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레스토랑이 있는 1층에서는 창문을 통해 정원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2 2층 라운지를 바라본 모습.
리폼하는 문화 살롱 키츠
안나비니, 드 마리, 애프터 더 레인, 강가를 기억하는지? 10여 년 전 강남 일대에서 핫 스폿으로 손꼽히던 레스토랑의 이름이다. 국내에 300여 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외식 업계의 대부로 불렸던 신성순 대표. 그동안 일본에서 생활했던 그가 12년 만에 돌아와 ‘리폼’을 주제로 한 라이프스타일 호텔 ‘키츠 Keats’를 오픈했다. 10여 년 전부터 컨설턴트라는 이름보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라이프스타일리스트’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렸던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타고난 감각의 소유자였다. 신성순 대표가 오랜 시간 쌓아온 내공이 함축된 이 공간의 스타일 감도는 확실히 달랐다.
1 대칭되는 두 개의 문과 블루빛이 고혹적으로 느껴지는 레스토랑의 내부 공간. 데님으로 마감한 좌석 시트에는 푹신한 오리털을 넣어 안락함을 더했다. 좌석 시트 제작에도 겉으로 뽐내기 보다는 내면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신성순 대표의 철학이 담겨 있다. 2 2층 사르토 살롱에 있는 피팅룸의 모습. 3 신성순 대표가 15년 전 뉴욕 옥션에서 낙찰 받은 르 코르뷔지에의 유니 테다비타시옹에 있던 계단을 설치했다.
“‘리폼’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숍입니다. 일본의 ‘사르토 Sarto’라는 맞춤 옷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손녀가 할아버지의 양복을 가져와 자기 몸에 맞게 맞춰 입는 것을 보고 ‘리폼’의 영역을 확장해봤습니다.” 리폼에는 오래된 것을 소중히 여기자는 비하인드가 담겨 있다. 그런 이유로 가정집을 개조한 공간을 만들었고, 내부 장식 역시 새것의 느낌이 아닌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마감재와 가구, 조명을 사용했다. 장 프루베의 조명, 아르네 야콥센의 의자, 르 코르뷔지에의 사다리까지 미드센트리 시대를 추억하는 물건이 공간 곳곳에서 빛나고 있다. “수입 원두 모카조 커피와 트러플을 즐길 수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 옷을 맞추는 사르토 살롱, 작은 룸을 갖춘 오피스로 나뉩니다. 키츠는 뉴욕, 런던, 파리의 진출을 앞두고 있는데 서울에 워밍업으로 만든 플랫폼인 셈이죠”. “옷 수선을 맡길 일이 없더라도 부담 없이 리폼 문화를 즐길 수 있게 두 팔 벌려 열어둔 키츠. 숨겨놓고 몰래 오고 싶은 근사한 곳이다.
사르토에서 옷을 맞추는 데는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옷 한 벌도 그 사람의 취향이나 직업 등을 고려해 제작하기 때문. 기다리는 동안 지루함을 덜기 위해 커피와 시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1 현재는 식물로 둘러싸여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가 바로 변신할 계획이다. 2 가봉하기 전 걸려 있는 양복의 스티치에서 사르토가 추구하는 장인정신이 느껴진다. 3 살롱 한쪽에는 수선실도 마련되어 있다. 조만간 리폼 테일 아카데미도 운영할 계획이다. 4 도자기, 불상, 탈, 식물채집 등 신성순 대표의 컬렉션을 공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1 3층에 있는 사무실 한쪽에는 게스트를 위한 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2,3 작은 정원을 품고 있는 키츠 호텔.
아름다움을 찾는 혜안 브이디 초이즈
문을 통해 비치는 붉은색 섬광이 공간에 오묘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친구끼리 취미로 만들었던 향초가 브랜드를 달고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디자인이 된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배우 이선호와 파슨스에서 패션 비즈니스를 전공한 손민진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브이디 초이즈 Atelier de V.D Chois’가 이런 케이스다. “해골 모양 초는 디렉터 이선호의 두상을 엑스레이로 찍어 몰딩 작업 후 만든 실험적인 제품인데 주변의 반응이 뜨거웠어요.” 브랜드 이름에는 ‘찾아와서 보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아름다움을 찾아서 볼 줄 아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염원이 담긴 이름 때문이었을까. 브이디 초이즈의 디자인력을 누구보다 빨리 알아본 제일모직과 플랫폼, 어라운드 코너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행운이 뒤따랐다. 브랜드의 오픈 스토리가 승승장구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만큼 좋은 디자인과 제품력이 없었다면 그런 운도 뒤따르지 않았을 것이다. 해골 모양 ‘아뮬렛’과 로봇 모양 ‘골렘’ 초는 스팽글과 큐빅, 징이 박혀 있는 패셔너블한 디자인으로 브랜드를 상징하는 아이코닉한 제품이 됐다. 브이디 초이즈만의 감각은 3년 만에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앤티크 경과 유리, 금속 소재를 사용해 무겁지 않은 가벼운 클래식 무드를 만들고 포인트 컬러를 사용해 시간성이 다른 묘한 분위기를 연출해봤어요.” 제품을 디스플레이하기 위해 컬러 유리 상판에 금속 소재 다리를 달아 제작한 가구들은 기성품을 뛰어넘는 완벽한 비율이 멋스럽다. 특히 매장 가운데 있는 빨간색 유리문은 시간대에 따라, 햇살의 양에 따라 붉은 색감이 벽을 타고 흐르는 오묘한 느낌을 연출한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빨간색 지붕에 반해 이곳에 터를 잡았어요. 우리가 추구하는 디자인도 깊숙이 들어가면 과거의 산물을 기반한 디자인이에요.” 옛것이 주는 아름다움, 여기에 초현실과 위트를 적절히 배합할 줄 아는 브이디 초이즈의 감각이 촘촘히 들어찬 공간. 조만간 디자인을 즐길 줄 아는 이들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을 것 같은 예감이다.
1 문을 통해 비치는 붉은색 섬광이 공간에 오묘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2 창문을 통해 보이는 고즈넉한 지붕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3 연예인 못지않은 외모를 겸비한 브이디 초이즈의 손민진 대표.
프라이빗 파티와 클래스,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에도 문이 활짝 열려 있다. 비현실적인 색감의 문 뒤로 작은 주방이 마련되어 있다.
1 아크워크 작품과 제품을 함께 연출한 공간. 2 맞춤 제작한 확장감 있는 테이블은 오래 사용한 가구처럼 디자인하기 위해 수십 번의 손길로 매만져 완성했다. 3 패셔너블한 디자인의 골렘 초. 4 브이디 초이즈의 스타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
로맨틱한 감성의 향유 마젠타 스튜디오
1 마젠타 스튜디오의 스타일을 읽을 수 있는 공간. 한쪽 벽에 연출한 벽지를 비롯해 가구와 소품들도 구입할 수 있다. 2 유럽의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작은 유리병들. 3 침실, 거실, 다이닝으로 실제 집처럼 꾸며진 스튜디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오랫동안 아끼고 즐겨온 이들 중 이를 트레이드마크로 만드는 이가 있다. 마젠타 스튜디오의 권순복 대표를 생각하면 로맨틱한 스타일과 핑크빛이 떠오를 정도로 그동안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왔다.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와 공간 디자이너, 기업체의 공간 컨설팅을 하며 그녀는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마젠타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공간은 크게 두 개로 나뉘는데 쇼룸 겸 렌털 스튜디오를 겸하는 용도라 탁 트인 시야를 가리지 않게 때에 따라 공간을 나눌 수 있게 파티션을 드리웠다. 파티션 안쪽으로는 개인 사무실이 있는데, 창문 밖으로 보이는 이국적인 풍광이 프로방스 스타일로 꾸민 작은 베란다와 오버랩되어 유럽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스튜디오를 새롭게 오픈하면서 그녀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클래식 스타일을 재해석한 데커레이션을 마음껏 풀어냈다. “클래식한 무드가 바탕이에요. 거기에 빈티지한 아이템이나 컬러풀한 아이템을 매치시켜 재미있는 포인트를 주는 것을 실험해요.” 이렇게 완성된 공간은 시간을 뛰어넘는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블랙&화이트로 힘을 준 바닥에 진한 민트색 문을 달고 한쪽 벽에는 문이 열리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벽지로 포인트를 주는 방식이다. 이런 평범하지 않은 매치는 해외에서 열리는 각종 인테리어 페어와 공간 여행을 다니며 학습한 아이디어에 자신의 스타일을 덧붙여 만든 창의적인 공간인 셈. 특히 파리 출장이 잦은 그녀의 여행 가방에서 꺼내온 액자, 거울, 작은 유리병들을 비롯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직접 제작한 가구도 판매한다. “로맨틱한 스타일을 찾기 힘든 요즘 마젠타 스튜디오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낭만적인 감성이 유일무이할 정도예요. 함께 스타일을 공유할 수 있는 이들에게 활짝 열려 있는 공간입니다.”
스튜디오를 새롭게 오픈하면서 가장 로맨틱한 꽃이라 생각하는 장미가 테마인 플라워 브랜드 마젠타 by 로즈를 론칭했다.
1 작은 베란다가 있는 휴식이 그려지는 공간. 2 마젠타 스튜디오에 제작한 가구와 인도네시아에서 공수한 가구들로 꾸민 우아한 공간. 3 로맨틱, 고성 여행, 프렌치 스타일의 전문가 권순복 대표. 4 마젠타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그릇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