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분한 톤의 하늘색 가죽 소파와 주홍색 쿠션과 액자, 초록 식물이 다채롭게 어우러진 거실. 2 기존 슬라이딩 테이블을 떼어내고 월넛 원목으로 다시 짜맞춰 스타일은 물론 주방의 공간 활용도까지 살렸다.
요즘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보면 모노톤으로 꾸민 집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모노톤의 인테리어가 세련된 느낌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많은 집들이 비슷해 보이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흰색을 일곱 가지 이름으로 부르는 에스키모의 이누이트족이 아니어도 집에 페인트를 칠해본 사람이라면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흰색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미묘하게나마 톤 차이가 나면 공간에는 활기가 돌고 거기에 집주인의 감성을 표현하는 색상이 더해지면 그것만으로도 개성 있어 보인다. 그러니 취향이 반영된 집을 꾸미고 싶다면 색상을 조합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신혼 5개월 차로 남편, 반려견 두부과 함께 수원 영통의 25평형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이한나 씨의 생각도 그랬다. 어떤 정해진 스타일이나 어디서 본 듯한 분위기를 내고 싶지 않았고 수중에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은 한계가 있었기에 색상과 톤의 조화에 가장 신경 썼다. “신혼이라고 해서 너무 아기자기한 분위기는 내고 싶지 않았고 단정하고 차분한 느낌으로 꾸미고 싶었어요.” 벽은 흰색을 베이스로 하고 거실과 침실 한쪽 벽면에만 회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벽과 몰딩은 같은 흰색이지만 시각적인 재미를 위해 몰딩은 차가운 톤, 벽지는 따뜻한 톤으로 선택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벽을 모노톤으로 깔끔하게 정돈했다면 가구는 다채로운 색으로 고르되, 자칫 산만해질 수 있으니 채도가 낮은 색 위주로 선별했다. “자작나무의 밝은 색보다는 묵직한 월넛을 더 좋아해요. 그래서 침대 프레임과 식탁은 오더메이드 가구를 만드는 큐빅미터에 의뢰해 월넛으로 맞췄죠.” 주방 싱크대에는 기존 플라스틱 소재의 슬라이딩 식탁이 달려 있었는데 그걸 떼어내고 원목 테이블을 맞춤 제작해 다시 부착한 것. 좁은 공간을 활용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내기 위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1 오크 원목 콘솔에 커다란 원형 거울을 올려 화장대로 활용했다. 2 독일 디자인 브랜드 풀포 Pulpo의 선반을 침대 위에 달고 소품을 올려놓았다.
주방과 이어지는 거실은 한층 화사하게 꾸몄다. 거실 공간의 포인트인 하늘색 가죽 소파는 오래전부터 눈여겨봤던 이탈리아의 고급 소파 브랜드 감마 Gamma 제품으로 가죽 색상과 스티치 디자인을 직접 선택했다. 벽면에는 주홍색이 돋보이는 평소 좋아하던 마크 로스코의 아트 프린트를 걸어놓고 같은 계열의 쿠션을 하늘색 소파에 두어 색상 대비로 리듬감을 더했다. “가구 브랜드 MD로 일하면서 여러 가구와 제품을 접했어요. 그러다 보니 내 집을 갖게 되면 꼭 사고 싶다는 브랜드 리스트가 자연스레 생겼죠. 이를테면 앵글포이즈와 아르테미데 조명, 비트라의 유텐실로 같은 아이코닉한 브랜드 제품이었어요. 아무래도 고전은 오래가니까요.”
그런 그녀에게 또 하나의 위시 리스트가 있었는데 이탈리아 아웃도어 가구 브랜드 에뮤 emu의 제품이었다. “베란다 앞쪽으로 큰 건물이 없어서 볕이 잘 들더라고요. 보자마자 이곳은 아웃도어 가구를 놓고 정원처럼 꾸며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생기 있는 분위기를 원했던 만큼 베란다에는 한층 채도 높은 색상으로 채웠다. 지인인 리브인리프의 강지연 실장의 조언에 따라 녹색 식물로 베란다 한 켠을 가득 채우고 올리브 그린 색상의 에뮤 테이블과 의자를 구입해 초록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에뮤 의자 하나는 안방에 두고 액자를 올려놓는 테이블로 활용했는데, 월넛 소재의 원목 침대와 어우러져 파릇한 자연의 이미지가 연상되었다. 깔끔한 디자인의 가구로 채웠지만 색상 조화로 집주인의 안목과 개성 있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집이었다.
큐빅미터에서 주문 제작한 월넛 침대 옆에는 카르텔의 3단 수납장과 아르테미데의 조명 등으로 꾸며놓았다.
초록색 아웃도어 가구과 식물로 꾸민 베란다에서 반려견 두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집주인 이한나 씨.
최근 이한나 씨는 손뜨개와 플라워 클래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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