 각국의 레스토랑과 바, 커피숍이 생겼다 사라지는 가장 도전적인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제철 농산물을 활용하고, 매운맛을 곁들여 트렌디한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콜레흐는 프랑스어로 ‘분노’라는 뜻인데, 레스토랑 이름에 걸맞게 매운맛이 가미된 프랑스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젊은 파리지앵들이 매운맛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는 트렌디한 요리를 만날 수 있다. 특히 김치를 곁들인 요리도 메뉴에 있어 최근 한국 요리의 인기 또한 실감할 수 있다. 스피너는 수습생 시절 많은 양의 음식물 쓰레기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오염과 낭비를 목격했다. 그래서 자신의 레스토랑에서는 제로 웨이스트를 위해 제철 농산물을 공급하는 현지 생산자들과 협력해 계절에 맞는 요리를 준비하고, 과일과 채소의 껍질, 씨앗 등 재료의 모든 부분을 최대한 활용하는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여러모로 젊은 요리사가 보여줄 수 있는 도전적인 요리와 섬세한 면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평일 점심에는 전식과 본식, 후식까지 28유로에 훌륭한 요리를 즐길 수 있고, 와인 또한 요리에 걸맞은 리스트를 갖추고 있어 부담스럽지 않게 훌륭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인테리어는 프리드먼&베르사체 스튜디오가 맡아 레스토랑의 정체성이 느껴지도록 표현했다. 모든 식기류는 프랑스 유명 브랜드 지앙 Gien이 책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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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병관(파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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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디단 디저트

달디단 디저트

달디단 디저트

한입만 베어 물어도 도파민이 샘솟는 달디단 디저트 맛집.

북촌의 마카롱 파티세리, 미완성 식탁

추석 한정 오색 마카롱

우엉뿌리차와 북해도

미완성 식탁은 클래식한 프랑스 마카롱에 한국의 제철 재료를 활용해 현지화한 마카롱 전문 파티세리다. 수년 전 마카롱 열풍을 일으킨 곳으로, 2015년 서울 망원동에서 시작해 최근 북촌으로 이전했다. 기대를 안고 도착한 곳은 마당이 달린 아담한 매장. 도화지에 그림 그린 듯 디자인된 코크와 초당옥수수, 참기름 맛 등 신선한 자극을 주는 독창적인 마카롱이 눈길부터 사로잡는다. 가장 먼저 얼음을 띄운 우엉뿌리차와 크렘 당주를 재해석한 ‘북해도’를 맛보았다. 산딸기와 후추로 만든 크렘 프로마주 위에 스위스 머랭이 더해진 북해도는 주인장이 여행하고 싶은 도시를 떠올리며 만든 이색 메뉴로 특히 인기가 있다. 크렘 브륄레 먹듯이 얇게 구운 머랭을 깨부셔서 먹는데, 바삭한 머랭의 식감과 함께 상큼한 산딸기 맛이 어우러져 생각보다 달지 않고 깔끔한 끝맛을 자랑했다. 차가운 머랭을 평평하게 얹은 모습이 ‘북해도’라는 명칭과 잘 어울리는 듯하다. 자연 재료를 최대한 활용하는 콘셉트에 맞게 제철 채소와 과일로 만든 메뉴도 관심을 끈다. 여름 디저트를 재해석한 ‘녹음 마카롱’, 전통 한과인 유과를 그대로 재현한 ‘유과 마카롱’을 맛봤다. 녹음 마카롱은 올리브에 딸기와 토마토가 들어가서 여름철 채소가 주는 산뜻함을 준다. 특히 은은한 올리브 향이 신선한 샐러드를 맛보는 듯하다. 디테일을 살려 코크 위에 하얀 튀밥까지 올려낸 유과 마카롱은 한입에 달콤한 조청과 생강청 등 한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담백한 우엉뿌리차와 맛보니 달달함이 깔끔하게 씻기는 게 지나치게 달지 않아 마음에 들었다. 추석을 맞아 미완성 식탁은 유과 마카롱을 포함한 시즌 선물세트도 판매하는데, 명절 상에 오르는 송편처럼 대추, 쑥, 흑임자, 단호박을 속재료로 넣어 만든다. 다섯 가지 맛과 그 수만큼이나 다채로운 컬러로 풀어낸 마카롱이 송편처럼 소쿠리에 담겨 있으니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형형색색의 마카롱으로 둘러싸인 매장에 앉아 있으니 유혹을 참기가 쉽지 않다.

INSTAGRAM @incompletetable EDITOR 박효은

애프터눈 커피의 정수, 바샤커피 청담

패션프루트 치즈케이크와 커피 헤이즐넛 밀푀유

싱가포르의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바샤커피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고급스러운 패키지와 영롱한 주황색 디자인으로 무장해 ‘커피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탁월한 브랜딩이 눈에 띄지만, 물가 높은 싱가포르에서 구입할 때 고민이 될 정도로 비싼 가격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 8월, 청담동에 문을 연 바샤커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1910년 모로코 마라케시의 ‘다르 엘 바샤 팰리스 Dar El Bacha Palace’를 모티브로 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커피도 훌륭하지만 브런치 메뉴와 베이커리에도 힘주었다는 소식에 발빠르게 다녀왔다. 1층 커피 부티크에서는 전 세계 30개 이상의 커피 생산국에서 엄선한 200여 종의 커피 컬렉션을 선보이며, 2층 커피 룸에서는 다양한 커피 컬렉션과 베이커리를 맛볼 수 있다. 특히 매장에서 직접 구워내는 베이커리 덕분에 입구에서부터 향긋한 커피와 빵 냄새로 즐거웠다. 메뉴가 많아 고민이 된다면 애프터눈 커피를 추천한다. 샌드위치 메뉴에 따라  르당, 모카, 팔레 3가지로 선택 가능하며, 커피와 디저트는 선택할 수 있다. 디저트는 크게 바샤 베이커리와 하우스 메이드 페이스트리로 구분할 수 있다. 바샤 베이커리는 커피와 가볍게 즐기기 좋은 메뉴다. 스위트 고메 크루아상은 라즈베리와 피스타치오 등 알록달록한 컬러감이 돋보이며, 브리오슈 푀이테는 터키 딜라이트 커피 가나슈를 넣어 진한 초콜릿의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하우스 메이드 페이스트리는 눈부터 즐거운 비주얼을 자랑한다. 망고를 올린 패션프루트 치즈케이크는 상큼하고 달달한 패션프루트의 맛이 커피 산미와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커피가 훌륭한 만큼 커피가 들어간 디저트는 꼭 맛보자. 스위트 노치올라 커피 헤이즐넛 밀푀유는 헤이즐넛 커피의 진하고 달달한 풍미가 일품이다. 녹진한 페이스트리 한입과 커피 한잔을 즐기니 이국적인 도시로 여행을 떠난 듯했다.

INSTAGRAM @bachacoffeekr EDITOR 원하영

한옥에서 맛보는 파르페, 푸드떼

무화과 파르페

말차 몽블랑 파르페

파르페를 좋아하는가?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게다가 배까지 부른 파르페를 찾고 있다면 단연 푸드떼를 추천하고 싶다. 등장과 동시에 휴대폰 카메라를 켜게 만드는 비주얼을 자랑하는 이곳은 고즈넉한 한옥의 정취를 느끼며 화려한 파르페를 맛볼 수 있는 푸드떼다. 와인 마실 때 사용하는 길쭉한 유리 글라스에 아이스크림, 생크림, 과일, 쿠키 등을 듬뿍 쌓아올린 파르페가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다. 금방이라도 넘쳐 흐를 듯한 독보적인 비주얼을 자랑하는 말차 몽블랑 파르페를 비롯해 계절에 따라 바뀌는 시즈널 파르페를 판매한다.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왔기에 내가 맛본 메뉴는 말차 몽블랑과 무화과 파르페였다. 넘치게 쌓아올린 여러 가지 재료를 한 번에 찔러 먹어야 하기에 기다란 스푼이 제공되었다. 힘차게 글라스 밑 부분까지 스푼을 찔러넣어 차곡차곡 쌓인 재료들을 한 번에 끌어올려 맛보자, 혈당 스파이크를 불러일으키는 아주 달디단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그저 달기만 한 것이 아니라 밑바닥에 깔린 말캉한 레드 와인 젤리와 소르베의 새콤함, 묵직한 몽블랑 크림, 위에 올린 바삭한 과자의 식감이 한데 어우러져 입안을 즐겁게 만들었다. 내가 파르페를 좋아했나 싶을 정도로 무아지경으로 퍼 먹던 기억이. 두 명이 방문한다면 파르페 한 개와 차 두 잔이 세트 구성된 메뉴를 추천하고 싶다. 1인 1 파르페는 다소 배가 부를 수 있기에. 이 외에도 수제 양갱과 말차 화이트 초콜릿 케이크, 모찌 등 다양한 디저트 메뉴도 판매한다. 본격적으로 선선해지기 시작한 초가을, 한옥 툇마루에 앉아 차와 함께 달콤한 파르페를 즐겨보기 바란다. 캐치테이블을 통해 미리 예약하는 것도 잊지 말자! 디저트 먹자고 몇 시간을 기다리기 싫다면 말이다. INSTAGRAM @foudethe_seoul EDITOR 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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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품격

한식의 품격

한식의 품격

일상적인 한식의 매력과 한국 전통에 대한 존중을 보여준 나오 레스토랑.

태국 못지않게 다양한 가격대의 로컬 푸드를 만나볼 수 있는 ‘미식의 나라’ 싱가포르에 나오 Naoh 레스토랑이 오픈했다.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이하 HMGICS) 내에 오픈한 점이 이색적이다. 미쉐린 3스타 셰프 코리 리 Corey Lee와 현대차그룹의 협업으로 오픈 전부터 기대를 모은 레스토랑 나오는 ‘안에서 밖으로 나오다’라는 순우리말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름에서부터 한국 음식을 싱가포르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느껴진다. 약 120평(396㎡) 규모의 레스토랑으로 오픈한 나오는 한국인 최초로 미쉐린 3스타를 받은 코리 리 셰프가 메뉴를 진두지휘한다. 코리 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파인 다이닝인 베누 Benu와 캐주얼한 한식당인 산호원 San Ho Won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나오 오픈은 동남아시아 지역 진출 첫 번째 프로젝트다.

한지로 만든 조명 덕분에 부드러운 조명의 빛을 느낄수 있으며 얇은 옥사명주로 만든 파티션이 프라이빗한 식사 자리를 만들어준다.

나오의 메뉴를 디렉팅하는 코리 리 셰프.

스마트팜에서 싱싱하고 다양한 농산물을 매일 수확할 수 있다.

나오는 계절에 따라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는 한국적인 상차림을 선보이는데 찬과 진짓상, 후식으로 이뤄진 코스 메뉴다. 계절의 변화가 없는 싱가포르에서 한국의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이라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 이번 오프닝 메뉴로는 여름 제철 식재료인 광어와 해삼 물회, 평양냉면, 능이버섯 삼계탕과 나박김치, 열무김치 등 정갈한 한 상 차림을 준비했고, 주기적으로 메뉴가 바뀔 것이다. 9월 12일부터 모둠회 덮밥과 황태국, 숯불 돼지불고기와 강된 장, 그리고 설렁탕면과 도가니 양지수육 등이 가을메뉴로 제공되고 있다. 특히 나오에서 사용되는 농산물 중 일부는 HMGICS에서 운영하는 ‘스마트팜’에서 생산된다. 거대한 팔을 지닌 메가 로봇이 스마트팜 내에서 생육 기간이 다른 총 9종의 농산물을 관리한다. 첨단 자동화 시스템과 로보틱스 기술로 재배한 농산물으로서 재배 후 식탁에 오른다. 나오에서는 음식뿐만 아니라 공간 곳곳에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직원들은 한국 전통 의복인 두루마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실용적인 유니폼을 입고 방문객을 맞이한다.

거대한 팔을 지닌 메가 로봇이 다양한 농산물을 관리하고 길러낸다. 이곳에서 수확한 농산물은 조리 과정을 거쳐 테이블 위에 오른다.

또한 오묘한 푸른빛을 띠는 칠보공예 작품과 한국 전통 소재인 한지를 겹쳐 만든 권중모 작가의 조명, 흙으로 빚어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도자기 그릇, 옹기 장인 방충웅의 장독대 등 한국의 전통을 존중하는 요소가 가득하다. HMGICS는 방문한 이들이라면 누구든 이용할 수 있는 나오 레스토랑 외에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재오픈했다. 그룹 최초의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글로벌 혁신 허브에서 생산 공정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는 ‘VR 투어’를 비롯해, 차량 테스트를 위해 옥상에 설치한 시험 주행용 트랙에서 시승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스카이트랙 주행’, 그리고 ‘스마트팜 작물 재배 체험’ 등을 통해 방문객과의 소통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중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셰프가 선사하는 정성스럽고 건강한 음식과, 단아하지만 힘있는 한국의 아름다움이 반영된 나오에서의 경험은 타국에 머무는 한국인에게는 반가움을, 현지인에겐 색다른 미식의 경험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INTERVIEW
코리 리 셰프와 나눈 익숙하지만 멋진 한식 이야기

따뜻하고 정갈한 나무 가구와 소품, 그릇 하나에도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반영했다.

‘나오’라는 레스토랑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 나오 Na Oh는 한국어로 ‘안에서 밖으로 나오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대차와 우리 팀이 함께 지은 이름으로, 레스토랑의 디자인과 요리를 통해 한국의 전통과 맛, 그리고 장인정신을 싱가포르에 전하고자 하는 비전을 반영하고 싶었다.

메뉴 구성이 궁금하다. 최근 몇 년 동안 좀 더 고급스러운 한식 레스토랑과 식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색다른 한식 코스 메뉴나 옛 궁중요리를 재해석한 요리, 한우 오마카세 같은 메뉴가 큰 인기를 얻었다. 물론 이러한 접근은 충분히 재미있고 고급 한식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는 있지만, 한국인들이 평소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오의 메뉴가 익숙하면서도 늘 갈망하게 되고 감성을 자극하는 요리이지만, 전문적인 셰프가 장인정신을 가지고 진지하게 만든 것이기 바랐다. 한국인이라면 우리 음식이 얼마나 맛있는지 알 것이다. 장인이 만든 것 같은 수준으로 고급스러운 맛을 지닌 일상의 음식은 어디에서든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 전통 공예기법인 칠보. 나오의 입구에 자리한 칠보 아트월은 840개의 푸른색 에나멜 조각으로 오묘한 색감을 선사한다.

계절에 맞게 계속 변화하는 나오의 메뉴. 2024 가을 메뉴인 탕평채.

이번 나오의 메뉴가 기존에 운영하던 레스토랑과 어떤 차별점이 있나. 나오는 처음부터 현대차그룹이 이곳을 방문한 이들에게 음식을 통한 경험을 선사하려는 비전이 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레스토랑의 사업적인 기회와는 다른 접근이었다. 이곳에서 독특하고 특별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영감을 받았다. 베누가 셰프의 스타일을 기대하게 하는 곳이라면, 나오는 특정 문화의 요리를 반영한 경험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다. 한국 전통 요리에 뿌리를 둔 메뉴는 HMGICS를 방문한 이들의 고객 경험 프로그램과 잘 맞고, 싱가포르의 외식 문화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오의 인테리어를 소개한다면. 공간 레이아웃은 전통적인 한국 가옥에서 영감을 받았다. 한옥의 안뜰 같은 중앙에는 장독대와 스마트팜이 위치하고, 그 둘레를 따라 방을 배치했다. 나오가 오픈한 HMGICS는 혁신적인 자동화 제조 시설이기 때문에 나오에서는 좀 더 인간적인 관점을 적용해 대비를 보여주고 싶었다. 자연 소재들로 가득한 디자인과 전통적인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장인들의 작품을 배치해 촉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번화한 싱가포르와 달리 차분하고 통풍이 잘 되며 따뜻한 채광을 느낄 수 있는 넉넉함이 느껴지기 바랐다. 한 가지 더 고려한 점은 현대자동차가 한국에 뿌리를 둔 기업임을 느낄 수 있는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고 싶었다.

칠보와 같은 한국적인 소재가 주를 이룬다. 한지, 옥사명주, 옻칠 등 한국적인 소재들을 사용했고 장식적인 것을 넘어서 실용적으로 활용하고 싶었다. 한국 장인정신의 넓은 범위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지는 빛을 부드럽게 만들고, 옥사는 테이블 사이의 세심한 프라이버시를 제공하며, 옻칠은 습한 이곳 날씨에서 테이블이 응축하는 것을 막아준다. 또 철제 가마솥은 음식을 오랜 시간 따뜻하게 유지한다.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현대적인 감성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전통을 이렇게 유지할 수 있도록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장식적인 순수 칠보를 사용한 예술 작품조차 전통적인 소재가 현대미술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사용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릇들은 직접 선택했나. 식사 경험은 단지 음식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소재와 테이블 웨어, 디자인을 모두 포함한다. 그런 면에서 그릇은 아주 중요한 요소고, 테이블을 포함해 그 위에 올라가는 모든 요소는 한국의 장인들이 만들었다. 유리, 옻칠, 나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장인들과 협업했고, 나오를 위해 신중하게 선택한 것들이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이란. 나에게 한국적인 아름다움은 아주 자연스럽고 힘들이지 않은 것이다. 한국의 역사는 겸손하고, 우리의 미학은 그런 역사를 반영한다. 전통 디자인과 공예품은 기능적이면서 자연을 길들이기 보단 조화롭게 공생하려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삶에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충족시키면서 섬세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한국의 미학이 존재한다.

스마트팜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HMGICS 내에 있는 2층 규모의 수직 스마트팜에서는 하루 30kg 이상의 신선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세계 최초의 로봇 스마트팜으로서 고객 경험을 위해 방문객들에게 최초로 오픈한 시설이다. 나오는 이곳에서 직접 재배한 신선한 재료로 음식과 혁신을 연결하고 씨앗에서 테이블까지 이어지는 ‘Seed to Table’의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채소가 많이 들어가고 신선한 재료를 필요로 하는 한국 요리와도 잘 어우러지며, 모든 과정이 센터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직원과 손님 모두 음식과 더 깊은 연관성을 지닐 수 있다. 현재는 아이스플랜트, 레드코럴 상추, 스위스 차드, 머스터드, 케일, 로메인 상추, 미즈나 등 총 9종의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신선한 들기름으로 맛을 낸 한국식 나물로 스위스 차드를 활용하고, 물회에는 아이스플랜트와 차가운 김치를 얹어서 제공하며, 매일 수확이 가능한 채소로 무침(샐러드)을 준비해 김치전 안에 싸서 먹을 수 있다. 추후에는 국화와 한련화, 깻잎, 금잔화 등 더욱 다양한 것을 재배할 것이다.

한국인 최초로 미쉐린 3스타를 받은 코리 리 셰프. 그는 유명한 파인 다이닝 셰프이지만 나오에서는 일상적인 한식 메뉴를 그만의 스타일로 품격 있고 세련되게 소개한다.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하반기 메뉴는 무엇인가. 나오의 계절 메뉴는 이곳이 싱가포르이기에 독특하다. 싱가포르는 다른 나라처럼 계절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계절적 영감의 많은 부분은 특정 제철 음식의 사용보다는 계절에서 연상할 수 있는 재료들에서 찾는다. 예를 들어 가을의 새로운 디저트 메뉴는 곶감 호두 타르트와 고구마 식혜다. 이는 추운 날씨가 오기 전 가을이 주는 맛이다. 송이버섯죽과 숯불 우엉구이도 가을에만 구할 수 있는 제철 재료로 만든 요리다.

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간장게장과 아내가 끓여주는 김치찌개. 맛있는 것은 물론이고 엄청난 풍미와 영혼이 느껴짐은 물론 집밥처럼 편안하다. 이런 점들이 한국 요리를 독특하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나오를 찾는 이들이 어떤 경험을 하기 바라나. 최상의 재료를 사용해 한국의 일상 요리들을 정성스럽고 세심하게 준비하려고 노력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맛의 수준을 지닌 분들을 만족시켜드리고, 또 고급스러운 파인 다이닝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과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바란다.

한식의 미래를 바라본다면. 요즘 한국 음식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많다. 나는 훌륭한 셰프 모두가 평생 동안의 연습과 기술을 통해 맛있는 맛을 전달하는 데 주력하는 장인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문화유산이 되고 국가의 위상에 기여하는지는 또 다른 주제다. 경력을 쌓아오는 동안 한국 음식의 놀라운 성장을 직접 목격했고 이 주제에 대해 많은 생각이 있지만, 여기서는 셰프로서 의견을 전하고 싶다. 손님들에게 가장 시장성이 있고 이상적인 음식을 제공하는 것보단, 가장 맛있고 만족할 만한 음식을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면 한국 요리는계속해서 번창하고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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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에디터

신진수

자료협조

현대자동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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