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더 카스바의 디자이너 필립 제리가 튀니지의 18세기 저택을 개조했다. 결과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수공예와 빈티지, 에스닉과 도시적인 데커레이션 사이를 오가는 디자이너는 오래된 공간에 완전한 자유를 부여했다.
발코니 앞에 있는 너도밤나무 수납장은 필립 제리가 1950년대 빈티지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제품. 유칼립투스로 만든 테이블은 록 더 카스바 제품. 수납장 위에는 조명과 사자난 지역의 점토로 만든 꽃병이 놓여 있다. 레진으로 제작한 당나귀는 튀니지 아티스트 니나의 작품. 검은색 꽃병과 재떨이는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것.
면 담요와 침대보, 빈티지한 베일로 만든 쿠션은 모두 록 더 카스바 제품. 흰색 나무와 메탈 트레이가 결합된 ‘케르케나 Kerkena’를 침대 옆에 놓았다. 두꺼운 나무판을 올려 만든 콘솔 위에는 바다 해초로 감싼 유리병 조명이 있다. 조명은 록 더 카스바 제품. 리넨을 씌운 클래식한 스타일의 소파에는 데이비드 보위의 앨범 <애시스 투 애시스 Ashes to Ashes>의 포스터를 붙였고 천장에는 반투명 유리로 된 앤티크한 샹들리에를 달아 장식했다.
튀니지의 구시가지인 메디나 Medina 거리의 한 골목 끝에 징으로 뒤덮인 오래된 파란 문이 우뚝 서 있다. 그 문 뒤에는 1725년에 지어진 특별한 저택이 자리하고 있다. 이 저택은 18세기 초 튀니지를 통치하던 첫 번째 총독, 후세인 1세가 살았던 곳이다. 이 유서 깊은 집을 4년 전 디자이너이자 가구&데커레이션 브랜드 ‘록 더 카스바 Rock The Kasbah’를 운영하는 필립 제리가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 겸 주거 공간으로 개조했다. 웅장한 크기의 방들이 자리한 450㎡의 집은 벽 전체가 화려한 패턴의 세라믹 타일(이 집이 지어진 시대에는 세라믹 타일이 이곳에서 제작되지 않았다)로 마감되어 있고 바닥에는 흰색 대리석이 깔려 있다. 에스닉한 전통이 남아 있는 이 공간에 디자이너는 파격적인 인테리어를 시도했다.
독학으로 디자인을 공부한 필립 제리는 1997년에 론칭한 패션 액세서리를 시작으로 10년 뒤에는 노마드와 에스닉 디자인을 모토로 하는 데커레이션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어떠한 열등감 없이 자유분방한 그의 상상력이 이 집에서 만개했다. “역사와 전통이 남아 있는 집에 1970년대 초 유행하던 글램 록 Glam Rock의 정신을 부여했어요. 1950~70년대 빈티지 가구와 제가 디자인한 암체어, 플로어 조명, 테이블을 섞어놓았어요.” 그는 친구들이나 고객들이 이 집으로 여행 올 수 있도록 인테리어를 구성했다. 사람들을 이곳에서 만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그에게는 큰 기쁨이다. “제2의 조국인 이 나라에서 전통적인 기술을 전수 받은 장인들과 만나는 걸 좋아합니다. 그들에게 심플하면서 컨템포러리한 오브제와 가구 컬렉션의 제작을 맡기죠. 나무 모양의 플로어 조명과 튀니지 북부의 사자난 Sejnane 지역의 점토로 만든 도기가 바로 그렇게 완성된 제품입니다.” 록의 정신과 에스닉 스타일이 이 집에서 자유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금속 다리에 두꺼운 나무판을 올려 만든 긴 테이블은 록 더 카스바 제품.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의자는 벼룩시장에서 구입했다. 바닥에는 양털로 만든 앤티크한 카펫을 깔았다. 벽에 건 그림은 이브라힘 마투스 작품이며, 까마귀 오브제는 이브리데 Ibride 제품.
18세기 스페인에서 가져온 세라믹 타일을 온 벽에 붙여 역사적인 데커레이션을 완성했다. 양털로 만든 직조물로 커버링한 암체어 ‘타바카 Tabarka’는 필립 제리가 가장 최근에 디자인한 제품 중 하나다. 바다 해초로 감싼 스툴은 작은 테이블로 사용하고 있다. 플로어 조명의 갓 역시 바다 해초로 만들었다. 모두 록 더 카스바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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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베네딕트 오세 드뤼몽 Benedicte Ausset Drummo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