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절하기 일보 직전의 팬덤을 몰고 다니는 아이돌 그룹 ‘빅뱅’을, 그리고 탑을 잠시 잊자. 싱가포르 아트 위크 중 3박4일간 <메종>은 현대미술과 디자인 가구, 나아가 예술을 사랑하는 탑 그리고 최승현과 함께했다.
↑ 싱가포르 아트 뮤지엄의 계단에 장식된 설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탑.
싱가포르에 머무르는 동안 그는 판화 아트 공방 STPI와 싱가포르 아트 뮤지엄, 이칸 아트 갤러리, 싱가포르 아트 스테이지를 돌아봤다. 이 여정에는 일본의 조각가 코헤이 나와와 프리랜스 큐레이터 이영주 씨가 동행했다. “코헤이 나와와는 서로 미술이나 음악에서 뭔가를 창조해야 한다는 공통분모 때문인지 12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화가 잘 통해요. 미술뿐 아니라 음반 작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요.”
1,2 기억해두고 싶은 그림이나 장면은 수시로 휴대폰에 저장한다. 3 영상 작품에 매료된 나머지 전시장에 눕고 말았다. 4 아트앤사이언스 뮤지엄에서 프리랜스 큐레이터 이영주와 탑은 공동으로 국내 작가와 일본의 신진 작가의 작품을 선별하고 전시회를 가질 예정이다.
탑은 갤러리를 돌아보며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나면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곤 했다. 인상 깊게 본 작품을 묻자 ‘싱가포르의 감독 호 추 니엔이 만든 영상 ‘미지의 구름’을 꼽았는데, “시공간을 넘나드는 실험적이면서도 장엄한 영상이 인상적이었어요”라며 소감을 들려주었다. 이칸 아트 갤러리에서는 꽃 영상 작품 ‘Moving Light Roving Sight’를 관람했는데 꽃을 주제로 한 화려한 영상이 바닥에 깔려 꽃밭에 누운 듯, 잠시 탑의 1인 퍼포먼스 같은 장면도 연출했다. 예술이라는 광대한 바다에 몸을 던진 무구한 젊은이의 행동에 전시장은 즐거운 유희로 채워졌다. “페인팅 작가로는 영국 프란시스 베이컨과 세실리 브라운, 미국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좋아해요.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는 무엇을 의도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그냥 꺼져 있는 TV를 보는 듯했어요. 그런데 보면 볼수록 빨려들어가는 블랙홀이 그림 속에 있더라고요. 이런 쾌감이 심장을 뛰게 만드는 자극제가 되어주는 것 같아요.”
탑은 지금 두 가지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전술한 아시아 작가 그룹 쇼에서는 큐레이터 이영주 씨와 공동 큐레이터로 국내 작가와 일본 작가의 작품을 선별해 전시할 예정이다. “일부 큐레이터들이 보기에는 아시아 보이 밴드의 인지도를 이용했다고 할 수 있고 낙하산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일은 어떤 경제적인 이득을 바라서가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신진 작가들에게 보다 넓은 시장을 열어주는 창이 되고픈 마음에 시작하게 됐어요. 그리고 또 하나의 프로젝트는 비트라 뮤지엄과의 협업이다. “초현실적인 달리의 그림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금속 시럽이 의자에서 흘러내리는 형상을 한 섹시한 의자예요.” 오는 8월 대중 앞에 선보일 이 의자는 9월에 사치 갤러리에서도 전시될 예정이다. “디자인과 미술,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에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의자 작품을 만들게 되어 긴장되기도 하고 기대도 돼요 .” 탑은 지금도 더 완벽한 의자 디자인을 위해 매주 비트라팀과 만나 최종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 탑은 누군가의 뒤를 쫓지 않는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길이 다소 힘들긴 해도 그는 이미 리빙&디자인 아이콘으로 우뚝 솟을 준비를 마친 상태다.
그룹에서는 래퍼를 맡고 있지만 탑은 재즈나 블루스를 즐겨 듣는다. 프랭크 시나트라와 레이 찰스, 1960년대 블루스 음악을 즐긴다. “바흐 같은 클래식도 자주 들어요. 고상한 척하는 게 아니라 어려서부터 힙합을 하다 보니 마음속에서 밖으로 무언가를 뚫고 나가려는 강한 의지가 숨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종종 클래식 음악을 듣고 긴장감 있는 슈트를 입어 내면과 외면을 다스리다 보면 마음이 편해져요.” 1950~60년대 음악을 듣는 취향처럼 20대 후반의 열혈 청춘은 어느새 시간을 초월한 디자인과 예술이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는다는 진리를 깨달은 것 같다. 갤러리스트로의 꿈을 위해 신중하게 한 계단씩 오르고 있는 빅뱅 탑, 아니 최승현의 진짜 모습은 이제부터 시작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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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of the World Part.1`에서 그와의 첫 만남을 확인해보세요. >>
에디터박명주 | 포토그래퍼 김보성(플레이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