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는 절대음감이 있지만 인테리어 데커레이션에는 궁극의 취향이란 것이 없다. 이 사실에 대한 완벽한 예증이 바로 메르시의 예술 감독 다니엘 로젠스트로크다. 파리 16구에 위치한 그의 아파트가 그에 대한 표본이다.
메르시 Merci의 예술 감독으로 다니엘 로젠스트로크 Daniel Rozensztroch는 늘 트렌드의 중심에 있지만 그는 대중 속에 융합되지 않는 기술을 연마하고 있다. 심미주의자인 그는 사생활에서도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본능에 충실한 것을 선호한다. 4년 전 그가 바스티유 Bastille 경영자가 살았던 집인 호텔 파티큘리 Hotel Particulier의 현관에 들어섰을 때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오래된 석재가 아니라 화재로 훼손된 건물 옆면을 대체하기 위해 건축가 에펠이 1970년 프랑스식 정원에 건립한 건물이었다. “제가 참 좋아했던 아파트에서 30년을 살고 나니 새로운 계획이 필요했고 걸어 다니면서 뭐든지 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습니다. 저의 생활 방식에 초점을 두고 모든 것을 선택했죠. 그래서 저에게 맞는 로프트를 만들었습니다. 거실을 아주 크게 만든 것은 손님이 많이 오기 때문이지만 손님용 침실은 없습니다. 호텔에서 묵는 것처럼 살고 싶었거든요”라고 말하며 그가 웃었다. 다니엘은 매우 친한 건축가 발레리 마제라에게 개방형 욕실과 거대한 옷 방, 그리고 중간 높이의 벽 뒤로 감춰진 안락한 방을 설계해줄 것을 부탁했다. “공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각적인 단절 없이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오갈 수 있기를 바랐어요.” 스스로를 완벽주의자이고 약간은 강박주의자라고 말하는 다니엘은 소파만큼이나 스위치, 수도꼭지를 고를 때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이 새로운 공간은 그에게 기폭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제 자신이 정리하는 일에서는 구제불능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수집에는 열정이 있지만 그동안 수집한 물건에 깔릴 지경이었으니까요. 공사는 시간이 걸렸고 그 오랜 기간 동안 친구의 집에 머물면서 유랑 생활을 했어요. 그러면서 모든 물건에서 벗어나길 바랐죠. 이삿짐 운송업자들이 거실에 수십 개의 박스를 가져다 놓는 것을 보며 새로운 출발을 할 때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다니엘은 평생을 모아온 물건의 상당 부분을 팔아버렸지만 과거를 청산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현재의 취향에 포커스를 맞추기로 했어요. 그래서 가장 멋지고 감동적인 물건들을 보관하고 있어요. 지금 이곳에 놓이기 전에 지하실에 수년간 처박혀 있었던, 부모님께 물려받은 희귀한 램프인 사비노 Sabino 같은 것들 말이에요.” 금속 수납장으로 분리된 주방에서 거실까지는 그의 시크한 취향이 묻어나는 수집품을 볼 수 있다. “수년째 수집하고 있는 이 18세기 유리 제품을 진열장 안에 가둬두지 않고 매일 사용합니다. 깨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할 수 없죠.” 그는 눈요기를 위해 쓰임새가 여전한 물건의 사용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곳에서 제가 매우 행복하다는 사실이에요.”
옛 기차의 바닥을 활용한 나무 바닥은 본래 상태가 그대로 보존되었다. 금속 수납장 뒷면은 다니엘이 받은 초대장과 엽서를 꽂아놓는 메모판으로 사용하고 있다. 제롬 르페 Jerome Lepert에서 수집한 주철과 알루미늄으로 만든 전등과 책장, 산화 금속 계단은 모두 발레리 마제라 Valerie Mazerat가 디자인했고, 벽 쪽에 놓은 조각은 에릭 슈미트 Eric Schmitt의 작품이다.
주방과 식당을 구분하는 금속 캐비닛은 제롬 르페에서 발견한 것. 수납장과 차고 가구, 나폴레옹 3세 시대의 금속 진열장, 닥터 캐비닛 등은 메르시에서 바겐세일때 구입하거나 골동품 상점을 돌아다니며 공수했다. 중국 빈티지 의자는 에트모스피어 다이에르 Atmosphere D’ailleurs에서 구입. 천장에 매달아놓은 전등은 도미니크 페로 Dominique Perrault 제품이고, 나무 좌판 위에 금속판을 올린 테이블은 파올라 나보네 Paola Navone가 시제품으로 만든 것이다. 테이블 주변에는 마티유 마테코트 Mathieu Mategot가 디자인한 톨릭스 Tolix 의자가 있다.
거실에는 파올라 나보네가 디자인한 고스트 소파를 놓았고 이탈리아에서 구입한 카라라 아카데미 Academie de Carrare 소속 조각가의 작업 받침대를 탁자로 사용하고 있다. 탁자에는 사부아 Savoie 지방의 나무 술 단지 컬렉션을 올려놓았고 왼쪽에는 검은색 도자기 스툴을 두었다. 아래에는 베르베르산 양모 카펫을 깔고 앞에는 붉은 천으로 덮어 씌운 빈티지 안락의자로 포인트를 주었다. 벽면에는 이사무 노구치 Isamu Nogushi가 디자인한 플로어 조명을, 그 옆으로는 19세기 산업용 철제 캐비닛과 1950년대 금속 의자를 두었다. 캐비닛 위에 놓은 사비노 조명은 부모님의 유산으로 희귀 제품이다.
왼쪽부터 나폴레옹 3세 시대의 마네킹과 19세기 부리망, 11세기 중국 랴오허 Liao 지방의 도기들, 1970년대 잉고 마우러 Ingo Maurer 조명과 19세기 중국 꽃병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금속 벽면 뒤쪽에는 작은 방이 있다. 리넨 침구는 메르시 제품이며 그 주변으로는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램프 그라 Lampe Gras 스탠드 조명, 브리옹 베가 Brion Vega의 빈티지 라디오, 금속과 튀니지산 종려나무로 만든 소가구를 놓았다. 창가 쪽에는 임스 Eames 흔들의자를 배치했고 유리창 앞에는 17세기 스페인 목각 인형 2개를 두었다. 벽에 걸어놓은 그림은 루이스 파란스 Louis Parrans가 1930년대에 그린 것이다. 문이 없는 큰 옷 방에는 가방을 나란히 놓았고 셔츠는 색깔별로 정리했다. 금속 바구니들은 1930~50년대 미국 수영장에서 사용했던 것. 세탁물 가방은 수루아 Suroy 제품이고, 거울은 라 흐두트 La Redoute 제품이다. 부모님의 유품인 모세 조각상은 철제 가구 사이에 놓았다.
CREDIT
포토그래퍼
제롬 갈랑 Jerome Gal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