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려앉은 청담사거리를 환히 밝히는 체크 선율이 마음을 붙든다. 트렌치코트, 캐시미어 머플러, 체크 등 버버리의 시그니처 아이템이 서울과 만나 다이내믹한 건축물로 탄생했다. 브랜드의 가치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서울 플래그십에서 우리는 어떤 버버리의 모습을 만나게 될까.
오랜 전통의 체크 패턴과 최첨단 LED가 만나 빛을 밝힌 버버리 서울 플래그십.
영국의 전통 브랜드로 가치를 이어온 버버리가 새로운 이미지로 도약한 계기는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베일리의 등장이다. 그는 버버리의 성숙함에 페미닌한 모더니즘을 더해 브랜드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고, 성공적인 브랜드의 수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수년간 끊임없이 진화한 버버리가 드디어 서울에 플래그십 오픈했다. 버버리 서울 플래그십 디자인 역시 버버리의 크레이티브 디렉터이자 최고 경영자인 크리스토퍼 베일리의 손길이 닿아 있다. 서울 플래그십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것은 빛과 그림자의 움직임이다.
이 그림자의 정체는 파사드에서 비롯되는데, 트렌치코트에서 영감을 받은 금빛 메탈 스크린이 건물 전체의 외관을 압도한다. 메탈 스크린에 버버리의 개버딘 직조 형태를 양각과 텍스처로 새겨두었고 LED 조명이 삽입되어 특히 해가 진 저녁에는 체크 패턴을 더 아름답고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이는 버버리의 아이덴티티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한 부분이지 않은가. 버버리 서울 플래그십은 모든 층에서 건물 외부의 날씨와 채광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이중 표피 구조 Double Skin System로 디자인되었으며 벽체인 커튼 월은 단열, 방수, 방화, 에너지 효율 및 UV 차단까지 고려해 기능성도 놓치지 않았다.
1 오피스와 연결된 테라스에선 메탈 스크린을 통과한 빛이 아름다운 그림자로 펼쳐진다. 2 책상 위를 늘 깔끔하게 정리해야 하는 버버리만의 철학이 담긴 오피스.
총 13개의 층으로 구성된 이 건물에서 버버리 제품은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6개의 층에서 만날 수 있다. 층별로 매장을 연결하는 입체적인 계단이 인상적인데 17세기 프리스탠딩 계단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호화로운 장식이 특징인 코린트 양식의 석조 계단으로 기존의 계단보다 두세 배가 높다고 한다. 계단에 올라 다시 한번 아래쪽을 바라보면 각 층의 대표적인 아이템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건물 구성 또한 섬세하게 이루어져 있다. 특히 1층에 마련한 ‘스카프 바 Scaft Bar’는 30개가 넘는 다양한 컬러와 패턴의 라이트 웨이트와 클래식 캐시미어 스카프를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코너다. 개인 이니셜을 새길 수 있는 모노그레이빙 서비스를 제공해 자신만을 위한 스카프를 주문할 수 있다.
플래그십을 아우르는 대형 스크린 또한 이곳의 자랑거리다. 버버리를 상징하는 콘텐츠와 감각적인 사운드가 함께 흘러나오는 대형 스크린은 1.8×3.4m 사이즈의 리테일 스크린과 126개의 스피커, 9개의 비디오 스크린을 통해 소개되며 영국에서 서울로 실시간 송출되는 시스템이다. 현재는 런던 컬렉션과 버버리의 향수 캠페인, 머플러 헤리티지 영상을 만날 수 있다. 이처럼 영상을 볼 수 있는 리테일 시어터는 앞으로 영화, 음악, 연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곳을 단순한 패션 스토어를 넘어선 문화적 허브로 조성할 예정이다.
1 트렌치코트와 머플러로 꾸며진 버버리 서울 플래그십의 윈도 디스플레이. 2 지하 1층부터 5층을 연결하는 입체적인 구조의 코란트식 석조 계단. 3 1층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감각적인 시청각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4 5층의 프라이빗 고객들을 위한 전용 라운지.
매장 인테리어는 층별로 디테일을 달리해 꾸며졌다. 2층 여성복과 3층의 프로섬 컬렉션 라인은 베이지 톤의 카펫으로 바닥을 마무리해 차분한 느낌을 주며, 4층 남성복 라인과 5층 복도에는 유러피언 오크로 제작된 헤링본 바닥재로 연출돼 클래식한 분위기다. 5층에 마련된 프라이빗 고객 전용 라운지는 가구와 커튼, 조명, 소품으로 꾸며져 가장 버버리다운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들을 위한 맞춤형 쇼핑을 제안하고 있는데 곳곳에 비치된 가구와 바닥을 마무리한 카펫 그리고 커튼은 모두 부드러운 베이지 톤으로 통일감을 주었다. 매장에 비치된 가구는 버버리가 디자인하고 영국의 장인들이 만든 제품들로 머플러처럼 공간을 포근하게 채워준다.
1 개인 이니셜을 새기는 모노그래밍 서비스가 제공되는 1층 스카프 바. 2 투과성 있는 건물은 외부의 에너지와 날씨, 채광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3 버버리 코리아의 본사 오피스 내부.
대중에게 공개된 버버리 서울 플래그십의 모습이 여기까지라면 6층부터는 버버리 코리아 본사를 위한 공간이다. 오피스의 내부를 들여다보니 이곳 역시 브랜드 철학이 담겨 있다. 버버리의 사무실은 물건을 드러내지 않음을 원칙으로 하며 화이트 데스크가 일렬로 놓인 가운데 아래에는 캐비닛을 두어 물건을 수납할 수 있다. 이러한 원칙과 오피스 인테리어를 통해 사무 공간을 항상 심플하고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오피스 바로 옆에 위치한 테라스로 나가면 외관의 메탈 스크린을 바로 눈앞에서 만날 수 있어 외부와 내부가 하나로 이어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또한 회의실에서도 메탈 스크린을 통한 빛과 그림자가 입체적으로 보여 건물 전체가 하나의 컨셉트로 다가온다.
1 3층의 버버리 프로섬 컬렉션 라인은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제품을 갖추고 있다. 2 개버딘의 직조 형태를 표현한 메탈 스크린은 빛을 만나 강렬한 에너지를 선사한다. 3 프라이빗 고객 전용 라운지의 고급스러운 디스플레이. 4 제품 디스플레이를 위한 구조물은 직선 형태로 통일감을 주었다. 5 버버리의 상징적인 아이템인 스카프.
건물을 나서면서 맨 처음 시선을 사로잡았던 체크 패턴에 다시금 눈길이 간다. 오랜 시간 지켜온 브랜드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한 건물에 구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방문객들은 이곳을 통해 강렬한 버버리의 에너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빛과 그림자라는 은유적인 방식으로 버버리만의 DNA를 영민하게 표현한 크리스토퍼 베일리. 서울과 함께 진화할 버버리의 미래를 버버리 서울 플래그십에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