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2.55백, 에르메스의 켈리 백 등 패션과 관련된 디자인과 아이코닉한 제품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에 반해 생활 명품 브랜드의 시그니처 아이템은 디자이너나 전문가들만 아는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다. 생활 명품들이 하나 둘씩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는 요즘, <메종>이 선정한 명품 브랜드의 시그니처 아이템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한다.
Tonet 214Chair
파리의 노천카페에서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는 의자 토넷 Tonet은 1859년 오스트리아 출신의 디자이너 마이클 토넷에 의해 만들어졌다. 의자의 원래 모델명은 No.14지만 요즘은 214로 불린다. 매우 미니멀한 형태의 토넷은 목재를 휘어서 가구를 만든 형식을 처음 도입한 것으로, 214는 목가공의 기술이 집약된 제품으로 의자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디자인을 단순화시킨 것뿐만 아니라 운송까지 고려해 의자를 5개로 분리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완성품으로만 운송했던 당시로써는 놀라운 일이었던 것. 토넷이 디자인한 의자들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대량생산에 의한 가구 제조와 운반 방식 등으로 인해 디자인 역사에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다양한 색감을 입고 재해석된 토넷 214 의자와 우아한 팔걸이가 특징인 209 의자는 모두 스페이스로직에서 판매.
Cassina LC Series
카시나는 목재를 다루는 지역의 장인 집안에서 1927년 정식 설립한 가구 회사로 8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가구 브랜드다. 1950년대 카시나 형제는 아버지의 이름을 받들어 이탈리아 북부 브란자 지방에 카시나를 설립했고, 핸드메이드 작업 방식을 성공적으로 산업화해 지금의 브랜드를 정착시켰다. 현재까지도 수공예 가구의 대명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으며 세계적 명성의 디자이너 르 코르뷔지에, 살롯 페리앙, 프랑코 알비니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가구로는 스티브 잡스가 뉴 아이패드를 선보일 때 앉아서 더욱 유명해진 르 코르뷔지에와 샬롯 페리앙이 함께 디자인한 LC3와 침대식 의자 LC4 셰이즈 롱 체어가 있다.
암체어 LC2는 밀라노디자인빌리지에서 판매.
Baccarat Celimene Vase
프랑스 파리에 있는 바카라 Baccarat 뮤지엄을 인테리어한 디자이너 필립 스탁은 “나에게 바카라는 크리스털로 만든 환상의 세계이자 꿈이 이루어지는 궁전이다”라고 말했다. 낭만적인 판타지를 담은 바카라는 그 화려함과는 차이가 있는 프랑스 동부 로렌느 지방의 소박하고 외진 시골 마을에서 이름을 따왔다. 1764년 당시 주교 몽모렌시 라바르가 장식적인 로코코 시대의 주역인 루이 15세의 인가를 얻어 찻잔과 창유리를 만드는 유리 공장을 세우며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전 세계 왕가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일명 ‘왕자의 크리스털’이라 불려왔다. 250년의 역사를 이어온 바카라가 그 명맥을 오늘날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재능 있는 젊은 디자이너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끊임없이 시도했기 때문. 하이메 아욘,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 아릭 레비 등과의 협업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하며 현재까지도 꾸준히 사랑받는 브랜드로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바카라의 대표적인 디자이너인 조르주 슈발리에가 1930년대에 제작한 셀리멘 화병. 부드러운 셰이프와 대조를 이루는 기하학적 다이아몬드 커팅이 빛을 반사하는 제품이다. 바카라에서 판매.
Moissonnier Chest
프랑스의 가구 브랜드 무아쏘니에는 15~16세기 로코코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독특한 색채 기법과 조각 기술을 적용한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브랜드다. 130년간 전통을 이어온 무아쏘니에는 낡은 벌레 구멍 하나까지도 실감나게 재현해 시간의 더께를 입은 디테일을 완벽하게 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이유는 20~40년 된 숙련된 장인들의 손으로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광택제와 옻칠, 왁스 기술은 무아쏘니에만의 전매특허로 핫 핑크, 녹색, 보라색 등 파격적인 색상을 적용해 현대적인 공간과 잘 어울리는 제품을 만든다.
루이 15세 때 활동했던 유명한 가구 제작자 버나드 반 2세 스타일을 재현한 체스트. 화려한 브론즈 장식이 특징으로 무아쏘니에의 대표적인 가구다. 앤티크 세라믹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테이블웨어는 모두 아스티에 드 빌라트 제품으로 팀블룸에서 판매.
Amini Gio Ponti Carpet
1962년 설립된 이탈리아 카펫 회사 아미니는 지오 폰티의 카펫을 생산하는 브랜드다. 지오 폰티는 이탈리아의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로 이탈리아 모던 디자인을 전 세계에 알린 인물로 대표적인 가구 디자인으로는 카시나에서 출시한 1.7kg 초경량 의자 슈퍼레게라를 비롯해 완벽한 비율의 그래픽 패턴을 입은 티 테이블 D.555.1이 있다. 지오 폰티 카펫 중 생전에 친구에게 보낸 편지와 엽서 중에 다양한 컬러와 라인으로 디자인된 편지를 모티프로 한 레테라 Lettera 컬렉션이야말로 시그니처 제품일 것이다.
그래픽적인 선으로 디자인한 아미니의 지오 폰티 카펫은 유앤어스에서 판매.
One Collection Finn Jul
덴마크를 대표하는 가구 디자이너 핀 율 Finn Jul은 스칸디나비안 모던 가구 스타일을 창조한 역사적인 인물이다. 핀 율의 가구는 좌판과 등받이가 프레임으로부터 살짝 떨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핀 율의 가구는 덴마크보다 미국에서 먼저 인정받아 미국에 덴마크 가구의 붐을 일으킨 주역이 되었고, 그의 가구가 미국에서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대표 작품으로는 치프테인 의자와 펠리컨 의자가 있다. 핀 율의 가구는 목재를 다루는 솜씨가 능수능란한 일본의 기타니사와 손잡은 덴마크 가구 브랜드 원컬렉션에서만 생산된다.
펠리칸 새의 부리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빨간색 암체어 ‘펠리칸’은 보에에서 판매. 1951년 핀 율이 가장 관심을 가진 모던 프리 아트에서 영감을 받은 기념비적 디자인 ‘베이커 소파’는 보에에서 판매.
Fornasetti Theme & Variation Series
피에로 포르나세티 Piero Fornasetti(1913~1988)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산업디자이너다. 화가이자 조각가, 디자이너, 판화가, 그래픽디자이너 등 다양한 재주를 가졌던 그는 생전에 1만30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포르나세티는 강한 상상력과 새로운 색채, 미스테리한 유머를 담아냄으로써 마술 같은 예술 정신을 구축해 20세기 컨템포러리 아티스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테마&베리에이션’ 시리즈는 포르나세티를 상징하는 시그니처 패턴으로 19세기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이탈리아 출신의 오페라 가수 리나 카발리에라는 여인을 모티프로 모나리자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35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버전을 선보였다. 2013년 100주년을 맞이한 포르나세티는 그의 아들 바나바 포르나세티가 그의 정신을 이어받아 역사와 전통 있는 브랜드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열쇠 구멍으로 보이는 여인의 모습을 형상화한 콘솔은 포르나세티의 시그니처 컬렉션 중 하나인 ‘세라투라’. 여인의 얼굴 옆에 해골이 프린트된 그로테스크한 느낌의 라운드 향초는 모두 10꼬르소꼬모에서 판매. 포르나세티의 열기구 드로잉을 입힌 벽지는 칼한센&선 제품으로 다브에서 판매.
Saint-Louis Tommy Collection
에르메스에서 선보이는 생루이 Saint- Louis는 400년 전통의 역사를 가진 프랑스의 크리스털 브랜드다. 18세기 중반 루이 15세가 로레인의 문츠탈 유리 공장에 특허를 주고 왕실 유리를 제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으면서 첫발을 내딛었다. 그 후 다이아몬드 커팅이 들어간 화려한 디자인과 수많은 크리스털 글라스 세팅으로 베르사유의 테이블을 빛으로 물들였다고 전해진다. 생루이는 1938년 프랑스 대통령이 주최한 조지 6세와 엘리자베스를 기리는 점심 만찬에 토미 Tommy 컬렉션이 세팅되면서 생루이의 대표적인 컬렉션이 되었다.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화려한 크리스털 와인잔 토미는 생루이 제품으로 에르메스에서 판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