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디자이너와 건축가가 만나서 아무것도 없는 무 無의 상태에서 꿈 같은 집을 디자인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아테네의 노타 크리소고누의 집은 그런 기획의 결과물이다. 1950년대 건축물이 선사하는 영감을 유지하면서 아테네와 아크로폴리스의 경치가 한눈에 들어오는 옥상에 수영장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맑은 날 수영장과 하늘은 하나가 된다. 아테네 시내를 바라다볼 때에는 잠시 방해를 받는데, 널따랗게 뻗어 있는 흰색 기둥과 들보가 풍경을 더할 나위 없이 돋보이게 한다.
2층 높이의 5.2㎡ 유리 파사드가 럭셔리한 주거 공간을 만들어냈다. 소파는 필립 스탁 Philippe Starck이 디자인한 것으로 카시나 cassina 제품. 의자는 한스 베그너 Hans Wegner가 디자인했으며 뒤쪽에 1950년대식 장작 난로가 보인다.
1 능률성에 주안점을 두기보다는 ‘방’으로 디자인된 주방. 밀레 주방은 칸막이벽으로 감춰져 있고, 주방 기구도 티크 베니어 벽장 속에 감춰져 있다. 회색 대리석 바닥은 공간이 확장된 느낌을 준다. 테이블 천장에 달려 있는 전등은 아르테미데의 누르 Nur이고, 벽에 걸린 그림은 저명한 그리스 화가 디미트리스 미타라스 Dimitris Mytaras의 1880년대 작품이다. 2 건축가 메모스 필립피디스와 마리타 니콜루추.
아테네 근처의 인구 조밀 지역인 칼리세아 Kalithea에 살고 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노타 크리소고누 nota chrysogonou는 도시의 바쁜 삶에서 벗어나 꿈속에서 그리던 자신만의 집을 지을 계획이었다. 그리고 크리소고누는 아테네 중심에서 겨우 3km 떨어진 니아 스미르니 Nea Smirni라는 무척이나 조용한 곳에서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곳을 발견했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그 장소가 무언가 끌어당기고 있음을 느꼈다. “저는 아크로폴리스를 포함한 아테네 중심지를 조망할 수 있다는 것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건축가가 필요해졌다. 아들은 메모스 필립피디스 Memos Filippidis와 그의 사업 파트너인 마리타 니콜루추 Marita Nikoloutsou를 제안했다. 그들은 아들이 인턴 사원으로 근무하던 건축 사무소 ‘엠플러스엠 아키텍츠 MPLUSM Architects’ 의 대표이기도 했다.
집주인 크리소고누가 디자인에 대해 상의하고 가구에 대한 자문을 구했지만 사실 대부분의 일은 유능한 건축가들에게 일임했다. 필립피디스는 “우리는 이 공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공동주택을 짓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방 하나는 집주인이 사용하고, 또 하나의 방은 아들이 사용합니다. 나머지 부분은 임대 공간으로 쓰일 것입니다”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공간을 나누어 사용하는 것이 그리스에서는 꽤 대중적인 부동산 투자 방식이다. 필립피디스가 생각에 잠기듯 덧붙였다. “이 집의 인테리어는 현대의 미니멀리스트 건축가들이 지향하는 바와 일치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한 반발이랄까요. 즉 도시의 혼란스러움을 걷어낸 명쾌함과 청결함이 필요해진 것입니다. 곡선적인 요소는 배제하고 골동품 같은 요소도 거의 존재하지 않죠.” 자신의 디자인을 설명하며 크리소고누는 외부 공간과 가능한 한 가까워지려는 열망을 설명했다. 집주인의 마음도 그랬다. 이 독특한 건물에는 바깥으로부터 그리스 풍경을 끌어들일 수 있는 5.2m에 달하는 창이 달린 주거 공간이 있다. 그리고 옥상에는 고급스런 부부 침실이 있는데 한쪽은 야외 수영장으로, 다른 한쪽은 드레스룸과 작은 욕실로 이어진다.
직선의 구조와 곡선미 넘치는 붉은색 의자가 대조를 이룬다. 의자는 그리스 회사 바란기스 Varangis의 수상작 테트라 체어 Tetra Chair이다. 길고 날씬한 모양의 회색 캐비닛은 엠플러스엠 건축가들이 주문 제작한 것이다.
지붕 아래 공간은 수영장에 더할 나위 없이 필요한 공간으로 혼자 조용히 아침식사도 할 수 있다. 의자는 헤이 Hay, 탁자는 칼레모 Kallemo의 레벨 Level 제품이다.
1 전체적으로 집 안은 깔끔한 느낌인데 특히 부부 침실을 보면 명백하다. 침실의 덧문은 알루미늄으로 제작했고 테라스 의자 또한 현대적인 디자인에 충실하다. 2 집주인은 욕실이 방처럼 보이기를 원했다. 이를 위해 나무 바닥재를 사용하고 벽은 리폴린 ripolin으로 했다. 3 콘스탄틴 그리치치가 디자인한 의자가 단순한 복도에 포인트를 주고 있다. 난간 없이 단순하게 디자인된 층계는 집 전체를 아우르는 단순성이라는 주제와 통한다.
이 당당한 흰색 건물이 완성되기까지는 총 3년이 걸렸다. 그리고 지난 2008년 ‘올해의 그리스 건축상’이 증명하듯 3년간의 작업이 헛되지 않았음이 입증되었다. 이 집에서 가장 독특하고 인상적인 곳은 말할 필요도 없이 옥상 수영장이다. 크리소고누는 물속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건축가 필립피디스가 웃으며 덧붙인다. “이 수영장에는 통행인을 위한 진귀한 물건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스페인의 상징적 브랜드인 간디아 블라스코 Gandia Blasco의 가구를 가리키는 것. 여유로움과 단순함을 즐기며 침대에서 수영장으로 여유롭게 움직이는 집주인을 질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때문에 수영장이 딸린 집은 그리스인들에게 로망이 되었다는 것이 필립피디스의 설명이다. 집주인과 건축가에게 새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즉각 답이 돌아온다. 먼저 크리소고누는 “계절에 따라 달라요. 여름에는 위층의 부부 침실이고요 겨울에는 아래층의 주거 공간이에요. 내 생애 처음으로 하늘을 마음껏 바라보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필립피디스의 경우는 입구 통로다. “2층 높이의 거실은 일반적인 집에서는 기대할 수 없죠. 저도 공간의 유동적인 측면에서 볼 때 부부 침실도 마음에 들어요.”
250㎡의 집에 적용된 건축 기술은 그리스의 유명 건축가 니코스 발사마키스 Nicos Valsamakis가 디자인한 1950년대식 건물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날카로운 선, 사려 깊게 배치된 빈 공간과 단순함이 섞여 극적인 요소와 단순함이라는 흥미로운 결과물을 만들고 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필립피디스는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집주인은 우리가 집을 완성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감사의 말을 전해왔고, 자신의 삶이 업그레이드되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 이상, 어떤 대답이 필요할까?
CREDIT
포토그래퍼
반젤리스 페터라키스 Vangelis Paterakis(GERBER G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