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천장과 옹벽 등 오래된 아파트가 지닌 단점을 보완하니 여느 집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점으로 탈바꿈했다.
두 딸과 막내아들, 세 아이를 키우는 데 몰두했던 주부 한정혜 씨는 아이들이 장성하고 나서야 살림살이가 눈에 들어왔다. 자녀들과 남편까지 다섯 식구가 지난 10년간 살았던 201m²의 아파트는 체리색 몰딩과 가구로 채워진 중후한 분위기였다. 또 지은 지 23년 된 아파트라 천장도 낮고 크기에 비해 집 구조가 비효율적이라 불편했다. 60평형대치고는 현관과 주방이 너무 작은 데다 안방 안에 다른 방이 있는 구조라 공간 활용이 어려웠던 것. “남편 일 때문에 중국에서 1년 정도 지내다 다시 귀국했어요. 오래전부터 레노베이션을 하고 싶었는데 이때가 적기구나 싶었죠.” 그녀가 찾아간 곳은 분당, 판교 지역에서 꽤나 이름이 알려진 소호디자인. 여러 인테리어 디자이너 중에 가장 포트폴리오가 마음에 들었던 신정훈 팀장과 공사를 진행했다. “동남향의 집으로 3층이어서 일조권이 확보되지 않았어요. 집주인도 화사한 분위기를 원해서 화이트 인테리어를 컨셉트로 하게 됐죠.” 벽은 깔끔하게 페인트로 도장하고 바닥은 장판 대신 흰색의 무광 포셀린 타일을 깔아 은은한 반사 효과를 노렸다. 덕분에 적은 빛만으로도 집 안이 한층 밝아졌다.
이 집의 포인트는 현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거실 벽이다. 원래 바닥재로 사용되는 라왕 집성목을 벽에 붙여 반전의 이미지를 연출했는데 사선으로 떨어지는 나무들이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하얀 공간에 활력을 더했다. 다섯 식구가 사는 만큼 공간 활용이 우선되어야 했다. 허물 수 있는 벽은 모두 없애고 베란다를 모두 확장했고 현관, 복도 등 가능한 만큼 최대한 공간을 확보했다. 막내아들 방이었던 안방 안의 방을 분리한 다음 거실 쪽으로 입구를 내었다. 그리고 남편의 바람에 따라 서재로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드레스룸으로 활용할 만한 공간이 부족했는데 서재에 가벽을 세워 안쪽에 작은 드레스룸을 만들어 옷의 수납을 해결했다. 독립된 공간을 원하는 아이들에게도 각각 방을 하나씩 마련했다. 첫째와 둘째 딸의 취향을 고려해 방을 꾸미고 미국에서 유학 중인 아들이 귀국할 때마다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작지만 아늑한 방을 만들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공간은 주방으로 주부인 한정혜 씨뿐만 아니라 요리를 좋아하는 두 딸이 기대했던 공간이기도 했다.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커다란 원목 식탁 외에도 주방에 3m가량의 커다란 아일랜드 식탁을 제작했는데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을 없앨 수 없어 ㄷ자로 상판을 짜 넣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 기둥 덕분에 아일랜드 식탁에 앉았을 때 조리대가 보이지 않아 훨씬 정돈된 인상을 준다. 주방과 거실은 한 공간에 있지만 옹벽을 활용해 수납장을 만들어 공간을 분리했고 또 구획을 나누는 의미에서 아일랜드 식탁이 있는 바닥에 회색 타일을 깔아 문 없이도 공간이 나눈 듯이 연출했다. 그 대신 천장에는 거실에서 주방까지 길게 이어지는 간접조명을 설치했다. 불을 켜면 빛이 일자로 시원하게 떨어져 한층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었다. 식구가 많고 오래된 아파트라 제약이 많았지만 아이디어를 발휘해 단점을 장점으로 보완하니 훨씬 개성 있는 공간으로 완성되었다.
욕실 | 자녀들이 사용하는 공용 욕실은 블랙&화이트로 깔끔하게 연출했다. 욕실은 샤워 부스를 따로 만들고 건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거실 | 바닥재로 사용하는 라왕 집성목을 벽면에 부착해 포인트 벽을 만들었다. 그 위에 달아놓은 벽 조명은 소호디자인에서 주문 제작한 것.
안방 | 문 앞쪽에 옹벽이 있어 여닫이문 대신 슬라이딩 도어를 달았다. 문에는 전면 거울을 달아 반사 효과로 공간이 한결 넓어 보인다.
거실 | 흰색으로 도장한 벽과 무광의 포셀린 타일로 밝고 환하게 꾸몄다. TV장은 세덱에서 구입, 가죽 소파는 한국가구에서 구입했다.
현관 | 집 평수에 비해 현관이 턱없이 좁았다. 화려한 무늬의 타일을 기존 현관 바닥보다 더 넓게 부착해 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
자녀방 |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막내아들이 귀국했을 때 집에서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마련한 방. 이 집에서
가장 작은 방이지만 아늑한 분위기로 꾸몄다.
자녀방 | 둘째 딸의 아기자기한 취향을 고려해 방을 꾸몄다. 침대를 둔 벽은 흰색 파벽돌로 마감하고 타이포그래피 쿠션과 포스터로 포인트를 줬다.
자녀방 | 남색을 좋아하는 첫째 딸의 방이다. 침대 헤드 뒤쪽에는 작은 책상이 있고 앞쪽에는 첫째 딸만의 작은 드레스룸이 있다.
거실 | 안락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집주인 한정혜 씨의 모습.
주방 | 3m 길이의 아일랜드 식탁을 둔 주방. 앞쪽에는 식구들이 다 같이 식사할 수 있는 6인용 식탁이 따로 있다. 다른 색의 타일을 깔아 주방과 거실 공간을 나눴다.
*<메종> 홈페이지 내의 오픈 하우스 게시판에 독자 여러분의 감각으로 꾸민 집을 자랑해주세요. 채택된 집은 <메종>에 실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