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라이브러리, 게스트하우스, 학교 그리고 재생건축을 위한 동네 건축까지,각자의 타이틀은 다르지만 건축가의 혼이 담겨있다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었다.이제 일상생활 속으로 성큼 들어온 건축에 발을 들여 놓고 즐길 일만 남았다.
시간을 축적한 건축
오랜 시간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되었던 전분공장이 새 옷을 입었다. 전분공장의 증기터빈 대신 커피 머신이 돌아가는 카페, 엔트러사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임태준
↑ 입구에 만든 야외 공간. 과거에 만들어진 수로를 화단으로 사용한 것이 눈길을 끈다.
↑ 바와 휴식터로 나누어진 내부 모습.
제주시 한림읍 동명리에 위치한 카페 엔트러사이트는 과거 제주의 고구마 산업의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다. 제주에서는 고구마를 감저라고 부르는데 삼각형 건물 두 채가 쌍둥이처럼 나란히 붙어 있는 이곳은 195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제주 전역에서 생산되는 고구마로 전분을 만들었던 감저공장이었다. 595㎡의 내부에는 시대별로 사용했던 손때 묻은 증기터빈 원동기들이 그대로 놓여 있어 과거의 영광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오랜 시간 버려져 있던 공장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이는 합정동 당인리 발전소 앞에 위치한 신발공장을 개조해 카페 ‘엔트러사이트’를 만든 김평래 대표다. 서울에서 함께 일했던 매니저 박성희 씨의 도움으로 공장 터를 발견하고 함께 카페로 만들 계획을 세운 것이 지난가을. 5개월간의 공사 끝에 새 옷을 입은 카페는 오래된 것이 새롭게 보일 정도로 개성 있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건물 주인의 고조할아버지 때부터 존재했던 이 건축물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시간의 흔적이 묻어 있는 서까래부터 고장 난 컨베이어 벨트와 낡은 대문 등이 방치되어 있어 마치 고물상과도 같았어요. 나 홀로 예쁜 건축물보다 주변 환경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담긴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 시간의 흔적이 묻어나는 낡은 쇠붙이.
1 노출된 서까래 아래로 채반을 활용해 만든 테이블과 철제 의자가 놓여 있다. 2 제주에서 자라는 고사리류와 식물을 심은 화단. 덕분에 어둑한 실내는 한층 밝아 보인다.
↑ 두 개의 건물이 쌍둥이처럼 이어져 있는 외관.
두 개의 건물이 하나로 이어진 내부는 크게 커피를 제조하는 바와 손님을 맞는 휴식터로 나뉜다. 낡아서 물이 새던 삼각 지붕에는 전체적으로 삼나무를 덧대 내려앉지 않게 보강했고 천장 곳곳에 창문을 내어 자연광을 내부로 들이는 장치를 마련했다. 휴식터 바닥에는 제주 현무암과 송이석을 깔아 단을 올리고 바닥 곳곳에는 푸릇푸릇한 이끼가 자라나도록 했다. “제주의 고온 다습한 환경을 이용해 이끼를 키우고 있는데, 손님이 자주 드나들어 잘 크지는 않아요. 하지만 나중에는 이끼 반 풀 반으로 채워질 공간을 상상하며 정성을 들이고 있습니다.”
바 공간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기존 물이 흐르던 수로에 흙을 채워 고사리류와 작은 식물들을 심어 만든 화단. 전반적으로 어둡고 습한 기운이 감도는 내부는 파릇파릇한 식물 덕분에 한층 밝은 모습이다. 군데군데 놓여 있는 테이블은 전분을 곱게 내리던 넓은 채반을 활용했고, 낮은 철제 의자는 맞춤 제작했다. 공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디자인의 테이블과 의자가 눈에 띄는데 이는 높고 넓은 천장고를 감상하기 좋도록 주인이 배려한 것. “공사 기간 동안 서울에 있는 직원들이 함께 흙을 만지고 돌을 옮기며 만들었어요. 서울에 있는 직원들이 돌아가며 이곳에 머물면서 일할 예정인데, 자연스럽게 제주의 자연환경을 즐길 수 있는 기회도 주려고 합니다.” 김평래 대표 역시 제주도에서의 삶을 꿈꾸며 조만간 가족과 함께 제주로 이주할 예정이다. 카페 엔트러사이트는 시간의 장벽을 초월한 공간의 영속성으로 전분공장의 과거에 이어 다시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심각하지 않은 삼각학교
서울 인근 남양주에 위치한 동화고등학교는 삼각형 모양이다. 왜 삼각형 모양이 되었을까?
어시스턴트 에디터 김수지 | 포토그래퍼 차가연(인물)
↑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중정의 모습.
↑ 중학교와 마주하는 곳은 콘크리트로 마감해 건물 간의 간섭을 줄였다.
↑ 유리창에 비친 풍경은 동화고등학교의 또 다른 매력이다.
속초가 고향인 한 친구가 고등학교 다닐 적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뒤에는 산, 앞쪽으로는 바다여서 도망칠 곳이 없었다는 얘기였다. 창밖의 바다를 바라보며 공부했을 친구의 학창 시절을 상상하던 중 고등학교 시절의 답답함은 공부의 양은 물론이고 공간에서 오는 폐쇄성도 한몫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뒤꿈치를 들어야 겨우 밖이 보이는 창문 높이, 복도에서 조금만 달려도 어느샌가 꿀밤을 때릴 준비를 하고 계신 선생님과 맞닥뜨리는 ‘ㅣ’자형 건물 등 나에게 학교라는 곳은 언제나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버티던 공간이었던 것. 공간에서라도 학생들의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학교 건물은 대게 ‘ㅣ’자나 ‘ㄱ’자 모양이다. 하지만 네임리스 건축의 나은중, 유소래 소장이 설계한 동화고등학교 삼각학교는 우리가 흔히 봐왔던 학교의 전형에서 벗어난 삼각형이다. 사람, 교육, 장소 간의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인 삼각형은 지난해 계획안만으로 미국건축가협회의 뉴욕건축가협회상 대상과 김수근문화재단의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을 받았다. 나은중, 유소래 소장은 각각 홍익대학교와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UC 버클리를 함께 졸업했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를 하는 동시에 공공 예술과 설치 작업으로 건축의 유동성을 실험하는 것을 지향하는 이들은 뉴욕에서 시작한 네임리스 건축 사무소를 서울로 확장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젊은 건축가 그룹이다.
↑ 네임리스 건축 사무소의 나은중, 유소래 소장.
↑ 건물의 삼각형과 중정의 삼각형을 어긋나게 설계한 모습.
↑ 복도와 중정을 오가며 휴식을 취하는 학생들.
“삼각학교의 동쪽엔 뒷산이, 서쪽엔 중학교가, 북쪽엔 학교 운동장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세 가지 환경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러한 요소는 삼각형의 건물 배치를 통해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하는 공간이 됩니다. 특히 운동장과 접해 있는 건물의 정면은 투명한 유리창으로 마감해 적절한 조도를 이끌어냅니다. 시선 차단을 위한 건축 장치인 수직 루버를 설치해 건물 속이 훤히 보일 걱정도 없습니다. 성격이 전혀 다른 서쪽의 중학교에 대해서는 폐쇄성으로 대응했습니다. 이 건물은 운영 방식이 전혀 다른 중학교 시설로 고등학교인 삼각학교와는 기능적으로 분리되어야 하는 건축적인 요구를 가지고 있었죠. 이에 닫힌 느낌을 주기 위해 콘크리트 벽으로 마감한 뒤 3개 층을 관통하는 하나의 삼각형 창을 만들어 건물 간의 간섭을 최소화했습니다.”
삼각형 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내부가 안쪽을 향해 동일하게 열려 있다는 점이다. 교실이 위치한 2, 3층 가운데에는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작은 쉼터인 중정을 만들었다. 2, 3층 모두 안쪽에서 중정이 훤히 보이도록 유리로 마감해 자칫 답답할 수 있는 구조와 교실의 조도를 한번에 해결했다. 또한 중정의 삼각형 공간은 건물의 삼각형과 그 각도가 서로 어긋나게 설계했다. 층간을 이어주는 수직 틀을 만들어 시각적으로 각 층을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하고, 어긋난 각도를 통해 어느 위치에서도 시야를 확보하게 했다. 또한 어긋난 삼각형을 통해 복도의 크기를 2.4m에서 5m로 각기 다르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빛과 바람을 느낄 수 있는 학생들의 작은 정원으로서의 기능을 갖춘 중정은 유동적인 공간으로 학생들이 드나들며 쉬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장소가 된 것이다. 학생 수가 줄어들 때를 대비해 교실 내벽을 간이 벽으로 만들어 움직일 수 있게 배려한 점도 삼각학교의 또 다른 특징. 이쯤 되면 동화고등학교 학생들은 진심으로 학교에 ‘다닐 맛’이 나지 않을까. 학생이 공부만 하도록 닫힌 벽, 높은 창문 등 건축적인 요소로 통제하는 곳이 아닌 활짝 열린 공간으로 학생들의 심리적인 압박감을 덜어주는 것에 초점을 맞춘 동화고등학교. 인터뷰를 마친 후 네임리스 건축 사무소를 나서며 중정을 오가며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을 아이들의 모습이 상상되어 흐믓했다.
최소한의 건축, 최대한의 집
aA디자인뮤지엄의 김명한 대표가 제주도에 완성한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최소의 건축으로 탄생한 소박하고 힘 있는 공간, 여행자들을 위한 작은 파라다이스를 소개한다.
에디터 박명주 | 포토그래퍼 임태준
↑ 아담한 정원을 끼고 있는 아라 하우스의 외관.
↑ 간세다리 하우스는 카페와 이웃해 있다. 안개비 속에 길을 뚫고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바닷가로 향했다. 공항에서 출발한 지 40분쯤 지났을까. aA라고 쓰여진 검은색 건물이 보이고 바다를 눈앞에 둔 한적한 시골 마을의 풍경을 만나자 이방인의 마음은 무장해제된다. 촬영 당일, 제주도에는 안개 경보가 내려졌지만 aA카페에서 바라보는 안개 낀 바다의 모습은 이 마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풍경처럼 정겨웠다.
김명한 대표는 그간 꾸준히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생태 숲인 비자림과 곶자왈을 거닐며 산책을 즐겼던 이유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여행자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한동리의 조용한 바닷가에 게스트하우스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그간의 발걸음 덕분이었으리라. 그렇게 1년여 동안 아들 김인동 씨와 함께 공들여 만든 게스트하우스는 오픈을 앞두고 지인 시숙 행사를 하며 손님맞이를 위한 막바지 체크 중이었다. 게스트하우스는 카페를 허브로 3개의 객실로 나뉜다. ‘간세다리’라고 이름 지은 3인용 객실, 두 개의 2인용 객실 중 하나는 ‘아이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김명한 대표의 손녀 이름을 따서 ‘아라’라고 지었다. “제주 방언으로 ‘간세다리’는 게으름뱅이를 뜻합니다. ‘아이들 Iidle’은 영어로 빈둥거린다는 뜻이고요. 휴식을 찾아 제주도를 찾았으니 할 일 없이 빈둥거리며 여유를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었습니다.”
↑ 다양한 빈티지 가구들로 꾸민 카페 내부. 바다와 맞닿아 아늑한 맞배지붕을 얹은 카페는 화산석과 잘 어울리는 검은색으로 마감해 주변과 조화로운 모습을 선사했다. 1970년대에 지은 아담한 제주의 전형적인 주택을 고쳐 만든 세 개의 객실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지붕과 벽을 그대로 둔 채 내부만을 보완했다. “소박한 제주의 집을 사람이 살 수 있을 정도로만 고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빚바랜 지붕이나 외관 벽은 그대로 두고 출입문이나 창문틀을 바꾸는 정도로 하고 집의 원형을 보존하고 싶었습니다.”
겨울에는 춥고 습기가 많은 제주의 자연환경을 고려해 창문과 벽체, 바닥재를 교체했고 복잡했던 구조를 하나로 터서 낮은 지붕과 좁은 공간의 단점을 보완했다. 특히 공사 중 발견한 골조는 과감히 드러내 옛것과 새것의 대비가 느껴지는 공간을 완성했다. “공간을 새로 단장할 때 사용한 바닥재와 페인트, 단열재 등은 모두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특히 바닥재는 핀란드산 레드 파인 우드를 사용했는데 본드를 사용하지 않고 짜맞춤 방식으로 만들었어요. 제가 알레르기에 민감한 편인데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건강하고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1 김명한 대표의 스타일링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아라 하우스의 객실 내부. 1920년대부터 50~60년대 빈티지와 모던 가구들이 조화를 이룬다. 2 공사를 하다가 발견한 오래된 대들보를 노출시킨 간세다리 하우스의 내부. 특히 객실의 가구 배치에서는 오랜 세월 디자인 가구 전문가로 살아온 김명한 대표의 심미안과 디자인 균형감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앤티크, 빈티지, 클래식, 모던을 섞어 가구를 배치했어요. 공간 자체가 낮고 좁기 때문에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실용적인 가구로만 비치했습니다.” 세 개의 객실에는 1920년대부터 50~60년대에 이르는 빈티지 가구와 조명들로 단장했고, 침구와 러그는 북유럽 브랜드 헤이의 제품을, 베개와 쿠션은 펜투카의 제품을 썼다. “여행을 즐기지만 돈은 없고 디자인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이 일반적인 숙소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 카페 앞 마당을 장식한 강아지 오브제.
aA게스트하우스는 객실 타입에 따라 비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8만~15만원 선으로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 김명한 대표는 홍대 aA카페에 디자인 가구를 펼쳐놓았던 것처럼 이곳 또한 좋은 미감의 가구가 놓인 집을 통해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국내 최고의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로 살아오면서 그가 제주에 만든 게스트하우스는 많은 것을 의미하는 듯했다. 각 잡힌 멋 대신 환경에 순응하는 이 소박한 건축처럼 새로운 공간에서 펼쳐질 그의 새로운 삶도 그중 하나였다.
괴짜들의 합창
30대 초반의 젊은 건축가들이 반란을 시작했다. 엉뚱하면서도 진지한 윤한진, 한승재, 한양규 소장 세 사람이 이끄는 푸하하하 프렌즈의 유쾌한 이야기.
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신국범(인물) · 김용관(건축)
↑ 왼쪽부터 윤한진, 한양규, 한승재 소장. 푸하하하 프렌즈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5년 전 규모 있는 건축사무소에서 동기, 선배로 만났다. 큰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건축주가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이 공간이 어떻게 만들어질까에 대해 진정으로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언젠가는 독립할 계획이었기에 평소 마음이 잘 맞았던 셋이서 사직서를 쓰고 나왔다. 그때 사장님이 ‘멋진 출사표로 성공을 빕니다’라는 축사를 남겨주셨다.
푸하하하 프렌즈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직관적이어서 좋았고 영문으로 FHHH라고 썼을 때 시각적으로 단단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구청이나 협력 업체와 통화를 할 때 ‘푸하하’나 짧게 ‘푸’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굴복하지 않고 이겨냈다. 우리가 먼저 받아들이고 나니까 사람들도 같이 웃고 즐거워하는 거 같아서 만족한다.
푸하하하 프렌즈가 실력 있는 젊은 건축가로 주목받게 된 계기는 김해시 건축 대상을 받은 ‘흙담’ 덕분이 아닐까 싶다.
흙담은 독립하고 나서 첫 작품인데 공을 많이 들였고 그만큼 힘들었다. 공장들과 고속도로로 둘러싸인 곳이어서 그 장소에 스며들기보다는 맞서고 싶었다. 무거운 재료를 사용해 존재감을 보여주자는 생각에 벽돌을 직접 디자인해서 틀을 만들고 쌓느라 엄청 고생했다. 결과적으로 구조를 잘 나누고 재료를 잘 사용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 무게감 있는 돌처럼 존재감 있게 지었다는 ‘흙담’.
↑ 독특한 모양의 벽돌은 푸하하하 프렌즈에서 직접 디자인, 제작한 것이다.
↑ 흙담의 건축주가 운영하고 있는 전통 다원. 공정무역숍 비타, TWL숍 등 주로 상업 공간을 많이 했지만 주택 설계도 하고 있는데, 공간을 설계할 때 어떤 것에 중점을 두는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상업 시설에는 조금 더 특이하고 새로운 시도를 바라고, 주택은 조금 더 안전하지만 유연한 것을 바라는 것 같다. 다만 우리가 일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건 클라이언트와 얼마나 말이 통하는가이다. 돈이나 땅이 많다고 거들먹거리는 사람은 질색이다.
다들 개성이 강한데 셋이서 호흡을 맞추는 것은 어떤가?
푸하하하 프렌즈 이름으로 활동한 지 3년째이지만 아직도 의견을 조율하는 게 힘들다. ‘제대로 해보자’는게 전부여서 계속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한승재 소장은 올해 초 <엄청멍충한>이라는 소설책을 냈다. 책을 펴낸 계기는 무엇인가?
회사 다닐 때부터 썼다. 뭔가를 해야 할 거 같은 기분에 쓰기 시작했는데 혼자만 보기 아까워서 길에 내놓고 팔다가 우연히 열린책들 출판사 사람 눈에 띄어 정식으로 책을 출간했다.
DDP에서 진행한 <영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2015>전시에 참여해 관람객에게 그림을 그려주는 ‘집을 지어드립니다’라는 건축 프로젝트가 화제였다. 왜 이런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나?
점집에 와서 점을 보듯이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누구랑 함께 살고 싶은지 등을 자세히 물어보고 개인의 캐릭터에 맞는 집을 그려줬다. 전시 기간인 6일 동안 500명 이상을 만났다. 사실 이건 클라이언트를 만나서 우리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인데 우리는 좀 더 큰 개념으로 ‘집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부터 시작하면 다양하고 재미있는 생각이 나올 수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푸하하하 프렌즈가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아플 때 의사를 찾아가는 것처럼 건축가를 만나는 것도 쉬웠으면 한다. 그것이 우리가 유쾌함을 잃지 않으려는 이유다. 편하게 생각해야 많은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서로 오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잘 조율해 나갈 수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