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부엌과 이어진 공간은 쇼룸 겸 숍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숍 이서와 주에디션에서 선보이는 자연 모티프의 다양한 아이템을 디스플레이했다. 라이프 스타일숍 ‘이서’와 감성 편집숍 ‘주에디션’에 이어 인테리어 디자이너 윤이서 실장이 작업실을 옮겼다. 서울 공항 근처에 위치한 오야동은 한적하고 나무와 풀이 많은 정겨운 동네다. 윤이서 실장은 그런 자연의 투박하고 편안한 멋에 이끌렸다. 자연 모티프의 디자인을 즐겨 사용하는 그녀로서는 번잡한 도심보다 녹색이 가까운 동네가 편안했을 것이다. “사실 더 마음에 들었던 멋진 마당이 있는 공간이 있었어요. 계약을 하려는 사이 다른 사람이 계약을 해버려 아쉬운 마음이 컸죠. 동네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 공간을 더 알아보다가 옆집인 퀸즈테이블의 대표님으로부터 이 집을 소개 받았어요. 대표님이 살던 집이었고 갤러리로 활용하고 싶어서 빈 상태로 두었던 집이었어요.” 윤이서 실장의 작업실을 만나려면 대로변에서 풀이 우거진 야트막한 계단 길을 지나야 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 굴처럼 비밀스럽게 자리 잡은 단독주택을 마주하자 나무 몰딩이 화려한 아치형 현관문이 방문객을 반겼다. 내부로 들어서니 정확히 언제 지어진 집인지는 알 수 없지만 천장에 두른 아르누보 스타일의 몰딩과 나무로 만든 아치형 현관문,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연출한 현관 유리 등에서 이 집의 연식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갤러리로 사용하기 위해 벽에 노란빛이 감도는 크림색으로 페인트칠을 해서 일본의 오래된 단독주택에서 느껴지는 빈티지한 기운이 감돌았다. “청담동 숍을 정리하면서 그곳에 있던 물건들을 이곳으로 전부 가져왔어요. 정리하는 데만도 꽤 시간이 걸렸어요. 이 공간은 창우조경의 이순오 대표님과 함께 사용하는 작업실이기도 해요. 대표님이 워낙 바쁘셔서 거의 제가 있는 시간이 많지만요. 함께 앞마당에 수국도 흐드러지게 심고 테라스 공사도 하고, 정원도 다듬으려고 했는데 아직 원하는 모습으로 가꾸지 못했네요. 잘 돌보지도 못하는데 식물들이 그런대로 잘 자라서 다행이죠.”
1 현관에서 바라본 정원의 입구. 외부 방문객은 계단길을 지나 정원으로 난 길을 걸어 들어와야 작업실을 만날 수 있다. 2 인기 상품인 이끼 오브제와 고운 빛깔의 도자기 컵.
자유분방하지만 정제된 감각을 소유한 윤이서 실장.
빛이 잘 드는 창가에는 이끼 오브제와 소품을 따뜻하게 연출했다. 윤이서 실장의 작업실은 마당이 보이는 널찍한 거실 공간과 부엌이 있고 계단을 올라가면 널찍한 방 2개가 있는 단독주택이다. 2층의 방 하나를 사무실로 사용하고 1층 부엌과 맞닿아 있는 공간에는 작은 쇼룸처럼 그동안 선보여온 제품을 디스플레이했다. 골드스타 로고가 붙어 있는 빈티지 선풍기가 힘차게 돌아가는 1층 부엌 공간에는 주에디션을 통해 선보인 이끼 오브제를 비롯해 바위 모양의 초와 펠트로 만든 조약돌 모양의 코스터, 테이블 매트가 이불처럼 돌돌 말려서 담겨 있는 미니 자개장 등을 아기자기하게 연출해 누군가의 집에 초대 받아 집주인의 컬렉션을 구경하는 기분이다. 작업실이자 쇼룸이지만 상공간의 냄새가 느껴지기보다는 마치 오랫동안 이 집을 소유해온 주인처럼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는 느낌이다. “갤러리로 사용한 공간이다 보니 바닥도 벽도 깨끗했어요. 가지고 있는 물건만 들여왔을 뿐 공간에 손을 대지 않았죠. 물론 제 스타일과 약간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어요.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연출한 현관 쪽 유리 벽도 채도가 높고 너무 알록달록해서 뒤에 흰색 원단을 덧대 차분한 색감으로 바꾸었죠. 또 처음엔 벽에 앤티크한 디자인의 브래킷 조명이 많이 달려 있었는데 퀸즈테이블 대표님이 떼어가셨죠. 하하.”
윤이서 실장의 소품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부엌. 앞쪽은 테이블 매트를 이불처럼 말아 넣은 미니 자개장과 도자기 제품 등을 디스플레이한 쇼룸 공간이다.
1층 부엌에서 바라본 복도. 현관 유리에 장식된 스테인드글라스에 흰색 천을 덧대 채도를 낮췄다.
1 전시를 진행했던 2층 공간. 지금은 비어 있지만 앞으로 꾸준히 다양한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2 손으로 제작하는 조약돌 모양의 펠트 코스터. 3 작업실 거울에 비친 윤이서 실장.
아르누보 스타일의 몰딩이 공간을 이색적으로 만든다. 거실장과 다양한 디자인의 의자, 테이블이 놓인 널찍한 거실에서는 앞마당이 바로 보인다. 거실에서는 앞마당이 그대로 보이는데 지금은 수풀이 우거져 보이지 않지만 마당 너머에도 꽤 넓은 정원이 있다. 참새들이 분주하게 날아다니고 총총거리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삶의 소소한 행복일 것이다. 큼직한 나무 장식장과 다양한 디자인의 의자와 소파가 어우러진 거실은 많은 손님이 와도 편안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카페 같았다. “나무로 만든 흰색 파티션이나 둥근 푸프 스타일의 소파, 통나무와 벚꽃 무늬를 프린팅한 쿠션 등 지금까지 함께해온 물건들을 두었어요. 작업실 오픈 기념으로 받은 식물도 두었고요. 공간 구획을 철저하게 계획해서 진행한 것은 아니에요. 집의 구조를 지닌 공간이기에 어떻게 연출해도 편안해 보였죠.” 2층 공간은 가운데 복도를 두고 2개의 방이 마주 보는 구조다. 작업실로 사용하는 방과 마주 보고 있는 공간은 그 안에서도 높이가 다른 2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오픈 때 작가들의 그림 전시를 했어요. 지금은 전시가 끝나서 텅 빈 공간이지만 앞으로 재미있는 전시를 기획해보려고 해요. 무엇보다 2층 테라스 공간이 아쉬워요. 지금은 드로흐 Droog의 파라솔만 단출하게 두었지만 원래 계획은 데크도 깔고 아웃도어 캐노피를 설치해 정원을 내려다보며 즐기고 싶었거든요. 데크까지는 깔지 못하더라도 단독주택의 장점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테라스로 꾸밀 예정이에요.” 윤이서 실장은 조만간 숍 이서에서 선보인 ‘프라모델 조명’을 2층에 달 계획이다. 빛에 따라 그림자가 다양해지는 ‘프라모델 조명’을 달면 지금과는 또 다른 믹스매치의 공간이 될 것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알려졌지만 윤이서 실장에게는 작가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린다. 촬영을 하고 인터뷰를 나누는 동안에도 새로 자른 단발머리가 너무 단정하다며 머리를 자꾸 헝클어뜨렸다. 꾸밈없는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작업실과 주인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새소리와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을 꿈꿨던 윤이서 실장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새로운 공간을 자신의 색깔로 물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