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같은 벽
색대비 중에서 보색대비가 가장 선명해 보이듯 두 가지 상반된 요소를 동시에 사용했을 때 그 공간에 대한 인상은 강렬해진다. 서교동에 있는 라운지 클럽 겸 커피 바인 우켄주는 고전적인 스타일의 소파를 놓은 벽 선반에 팝적인 색상의 토끼 오브제를 채워 파격적인 분위기를 냈다. 또 두께를 달리해 바깥쪽은 페인트, 안쪽은 벽지를 붙이는 등 벽을 활용해 두 가지 공간이 뒤섞인 듯이 연출한 점도 흥미롭다. 이곳을 디자인한 월가&브라더스는 부티크 호텔에 온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벽면에 방문을 부착, 슬쩍 열린 문 사이로는 네온사인을 설치해 빛이 새어나도록 했다. 철골 구조를 형상화해 만든 벽 선반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화려한 패치워크
장진우 골목에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 마틸다는 금색 몰딩과 따뜻한 색감의 그림으로 고풍스러운 유럽 궁전의 내부처럼 벽을 장식했다. 마틸다의 장진우 대표가 유럽에서 직접 공수해온 자재와 소품으로 꾸몄는데 벽지와 포스터 등을 패치워크처럼 조각조각 이어 붙인 것이 특징. 그림과 그림 사이에 몰딩을 붙여 거대한 액자처럼 연출했다. 그 위에는 유리를 씌워 마감했는데 천장에 걸어놓은 앤티크한 샹들리에의 빛이 유리에 반사되면서 반짝임이 더해지고 화려함이 극치를 더한다. 하단에는 짙은 회색 페인트로 칠해 묵직한 금색 몰딩과 무게감을 맞췄고 청소, 관리 등 실용적인 면도 살렸다.
앨리스의 방
오래된 건물을 개조하면 옹벽이나 벽 사이에 불필요한 틈새 같은 게 생기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새로 지은 건물보다 훨씬 특별한 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다. 종로구 연건동에 있는 디자인 편집 숍 TWL도 쇼룸을 마련하기 위해 건물을 레노베이션하던 중 벽 사이에 작은 틈새를 발견했다. 그리고 허리를 바짝 숙여야만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이곳을 디스플레이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안쪽에 모래를 깔고 야외용 데크 체어를 놓았더니 동화 속 난쟁이가 다니는 출입구 같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