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Architecture (1)

Special Architecture (1)

Special Architecture (1)

카페, 라이브러리, 게스트하우스, 학교 그리고 재생건축을 위한 동네 건축까지,각자의 타이틀은 다르지만 건축가의 혼이 담겨있다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었다.이제 일상생활 속으로 성큼 들어온 건축에 발을 들여 놓고 즐길 일만 남았다.

↑ 찻길에서 비포장도로를 따라 들어오면 웅덩이 지형에 자리잡은 퍼들하우스의 입구를 만날 수 있다. 

 

 

낮고 넓은 울림
깊고 넓은 웅덩이 같은 지형에 자리를 잡은 퍼들하우스. 몸을 낮춘 겸손한 자세로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힐링 편집 카페다.
에디터 신진수 | 포토그래퍼 임태준 

 

 

↑ 즉석 바비큐 공간으로 활용할 야외 카페. 아직 준비 중이지만 예약제로 운영되는 소규모 모임을 위한 공간이다. 

 

 

↑ 경사진 벽면에는 골조 공사 시 사용한 거푸집 지지대를 그대로 두었다. 다칠 위험이 있어서 지지대를 라인으로 연결해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 남성적인 느낌으로 마무리한 카페 화장실. 자연의 돌을 그대로 옮겨온 세면대가 멋스럽다.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에 오픈한 퍼들하우스 Puddle House는 힐링 편집 카페를 표방한다. 익숙한 단어들의 낯선 조합이지만 힐링이라는 단어가 일상적인 관용어로 자리 잡은 요즘, 퍼들하우스에 들어선 순간 이외의 수식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단순한 카페로 일반화하자니 오류일 것이 뻔하다. 주위의 자연환경과 어울린 건물의 위용이 범상치 않은 것이다. 퍼들하우스는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B&A 건축사무소의 배대용 소장이 설계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도맡아 공을 들인 공간이다. ‘퍼들’의 사전적 의미는 물웅덩이. 분지처럼 움푹하게 파인 이곳의 독특한 지형에 착안하여 건축가가 명명했는데 푸들하우스로 오독되어 애견 카페로 알고 오는 분들도 있다고. 퍼들하우스의 김형우 대표와 그의 아버지가 이 땅을 구입한 것은 약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동안 뭔가를 지어보자는 다양한 제안을 받았지만 부자는 도심의 번잡스러움을 지울 수 있는 카페 겸 숍을 겸한 힐링 편집 카페를 짓기로 결심했다. 결심이 서자 주위에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아 추천한 B&A 건축사무소 배대용 소장과의 만남이 진행되었고 공통분모가 많았던 건축주와 건축가는 2년에 걸쳐 퍼들하우스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다들 움푹 파인 지형을 메워서 건물을 올릴 거라 생각했겠죠. 그런데 저는 자연에 손을 대는 걸 싫어합니다. 있는 그대로 웅덩이 같은 지형을 살려 건물을 만들어보자 생각했죠. 가장 낮은 곳에서 주위의 자연경관을 두루 바라볼 수 있을 테니까요.” 배대용 소장은 땅을 메우는 대신 앞으로는 원경이 보이는 초록이 우거진 산과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가까이에는 오래전부터 작은 개울이 흐르는 이곳 지형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설계를 할 때 ‘투 페이스 Two Face’라는 개념을 적용하여 두 개의 건물이 각기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형상을 완성했다. 카페로 활용하고 있는 건물의 개구부와 테라스를 연결하여 개울가 쪽으로, 편집숍으로 활용할 건물은 앞쪽의 산을 향하여 개구부를 만들었다. 멀리서 바라보면 두 개의 매스가 엇갈리듯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모습이다. “투 페이스라는 개념은 두 방향을 바라보는 두 개의 건물을 뜻하기도 하지만 낮과 밤처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뜻하기도 해요. 낮에는 자연에 둘러싸여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고 싱그럽다면 어둠이 내린 밤이면 조명과 어우러져 우아하고 신비롭거든요.”  

 

 

↑ 탁 트인 테라스를 지닌 카페. 테이블 간격이 널찍하게 떨어져 있어 답답하지 않다. 

 

 

↑ 마치 조각가가 깎은 것 같은 기이한 형상의 돌도 배대용 소장이 직접 골랐다. 

 

 

↑ 작은 펜던트 조명 하나까지도 건축가 배대용 소장의 컨펌이 필요했다. 그만큼 건축가는 퍼들하우스란 공간에 애정을 갖고 있었다.

 

 

↑ 산 쪽을 바라보고 있는 퍼들하우스의 또 다른 입구. 1층 편집숍으로 통하는 개구부다. 

 

들어앉은 모습도 독특하지만 건물이 입고 있는 외피도 독특하다. “바이록 Viroc이라는 소재인데 쉽게 말해 시멘트 우드 패널이라고 보면 돼요. 나무와 시멘트를 섞어 언뜻 철처럼 보이지만 철보다는 매트하면서 다양한 색감 표현이 가능한 소재입니다. 국내에서는 처음 바이록으로 시공한 사례라 저에게도 의미 있는 현장입니다. 생소한 소재임에도 배대용 소장이 과감하게 선택했죠.” 배대용 소장과 친분이 있는 SBI 어소시에이트의 김명길 대표가 외관 소재에 대해 소개했다. 특히 편집숍에 있는 여자 화장실의 문도 붉은 오렌지빛 바이록으로 마감했는데 따스한 색감이 질감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외장재와 내부 마감재로 활용되면서 통일감이 느껴진다. 퍼들하우스의 설계 스케치는 흙으로 외관을 덮고 식물을 심은, 자연에 완전히 굴복한 듯한 설계였다가 유리 온실을 응용한 디자인으로 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건축법 개정에 따라 유리 사용 면적에 제한이 생겼고 지금과 같은 외관에 이른 것. 두 개의 건물이 엇갈려 있으니 구조도 재미있다. 외부의 입구를 따라 들어오면 계단을 내려와 1층 편집숍을 구경할 수 있고 뒷산을 향해 넓게 깐 데크에서 자연경관을 즐길 수도 있다. 다시 계단을 내려가면 비로소 개울가와 정원이 맞닿아 있는 카페가 나온다. 대로변 찻길과 한 블록 차이지만 외부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고 흡사 음향 효과를 연상케 할 정도의 새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자연과 건축을 즐기면서 퍼들하우스에서 제안하는 제품과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는 명민한 구조다. 편집숍은 향후 페르몹의 아웃도어 제품과 함께 리빙 소품으로 채워질 예정이고 음식 컨설팅은 레스토랑 컨설팅 업체 비마이 게스트의 김아린 대표가 맡았다.

 

 

1 편집숍으로 활용될 1층. 로프에 매달아 연출한 전구 조명등이 공간에 리듬감을 불어넣는다. 2 건물 뒤쪽 데크에서 바라본 1층. 두 개의 매스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퍼들하우스의 내부 구조가 독특하다. 

 

 

↑ 일제강점기 때부터 그 자리에 있어온 작은 돌다리. 처음 시공 때 돌다리가 벽에 가려져 있어서 다시 공사를 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또 프로젝트 기획 그룹인 베리띵즈와의 팝업 전시 및 가드닝 아이템도 판매할 예정이다. 배대용 소장은 완공 뒤에도 건축주와 끈끈한 유대감을 가지는 것을 철칙으로 한다. 때문에 퍼들하우스 완공 후에도 카페 메뉴, 편집숍, 인테리어 등을 계획할 때 건축가로서 참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자신이 지은 건물의 발전에 대해서 함께 고민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퍼들하우스는 특히 건축주와 마음이 잘 맞아서 더 애착이 가는 곳입니다. 지형이 독특해서 재미도 있었고요. 앞으로 카페 메뉴도 더욱 풍성해지고 쇼핑 아이템도 선보일 예정이라 기대돼요. 건축가는 자신이 만든 건축을 사랑하는 동시에 아쉬워합니다. 애착이 강하니 그만큼 단점도 너무 잘 보이거든요. 하지만 건축가의 입장을 떠나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렇게 멋진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알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녹음이 우거진 계절, 마음껏 정원을 뛰노는 아이들과 시냇가의 물소리, 새소리만으로도 심산유곡에서의 신선놀음을 전해주는 퍼들하우스. 배대용 소장은 퍼들하우스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겨울이라고 전했다. “나무와 사람은 정반대예요. 사람은 더울수록 벗고, 나무는 더울수록 입죠. 추운 겨울 모든 것을 다 털어내고 자신의 몸을 그대로 드러낸 나뭇가지는 하나의 소묘 작품 같아요. 산등성이에 촘촘한 겨울 나무 가지 위로 눈이 내리면 정말 멋집니다.” 움푹한 지형 때문에 테라스 카페에 앉아서 주위를 바라보면 번잡한 찻길과 주변은 시선으로부터 모두 편집된다. 자연의 품에서 낙천주의자의 기질을 꺼내어 보며 유유자적하노라면 시간은 사라지지 않고 기억의 샘 속에 머무를 것이다. 마르지 않는 웅덩이처럼.

 

 

자유는 음악을 타고
재즈, 힙합, 록 등 대중음악이 전하는 기존 지배 문화에 대한 거부와 자유에 대한 목소리. 그 정신을 담은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가 한남동에 문을 열었다.
에디터 최고은 | 포토그래퍼 임태준

 

 

↑ 가운데가 뚫린 ㄷ자 구조로 설계된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 경사를 이용해 누울 수 있는 소파를 1층 라운지에 비치했다. 

 

 

1 한 면 전체를 창으로 마감해 시원하게 트인 뮤직 라이브러리의 모습. 2 스피커를 활용한 빌스의 설치 작품은 뮤직 라이브러리에서 볼 수 있다. 

 

어릴 적 친구를 기다리거나 심심할 때면 동네에 적어도 하나씩은 있는 음반 가게에 들렀다. 그곳에서 음악을 듣기도 했지만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음원 시장이 장악하고 음반 가게의 씨가 마르면서부터 무형의 음악은 빠르게 소모되어갔다. 하루에도 수많은 곡이 생겨나고 잊혀졌다. 얼마 전 현대카드에서 개관한 뮤직 라이브러리는 그런 점에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자유에 대한 갈망과 이유 있는 반항, 열정을 다했던 청춘과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음악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준비부터 공개까지 5년이 걸렸다. 건물의 설계를 맡은 연세대학교 최문규 교수는 자유와 소통의 컨셉트를 반영해 738㎡의 대지 면적에 넓이 230㎡를 비워놓고 ㄷ자 모양의 지붕을 씌웠다. 맞은편 풍경이 훤히 보이도록 숨통을 틔워준 것이다. 또 경사가 가파른 한남동의 지대를 살려 언덕을 따라 입구로 이어지도록 했고 1층 전면을 유리로 채택하면서 개방감을 더했다. 최 교수는 이전에도 인사동 쌈지길을 통해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 바 있다. 건물 안에 나선형 길을 만들어 기존의 폐쇄적인 건물을 공적 장소로 바꿔놓았던 그는 뮤직 라이브러리 건물 자체를 하나의 창으로 만들었다. 길을 따라 걷다가 누구나 자연스럽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완성시킨 것이다. 

 

 

1 포르투갈의 예술가 빌스 Vhils가 조각한 벽화가 공간에 멋을 더한다. 2 지하 2층에 마련된 소규모 공연장.


ㄷ자 지붕 안쪽에는 프랑스의 스트리트 아티스트 JR의 작품으로 벽과 천장을 에워쌌다. 멀리서 보면 마치 뭉게구름 처럼 보이는 이 사진은 사진작가 빌 오웬 Bill Owen이 포착한 것으로 1969년 알타몬트에서 개최된 롤링 스톤즈의 콘서트 속 한 장면이다. 자유분방함과 반항이 절정에 오른 당시, 이 공연에서는 무대에 오르려는 흑인 청중을 장내 정리 요원이 살해한 ‘알타몬트의 비극’이라는 최악의 참사가 일어났고 히피 문화와 록의 전성기가 막을 내리게 되었다고. JR은 대중음악사에서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된 이 장면을 뮤직 라이브러리에 가져다놓음으로써 자유의 정신이 새겨지기를 바랐다. 이 벽에는 버스킹 공연을 위한 크레인이 설치되어 있는데, 누구나 자유로이 오가며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한다니 상상만으로도 열기가 느껴진다. 세부 인테리어는 페이스북 본사, 웨스틴 덴버 공항, 코엑스몰 레노베이션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맡아온 세계적인 규모의 미국 건축사무소 겐슬러 Gensler가 맡았다. “뉴욕 브루클린을 떠올리며 인더스트리얼하고 거친 느낌으로 계획했어요.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맞추되 1층은 라운지인만큼 화려한 장식과 샹들리에, 가구를 놓았습니다.”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기획을 담당하는 스페이스 마케팅팀 이은영 대리가 설명했다. 경사를 활용해 누울 수 있도록 만든 라운지 소파, 미국 담쟁이를 심어 놓은 작은 언덕이 한눈에 보이는 통창도 공간에 재미를 주는 요소다. 



↑ 연주자들이 연습과 녹음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 부스. 

 

 

↑ 로쉐보보아의 마작 모듈형 소파로 꾸민 지하 1층 스튜디오. 

 

 

↑ 빌스의 설치 작품 너머로 그래피티 예술가 JR의 작품이 보인다. 

 

뮤직 라이브러리는 2층에 있다. ‘울림의 시간, 영감의 공간’이라는 타이틀을 지닌 이곳에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대중음악사에서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1만 장의 음반과 희귀 컬렉션, 3000여 권의 음악 도서를 만날 수 있다. 한 면이 전부 유리창이다 보니 양쪽으로 서가를 놓을 수 없고 대신 높은 층고를 활용해 2개 층으로 나눴다. 아래층에는 장르와 시대에 따라 재즈, 소울, 록, 일렉트로닉, 힙합을 분류하고 대중음악의 역사와 흐름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색깔별로 지정을 했다. 앞쪽에는 LP판을 골라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턴테이블도 두었다. 위층은 나라별로 구성된 특별 섹션이 있으며 장르, 이론, 매거진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책을 구비했다. 정해진 소수 인원만 입장할 수 있어 북적이지 않는데다 2개 층을 잇는 작은 도르래를 만들어 음반이나 책을 올리고 내릴 수 있도록 해 동선을 단축시키는 등 효율적이고 쾌적한 환경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돋보였다. 음악 연주실과 녹음실, 라운지가 있는 지하 1층과 350명을 수용하는 소규모의 공연장 ‘스테이지’가 있는 지하 2층을 합쳐서 ‘언더그라운드’라고 부른다. 이곳에서 음악가들이 모여 연습을 하고 또 다양한 공연도 열린다고 하니 대중들과 함께 소통, 호흡하는 문화 집결지로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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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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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그해 여름

그해 여름

요리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한 주방이 눈길을 끄는 네 식구의 집은 초여름처럼 싱그러웠다. 아파트의 구조적인 한계를 현실적으로 재해석한 인테리어 사례를 소개한다.

↑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이라 거실에는 가구를 최소화하고 창가 쪽에 아이의 작은 책상을 두었다.

특정 계절에 유난히 잘 어울리는 집을 만날 때가 있는데 고상윤 씨 집이 그랬다. 1년 중 가장 선명한 녹색을 볼 수 있는 계절, 거추장스러움을 걷어내고픈 초여름에 꼭 어울리는 집이다. 7살 아들과 3살 딸 그리고 부부까지 네 식구가 사는 이 집은 삼성동에 위치한 40평형대 아파트다. 방 3개와 욕실 2개로 구성된 집으로 준공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아 대대적인 수리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고. 하지만 가족만을 위한 신의 한 수 같은 디자인적인 요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부부는 이사 전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공사를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디자이너를 알아보던 중 히틀러스 플랜잇의 신선주 실장을 만나 새로운 보금자리로의 이동은 순조롭게 이뤄졌다. “아파트에 사는 많은 분들이 단독주택을 꿈꿔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아파트가 가질 수 없는 색다른 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천편일률적인 아파트에서는 구조적인 변경이 어렵죠. 그래서 현실적으로 아파트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봤어요.” 신선주 실장이 이 집의 구조적인 독특함을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부엌이다. 요리를 좋아하고 그릇을 모으는 취미가 있는 안주인이 신선주 실장에게 특별히 신경 써주기 부탁한 공간이기도 하다. “싱크대 위치를 비롯한 부엌 구조를 완전히 바꿨어요. 다이닝 공간이 넓기를 바랐고 부엌에서 요리를 하거나 음식을 준비할 때도 거실을 바라볼 수 있는 구조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원래 싱크대가 있던 자리에는 원목으로 수납장을 짜서 넣었고 부엌 뒤쪽으로 싱크대와 냉장고, 김치냉장고 자리를 만들었어요. 덕분에 식탁이 놓인 다이닝 공간이 여유로워졌죠.”라며 집주인 고상윤 씨는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으로 부엌을 꼽았다. 

 

 

↑ 박스 모양으로 제작한 입체적인 책장. 

 

 

1 거실 베란다를 확장해 마련한 간이 홈 오피스 공간. 2 아들이 그린 그림을 액자로 만들어서 침실 옆 복도 벽에 걸었다.

입면의 변화는 천장에도 적용되었다. 다락방처럼 천장을 사선으로 내리고 아늑함을 더하면서 공간에 지루함을 덜어낸 것. “고상윤 씨가 워낙 깔끔한 것을 좋아해서 별다른 장식물이나 데커레이션을 하지 않았어요. 벽도 흰색 벽지를 발랐기 때문에 자칫 휑해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주방 천장 구조를 사선으로 만들어서 허전하지 않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더불어 구조적인 재미도 주고요.” 사선형 천장 구조도 재미있지만 바닥에서 부엌 벽을 거쳐 딸의 방문까지 이어지는 나무 벽도 독특하다. 바닥재로 사용하는 강화마루를 벽에 붙여 도시의 산장 같은 편안함과 건축적인 요소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 집의 거실이 유독 싱그러워 보이는 이유는 알그 Algue 때문이기도 하다. 로낭&에르완 부룰렉 형제가 디자인한 알그는 원하는 방식으로 조립할 수 제품으로 녹색 알그를 천장부터 늘어뜨려 마치 행잉 식물이 드리워진 듯 싱싱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여기에 어린아이들을 위해 합리적인 가격대로 제작한 등받이가 낮은 소파를 두어 거실이 더욱 시원하고 싱그러워 보인다.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값비싼 소파를 들여놓기가 망설여지더군요. 패브릭 소재를 사용해 3인용 소파를 제작했어요. 아이들이 더럽히거나 때가 타도 덜 신경 쓰이는데다 세탁도 할 수 있어서 실용적이죠.” 부부 침실 사이의 벽과 현관에는 액자를 걸었다. “액자 아이디어는 신선주 실장님이 알려줬어요. 그림에 투자를 하자니 끝도 없을 것 같고 그렇다고 가격대에 맞춰 아무 그림이나 걸자니 마음에 들지 않을 것 같았죠. 그때 신선주 실장님이 추천한 방법이 아이들 그림을 액자로 만드는 거였어요. 재미있고 참신한 그림을 그릴 나이라 아들이 그린 그림으로 액자를 만들었죠.” 알록달록하게 그린 사과와 바다 그림으로 장식한 벽은 이 집에서 유일하게 강렬한 느낌을 주는 포인트다. 

 

 

↑ 요리를 좋아하고 그릇을 모으는 안주인을 위해 그릇 수납장을 짜 넣었다. 

 

 

↑ 가장 공을 들인 부엌 공간. 바닥재와 같은 소재로 벽을 마감하고 천장을 사선으로 만들어 단독주택의 분위기를 살렸다. 

 

 

↑ 좌식형 침실 공간을 만든 아들의 방. 아랫부분은 수납함으로 활용할 수 있다.

7살 아들의 방은 학년이 올라가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아들 친구들에게도 인기 만점인 단상 형태의 침대가 특이한데 따로 침대를 두지 않고 단을 높여 아늑한 침대처럼 연출했고 아랫부분은 수납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책상 앞 벽에는 지그재그 모양의 라 샹스 클라임 선반을 설치해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책을 올려둘 수 있다. 어린아이의 방이라서 색깔을 많이 사용하기보다는 독특한 선반으로 포인트를 주고 다른 부분은 실용적으로 꾸민 셈이다. 부부 침실도 심플함 그 자체다. 파우더룸이 있어서 옷과 액세서리류는 파우더룸으로 수납하고 침실에는 침대와 TV만을 두었다. 바닥재와 같은 종류의 마감재로 헤드보드를 제작했고 양쪽에 브래킷 조명을 달아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부부 침실을 완성했다. 

 

 

1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는 클라임 선반으로 힘을 준 아들의 방. 2 부엌과 마찬가지로 바닥재 소재로 헤드보드를 연출한 심플한 부부 침실. 

 

 

↑ 이 집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시원한 분위기의 거실. 녹색 알그를 설치해 더욱 싱그러워 보인다. 

 

 

↑ 현관에서 집 안을 들여다본 모습. 현관 벽에는 아이들의 그림을 액자로 만들어 걸었다.

고상윤 씨의 집은 간결함으로 완성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이지만 인테리어를 포기하지 않고 공을 들일 부분에만 힘을 주고 나머지 부분은 실용성에 초점을 맞춰 집 안을 다듬었다. 여기에 건축적인 요소를 과감하게 적용해 흰색이 바탕이 된 공간임에도 차갑지 않고 담백한 느낌을 준다. 선택과 집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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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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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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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와 소품을 배치할 때 기억할 것은 강약 조절이다. 힘을 줄 때와 뺄 때를 알고 현명하게 연출한 이제니 씨의 집을 <메종>이 방문했다.

거실
커튼으로 공간을 막아 아늑한 분위기로 꾸며봤어요. 공간이 넓지 않아서 아담한 크기의 가리모쿠 소파를 놓았고 색색의 리넨 쿠션으로 활기를 더했어요. 나무판 아래에는 선반을 달아 잡지 랙으로, 위쪽은 훅을 달아 소품을 걸 수 있도록 만들었더니 활용도가 높아요.

신혼 2년 차인 이제니 씨는 남편과 함께 집 꾸미는 재미로 살고 있다. 신당동에 있는 60㎡ 크기의 빌라는 방 3개에 베란다까지 있어 공간이 여럿으로 분할된 구조인데 어느 한 부분이 탁 트이지는 않았지만 공간별로 정돈할 수 있다는 장점과 아늑함이 좋았다. 큰 가구는 침대, 소파, 식탁 등 꼭 필요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사이드 테이블 등의 소품으로 꾸며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신경 썼다. 또 조명, 액자 등은 주로 바닥에 두어 벽에 여백을 남기면서 공간이 한결 시원해 보이도록 했다. 그녀는 이 집이 갖고 있는 특성을 더욱 강조해 현관에서 거실이 보이는 자리에 살구색 커튼을 달아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거실과 주방 사이에 작은 통로를 만들었다. 그리고 여분의 공간이 생기면 좋아하는 물건들로 장식했다. “마음에 드는 물건으로 집 안을 채우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어요. 냉장고와 싱크대 사이, 신발장 옆 등 주로 틈새를 공략해서 장식을 하는 편이죠. 그렇지 않으면 집이 아니라 창고가 될지도 모르거든요.”

 

 

안방
푸른 계통의 색을 좋아해서 차분한 하늘색으로 한쪽 벽을 칠했어요. 침구는 그보다 한 톤 짙은 파랑으로 골랐죠. 침대는 리모드 제품인데 나무 색깔이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검은색 사이드 테이블 위에는 향초와 디퓨저, 화병 등을 올려놓았습니다. 

 

 

베란다
바닥에 나무 데크를 깔았는데 베란다가 약간 꺾인 구조이다 보니 끝 부분이 남았어요. 그래서 돌을 깔고 작은 화단으로 꾸미면 좋겠다 싶었죠. 앞쪽에 있는 수납장은 남편이 솜씨를 발휘해 만들었어요. 

 

 

드레스룸
건축 일을 하는 남편이 선반과 수납장을 만들었어요. 중간에는 화장대를 겸할 수 있도록 테이블을 두었어요.

현관
바로 옆이 부엌이라 냉장고 뒷면이 보이는데, 나무판에 그림을 붙여 가렸습니다. 또 사이드 테이블에 와인랙을 겹쳐놓았죠.

 

 

서재
양쪽 벽에 하나씩 책상을 두고 남편과 제가 이곳에서 각자 작업을 합니다. 바닥에 둔 그림은 잡지에서 스크랩한 것을 액자에 넣었어요. 액자의 여백을 패턴이 있는 그림으로 장식했더니 색다른 느낌이 나서 마음에 들어요.

*<메종> 홈페이지 내의 오픈하우스 게시판에 독자 여러분의 감각으로 꾸민 집을 자랑해주세요. 채택된 집은 <메종>에 실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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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포토그래퍼

이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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