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뜨리는 재미

늘어뜨리는 재미

늘어뜨리는 재미
인더스트리얼, 모던, 네오클래식, 핸드 크래프트 등 다양한 스타일의 펜던트 램프는 공간의 표정을 바꾸는 일등 공신이다.

금속 소재의 전등갓이나 아래로 넓게 퍼진 전등갓은 인더스트리얼 무드를 내고 싶을 때 효과적인 제품이다. 같은 조명을 여러 개 달아놓을 때는 간격을 맞춰 줄지어 다는 것이 전형적인 방법. 인더스트리얼 스타일로 각기 다른 제품을 여러 개 매치하면 훨씬 개성 있는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검은색 의자는 에잇컬러스에서 판매. 빨간색 의자는 인노바드에서 판매. 알루미늄 소재의 AB 체어는 루밍에서 판매. 식탁은 까사알렉시스에서 판매. 나무 상자는 이노메싸에서 판매. 흰색 병은 까레 제품. 금속 촛대와 화병은 모엠컬렉션에서 판매. 와이어 촛대는 에잇컬러스에서 판매. 닭 모양 와이어 바스켓은 까사알렉시스에서 판매. 벽에 건 그림 ‘아이 볼티 I Volti’ 시리즈는 루밍에서 판매. 마루는 ‘구정 강마루’ 문 라이트 워시 색상으로 구정마루 제품. 벽에 칠한 흰색 DE6247과 노란색 DE5320 페인트는 던에드워드 제품으로 나무와사람들에서 판매.

 

 

모던하고 단정한 분위기의 다이닝 공간에 잘 어울리는 간결한 디자인의 조명. 조명을 켜면 전등 안에 있는 전구의 개성 있는 모습이 드러나면서 반전의 재미를 준다. 작은 2인용 식탁에는 하나만 두어도 좋지만 높이를 다르게 해 두 개를 달면 훨씬 풍성해 보인다.

철제 식탁은 이립 제품. 남색 드롭 체어와 분홍색 앤트 체어는 프리츠한센 제품으로 보에에서 판매. 잡지를 올려놓은 스툴은 롱포헤이 제품으로 이노메싸에서 판매. 회색 컵과 접시, 초록색 저그는 모두 이노메싸에서 판매. 대리석과 황동으로 만든 촛대는 메뉴 제품으로 에이치픽스에서 판매. 왼쪽 벽에 걸어놓은 그래픽 포스터는 플레이타입 제품으로 에이치픽스에서 판매. 마루는 ‘구정 강마루’ 문 라이트 워시 색상으로 구정마루 제품. 벽에 칠한 흰색 DE6247 페인트는 던에드워드 제품으로 나무와사람들에서 판매.

   

클래식하면서도 패셔너블한 이미지가 함께 뒤섞인 네오클래식에는 화려함의 극치가 느껴지는 샹들리에보다는 우아하면서도 절제된 샹들리에를 추천. 볼륨감 있는 가구와 잘 어울리고 팝적인 색감의 소품을 배치해 분위기를 중화시킨다.

프린팅한 그림에 스프레이를 칠한 캔버스는 런빠뉴에서 판매. 암체어와 철제 화병은 까사알렉시스에서 판매. 쿠션은 보에에서 판매. 금색과 은색 철제 사이드 테이블은 모두 모엠컬렉션에서 판매. 조각상 모양의 초는 챕터원에서 판매. 파란색 와인잔은 런빠뉴에서 판매. 흰색 촛대는 까레 제품. 마루는 ‘구정 강마루’ 문 라이트 워시 색상으로 구정마루 제품. 벽에 칠한 흰색 DE6247 페인트는 던에드워드 제품으로 나무와사람들에서 판매.

   

새로운 발상이 필요한 작업 공간에는 손맛이 느껴지는 뜨개 소품이나 바구니, 그림이 그려진 나무 인형 등 다채로운 색감의 아이템을 배치해보자. 특히 공예 작가나 디자이너들이 만든 물건을 가까이 두면 색다른 공간이 완성된다.

종이 벽시계는 메이크텐 제품으로 챕터원에서 판매. 유지연 작가의 뜨개 화병 커버는 모엠컬렉션에서 판매. 집 모양 연필꽂이와 주황색 파일첩은 에잇컬러스에서 판매. 도나 윌슨의 나무 인형은 에이치픽스에서 판매. 책상은 핀치에서 판매. 의자는 무토 제품으로 라꼴렉트에서 판매. 바스켓은 챕터원에서 판매. 종이 상자는 하우스닥터 제품으로 에잇컬러스에서 판매. 마루는 ‘구정 강마루’ 문 라이트 워시 색상으로 구정마루 제품. 벽에 칠한 흰색 DE6247과 초록색 DE5727 페인트는 던에드워드 제품으로 나무와사람들에서 판매.

 

 

‘펜던트 램프는 단순히 공간을 밝히기 위한 용도는 아니에요. 한정된 공간에 불을 밝혀 무드를 잡아주고 불을 껐을 때는 멋진 형태감으로 시선을 사로잡으니까요. 펜던트 램프를 구입할 때는 포인트를 주고 싶은 장소가 어딘지 먼저 살피고 그 공간에 맞게 고르는 것이 좋아요. 어떤 분위기로 연출할 것인지, 다른 가구와 매치했을 때 어떤 느낌일지 말이에요. 해당 장소에 전등을 매달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마세요.” 스타일리스트 배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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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안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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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Architecture (4)

Special Architecture (4)

Special Architecture (4)
카페, 라이브러리, 게스트하우스, 학교 그리고 재생건축을 위한 동네 건축까지,각자의 타이틀은 다르지만 건축가의 혼이 담겨있다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었다.이제 일상생활 속으로 성큼 들어온 건축에 발을 들여 놓고 즐길 일만 남았다.

사람이 모이는 건축
2014 서울시 건축상, 2015 김수근 건축상 프리뷰 상을 연이어 수상한 지음재 건축의 이재성 소장. 그가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안종환(인물) · 진효숙(건물) 

   

↑ 지음재 건축의 이재성 소장.



↑ 전동식 루버로 채광량을 조절하는 기능과 조형적인 면을 모두 겸비한 서우재. 

 

먼저 대표작인 서우재에 관한 설명해달라.
상서로운 집을 뜻하는 서우재는 아래층에 커피숍 등 상가, 위층에 업무 공간, 가장 꼭대기에는 옥상정원을 가진 펜트하우스, 지하에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구성된 곳이다. 도시에서 이런 구조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복합 건물의 모델이다. 입면에는 적삼목으로 만든 전동식 루버가 설치되어 있는데, 일광을 조절하고 건물의 모습을 변화시키는 조형적인 역할을 한다.

서우재 안에 미디어 갤러리를 마련한 이유가 무엇인가?
지하의 선큰 가든과 이어지는 갤러리 공간은 건축가, 예술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전시나 공연을 하는 무대로 계획했다. 그리고 그 시작을 미디어 아트로 연 것이다. ‘미러 도어 파사드 실링 월 선큰 Mirror Door Facade Ceiling Wall Sunken’은 서우재의 건축 공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영화적 기법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갤러리 공간에서 선큰 가든 반대편에 있는 거울로 자기 모습과 영상이 함께 비춰지는데,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공간을 경험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고 싶었다.

설계할 때 가장 고려하는 점은?
나는 사람들이 시각적, 물리적으로 경험하는 공간의 정서적인 면에 관심이 많은데 특히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서우재의 1층 필로티 공간을 선큰 가든과 연결하고 서편재의 외부 발코니 계단을 한 층에서 다른 층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서편재의 외형은 직물을 짜놓은 것처럼 루버를 만들었는데 서우재와 마찬가지로 건물에 조형성을 강조하면서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역할을 한다. 

   

 

↑ 지하 선큰 가든과 연결된 미디어 갤러리.  

회화를 전공하다가 건축으로 전향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대학 때는 반 고흐처럼 자기 세계를 갖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유럽 여행을 갔다가 건축과 도시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엮어주는 것을 보게 되었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더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만의 무엇을 탐구하고 표현하는 것도 멋지지만 건축물을 통해 사람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일반인에게 건축은 여전히 어렵고 무거운 주제이다. 이 문턱을 낮추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건축이 학술적 영역에 머물거나 건물이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무관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건축물은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는 동시에 그 건축물을 이용하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 따라서 건축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건축을 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건축 전시회나 행사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건축가와 만나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면 건축 문화가 한층 성숙해지라라 믿는다.

당신에게 공간이란?
공간은 영어로 스페이스 space다. 이는 공간 자체의 가치를 표현하는 단어라 그 안에 꼭 사람이 있어야 하는 개념이 아니다. 그러나 사람이 부재한 건축물은 조형물 이상의 가치를 담아내지 못해 공허하다. 건축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공간이기보다는 장소, 즉 플레이스 Place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무엇보다 건축이 사람을 위한 공간인 장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화동에 살으리랏다
쇳대박물관 최홍규 관장의 담금질은 계속되고 있었다. 새 옷을 입은 공가 公家들이 또 한 번 이화동의 역사가 되어간다.
에디터 신진수|포토그래퍼 안종환 

↑ 배오개의 동그란 원형 창을 통해 본 적산가옥의 지붕과 서울 시내. 

1 해주 지역의 백자를 창문에 연출해 화사한 아름다움을 건넨다. 2 부엌 관련 도구를 전시한 배오개. 

쇳대박물관 최홍규 관장과 이화동은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돼버렸다. 2010년에 시작한 이화동 문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새로운 박물관이 지금까지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니 이화동의 재생은 계속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미디어에서 인터뷰할 때마다 말했는데 더 할 말이 있나요. 그냥 좋으니까 계속하게 되는 거죠. 내가 시골 출신이거든요. 회귀본능처럼 자꾸 어린 시절의 단편적인 기억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나에게 이화동은 또 다른 고향이 됐죠.” 최근 이화동 프로젝트로 몇 개의 박물관이 더 생겼고 얼마 전에는 <이화동 마을박물관 2015> 전시도 성황리에 마쳤다. 비어 있는 집을 박물관으로 개조하되 모두 이화동과 관련이 있는 ‘마을’ 박물관이다. 진심은 통한다고 했나. 여전히 탐탁지 않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주민은 최홍규 관장이 ‘마을 주민이 주인이 되는 마을을 만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최근 건축계의 화두 중 하나인 ‘재생 건축’. 말 그대로 건축을 위해 건물을 부수기보다는 기존 건물을 되살려 새로운 건축으로 탈바꿈하자는 취지다. 폐광이나 문을 닫은 병원, 버려진 공장 등을 개조해 다시 쓸모 있는 역할을 부여하고 지역을 되살려보자는 넓은 의미도 지니고 있다. 최홍규 관장에게 재생 건축은 건물 하나하나가 아니라 마을 전체인 셈이다. “이번에 새로 문을 연 박물관이 몇 개 돼요. 

1 이화동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애정을 쏟고 있는 쇳대박물관 최홍규 관장. 2 와인 오프너 전시 겸 카페로 활용하고 있는 개뿔. 

1 성곽의 돌과 똑같은 돌로 마감한 개뿔의 화장실. 2 개뿔에서 전시하고 있는 다양한 빈티지 와인 오프너. 

↑ 비어 있는 집을 개조하고 보수해 생명이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배오개. 

최근에는 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에 ‘개뿔’이 나와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죠. 부엌 박물관인 ‘배오개’, 대장간의 느낌을 살린 ‘풀무아치 공방’, 나의 본업이 이뤄지는 ‘최가철물점’, ‘이화동 갤러리’ 등이 문을 열었어요. 대부분 폐가이거나 이사를 간 집이었지요. 형태는 그대로 살리되 내부는 각기 다른 분위기로 재탄생시켰어요.” 하늘과 가장 가까운 위쪽 개뿔에서부터 한 걸음씩 내려오기로 했다. “개뿔의 내부에는 와인 오프너를 전시하고 있고 외부는 작은 앞마당과 2층 테라스를 카페처럼 활용하고 있어요. 이번에 오픈한 곳은 아니지만 적산가옥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를 보여주는 곳이죠. 화장실 벽이 돌로 마감돼 있는데 성곽의 일부였단 이야기도 있고 성곽을 짓고 남은 돌을 가져와 붙였다는 설도 있답니다.” 적산가옥은 적의 재산이라는 뜻.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도성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이화동에 일본식 가옥을 짓기 시작했고 개뿔은 그 잔재를 보여주고 있다. 곳곳에 수납공간이 숨어 있으며 심지어 한 사람이 겨우 몸을 뉘일 정도의 다락 공간도 있었다.

↑ 이화동 프로젝트의 중심에 있는 마을박물관. 주민들의 기증품으로 이화동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 최홍규 관장의 본업이 이뤄지는 이화동대장간.

1 마을의 중심이 되는 오디 나무 밑 평상과 작은 텃밭. 2 이화동은 오래된 돌계단을 오르내리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동네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배오개’다. 부엌 박물관인 이곳은 지금 집으로 사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로 모던하고 단아하다. 해주에서 나온 백자 도자기와 과거에 부엌에서 사용했던 석쇠나 장 단지 등을 전시했는데 실제 부엌처럼 공간을 꾸미고 창가에 관련 도구를 발처럼 매달아 어찌 보면 아늑한 레스토랑 같기도 했다. 이화동 마을 프로젝트의 집들은 모두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지만 조금씩 그 특징이 다르다. 배오개는 잔디가 깔린 마당을 가지고 있는 참한 모습의 박물관으로 촬영 날의 흐린 날씨와 유독 잘 어울리는 곳이기도 했다. 배오개의 바로 옆집은 ‘이화동 갤러리’다. 아직 내부를 완성하지 못했는데 앞으로 갤러리 공간으로 활용해 다양한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벽화마을에서 돌계단으로 끝까지 올라왔다면 마주할 수 있는 텃밭과 평상이 놓인 마을의 중심, 이곳에 마을박물관이 있다. 마을 프로젝트의 본부와 같은 곳으로 이곳 역시 주민들의 참여로 꾸며졌다. 이화동 주민들로부터 오래된 물건을 기증 받아 꾸민 생활형 박물관으로 이화동 주민들의 과거 모습을 사진을 통해 감상할 수 있고 주민들의 인터뷰와 소개 영상도 볼 수 있었다. 표시된 전화번호 다이얼 전화기를 돌려 걸면 마치 전화 통화를 하듯이 수화기와 앞에 마련된 화면을 통해 이화동과 관련된 인사들의 인터뷰를 들을 수 있는 코너도 참신한 아이디어였다. 

1,2 이화동 마을박물관은 주민들의 그림, 과거에 이화동에서 사용했던 물건을 기증 받아 완성한 생활 박물관이다. 

잠시 숨을 고르고 골목을 지나 풀무아치 공방에 다다랐다. 풀무아치는 대장장이를 일컫는 말로, 옛날에 기물을 들거나 당기기 위해 만들었던 들쇠를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아 대장간의 느낌을 살렸다. “들쇠 모양도 모두 다르죠. 거북이, 새, 박쥐 등 미신적인 의미로 집안에 큰일이 있을 때 사용하곤 했어요. 실제로 2층에는 금속공예가 홍석진이 공방으로 사용하고 있는 소박한 느낌의 박물관이이에요.” 성곽 쪽으로 다시 돌아가다 보면 최홍규 관장이 운영하는 최가철물점이 나온다. 이곳은 철로 만든 닭이 지붕에 멋스럽게 자리 잡은 ‘지붕 위의 장닭 갤러리’와도 이어진다. 대장간에서 사용하는 끌, 망치 등의 도구를 작품처럼 전시해 대장장이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갤러리 공간이다.  

1 철로 만든 장닭이 멋스럽게 장식된 ‘지붕 위의 장닭’ 갤러리. 2 최홍규 관장은 자투리 공간 하나에도 아끼는 소장품을 두어 장식했다.  

1 다이얼 전화기를 통해 이화동을 아끼는 인사들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 들을 수 있다. 2 지붕 위의 장닭 갤러리에서는 대장간 도구를 전시품으로 만나볼 수 있다. 

다시 돌아온 마을박물관 평상에는 주민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더위에 지친 고양이가 낮잠을 자고 떨어진 오디나무 열매를 먹기 위해 새들이 짹짹거렸다. 생활 터전이 건축의 힘으로 얼만큼 달라질 수 있는지를 이방인임에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화동만 한 동네가 없어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여기에 집을 지은 이유가 달리 있겠습니까. 풍류와 부의 상징이었던 이곳이 낙후된 동네로 인식돼 사라져가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단지 빈집을 사들여 박물관을 만들고 수익을 얻자는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못했을 거예요. 마을 전체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서울에 이렇게 좋은 동네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죠.” 주위에 높은 건물이 없기에 불어오는 바람도 거칠 것 없이 평상 위로 스쳐갔다. 대장장이인 그는 철을 다듬고 두드리는 인내의 마음으로 이화동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 재생 건축이라는 거창한 타이틀 없이도 이화동은 서울에서 가장 생기 있는 동네로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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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안종환, 진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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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Architectur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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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라이브러리, 게스트하우스, 학교 그리고 재생건축을 위한 동네 건축까지,각자의 타이틀은 다르지만 건축가의 혼이 담겨있다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었다.이제 일상생활 속으로 성큼 들어온 건축에 발을 들여 놓고 즐길 일만 남았다.

시간을 축적한 건축
오랜 시간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되었던 전분공장이 새 옷을 입었다. 전분공장의 증기터빈 대신 커피 머신이 돌아가는 카페, 엔트러사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임태준 

   

↑ 입구에 만든 야외 공간. 과거에 만들어진 수로를 화단으로 사용한 것이 눈길을 끈다. 

   

↑ 바와 휴식터로 나누어진 내부 모습. 

  제주시 한림읍 동명리에 위치한 카페 엔트러사이트는 과거 제주의 고구마 산업의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다. 제주에서는 고구마를 감저라고 부르는데 삼각형 건물 두 채가 쌍둥이처럼 나란히 붙어 있는 이곳은 195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제주 전역에서 생산되는 고구마로 전분을 만들었던 감저공장이었다. 595㎡의 내부에는 시대별로 사용했던 손때 묻은 증기터빈 원동기들이 그대로 놓여 있어 과거의 영광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오랜 시간 버려져 있던 공장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이는 합정동 당인리 발전소 앞에 위치한 신발공장을 개조해 카페 ‘엔트러사이트’를 만든 김평래 대표다. 서울에서 함께 일했던 매니저 박성희 씨의 도움으로 공장 터를 발견하고 함께 카페로 만들 계획을 세운 것이 지난가을. 5개월간의 공사 끝에 새 옷을 입은 카페는 오래된 것이 새롭게 보일 정도로 개성 있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건물 주인의 고조할아버지 때부터 존재했던 이 건축물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시간의 흔적이 묻어 있는 서까래부터 고장 난 컨베이어 벨트와 낡은 대문 등이 방치되어 있어 마치 고물상과도 같았어요. 나 홀로 예쁜 건축물보다 주변 환경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담긴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 시간의 흔적이 묻어나는 낡은 쇠붙이.  

   

1 노출된 서까래 아래로 채반을 활용해 만든 테이블과 철제 의자가 놓여 있다. 2 제주에서 자라는 고사리류와 식물을 심은 화단. 덕분에 어둑한 실내는 한층 밝아 보인다. 

   

↑ 두 개의 건물이 쌍둥이처럼 이어져 있는 외관. 

 

두 개의 건물이 하나로 이어진 내부는 크게 커피를 제조하는 바와 손님을 맞는 휴식터로 나뉜다. 낡아서 물이 새던 삼각 지붕에는 전체적으로 삼나무를 덧대 내려앉지 않게 보강했고 천장 곳곳에 창문을 내어 자연광을 내부로 들이는 장치를 마련했다. 휴식터 바닥에는 제주 현무암과 송이석을 깔아 단을 올리고 바닥 곳곳에는 푸릇푸릇한 이끼가 자라나도록 했다. “제주의 고온 다습한 환경을 이용해 이끼를 키우고 있는데, 손님이 자주 드나들어 잘 크지는 않아요. 하지만 나중에는 이끼 반 풀 반으로 채워질 공간을 상상하며 정성을 들이고 있습니다.”
바 공간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기존 물이 흐르던 수로에 흙을 채워 고사리류와 작은 식물들을 심어 만든 화단. 전반적으로 어둡고 습한 기운이 감도는 내부는 파릇파릇한 식물 덕분에 한층 밝은 모습이다. 군데군데 놓여 있는 테이블은 전분을 곱게 내리던 넓은 채반을 활용했고, 낮은 철제 의자는 맞춤 제작했다. 공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디자인의 테이블과 의자가 눈에 띄는데 이는 높고 넓은 천장고를 감상하기 좋도록 주인이 배려한 것. “공사 기간 동안 서울에 있는 직원들이 함께 흙을 만지고 돌을 옮기며 만들었어요. 서울에 있는 직원들이 돌아가며 이곳에 머물면서 일할 예정인데, 자연스럽게 제주의 자연환경을 즐길 수 있는 기회도 주려고 합니다.” 김평래 대표 역시 제주도에서의 삶을 꿈꾸며 조만간 가족과 함께 제주로 이주할 예정이다. 카페 엔트러사이트는 시간의 장벽을 초월한 공간의 영속성으로 전분공장의 과거에 이어 다시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심각하지 않은 삼각학교
서울 인근 남양주에 위치한 동화고등학교는 삼각형 모양이다. 왜 삼각형 모양이 되었을까?
어시스턴트 에디터 김수지 | 포토그래퍼 차가연(인물)

   

↑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중정의 모습. 

   

↑ 중학교와 마주하는 곳은 콘크리트로 마감해 건물 간의 간섭을 줄였다. 

   

↑ 유리창에 비친 풍경은 동화고등학교의 또 다른 매력이다. 

  속초가 고향인 한 친구가 고등학교 다닐 적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뒤에는 산, 앞쪽으로는 바다여서 도망칠 곳이 없었다는 얘기였다. 창밖의 바다를 바라보며 공부했을 친구의 학창 시절을 상상하던 중 고등학교 시절의 답답함은 공부의 양은 물론이고 공간에서 오는 폐쇄성도 한몫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뒤꿈치를 들어야 겨우 밖이 보이는 창문 높이, 복도에서 조금만 달려도 어느샌가 꿀밤을 때릴 준비를 하고 계신 선생님과 맞닥뜨리는 ‘ㅣ’자형 건물 등 나에게 학교라는 곳은 언제나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버티던 공간이었던 것. 공간에서라도 학생들의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학교 건물은 대게 ‘ㅣ’자나 ‘ㄱ’자 모양이다. 하지만 네임리스 건축의 나은중, 유소래 소장이 설계한 동화고등학교 삼각학교는 우리가 흔히 봐왔던 학교의 전형에서 벗어난 삼각형이다. 사람, 교육, 장소 간의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인 삼각형은 지난해 계획안만으로 미국건축가협회의 뉴욕건축가협회상 대상과 김수근문화재단의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을 받았다. 나은중, 유소래 소장은 각각 홍익대학교와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UC 버클리를 함께 졸업했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를 하는 동시에 공공 예술과 설치 작업으로 건축의 유동성을 실험하는 것을 지향하는 이들은 뉴욕에서 시작한 네임리스 건축 사무소를 서울로 확장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젊은 건축가 그룹이다.     

↑ 네임리스 건축 사무소의 나은중, 유소래 소장. 

   

↑ 건물의 삼각형과 중정의 삼각형을 어긋나게 설계한 모습. 

   

↑ 복도와 중정을 오가며 휴식을 취하는 학생들. 

 

“삼각학교의 동쪽엔 뒷산이, 서쪽엔 중학교가, 북쪽엔 학교 운동장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세 가지 환경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러한 요소는 삼각형의 건물 배치를 통해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하는 공간이 됩니다. 특히 운동장과 접해 있는 건물의 정면은 투명한 유리창으로 마감해 적절한 조도를 이끌어냅니다. 시선 차단을 위한 건축 장치인 수직 루버를 설치해 건물 속이 훤히 보일 걱정도 없습니다. 성격이 전혀 다른 서쪽의 중학교에 대해서는 폐쇄성으로 대응했습니다. 이 건물은 운영 방식이 전혀 다른 중학교 시설로 고등학교인 삼각학교와는 기능적으로 분리되어야 하는 건축적인 요구를 가지고 있었죠. 이에 닫힌 느낌을 주기 위해 콘크리트 벽으로 마감한 뒤 3개 층을 관통하는 하나의 삼각형 창을 만들어 건물 간의 간섭을 최소화했습니다.”
삼각형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내부가 안쪽을 향해 동일하게 열려 있다는 점이다. 교실이 위치한 2, 3층 가운데에는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작은 쉼터인 중정을 만들었다. 2, 3층 모두 안쪽에서 중정이 훤히 보이도록 유리로 마감해 자칫 답답할 수 있는 구조와 교실의 조도를 한번에 해결했다. 또한 중정의 삼각형 공간은 건물의 삼각형과 그 각도가 서로 어긋나게 설계했다. 층간을 이어주는 수직 틀을 만들어 시각적으로 각 층을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하고, 어긋난 각도를 통해 어느 위치에서도 시야를 확보하게 했다. 또한 어긋난 삼각형을 통해 복도의 크기를 2.4m에서 5m로 각기 다르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빛과 바람을 느낄 수 있는 학생들의 작은 정원으로서의 기능을 갖춘 중정은 유동적인 공간으로 학생들이 드나들며 쉬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장소가 된 것이다. 학생 수가 줄어들 때를 대비해 교실 내벽을 간이 벽으로 만들어 움직일 수 있게 배려한 점도 삼각학교의 또 다른 특징. 이쯤 되면 동화고등학교 학생들은 진심으로 학교에 ‘다닐 맛’이 나지 않을까. 학생이 공부만 하도록 닫힌 벽, 높은 창문 등 건축적인 요소로 통제하는 곳이 아닌 활짝 열린 공간으로 학생들의 심리적인 압박감을 덜어주는 것에 초점을 맞춘 동화고등학교. 인터뷰를 마친 후 네임리스 건축 사무소를 나서며 중정을 오가며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을 아이들의 모습이 상상되어 흐믓했다.  

   

최소한의 건축, 최대한의 집
aA디자인뮤지엄의 김명한 대표가 제주도에 완성한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최소의 건축으로 탄생한 소박하고 힘 있는 공간, 여행자들을 위한 작은 파라다이스를 소개한다.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임태준 

   

↑ 아담한 정원을 끼고 있는 아라 하우스의 외관. 

   

↑ 간세다리 하우스는 카페와 이웃해 있다.   안개비 속에 길을 뚫고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바닷가로 향했다. 공항에서 출발한 지 40분쯤 지났을까. aA라고 쓰여진 검은색 건물이 보이고 바다를 눈앞에 둔 한적한 시골 마을의 풍경을 만나자 이방인의 마음은 무장해제된다. 촬영 당일, 제주도에는 안개 경보가 내려졌지만 aA카페에서 바라보는 안개 낀 바다의 모습은 이 마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풍경처럼 정겨웠다.
김명한 대표는 그간 꾸준히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생태 숲인 비자림과 곶자왈을 거닐며 산책을 즐겼던 이유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여행자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한동리의 조용한 바닷가에 게스트하우스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그간의 발걸음 덕분이었으리라. 그렇게 1년여 동안 아들 김인동 씨와 함께 공들여 만든 게스트하우스는 오픈을 앞두고 지인 시숙 행사를 하며 손님맞이를 위한 막바지 체크 중이었다. 게스트하우스는 카페를 허브로 3개의 객실로 나뉜다. ‘간세다리’라고 이름 지은 3인용 객실, 두 개의 2인용 객실 중 하나는 ‘아이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김명한 대표의 손녀 이름을 따서 ‘아라’라고 지었다. “제주 방언으로 ‘간세다리’는 게으름뱅이를 뜻합니다. ‘아이들 Iidle’은 영어로 빈둥거린다는 뜻이고요. 휴식을 찾아 제주도를 찾았으니 할 일 없이 빈둥거리며 여유를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었습니다.”    

 

↑ 다양한 빈티지 가구들로 꾸민 카페 내부. 바다와 맞닿아 아늑한 맞배지붕을 얹은 카페는 화산석과 잘 어울리는 검은색으로 마감해 주변과 조화로운 모습을 선사했다. 1970년대에 지은 아담한 제주의 전형적인 주택을 고쳐 만든 세 개의 객실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지붕과 벽을 그대로 둔 채 내부만을 보완했다. “소박한 제주의 집을 사람이 살 수 있을 정도로만 고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빚바랜 지붕이나 외관 벽은 그대로 두고 출입문이나 창문틀을 바꾸는 정도로 하고 집의 원형을 보존하고 싶었습니다.”
겨울에는 춥고 습기가 많은 제주의 자연환경을 고려해 창문과 벽체, 바닥재를 교체했고 복잡했던 구조를 하나로 터서 낮은 지붕과 좁은 공간의 단점을 보완했다. 특히 공사 중 발견한 골조는 과감히 드러내 옛것과 새것의 대비가 느껴지는 공간을 완성했다. “공간을 새로 단장할 때 사용한 바닥재와 페인트, 단열재 등은 모두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특히 바닥재는 핀란드산 레드 파인 우드를 사용했는데 본드를 사용하지 않고 짜맞춤 방식으로 만들었어요. 제가 알레르기에 민감한 편인데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건강하고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1 김명한 대표의 스타일링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아라 하우스의 객실 내부. 1920년대부터 50~60년대 빈티지와 모던 가구들이 조화를 이룬다. 2 공사를 하다가 발견한 오래된 대들보를 노출시킨 간세다리 하우스의 내부. 특히 객실의 가구 배치에서는 오랜 세월 디자인 가구 전문가로 살아온 김명한 대표의 심미안과 디자인 균형감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앤티크, 빈티지, 클래식, 모던을 섞어 가구를 배치했어요. 공간 자체가 낮고 좁기 때문에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실용적인 가구로만 비치했습니다.” 세 개의 객실에는 1920년대부터 50~60년대에 이르는 빈티지 가구와 조명들로 단장했고, 침구와 러그는 북유럽 브랜드 헤이의 제품을, 베개와 쿠션은 펜투카의 제품을 썼다. “여행을 즐기지만 돈은 없고 디자인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이 일반적인 숙소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 카페 앞 마당을 장식한 강아지 오브제.
aA게스트하우스는 객실 타입에 따라 비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8만~15만원 선으로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김명한 대표는 홍대 aA카페에 디자인 가구를 펼쳐놓았던 것처럼 이곳 또한 좋은 미감의 가구가 놓인 집을 통해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국내 최고의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로 살아오면서 그가 제주에 만든 게스트하우스는 많은 것을 의미하는 듯했다. 각 잡힌 멋 대신 환경에 순응하는 이 소박한 건축처럼 새로운 공간에서 펼쳐질 그의 새로운 삶도 그중 하나였다.

괴짜들의 합창
30대 초반의 젊은 건축가들이 반란을 시작했다. 엉뚱하면서도 진지한 윤한진, 한승재, 한양규 소장 세 사람이 이끄는 푸하하하 프렌즈의 유쾌한 이야기.
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신국범(인물) · 김용관(건축)

↑ 왼쪽부터 윤한진, 한양규, 한승재 소장. 푸하하하 프렌즈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5년 전 규모 있는 건축사무소에서 동기, 선배로 만났다. 큰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건축주가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이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질까에 대해 진정으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언젠가는 독립할 계획이었기에 평소 마음이 잘 맞았던 셋이서 사직서를 쓰고 나왔다. 그때 사장님이 ‘멋진 출사표로 성공을 빕니다’라는 축사를 남겨주셨다.

푸하하하 프렌즈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직관적이어서 좋았고 영문으로 FHHH라고 썼을 때 시각적으로 단단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구청이나 협력 업체와 통화를 할 때 ‘푸하하’나 짧게 ‘푸’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굴복하지 않고 이겨냈다. 우리가 먼저 받아들이고 나니까 사람들도 같이 웃고 즐거워하는 거 같아서 만족한다.

푸하하하 프렌즈가 실력 있는 젊은 건축가로 주목받게 된 계기는 김해시 건축 대상을 받은 ‘흙담’ 덕분이 아닐까 싶다.
흙담은 독립하고 나서 첫 작품인데 공을 많이 들였고 그만큼 힘들었다. 공장들과 고속도로로 둘러싸인 곳이어서 그 장소에 스며들기보다는 맞서고 싶었다. 무거운 재료를 사용해 존재감을 보여주자는 생각에 벽돌을 직접 디자인해서 틀을 만들고 쌓느라 엄청 고생했다. 결과적으로 구조를 잘 나누고 재료를 잘 사용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 무게감 있는 돌처럼 존재감 있게 지었다는 ‘흙담’.

독특한 모양의 벽돌은 푸하하하 프렌즈에서 직접 디자인, 제작한 것이다.

↑ 흙담의 건축주가 운영하고 있는 전통 다원. 공정무역숍 비타, TWL숍 등 주로 상업 공간을 많이 했지만 주택 설계도 하고 있는데, 공간을 설계할 때 어떤 것에 중점을 두는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상업 시설에는 조금 더 특이하고 새로운 시도를 바라고, 주택은 조금 더 안전하지만 유연한 것을 바라는 것 같다. 다만 우리가 일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건 클라이언트와 얼마나 말이 통하는가이다. 돈이나 땅이 많다고 거들먹거리는 사람은 질색이다.

다들 개성이 강한데 셋이서 호흡을 맞추는 것은 어떤가?
푸하하하 프렌즈 이름으로 활동한 지 3년째이지만 아직도 의견을 조율하는 게 힘들다. ‘제대로 해보자’는게 전부여서 계속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한승재 소장은 올해 초 <엄청멍충한>이라는 소설책을 냈다. 책을 펴낸 계기는 무엇인가?
회사 다닐 때부터 썼다. 뭔가를 해야 할 거 같은 기분에 쓰기 시작했는데 혼자만 보기 아까워서 길에 내놓고 팔다가 우연히 열린책들 출판사 사람 눈에 띄어 정식으로 책을 출간했다.

DDP에서 진행한 <영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2015>전시에 참여해 관람객에게 그림을 그려주는 ‘집을 지어드립니다’라는 건축 프로젝트가 화제였다. 왜 이런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나?
점집에 와서 점을 보듯이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누구랑 함께 살고 싶은지 등을 자세히 물어보고 개인의 캐릭터에 맞는 집을 그려줬다. 전시 기간인 6일 동안 500명 이상을 만났다. 사실 이건 클라이언트를 만나서 우리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인데 우리는 좀 더 큰 개념으로 ‘집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부터 시작하면 다양하고 재미있는 생각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푸하하하 프렌즈가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아플 때 의사를 찾아가는 것처럼 건축가를 만나는 것도 쉬웠으면 한다. 그것이 우리가 유쾌함을 잃지 않으려는 이유다. 편하게 생각해야 많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서로 오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잘 조율해 나갈 수 있는 것 같다.

CREDIT
에디터

포토그래퍼 임태준, 차가연, 신국범, 김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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