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서울을 벗어나 소도시의 타운하우스에서 새 생활을 시작한 30대 부부. 개성 있는 구조의 4층 주택은 부부의 취향이 더해지며 집 안은 물론 라이프스타일까지 한결 풍성해졌다.
7년 가까이 가로수길 골목에서 인테리어 소품 편집숍 ‘5층아파트’를 운영하던 강태중, 이세현 씨 부부는 문득 북적해진 이곳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이서 온라인·오프라인 숍을 모두 관리하다 보니 지쳤던 것이 그 이유였다. “포스터를 직접 바잉하면서 유럽 작가들과 종종 만나는데, 네덜란드 일러스트레이터 리커 판 데르 포르스트 Lieke van der Vorst 씨가 전원주택에서 예쁘게 살고 있는 모습이 계속 아른거리더라고요. ‘우리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고 서울을 떠나게 되었죠.” 마음에 드는 전원주택을 찾아 서울 근교는 물론 세종시까지 방방곡곡으로 알아보며 고심한 끝에 고른 집은 경기도 안성에 있는 신축 타운하우스. 두 가구가 한 건물에 사는 땅콩주택으로 4층까지 내부 계단으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계단 있는 집에 사는 것은 남편 강태중 씨의 어릴 적 로망이기도 했지만 이 집을 고른 이유는 무엇보다 6~7년간 함께 지내온 반려묘 재즈와 폴의 영향이 컸다. 전형적인 구조의 집보다는 오르내릴 계단도 많고 숨을 곳도 많은 이 집이 고양이들의 놀이터로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이사온 지 4개월째, 주인의 애틋한 마음이 통했는지 수줍음이 많던 두 반려묘는 신사동에 있는 15평 빌라에서 살 때보다 애교가 많아지고 성격이 밝아졌다. 또 자연스레 운동이 되면서 덩달아 건강도 좋아지니 부부는 그저 흐뭇할 따름이었다.
거실 | 1층에 있는 거실 한쪽 벽에 설치한 월 유닛은 5층 아파트에 살기 시작했을 당시인 7년 전에 구입한 것.
대지면적 182㎡, 연면적 83㎡의 주택은 언덕에 지어져 현관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2층이 나오고 내부 계단을 통해 한 층 내려가야 작은 마당이 있는 1층으로 이어진다. 거실로 사용하는 1층은 지어질 당시부터 작업실 혹은 재택 근무를 위한 사무실로 계획된 곳이라 천장을 높게 내고 노출 콘크리트, 데코 타일로 마감되었다. 부부는 이 벽면을 깨끗한 흰색으로 도장한 다음 오래전 구입한 월 유닛과 아내가 싱글 때부터 사용하던 소파, 결혼 선물로 받은 낮은 테이블 등 그간 틈틈이 모아온 가구와 소품으로 채웠다. 지하 아지트같이 아늑하면서도 따스한 볕이 스며드는 거실은 부부만의 감성이 녹아들며 이 집의 백미로 완성되었다. 새집이다 보니 공사는 되도록 하고 싶지 않았지만 2층에 있는 좁은 부엌은 확장을 위해 공사가 불가피했다. 개방감을 살리고자 상부장을 없애고 부족한 수납을 보완할 수 있도록 옆쪽에 장을 짜 넣었고 노란색을 포인트로 꾸몄다. 화사한 색을 좋아하는 남편과 무채색을 선호하는 아내의 취향이 더해져 단정하면서도 유쾌함이 느껴지는 주방이 되었다. 3층 침실에 있는 침대는 이사를 오면서 유일하게 산 물건이다. 기존에는 더블 침대를 사용했었는데 싱글 침대 두 개를 붙여놓은 유럽의 호텔에 묵었을 때 편안하고 만족스러웠던 것. 헤드보드 없이 깔끔하게 매트리스만 놓고 흰색 침구로 깨끗하게 정돈했다. 창고로 사용 중인 4층으로 향하는 계단 옆에는 유럽 여행 시 수집한 전시 포스터를 걸어놓는 등 부부는 데커레이션할 수 있는 곳이면 작은 공간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집 안 곳곳을 꾸미는 재미로 지낸다지만 이곳 시골 생활이 아직은 어색하진 않을까. “저는 사진을, 아내는 인테리어를 전공했는데 둘 다 대학을 안성에서 다녀서 이 동네가 낯설지 않았어요. 또 여기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차로 5분 거리에 대형 마트가 있고 거기서 조금 더 가면 안성 시내가 나와요. 전원 생활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저희 부부에게 적합한 곳이죠.” 편리한 도시 생활에 비하면 적응해야 할 게 많지만 부부는 하나씩 자연과 함께하는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
왼쪽부터)침실 | 빈티지한 3단 서랍장 위에 파릇한 식물로 포인트를 줬다.
계단 | 4층에서 내려다본 계단. 한쪽 벽에는 여행하며 모은 전시 포스터를 걸어놓았고 철제 펜던트 조명을 달았다.
침실 | 모노톤의 액자로 장식한 침실. 검정 줄무늬의 고양이 폴마저 민트색 벽지와 잘 어울린다.
거실 | 빈티지와 레트로는 부부가 좋아하는 키워드. 사람의 손길이 닿았던 빈티지한 물건에서는 왠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진다.
왼쪽부터)거실 | 소파 밑에서 빼꼼 얼굴을 내미는 고양이 재즈. 수줍음이 많은 편이지만 여기 오고 나서 성격이 쾌활해졌다.
계단 | 계단에 앉아 서로를 바라보는 강태중, 이세현 씨 부부. 매일 4층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니 운동이 따로 필요 없다.
주방 | 2층에 있는 주방은 부부의 취향에 맞춰 깔끔하게 전면 수리를 했다.
주방 | 노란색을 포인트로 화사하게 꾸민 주방. 독일에서 사온 일리 커피 머신, 빈티지한 믹서 등 소품은 부부가 아끼는 물건 중 하나다.
주방 | 양 옆이 곡선으로 이뤄진 독특한 식탁은 오래전 이태원 앤티크 가구 거리에서 구입했다. 바닥에 놓은 전시 포스터는 여행 시 구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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