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용품을 미학적으로 풀어낼 줄 아는 전직 큐레이터 출신의 이민주 씨. 동서양의 문화와 미술 작품 등 그녀의 취향이 오롯이 담긴 3대가 사는 아파트를 찾았다.
취향이 담긴 믹스매치로 꾸민 3대가 사는 아파트
중국 작가 쟝 샤오강의 대형 그림 앞으로 에이후스에서 구입한 프리츠 한센의 다이닝 테이블과 세븐 체어를 배치했다.
전직 큐레이터 출신의 이민주 씨가 이사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감각 좋기로 소문난 이의 이사 소식은 까다로운 검증 과정 없이 두 팔 벌려 환영이니 그녀의 이사 소식이 더욱 반가웠다. 두 아이의 엄마지만 연예인 뺨치는 탄탄한 몸매와 마스크를 가진 이민주 씨는 미모를 능가하는 남다른 재능을 가졌다. 얼마 전 어떤 명망 있는 디자이너와의 인터뷰에서 ‘공간의 공기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공간 내부 디자인의 차이는 공기감으로 결정되고, 그 공기감은 즉 사물들의 어울림이라는 것이다.
이민주 씨는 그가 말했던 공기감에 대한 기민한 촉수가 발달된 사람이었다. 이사 오기 전 살았던 한남동 집도, 이번에 공개한 방배동 집 역시 전문가 못지않은 감각과 취향으로 채워졌으니 말이다. “너무 밋밋한 것도 싫고 그렇다고 멋을 부린 것도 싫어요. 모든 것이 적절하게 어우러졌을 때 그 효력이 발휘되죠.” 그녀의 말처럼 396㎡의 자유분방한 공간에는 유쾌한 뒤섞임으로 채워져 있었다. 아파트지만 단독주택에서나 볼 수 있는 너른 데크가 있는 3층 구조의 아파트에는 작은 엘리베이터도 설치되어 있다. 1층은 시부모님의 침실과 3대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가족실 개념의 메인 거실이 있다. 커다란 야자수나무 아래 세팅한 미니멀한 가구들은 두 개의 페르시안 카펫과 만나 이국적이면서도 세련된 감각이 더해졌다. 이번 이사는 분가했다가 다시 부모님 집으로 이사를 들어간 터라 흩어져 있던 두 집 살림을 하나로 합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가 주어졌다.
비트라의 빨간색 MVS 셰이즈가 뒤로 보이는 계단과 오버랩되어 이어지는 형태로 보인다. 오랜 시간 가족과 함께 동거동락한 소파는 플렉스폼 제품이다.
위에서 내려다본 확장감 넘치는 거실 풍경.
1 다른 공간에 비해 주방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분위기로 꾸몄다. 식탁은 B&B 이탈리아, 조명은 루이스 폴센의 PH 시리즈를 선택했다. 2 줄리언 오피의 작품이 걸려 있는 현관 입구.
“제가 가지고 있던 사이즈가 큰 프리츠 한센의 테이블 시리즈 식탁을 어디에 둘지에 대한 고민이 컸어요. 거실에는 소파만 있어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다이닝 공간을 이웃시켜 배치하니 손님이 오셨을 때 편하게 소파를 오가며 와인을 즐길 수 있게 됐어요.” 거실에는 중국 작가 쟝 사오강의 작품과 베르나르 브네의 그림을 걸어 빈 벽에 힘을 주었다. 2층 부엌에는 미니멀한 디자인의 B&B 이탈리아의 식탁과 PH 조명을 달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단장했고, 기둥에는 그녀의 첫 미술 작품 컬렉션인 툴루즈 로트렉의 작품을 걸었다. “쿠사마 야요이, 서도호, 김민경, 바네사 비크로프트, 나라 요시모토 등 유화, 판화, 사진, 그림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좋아해요. 물론 갤러리에서의 경험이 작품 구입에 영향을 주지만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을 구입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가슴이 이끄는 것들을 구입하고 즐기는 편이에요.”
작은 거실을 품고 있는 3층은 이민주 씨 가족을 위한 공간이다. “아직 나이가 어린 아이들이 다칠까 염려되어 다다미를 깔았는데 인테리어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 선생의 자수 쿠션으로 연출한 평상형 원목 가구를 들여놓으니 보다 탄탄해진 젠 스타일이 만들어지더라고요.” 동양적인 느낌의 거실과 달리 부부 침실은 관능적이다. 여인의 몸을 형상화한 작품은 콘트라스 속에서 극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침대 옆 남는 자리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는데, 프리츠 한센의 라운지 체어와 베르펜의 판토 조명을 달았다.
현란한 데커레이션 요소 없이도 공간에 신선함과 정체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무기는 취향이 아닐까. 모던한 디자인과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 일색인 요즘, 취향에 충실한 믹스매치로 획일화된 아파트를 자신만의 색깔로 채색시킨 이 집이 더욱 특별해 보였다.
1 강민경 작가의 그림 작품을 걸어 장식한 복도. 2 3층에 있는 아이들의 공부방. 전체적으로 카펫을 깔아 푹신한 감촉을 더했다.
다다미를 깐 2층 거실. 동서양의 느낌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이색적인 공간이다.
리네로제의 몰리 베드가 놓여 있는 부부 침실.
에이후스에서 구입한 프리츠 한센의 PK 라운지 체어와 베르펜의 판토 조명으로 포인트를 준 책 읽는 공간.
*에스터 로더에서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Ⅱ와 마이크로 에센스 스킨 액티베이팅 트리트먼트 로션을 집주인에게 선물로 증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