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사무소 김남
두 분은 어떻게 만났나요?
저희는 예일대학교에서 유학 중에 만났습니다. 남호진(이하 남) 소장은 미국에서 실무를 많이 했고, 제(김진휴, 이하 김)가 졸업하고 스위스에서 일하게 되면서 같이 스위스로 이주했습니다. 알프스의 산속에 작은 집을 설계하면서 개소했고, 한국에 들어온 지는 9년 정도 되었습니다.
두 분의 성함으로 유추되는 건축사사무소 이름은 어떻게 정했나요?
건축을 공부하고 회사를 다니는 동안 건축에 대한 저희의 관심사와 취향이 계속해서 바뀌는 것을 경험했어요. 건축과 관련된 특정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사무소 이름을 지으면 그것만 해야 할 것 같잖아요? 오래 사무소를 운영하려면 제약을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저 바뀔 일 없는 저희 이름으로만 지었습니다.
한국이 아닌 타지에서의 실무 시작은 두 분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때때로 한국에서 일어나는 건축의 과정을 외국인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계속 한국에서 계셨던 분들한테는 당연할 수도 있는 것에 대해 이걸 왜 이렇게 하지,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경우도 많고요.
두 분 다 헤르조그 드 뫼롱에서 실무를 쌓았는데, 그곳에서의 삶이 궁금합니다.
헤르조그 드 뫼롱은 스위스에서도 일반적인 사무소라고 하긴 어려운데, 스위스에 접해 있는 독일, 프랑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건축가들이 한곳에 모여서 설계하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실제로 저희가 일할 때는 스위스 사람보다 외국인의 숫자가 더 많았어요. 그리고 사무소 자체에 큰 워크숍이 있어서, 재료를 실험하거나 실물 크기의 목업을 만들어보면서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무수한 재료 스터디를 하는 게 당연한 분위기고,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고유한 방식으로 재료를 쓸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건축 설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김 끝까지 치열하게 생각하는 것. 남 멈추어 있지 않는 것.
건축사사무소 김남은 어떤 건축을 추구하나요?
저희의 모토 중 하나는 고품질의 건축입니다. 이때 고품질의 건축이라는 것은 건물을 쓰는 사람이 편하고 기분 좋을 수 있다는 의미도 있는데, 그 부분을 넘어 시간이 오래 지나도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할 수 있는 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축의 역사에서 배워야 할 부분이 많고, 지금의 테크놀로지를 활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자 좋아하는 건축가를 한 명씩만 꼽아주세요.
김 최근에 알바 알토 작업을 다시 보며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핀란드에서 모더니즘의 대표적인 건축가라고 할 수 있는데, 다른 모더니스트 건물과 달리 따뜻하고 부드러운 공간을 만들어냈습니다. 섬세하고 고유한 디테일은 정녕 경이롭습니다. 남 루이스 칸의 건물은 시간을 관통하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그 안에 있는 기술적 선구안도 정말 놀랍죠. 요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루이스 칸의 강의를 모아둔 <학생들과의 대화>를 다시 꺼내 들었는데, 훌륭한 건축가를 만들어내는 것은 단순히 솜씨 있는 전문인을 길러내는 것과는 다르다는 생각에 많이 공감했습니다.
작업 아카이브 중에 스위스에 있는 프라콩뒤 주택이 눈에 띄었어요.
오트-난다 Haute-Nendaz라는 지역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입니다. 스위스 사람들이 스키를 타러 가는 산속 마을에 100년도 더 전에 지은 나무 오두막 같은 것이 꽤 남아 있습니다. 소들이 먹을 건초를 보관하는 곳일 때도 있고, 사람들이 살던 집도 있습니다. 이 낡은 집들에 쓰인 재료는 지금은 구하기도 힘든 두껍고 멋들어진 나무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오두막 세 채를 해체해 새집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프라콩뒤 주택입니다. 분명 하나의 집이긴 한데 주방이 있는 집, 거실이 있는 집, 사우나가 있는 집 이렇게 세 채가 붙어 있어요. 알프스의 산속 마을이다 보니 1년 중에 공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돼요. 10월부터 눈이 펑펑 오니까요. 2014년부터 지었는데, 내년에는 완공되지 않을까 싶네요.
르 클루도 같은 지역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라고요?
사실은 둘 다 한 명의 건축주가 의뢰한 프로젝트인데, 르 클루 Le Clou는 오트-난다에 있는 스키 슬로프 한 켠에 있는 오래된 주택 이름이에요. 단층 밑에 낮은 기단이 있는 집이었는데, 건물을 크레인으로 약 1m 정도 들어올린 다음 기단이 한 층 높이가 되도록 해서 두 층이 되게 만들었습니다. 레스토랑과 게스트하우스로 쓰려고 합니다. 목조로 된 집의 후면부에는 콘크리트로 일부 수평 증축을 했어요. 스키를 타다가 들어온 어린이도, 어른도 장갑을 벗어놓고 밖을 구경할 수 있게 작은 네모난 창을 벽에 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 있나요?
인천국제공항의 화물터미널 지역에 카페, 휴게실 등이 포함된 편의시설을 설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높게 세운 철골과 알루미늄 차양이 대지 전체를 덮고 있고, 그 밑에 단층 건물을 배치해서 바람이 통하는 그늘의 휴게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두 분이 함께라서 겪는 장단점이 있을까요?
두 사람의 사고가 더해지면서 균형 잡히고 풍부한 프로젝트를 만들게 되는데요. 반면, 극도로 치우친 프로젝트는 잘 안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생각이 아주 과격하고 매우 강렬한 인상을 주는 건물도 필요한 법인데, 저희가 하는 프로젝트는 그렇게는 잘 안 되더라고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